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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5.07.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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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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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print

DUMMY

상아탑의 현자들. 마법사들의 세계를 달리 이르는 말이다. 예전에는 상아탑일나ㅡㄴ 말이 대학을 일컫는 말이었지만 최소한 지금은 그랬다.

무공은 혈연에 기댄다. 초능력은 우연과 개인의 재능에 기댄다. 그리고 마법사들은 집단적인 연구에 기댄다.

마법사들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연금술사나 마공학자, 혹은 흑마법사도 마법사라는 카테고리 안에 묶인다. 물론 연금술사에게 '마법사시네요'라는 말을 꺼낸다면 마법사와 연금술사에 대한 차이점에 대해서 삼십 분이고 사십 분이고 역설을 해대겠지만.

상아탑이라고 해서 진짜로 탑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성환이 이 자그마한 반도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어 다른 국가에서는 어떤지 모르지만,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는 그랬다. 예전 상아탑이라는 표현이 그랬듯이 비유적인 표현일 뿐이다. 몬스터가 판을 치고 아웃로들이 언제 테러를 저지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높은 탑을 지었다가는 일 년도 지나기 전에 반파되고 말 것이다.

마법사들은 이방인에 대한 경계가 꽤나 심하다. 헌터 무리에 섞여 있더라도 그런 경우가 잦다. 그렇기에 인기가 별로 좋지 않다. 다양한 마법과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들은 탐이 나지만, 툭하면 팀 내부에서 트러블을 일으키는 존재는 그 이상으로 암적인 존재가 되는 법이니까.

마법사들은 무도가들을 보고 '원숭이'라고 부른다. 초능력자는 돌연변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초능력자와 무도가들은 마법사들에게 경멸을 담아 이렇게 부른다.

꼰대들.

성환은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현재로서는 그 꼰대의 지식이 필요하다. 성환은 작은 마도잡화상점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잡지를 뒤지며 손톱을 깎던 남자가 뱉듯이 인사를 건냈다. 그녀는 모르겠지만 성환은 몇 번 안면이 있는 사이다. 올 때마다 저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다른 가게도 마찬가지 상황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없다. 언젠가 난동을 부리며 고객센터에도 찾아가 봤지만 고객센터 근무자라고는 달랑 한 명. 그마저도 무기한 휴가 중이었다.

"물건 좀 봐 줄 수 있나?"

잡지 너머로 눈이 슥 왔다가 다시 잡지로 돌아간다. 성환이 별로 돈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태도가 한층 더 무례해진다.

성환은 호주머니를 뒤져 눈송이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힐끔거리며 잡지 너머로 시선을 보내던 그가 그제서야 잡지를 탁자에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눈송이를 집어 살핀다.

"어디서 얻은 물건이지?"

"한림산."

"어떻게 얻은 거지?"

"설명하기는 힘든데."

"당장 매입하고 싶은데. 얼마면 되지?"

"팔려고 가져온 물건 아냐."

그녀가 탁자 아래를 뒤져 수표 한 장을 건낸다. 백지수표다. 성환은 수표를 받지 않고 그대로 건냈다.

"팔려고 가져온 물건 아니라니까."

"단언해두겠는데. 물건 자체가 엄청난 건 아냐. 내부에 잠재된 힘이 거대한 것도 아니고. 냉기라는 건 그다지 효율적인 힘이 아냐. 상성을 너무 타는데다 냉기를 다루는 마법사들이 그리 많지 않아. 그러니 파는 게 좋을 걸. 연구가치 때문에 매입하려는 거니까."

그는 말을 하며 코를 훌쩍였다. 성환이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할 때면 코를 훌쩍이는 버릇이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

성환은 눈송이를 집으려 손을 뻗었다. 탁. 하고 남자의 손이 성환의 손을 막는다.

"아니. 아니. 아니야. 내가 잘못 말했군. 그러니까.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운 물건이야. 물론 대단한 물건은 아니지만. 말해두겠는데 비싼 물건은 결코 아냐. 다만 연구가치가 생각보다 더 있어 보일 뿐이라는 거지. 아니, 아니. 상관없어. 그래. 뭘 바라는 거지?"

쉴 새 없이 말하면서도 시선은 전혀 눈송이에서 떼지 않은 채다. 바로 눈앞에서 세상 전체가 무너진다고 해도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정도의 모습이다.

'확실히. 대단한 물건이기는 한 모양이군.'

성환이 눈송이를 들고온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눈에 담겨 있는 힘을 끌어낼 방법이 없을지. 그리고 혹시 그 힘을 검에 쓸 수 있을지. 그럴 수 없다면 혹시 팔 수는 없을지. 만약 그렇다면 가치는 어느 정도일지.

사내의 반응을 보니 가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음. 이 눈송이를 검에 사용할 수 있을까?"

"안 될 소리! 아니, 아니야. 아마 불가능할 거야. 물론 확정할 수는 없지만. 그럴 수는 없어. 그래서는 안 돼. 만약 할 수 있다고 해도 높은 확률은 아닐 거야. 그래. 그다지 좋지 않아. 검의 수명도 장담할 수 없을 뿐더러."

그의 코가 쉴새 없이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런 좋은 연구대상을 검 따위에 박는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리라.

"요컨데 낮은 확률이라도 가능은 하다는 거지?"

"말하지만 엄청나게 낮은 확률이야."

킁킁거리며 그의 코가 다시 움직인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대체 뭐가 그렇게 특이한 거지? 이 눈송이가?"

".... 말해주면 뭐 있나?"

"말하는 것에 따라서. 혹시 모르지. 팔아 줄 생각이 들지도."

그의 눈이 번뜩인다.

"그 말. 정말이지?"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지."

"좋아. 첫째로 이 눈송이는 상온에서 녹고 있지 않아. 보존 마법이 걸려 있는 것도 아냐."

"냉기를 지속적으로 뿜고 있잖아."

"냉기를 뿜는다고 제 모습을 유지할수 있다는 법은 없지. 아무리 냉기를 뿜는다고 해도 마찰력이나 열을 통해서 깎이고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는 법. 그랬다간 금방 눈송이 형태가 아닌 얼음공 모양이 되고 말 걸."

"좀 신기하긴 하군."

"좀 신기하다니! 그런 표현 따위로! 아.. 아니. 네 말이 맞아. 그냥 좀 신기한 정도지. 그렇게 특이하지 않아. 하지만 신기한. 조금이지만 신기한 일이라고. 무슨 말인지 알지?"

성환은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상아탑은 이런 사람을 데스크에 세워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성향에도 불구하고 물건을 매입, 감정할 정도로 능력이 있다는 거겠지.

"어쨌든. 둘째로는 내부에서 뿜어지는 냉기가 있어. 그런데 이게. 구성하는 마법진이 보이질 않아. 보이지 않는다면 마법술식을 숨기는 K-89-I-64류의 처리라도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흔적이 보이지 않고."

"마법이 아니라는 거군. 그런데도 흥미가 생기나?"

"마법이 아니라고 해서 마나가 아닌 것은 아니니까. 논문 PK-88742IJ의 사례에서 보듯이 택티컬 오버히팅 시스템을 구성하려면..."

"전문용어는 몰라. 좀더 쉽게 설명해 달라고."

"이 이상 어떻게 더 쉽게! 설명하란! 말이야! 유치원생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고 있어!"

그는 성환의 말이 뭐가 그렇게 짜증났던지 쾅쾅거리며 책상을 두들겨 댔다. 씩씩대며 내뿜어나오는 콧김은 그의 분노가 진실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성환은 잠시 그가 지껄이는 유인원이니 덜떨어진 하등인류니 하는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내보냈다.

한동안 성체가 되지 못한 저능한 뇌는 적출해야 하니 마니 하는 소리를 듣다가 성환은 눈송이를 그의 손에서 빼앗아들었다.

"안 돼!"

그는 연인 빼앗기는 순간에야 지를수 있을 비명을 지르며 손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하지만 성환은 무인이다. 종잇밥 먹는 사람의 헛손질에 당할 리 없다.

"뭐. 이야기를 계속해 보자고."

성환은 눈송이를 품 안에 다시 밀어넣었다. 그제서야 그가 얌전해졌다. 눈은 성환의 품을 계속 바라봤지만 그로서는 눈송이를 성환에게서 빼앗아낼 힘이 없다.

"음. 내가 했던 말들 말인데. 진심은 아니야. 뭐랄까. 내가 가진 문제점이라고 할까. 어쩌면 실수. 아니, 다중인격장애를 내가 앓고 있거든... 가끔씩 내 내부에서 악마같은 녀석이 튀어나와. 내 진심은 아니야.... 그러니까..."

"이해해 달라고?"

"그래. 그거. 그거지."

그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고. 이걸 사용하면 마법무구는 만들 수 있나?"

"거의...."

"솔직하게 말해. 거짓말은 꽤 잘 뚫어본다고 스스로도 자부하니까."

사실 그의 코에 집중만 할 수 있다면 누구나 노련한 형사 행세를 할 수 있다.

"...가능해. 사실 검도 만들 수 있어. 물론 효율은 떨어지지만. 애초에 내공이란 건 순도 높은 마나야. 마찬가지로 순도가 높은 이런 물건과 파장이 잘 맞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마법무구로 만드는 게 훨씬 효용가치가 높을 거야. 가장 좋은 건 연구재료로 쓰는 거지만."

"그 외에 특이한 건?"

"놀랍도록 마나의 흐름이 안정되어 있다는 것 정도. 굉장히 순수하고 강력한 마나원을 가진 존재가 만든 물건인 것 같은데. 이런 물건은 나도 처음 봐."

"좋아. 수고했어. 감정료는 얼마지?"

돌아가려고 하는 성환의 모습에 남자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돌아가려고? 그냥? 차라도 한잔 하는 건 어때?"

"차에 뭘 탈 것 같으니까 됐어."

돌아서는 성환의 옷깃을 그가 붙잡았다.

"아니. 그러면 뭔가 다른 이야기라도 나눠 보자고. 그래. 어때? 요새 사냥은? 참 지루하지? 몬스터 사냥이란 거. 비슷비슷할 뿐이잖아. 그렇지?"

"그다지 관심 없어하는 것 같은데."

"아냐. 나 몬스터 사냥 엄청 좋아해. 아주 이야기하고 싶어. 그 지루함이 워낙 독보적이어서 말이야. 언젠가 연구 과제로도 삼고 싶을 정도야."

성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바라는 것을 얻을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태도다.

솔직히 좀 놀랐다. 그가 이렇게 흥미로워 하는 모습은 성환도 처음 봤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봐도 무덤덤한 모습으로 매입을 반복하던 사람이다.

'그래도 학자라는 건가.'

궁리(窮利)에 대한 탐색과 열정 때문이리라. 그만큼 성환이 가져온 물건이 독특하다는 말일 수도 있다.

"바라는 게 뭐야?"

"그 눈송이. 팔아라. 내 통장 다 털어 줄 테니까. 상아탑 이름으로 매입하면 분명 늙은이들 손에 떨어질 거야. 그럴 바에는 내가 매입해서 연구하고 싶어."

"얼마 있는데?"

어느 정도 가격이라면 성환도 팔 용의가 있다. 처음에는 팔 생각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다지 필요한 물건도 아니다. 설에게 받은 물건이라고는 하지만 그녀도 툭 하고 던져준 물건이다. 그러니 이렇게 바라는 열망이 강렬한 사람에게 파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오십만원 정도."

"절대 안 돼."

"잠깐! 정확히 말하면 오십만원을 넘어! 오십삼만 이천원 정도 될 거야."

성환은 주저 없이 문을 열었다. 딸랑거리는 방울소리 너머로 처절한 소리가 들려온다.

"오늘 점심으로 챙겨온 샌드위치도 챙겨줄게! 제바알!"

닫힌 문 너머로 절규가 들려온다. 어쨌건. 한동안은 눈송이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다.


- - -


"우리도 파티원 늘릴 때 되지 않았어?"

일국이 하나 남은 치킨 다리를 들고 가며 말했다. 은영이 동의했다.

"아무래도. 네 명으로는 적어. 공격대를 다니거나 할 경우를 대비해서 다섯 명 정도를 유지하고 싶은데. 우리 인지도도 인지도고. 좀 있으면 등급도 올라갈 테니까."

물론 현재 네 명이라는 인원은 적다. 개개인의 능력이 썩 괜찮은 편이기는 하지만, 결국 많은 인원이 있어야 전략이 많아진다. 네 명이 짤 수 있는 전략이 열 가지 정도라면 다섯 명이 되면 서른 가지는 된다. 그리고 더 인원이 많아지면 대형 던전의 보스도 노려볼 수 있게 된다.

"파티원이란 게. 구하고 싶다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성환의 반박에 은영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렇지. 우리 능력 정도 되는 사람이 파티 없는 게 이상하니까."

"혼자 입산수도하다 내려온 기인은 없을까?"

"그런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 세상이 세상이고. 능력자란 게 뚝 하고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일단 구인광고라도 내 놓자고. 면접 후 채용하는 방식으로. 이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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