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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하사담 님의 서재입니다.

메뚜기 영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체프라
작품등록일 :
2019.04.01 20:07
최근연재일 :
2019.05.04 14:53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5,932
추천수 :
18
글자수 :
168,894

작성
19.04.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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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화. 어쩌면(1)

DUMMY

물살이 파동을 일으키며 제 몸을 살랑살랑 흔드는 느낌에 재하가 필사적으로 눈을 떴다. 물속이라 생각하고 꾹 참았던 숨통이 탁 트였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재하는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꿈, 꿈이었어?’

그렇게 생각한 재하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러자 의자에 앉아있는 소영이 재하 시야에 들어왔다.


“다행이네요, 빨리 깨어나서.”

“여, 여기가.”

“걱정 말아요. 여긴 안전하니까. 몸은, 좀 괜찮아요?”

소영이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자신을 뒤늦게 발견한 재하가 궁금한 듯 물었다.

“어떻게 된 건지. 제가 여길 어떻게.”

“뭐가요? 아, 죽다가 살아난 거.”

“네? 그럼 그게.”

“그게 뭐요? 꿈이라도 꾼 줄 아셨어요?”

농담처럼 건넨 소영이 픽하며 실없이 웃음을 흘렸다.


“근데 어떻게.”

“살았냐고요? 그야 머, 제가 돈을 좀 썼죠. 제법 많이.”

소영이 재밌다는 표정으로 말을 가로챘다.


재하가 언짢은 표정으로 침대에서 발을 내렸다. 그러자 소영이 그를 말렸다. 의사가 당분간 안정을 취하라고 했다며. 그녀 말을 한 귀로 흘려들었는지 재하는 곧장 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하여튼, 남자들은 똑같다니까. 여자 말이라면 하나같이 안 들어요.”

소영이 그의 등 뒤에 대고 구시렁거렸다.


거실로 나온 재하는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벽시계를 보니 12시 10분. 거실 창밖이 어두컴컴한 것을 보니 밤이 분명했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신 재하는 소파로 가서 앉았다. 죽다가 살아나서 그런지, 여전히 몸과 마음이 멍멍했다.


“당분간 여기서 지내요. 동생 집이니까.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고. 아, 가급적 외출은 하지 마요. 괜히 강 회장 눈에라도 띄면 제 입장이 곤란해지니까.”


소영의 말이 끝나는 순간, 재하가 의외라는 눈빛으로 소영을 사납게 노려봤다.


“강 회장..님?”

“왜, 몰랐어요? 호호호. 참 순진도 하셔라.”

소영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팔짱을 끼며 비웃었다.


재하는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소영을 믿을 수 없는 일었다.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강 회장의 아내가 아니던가. 겁먹은 눈초리로 주변을 경계하며 재차 물었다.


“근데, 왜 저를.”

“뭐요? 죽이려는 거? 아니면, 살려준 거. 뭐가 궁금하죠?”

“둘 다요.”

“호호호. 글쎄요. 모르긴 몰라도 뻔한 거 아니겠어요? 강 회장한테 당신이 위험해졌거나, 필요 없어졌거나. 둘 중 하나겠죠? 그리고 제가 살린 건, 필요해서고.”

소영이 싱긋이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필요? 흥! 그럼, 어차피 당신도 마찬가지겠네? 필요 없으면 죽이겠다는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하며 재하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자 마치 재하 속을 꿰뚫은 사람처럼 소영이 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아, 난 강 회장하고는 전적으로 달라요. 내 사람이었던 사람을 결코 헌신짝처럼 버리진 않죠. 난, 내 사람한테는 그래요. 믿기 어려우시려나?”

“.......”

“머, 그럴 수도 있죠. 그렇지만 목숨까지 살려준 사람인데, 웬만하면 믿죠?”

“네, 믿어요.”

“호호호. 아유, 고마우셔라. 내가 헛돈 쓴 건 아니었다니까.”


여전히 재하는 의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강 회장이 정말로 자신을 죽이려 했는지. 소영의 말이 사실인지조차도. 어찌 됐든 지금은 소영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소영은 재하에게 집안 구조와 물품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집을 나서기 전에 소영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또다시 당부했다.


“답답하시겠지만, 당분간만이라도 친구든 가족이든 아무한테도 연락하지 마요. 강 회장 귀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아, 혹시 걱정할지도 모르니까 재하 씨 여동생한텐 제가 따로 연락하라고 할게요. 해외로 잠시 출장 갔다고.”

“아, 고맙습니다.”

“뭘요. 아, 그리고.”

소영이 폰을 꺼내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주방 식탁 쪽에서 전화벨이 울렸다가 꺼졌다.


“대포폰이니까, 안심하고 쓰세요. 그리고 필요하면?”

전화하라는 듯 소영은 제 손에 든 휴대폰을 흔들고는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혼자 남겨진 재하는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그의 시선은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 재하는 그저 너무 조용한 게 싫어 TV를 켰던 것이다. 리모컨을 대충 던져놓고 창가로 다가갔다. 아파트 주변 건물들이 하나같이 짙은 어둠과 고요 속에 잠겨있었다. 그렇게 또 기나긴 하루가 힘겹게 지나가고 있었다.




금세 오월로 바뀌었다. 빨간 날도 많은 달이라 재하는 외출하고 싶은 마음에 좀이 쑤셨다. 점차 시켜 먹는 배달 음식이 질리기도 했다.


그날도 맛집을 검색하며 여느 대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서핑으로 시간을 허비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치고 올라오는 기사가 있었다. 세간의 관심이 쏠리기에 충분한 연예인의 불륜설이었다.


최근 연일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는 차기 유력 대권 주자의 불법자금 수수 의혹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게 하는 불륜설이었다. 하지만 재하가 허투루 넘길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강 회장이 연루된, 아니 차소영까지 연관될 수 있는 기사였기 때문이다.


한 언론에서 유명 여배우인 문채아가 자신이 전속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모 그룹 회장과의 불륜설을 단독 보도했다. 문채아가 전속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기업이 태주 그룹이었기에 강 회장과 내연 관계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문채아 측에서는 강 회장과는 일적으로 몇 번 만난 사이라며, 결코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라며 법적으로 강력히 대처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지금까지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던 강 회장 부부는 앞으로 결별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당연히 귀책사유가 없는 아내 쪽에서 먼저 협의이혼을 요구할 거라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태주 그룹의 지배 구조에 미칠 파급력에 증권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이혼이 재벌가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혼 과정에서 아내 측이 결혼 후에 인수한 혜성 화재에 대한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또 아내 차소영이 보유하고 있는 태주 그룹 내 지분도 적지 않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렇게 되면 강 회장의 태주 그룹 지배 구조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관측이 나왔던 것이다.


재하는 걱정되었다. 자신이 설 자리가 갑자기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무거운 공기가 제 어깨를 누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끈 떨어진 연처럼 한순간에 땅 위로 내동댕이쳐지는 처지가 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웠다.



그날 저녁, 소영이 어두운 얼굴로 재하 앞에 나타났다. 그녀 표정에 불만이 가득했다. 분명 그 기사 때문일 거라 재하는 짐작했다.


“어...떻게 할 건지.”

“뭘요?”


소영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지 재하가 잠시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저녁은, 드셨어요?”

“네. 뭐 좀 드실래요?”

“아, 아뇨. 아뇨. 생각 없어요.”

“그럼 뭐 마실 거라도.”

“아뇨. 그보다 긴히 할 이야기가 있는데.”


소영이 애틋한 눈빛으로 희미하게 웃었다. 재하는 불안한 시선으로 그녀 말을 기다렸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 데도 소영은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무슨.”

“재하 씨 도움이 꼭 필요한데.”

“말씀해 보세요.”


소영은 재하 가까이로 다가가 소곤소곤 귓속말을 하듯 작게 말했다. 듣고 있던 재하 얼굴이 점점 구겨졌다. 더는 듣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 그건 좀. 안 될 일입니다.”

“아니 왜요? 강 회장이 당신을 죽이려 했는데. 그새 잊었어요?”

“그렇지만.”

“언제 또 그럴지 모르는데. 이렇게 평생 숨어서 살 거예요?”

“그래도 제가 어떻게 강 회장님을.”

“그러니까 맨날 당하고만 살지. 재하 씨,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예요?”

소영이 화가 나서 말했다.


여전히 내키지 않아 하는 재하를 소영은 계속 설득했다. 소영이 딱하다는 얼굴로 다그치기까지 했다. 재하 눈빛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영은 살벌한 눈초리로 회심의 칼을 빼들었다.

“강 회장이 재하 씨를 살려둘 것 같아요? 그냥 이대로 당할 거예요? 그럼, 해남에 계신 엄마는요? 그리고 여동생은? 재하 씨가 없어도 상관없나 보죠?”

“예?”

재하는 난처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근데, 왜 꼭 죽여야 하는지.”

“몰라서 물어요.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리고 욕심도 없다. 하지만 산 자는 욕심이 많다. 너무 많다. 특히 강 회장은.”

“네?”

“어차피 살려줘 봐야 고마워할 사람도 아닌데. 우리, 그냥 계획대로 해요. 네?”


소영의 눈이 독사처럼 희번덕거렸다. 그녀 눈빛에 재하 목의 울대뼈가 움찔했다.


“개, 괜찮을까요?”

“그럼요.”


걱정하는 재하 물음에 소영이 자신 있게 말했다.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인 재하가 소영에게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소영이 자신의 계획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자살로 위장한다? 듣고 보니 그럴듯한 계획이었다.


“그럼, 전 어떻게.”

“어차피 혼은 한나절이 지나면 원래 몸으로 돌아온다면서요?”

“그, 그야 그렇지만.”

“그럼 됐지, 뭐가 문제에요?”


의외로 간단한 답변이었지만, 단 한 번도 시도해 보지 못한 일이지 않은가. 제 혼이 옮겨 간 몸이 죽고 난 뒤에도 시간만 지나면 원래 몸으로 안전하게 돌아올지. 재하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요.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니까. 아셨죠?”


그렇게 재하는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의 끈을 자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자신을 살려준 사람이 아닌가.


“아, 그리고 한 사람 더.”

“예에? 한 사람 더요?”

“그래요. 강 회장 혼자 보낼 순 없잖아요? 저승길 외롭지 않게 해 드려야죠.”

“누.....굴.”

“재하 씨도 아는 여자예요.”

“네? 여자요? 여자... 라면 문, 채아?”

“네에? 누, 누구라고요? 깔깔깔.”


소영이 어이없다는 듯 호탕하게 웃었다. 재하는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금방 웃음기가 사라진 소영이 근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깟 하찮은 애를 뭐 하게요.”

“그럼.”

“초연.”

“예? 초.”

재하는 너무 놀라 숨이 멎을 뻔했다. 말을 잇지 못한 채 소영을 넋 놓고 바라봤다.


“왜 그렇게 놀래요? 잘 아시죠? 빈처에 초연.”

“아니 초연을 왜. 왜요?”

재하가 따지듯이 물었다.


“아직 모르시나 봐요? 아무래도 걔가 임신한 거 같던데.”

“네에?”

“어쩌면... 강 회장 아이인지도 모르고.”

소영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흘렀다.


만약 강 회장의 아이가 맞는다면, 나중에라도 느닷없이 튀어나와 상속권을 주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소영에게 화근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던 것이다.


소영이 뭔가 안다는 듯 가소로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민망해하며 고개 돌린 재하 얼굴에 착잡함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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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8화. 고독한 해결사(1) 19.05.01 115 0 9쪽
29 7화. 근본 없는(4) 19.04.29 113 1 12쪽
28 7화. 근본 없는(3) 19.04.27 121 1 10쪽
27 7화. 근본 없는(2) 19.04.26 194 1 11쪽
26 7화. 근본 없는(1) 19.04.25 123 0 12쪽
25 6화. 가진 자의 품격(4) 19.04.23 137 0 13쪽
24 6화. 가진 자의 품격(3) 19.04.21 157 2 11쪽
23 6화. 가진 자의 품격(2) 19.04.20 136 1 15쪽
22 6화. 가진 자의 품격(1) 19.04.19 153 0 13쪽
21 5화. 어쩌면(4) 19.04.17 150 0 15쪽
20 5화. 어쩌면(3) 19.04.16 181 0 13쪽
19 5화. 어쩌면(2) 19.04.15 210 1 11쪽
» 5화. 어쩌면(1) 19.04.13 202 0 11쪽
17 4화. 나쁜 생각(4) 19.04.12 169 0 12쪽
16 4화. 나쁜 생각(3) 19.04.11 167 0 13쪽
15 4화. 나쁜 생각(2) 19.04.10 170 0 14쪽
14 4화. 나쁜 생각(1) 19.04.09 192 0 14쪽
13 3화. 어린 양의 피(4) 19.04.08 226 1 15쪽
12 3화. 어린 양의 피(3) 19.04.07 213 1 10쪽
11 3화. 어린 양의 피(2) 19.04.06 151 0 11쪽
10 3화. 어린 양의 피(1) 19.04.06 184 0 15쪽
9 2화. 딴생각(4) 19.04.05 168 1 12쪽
8 2화. 딴생각(3) 19.04.05 192 0 11쪽
7 2화. 딴생각(2) 19.04.04 188 1 12쪽
6 2화. 딴생각(1) 19.04.04 224 0 10쪽
5 1화. 이상한 노인네(5) 19.04.03 229 1 15쪽
4 1화. 이상한 노인네(4) 19.04.03 262 1 9쪽
3 1화. 이상한 노인네(3) 19.04.02 320 1 13쪽
2 1화. 이상한 노인네(2) 19.04.02 29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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