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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하사담 님의 서재입니다.

메뚜기 영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체프라
작품등록일 :
2019.04.01 20:07
최근연재일 :
2019.05.04 14:53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5,938
추천수 :
18
글자수 :
168,894

작성
19.04.04 20:11
조회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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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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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딴생각(2)

DUMMY

며칠 후.


어렵게 하루 휴가를 낸 재하는 태주 그룹 본사 입구가 훤히 보이는 곳에 차를 주차했다. 강 전무가 출근하기를 기다리기 위함이었다.


강 전무의 육신으로 자신의 혼이 옮겨간 일이 있고 난 후 재하는 여러모로 테스트를 해보았다. 차에 숨은 채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며 시도해 보기도 했다. TV 화면 속 남자배우를 쳐다보며 시험해 보았지만 제 혼은 옮겨가지 않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강 전무의 사진을 쳐다봐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실물을 직접 봐야만 혼이 옮겨갈 수 있나 보네. 그것도 내가 엄청 부러워했던 강 전무만.’

그렇게 재하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던 것이다.


7시 30분을 조금 넘자 어김없이 강 전무가 탄 차량이 건물 앞으로 미끄러지듯이 들어왔다.


자동차 시동을 켜놓은 채로 재하는 강 전무의 몸으로 제 혼을 옮겨 갈 채비를 했다. 마침내 차에서 내린 강 전무의 얼굴이 재하 눈에 들어왔다.


혼이 재하인 강 전무가 잠시 머리를 흔들고는 제 차가 주차된 쪽을 응시했다. 제대로 된 듯했다. 이제 남은 건 얼른 강 전무의 집무실로 가는 것뿐이었다.



강 전무가 들어오자 김 비서가 벌떡 일어섰다. 강 전무 몸인 재하는 그녀 목에 걸린 사원증을 재빠르게 훑었다. 김윤주. 뚫어지게 저를 쳐다보는 그녀 눈길에 전무 몸인 재하는 움찔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으흠. 저, 김 비서님. 태주 화재, 강남 지점 있죠. 거기 근무자 인사 기록이 필요한데. 어떻게, 좀 정리해서 제가 볼 수 있을까요?”

“네? 아, 네.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전무님.”

“그래요. 고마워요.”


사내 인사 시스템이 잘 되어 있건만 굳이 왜? 김 비서는 의아했지만 태주 그룹 전무이자 태주 화재 대표이사의 지시에 시시콜콜 토를 달수는 없는 일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김 비서는 책상 앞에 앉아 부지런히 마우스를 움직였다.


평소와 달리 차가운 말투, 게다가 안 하던 존댓말까지? 김 비서는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당장은 그의 지시에 집중해야 했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김 비서가 인사 파일을 들고 집무실로 들어왔다. 혼이 재하인 강 전무가 반갑게 그녀를 맞았다.


“여기, 강남 지점 근무자만 있는 거죠?”

“네, 전무님.”

“수고했어요. 그만 나가서 일보세요.”



김 비서가 나가자마자 혼이 재하인 강 전무는 인사 기록을 훑으며 빠르게 뒤로 페이지를 넘기었다.


“어? 이 사람 같은데... 맞네, 지점장.”

혼이 재하인 강 전무가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너무 큰 소리에 놀라 급하게 제 입을 막기까지 했다.


강 전무 몸인 재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인사 기록을 다시 훑었다. 은비의 기록을 찾기 위함이었다. 은비의 인사 기록지에서 멈춘 혼이 재하인 강 전무의 눈길에 ‘계약 사원’이라는 문구가 들어왔다.


마냥 잘 사는 줄만 알았던 은비가 정직원이 아니라 계약직이라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이 짠했다. 한편, 지점장이라는 작자가 힘없는 계약직을 상대로 갑질한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이 재하인 강 전무가 벌떡 일어나더니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의 얼굴에 불편한 심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 비서님. 지금 당장 강남 지점에 연락해서, 지점장하고 배은비 씨, 출근하는 대로 제가 보잔다고 하세요.”

“예에?”

“강남 지점장 차, 지철 하고 배은비 씨를 부르라고요!”


화가 잔뜩 나 있는 강 전무의 표정에 김 비서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전혀 익숙지 않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잔뜩 굳은 김 비서는 강 전무가 거칠게 문을 닫고 사라진 쪽을 그저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었다.




태주 그룹 본사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흰색 벤치가 거칠게 들어왔다. 주차할 곳을 찾은 듯 벤치는 건물 출입문을 보고 반듯하게 정차했다. 벤치 시동이 꺼지자 멀리서 바닥에 미끄러지는 바퀴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차 시동은 이미 꺼졌는데도 여전히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없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이 굳은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강남 지점장 차지철과 배은비였다.


은비가 먼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무슨... 일일까요? 우리만 왜... 혹시, 전무님이 우리 얘길 듣고.”

“설마, 아닐 거야. 들었다고 해도, 강 전무가 왜.”

차 지점장이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혹시라도 그것 때문에 우릴 부른 거라면, 뭐라고 해요?”

“그럴 리도 없겠지만, 일단은 아니라고 잡아떼야지. 그리고 괜한 걱정 할 거 없어. 강 전무는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넌, 가만히 있어도 돼.”

차 지점장이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지점장님만 믿을게요.”

“그래, 그래. 나만 믿어. 으하하하.”

차 지점장은 잔뜩 겁먹어 있는 은비의 허벅지를 가볍게 두드렸다.



집무실 창가에 자리 잡은 혼이 재하인 강 전무는 초조한 눈빛으로 창밖을 내려다봤다. 건물 옥상에는 다 녹지 못한 눈이 꽁꽁 언 채 소복하게 쌓여있었다. 옥상 주변 어디에도 햇빛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차가운 거리에 오가는 사람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똑. 똑. 똑.


“네.”

혼이 재하인 강 전무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고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김 비서가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녀 뒤에 선 차 지점장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집무실 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전무님. 강남 지점장님, 배은비씨 와 계십니다.”

“아, 들어오시라고 해요.”

혼이 재하인 강 전무가 근엄하게 말했다.


김 비서가 그들을 공손하게 손짓으로 안내했고, 이내 차 지점장과 은비가 조심스럽게 집무실로 들어서며 고개를 숙였다. 많이 달라진 은비 모습이 혼이 재하인 강 전무 눈에 가득 찼다.


“앉으시죠.”

혼이 재하인 강 전무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소파를 가리켰다.


그들은 강 전무가 상석에 앉는 것을 확인하고 뒤따라 자리에 앉았다. 은비는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시선을 바닥에 두고 있었다.


“전무님이 우릴 다 찾으시고. 무슨.. 좋은 일이라도?”

대범하게도 차 지점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희미한 미소까지 머금은 채로.


‘어쭈, 이 자식 봐라.’

살짝 당황한 혼이 재하인 강 전무는 입안의 볼살을 씹으며 입맛을 다셨다.


“혹시, 새해라고 우리들한테 머 포상금이라도... 으헤헤.”

차 지점장은 실실 쪼개며 은비와 강 전무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새끼 너, 간덩이가 부었네.”

강 전무 몸인 재하가 작심하여 눈을 부라렸다. 뻔뻔한 차 지점장에 괘심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예? 뭐, 뭐라고? 방금, 새끼...라고 했습니까?”

차 지점장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은비를 힐끔 쳐다보고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쩍 벌렸다. 이 새끼가 돌았나? 하는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 이 새끼야! 왜, 듣기 싫어? 그럼 처신을 똑바로 하던가.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여직원한테 성추행이야. 앙?”

혼이 재하인 강 전무가 지점장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하아. 참나!”

차 지점장이 기가 찬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기죽은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상하리만큼.


‘어, 이 자식 봐라.’

의외로 차 지점장이 세게 나오는 바람에 강 전무 몸인 재하도 살짝 당황했다.


“아무리 전무님이라지만, 말씀이 좀 심하신 거 아닙니까?”

“심하긴 뭐가 심해. 당신 같은 유부남이 젊은 여직원과 놀아나는 게 심한 거지. 아, 됐고. 배은비 씨.”

은비에게 눈길을 돌린 혼이 재하인 강 전무는 다리를 꼬았다.


“네?”

은비가 놀라며 강 전무와 눈이 마주쳤다. 겁먹은 눈빛이었다.


“며칠 전에, 지점장한테 두들겨 맞은 적 있죠? 맞죠? 근데 왜 경찰에 신고 안 하고 가만히 있어요?”

“강 전무님!”

“당신은 가만있어. 때렸잖아? 아냐? 때린 놈이 무슨 말이 많아!”


혼이 재하인 강 전무가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차 지점장이 살짝 당황한 듯 시선을 피했다.


어느새 집무실에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좋은 말로 할 때 이쯤에서 끝내요. 두 사람 관계”

“.......”

은비는 선뜻 답을 못하고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차 지점장을 흘겨봤다. 그러자 차 지점장이 나섰다.


“강 전무님이 그걸 왜.”

“간섭하냐고? 사내 불륜을 뻔히 아는데, 대표인 나보고 어쩌라고. 그냥 모른 척하고,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 못 해! 안 해, 싫어! 개망신 당해서 쫓겨나기 싫으면, 당장 끝내. 분명히 경고했다! 나,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흥분한 혼이 재하인 강 전무가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두 사람을 번갈아 째려봤다.


은비는 애틋한 눈빛으로 지점장을 쳐다봤다. 어험, 차 지점장은 못마땅한 얼굴로 헛기침만 내뱉을 뿐이었다. 지은 죄도 있거니와 막상 강 전무에 대항할 힘도 없지 않은가. 아직은 강 전무의 심기를 건드려서 자신에게 득이 될 건 없었던 것이다.


“내 말 다 끝났으니까, 그만 나가봐요.”


체념한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린 지점장을 향해 혼이 재하인 강 전무가 소리쳤다.


차 지점장이 신경질적으로 일어섰다. 아니꼬운 표정으로 들릴 듯 말듯, 혼자 구시렁거리며 등을 돌렸다.


“아, 배은비 씨는 잠시 남아요.”


차 지점장을 뒤따르던 은비가 놀라며 돌아봤다. 은비는 애절한 눈빛으로 차 지점장을 쳐다본 후에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저, 저만요?”

“무슨 일로.”

차 지점장이 나서며 물었다.


“나 참! 내가 그런 것까지 지점장 당신한테 보고해야 합니까?”

혼이 재하인 강 전무가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차 지점장은 은비를 쳐다보고 걱정 말라는 듯 눈짓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 지점장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한 은비는 겁먹은 얼굴로 강 전무를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집무실 밖으로 나온 차 지점장은 씩씩거리며 김 비서를 지나 19층 복도로 걸어 나갔다. 물끄러미 지켜보던 김 비서가 인터폰이 울리자 급하게 수화기를 들었다.


복도에서 차 지점장이 통화하는 목소리가 벽을 타고 흐릿하게 들려왔다. 김 비서는 복도 쪽을 흘겨보며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달칵, 집무실 문이 열리고 은비와 김 비서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뭐라고 하던데?”

복도에서 통화를 마치고 들어온 차 지점장이 은비를 보고 다급하게 물었다.


“지점장님께서는 먼저 가셔야겠는데요. 배 대리님은 저랑 어디 좀 같이 가야 하는데.”

“뭐? 아니, 어딜 요.”

대신 답하는 김 비서에 차 지점장은 언짢은 표정으로 물었다.


“전무님께서 배 대리님을 지금 바로 태주 화재 본사 영업기획팀으로 발령 내라고 하셔서요. 인사팀에 갔다가 팀장님께 인사도 해야 하고,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어쩌죠?”

결재 파일 철을 흔들어 보이는 김 비서의 입꼬리가 야비하게 올라갔다.


“뭐..라?”

차 지점장이 입술을 깨물며 집무실 안을 노려봤다.


“그럼, 저희들은 바빠서 이만. 배 대리님, 가시죠.”

김 비서가 공손하게 인사하고 은비에게 걸음을 청했다.


은비는 차 지점장의 표정을 살피며 선뜻 따라나서지 못했다.


“이 자식이 정말!”

차 지점장이 분한 듯 어금니를 꽉 물었다.


“저, 어떡해요?”

“뭘 어떡해! 가 봐!”

차 지점장이 분을 참지 못하고 은비에게 소리쳤다.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김 비서가 흐뭇한 미소가 흘리며 공손히 인사하고 나갔다.


자신을 비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점장은 입술을 깨물며 그녀 뒤통수를 죽일 듯이 꼬나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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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8화. 고독한 해결사(1) 19.05.01 116 0 9쪽
29 7화. 근본 없는(4) 19.04.29 113 1 12쪽
28 7화. 근본 없는(3) 19.04.27 121 1 10쪽
27 7화. 근본 없는(2) 19.04.26 194 1 11쪽
26 7화. 근본 없는(1) 19.04.25 123 0 12쪽
25 6화. 가진 자의 품격(4) 19.04.23 137 0 13쪽
24 6화. 가진 자의 품격(3) 19.04.21 157 2 11쪽
23 6화. 가진 자의 품격(2) 19.04.20 136 1 15쪽
22 6화. 가진 자의 품격(1) 19.04.19 153 0 13쪽
21 5화. 어쩌면(4) 19.04.17 150 0 15쪽
20 5화. 어쩌면(3) 19.04.16 181 0 13쪽
19 5화. 어쩌면(2) 19.04.15 211 1 11쪽
18 5화. 어쩌면(1) 19.04.13 202 0 11쪽
17 4화. 나쁜 생각(4) 19.04.12 169 0 12쪽
16 4화. 나쁜 생각(3) 19.04.11 167 0 13쪽
15 4화. 나쁜 생각(2) 19.04.10 170 0 14쪽
14 4화. 나쁜 생각(1) 19.04.09 192 0 14쪽
13 3화. 어린 양의 피(4) 19.04.08 226 1 15쪽
12 3화. 어린 양의 피(3) 19.04.07 214 1 10쪽
11 3화. 어린 양의 피(2) 19.04.06 151 0 11쪽
10 3화. 어린 양의 피(1) 19.04.06 184 0 15쪽
9 2화. 딴생각(4) 19.04.05 168 1 12쪽
8 2화. 딴생각(3) 19.04.05 192 0 11쪽
» 2화. 딴생각(2) 19.04.04 189 1 12쪽
6 2화. 딴생각(1) 19.04.04 225 0 10쪽
5 1화. 이상한 노인네(5) 19.04.03 229 1 15쪽
4 1화. 이상한 노인네(4) 19.04.03 262 1 9쪽
3 1화. 이상한 노인네(3) 19.04.02 320 1 13쪽
2 1화. 이상한 노인네(2) 19.04.02 29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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