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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브
작품등록일 :
2015.07.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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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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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2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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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cipe-2

DUMMY

- - -


"대단하지 않아? 명장이 직접 만든데다 부서진 적도 없는데 이런 가격이라니."

호열이 새로 산 방어구 세트를 가게까지 가져와 자랑하고 있었다. 검은 빛이 감도는 색감이다. 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퀄리티다. 말을 들어서는 호열의 방어구에 가장 많은 돈을 썼단다. 그리 특이할 일도 아니다. 탱커의 방어력은 파티의 방어력 그 자체니까. 성환이나 은영, 일국의 방어구는 가죽이라 싸고 가벼운 편이기도 하니까.

그것과 별개로 일국과 은영도 자신들의 방어구 자랑에 여념이 없다.

방어구와 무기는 헌터로서의 작업 도구 같은 것이다. 비싼 작업 도구에 대한 애정은 당연한 것이고.

성환은 영혼 없이 자랑에 고개를 끄덕였다. 몇십 분째 계속되는 자랑들에 지쳐 버렸기 때문이다.

"그보다. 내 물건은 어디에 있어?"

성환이 가게 일을 보느라 바빴기 때문에 성환의 방어구는 다른 파티원들이 대신 사 뒀다.

"아. 깜박할 뻔 했군."

호열이 자신의 머리를 툭 치고는 밖에 나갔다 들어온다. 손에는 사람 몸만한 크기의 박스가 들려 있다.

성환은 들뜬 마음으로 상자를 뜯었다. 안에 깔끔하게 포장 된 방어구 한 세트가 들어 있다.

"괜찮은데?"

성환은 차근차근 방어구들을 살펴 보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가죽으로 된 방어구들이다. 신품과 중고가 섞여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상등품이다.

"자. 방어구 확인은 여기까지 하고. 가장 중요한 무기를 보자고. 사냥의 완성! 헌터의 로망! 마음에 안 들면 죄다 환불 처리할 테니까 그렇게 알도록."

"물건 보면 환불의 환자도 못 꺼낼 걸."

성환이 나무 박스를 툭툭 건드렸다. 오늘 아침에야 승혜의 작업이 끝났다. 사실 성환도 승혜가 만든 물건들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승혜가 기를 쓰고 감췄기 때문이다.

"얼마나 잘 만들었기에 나한테까지 꽁꽁 감췄는지. 한 번 보자고."

"기대하셔도 좋아요."

승혜는 자신감 있는 얼굴을 하며 박스를 열어젖혔다.

동시에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안에서 미려하게 장식된 무기들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눈대중으로 봐도 일류의 장인이 만든 솜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셋의 눈에 동시에 감탄이 어린다.

승혜가 영차 소리를 내며 도끼를 꺼내들었다. 검은 빛이 도는 도끼다. 호열은 도끼를 받아들었다.

"아다만타이트 5%가 섞인 강철이라 전투 중에 부서지는 일은 없을 거에요. 무게감을 조절하느라 꽤 애를 먹었죠. 무게도 무게라서, 제련도 꽤 힘들었죠. 손잡이 부분은 켄타우로스 가죽을 덧대서 미끄러지는 일을 방지하고 길이 쉽게 들도록 만들었어요."

호열은 도끼의 면을 이리저리 살폈다. 뭔가 흠을 잡아보려 해도 흠이 보이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데. 둔중하고 단순한 게 내 스타일이야."

"그리고 말씀하신 장식은 한 면은 음각, 한 면은 양각으로 사자를 넣어 봤어요."

호열은 연신 탄성을 내지르며 도끼의 면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린다. 말대로 포효하는 사자가 양각과 음각되어 있다.

"대단한데?"

"양손으로 쓰는 것이 주지만 한 손으로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무게중심을 조금 낮추고 손잡이를 조금 짧게 만들었어요. 만약에 손잡이가 짧으시면..."

"아니, 아니야. 정말 마음에 든다고."

호열의 입에 미소가 귀까지 걸린다.

호열은 계속 도끼를 만지작거리며 승혜에게 이것저것 계속해서 물어본다. 어지간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도끼만 붙잡고 있을 건데? 내 활은?"

은영의 호령에 그제서야 호열의 질문이 멈췄다. 입이 댓 자는 나오기는 했지만. 그제서야 승혜의 손이 다시 상자 안으로 들어갔다 나온다. 손에는 길다란 활이 들려 있다.

승혜가 뭔가 설명하기도 전에 은영이 활을 낚아채듯이 승혜의 손에서 뺏어든다. 침착하게 기다리는 척 하기는 했지만 어지간히 잡아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세 조각으로 만들었어요. 활의 손잡이 부분과 양 날개 부분으로. 통상은 한 조각으로 만드는 것이 좋지만 전체적인 밸런스를 고려해서 손잡이 부분은 코륨 1%가 포함된 진철을 박아넣었어요. 조금은 무게감이 있겠지만 더 정확한 사격을 하실 수 있을 거에요."

"양 날개 부분은 재료가 뭐지? 뼈 같은데?"

"네. 시서펜트의 뼈에요. 통상의 시서펜트의 뼈는 비싸지만 이번에 성체가 되지 않은 주니어 시서펜트의 뼈가 나왔거든요. 물론 싸기만 한 건 아니에요. 굳지 않은 뼈라 탄성이 더 좋고 복원력도 훨씬 낫죠."

은영도 계속해서 활을 만져댄다.

"사냥 나가기도 전에 다 닳아 없어지겠다. 그만 만져."

"새 활의 좋은 표적지가 제 발로 나타나 주는군."

은영이 장난스럽게 활을 성환에게 겨누었다. 승혜의 설명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아. 다만 세 조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오래 사용하시지 못할 거에요. 활도 보시겠어요?"

은영은 말 없이 상자에 손을 집어넣어 화살 하나를 꺼내들었다.

"활의 날개 부분과 같은 재료에요. 화살 촉 부분은 파괴력을 위해서 손잡이 부분과 같은 재료를 사용했죠. 화살깃은 그리핀의 날개를 사용했어요. 바람 가르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도록 해 주죠. 시위도 그리핀의 힘줄이에요. 아시죠? 힘줄은..."

"금방 탄성이 떨어져서 자주 갈아줘야 하지. 그래도 괜찮아. 이 정도 퀄리티면 하루에 한 번 갈아줘야 된대도 대만족이야."

"그리고 활 아랫부분에는 시서펜트를, 윗 부분에는 그리핀을 각각 음각해 봤어요. 어떤 장식을 좋아하시는지 몰라서..."

"마음에 들어."

은영은 앵무새처럼 계속 마음에 든다는 말만을 반복했다. 활을 만지고, 흠이 없는지 바라보고, 전체적인 감상까지 쭉 이었다.

"진짜. 성환이가 추천할 만 하네."

"흠흠."

둘의 대화가 길어지자 일국이 헛기침을 하며 상자에 바싹 붙었다.

"아. 일국 아저씨 물건도 잊을 수 없죠."

승혜가 상자 안에서 손바닥만한 크기의 단검을 꺼내들었다. 천으로 감싼 부분을 풀어내자 단검 전체의 모양이 보인다. 휘어진 반달 모양의 단검이다.

"쿠쿠리 형식의 단검이에요."

"쿠쿠리?"

"예전 구르카 족이라는 사람들이 사용했던 형식의 단검이에요. 범용성이 꽤 높고 잘 만들면 독특한 디자인을 보여 주기 때문에 인기가 많죠. 요새는 한풀 죽기는 했지만 클래식한 형태라 매니아층도 많아요."

"오호."

일국은 눈을 빛내며 나머지 둘처럼 단검을 만지작거린다.

"일단 힐러 분이셔서 전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시는 경우는 적으실 거에요. 그래서 실용성을 위주로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 봤어요. 나중에 장신구나 증폭기도 쓰셔야 하기 때문에 무게는 최대한 가볍게 만들었죠. 연철과 화염석을 일대일로 섞어 만들어서 풀을 잘라내거나 긴급시 적은 힘으로도 잘 잘리도록 가공처리를 했어요."

일국의 입에서 계속해서 탄성이 흘러나온다.

"말씀하신 대로 자주 길을 들이지 않아도 충분할 거에요. 물은 조금 주의해 주셔야겠지만요. 죄송하지만 외부에 조각은 하지 않았어요."

"나는 장식 같은 건 없나?"

"날을 통상적인 쿠쿠리보다 얇게 만들었기 때문에 장식을 넣으면 쉽게 부서질 수 있거든요. 손잡이는 오래된 동백나무를 다듬어 만들었어요. 가볍고 손때가 잘 안 타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죠. 손잡이 부분에는 가볍게 파 내서 학을 그려넣었어요. 십장생 중 하나죠. 너무 무난하기는 하지만요.

"십장생 좋지. 좋아."

"손잡이는 나무니까 금방 헤져요. 필요하시면 저희 가게 찾아오시면, 바로 교환해 드릴게요."

"공짠가?"

"네. 물론이죠."

"뭐. 공짜 아니라고 해도 와서 바꿀만한 퀄리티지만."

"다들 만족한 모양이군. 처음에는 사네 마네 믿을수가 없네 잘도 꽁알거리더니."

"여전히 점원의 상태는 마음에 안 들어. 싸가지가 없다니까. 확 잘라 버리지."

투덜거리는 호열의 손에서 도끼를 반쯤 뺏어들고 나서야 입을 다물게 만들 수 있었다.

"다들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아 다행이네요."

긴장이 풀렸는지 승혜가 가볍게 숨을 내쉰다.

"뭐랬어. 내가 할 수 있을 거랬잖아."

"네. 덕분에 잘 만들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승혜 씨!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은영이 중간에 툭 끼어든다. 손은 계속 활을 만지고 있는 채다.

"우리랑 전속 계약할 생각 없어? 이 정도 퀄리티면, 전속 무기제작자로 쓰고 싶은데."

"네?"

"그렇잖아. 우리는 사냥으로 돈을 벌고. 승혜 씨는 그걸로 작품 만들고."

"음... 죄송합니다."

잠시 생각하던 승혜가 고개를 폭 숙이며 말했다.

"안 되는 거야?"

"더 많은 헌터분들께 제가 만든 무기를 드리고 싶어요. 그러려면 아무래도 전속 계약은 힘들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보다. 손잡이 부분에 이 인장은 뭐야?"

은영이 가리킨 부분에 S와 H가 합쳐진 인장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로마숫자가 새겨져 있다. II. 2다.

"책임감이 있게 만든. 아, 물론 이전 물건들에 책임감이 없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래도 이번에는 진짜 열심히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처음으로 인장을 만들어 넣었어요."

"그러면 내가 두 번째로 만들어진 무기네?"

"네. 그렇죠."

"내 건 3이군."

일국이 나이프를 살펴보다니 말했다.

"캬. 그러면 내 도끼가 1번인가? 이거 소장가치 듬뿍이겠는걸?"

호열이 기분좋다는 웃음을 터뜨리며 도끼 손잡이를 이리저리 살핀다. 손잡이 기둥의 바닥에 음각이 들어가 있다.

"뭔가 이상한데? IV면, 4잖아?"

"네. 네 번째로 만든 물건이거든요."

"뭐? 첫 번째는 어딨어?"

"그게..."

승혜가 손을 상자에 집어넣었다 꺼낸다. 자그마한 가죽 장갑이 속에서 나온다. 손등에 I라는 로마 숫자가 자그맣게 적혀 있다.

"장갑?"

승혜는 장갑을 성환에게 내밀었다. 성환은 받아들었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네. 성환 씨 거에요. 다른 분들 물건만 드리기 뭣해서... 신세도 많이 졌고... 그래서 첫 물건은 성환 씨에게 드리고 싶었어요. 검은 제 할아버지 걸 쓰고 계시니까. 잘 안미끄러지는 장갑을 만들어 봤어요."

성환은 그제서야 승혜가 마지막으로 고른 작달막한 가죽을 기억해냈다. 자신에게 줄 선물을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마워. 잘 쓸게. 그보다, 무기도 아닌 걸 1번으로 잡아도 괜찮은 거야?"

"네."

"장갑은 금방 닳는데. 1번이 장갑이라도 괜찮겠어? 나중에 유명해지면 어쩌려고."

"없어져도 상관없어요. 무기도 닳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뭐, 알았어."

수긍한 성환은 장갑을 손에 끼웠다. 손을 잡고 만들기라도 한 듯 착 달라붙는다. 촉감도 괜찮고, 마찰력도 높다. 손에서 검을 놓치는 경우가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이 정도면 다음 번에는 내 칼도 의뢰해야겠는걸. 다음 번에도 잘 부탁해."

"기다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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