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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브
작품등록일 :
2015.07.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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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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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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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the watcher

DUMMY

성환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판잣집이 죽 늘어서 있는 길이다. 원래도 생기가 도는 거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층 더 어둡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짐승 냄새가 전부다.

시체 냄새가 바람을 타고 흐른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코뿔소 모양의 몬스터 한 마리가 죽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다. 걸음을 옮기자 시체에 붙어 있는 파리떼가 왱 하고 날아오른다.

"꽤 괜찮지?"

은영이 활을 둘러메며 말했다. 시체 냄새에 기분이 나쁘지도 않는지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다. 그도 그럴만 했다. 파티원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었고 파티의 평가자체도 계속 올라가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의뢰를 수락하고 거절하는 전권이 은영의 손에 또다시 돌아왔다는 것도 그녀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있었다.

클랜 내부의 논의가 끝난 결과 의뢰수락권은 은영의 손으로 넘어갔다. 클랜장이 의뢰를 맡는 것이 좋겠다는 정론을 펼친 결과다. 호열은 결사반대를 외쳤지만 그가 가진 투표권은 하나뿐이었다.

"KSF의 의뢰라니. 수지 맞는 장사가 아니라고. 사냥개 놈들은 너무 뻣뻣해. 농담도 안 통하고."

"이번 의뢰 받아들이는데 몇 클랜이 달라붙었는지 알기나 해?"

은영이 이번에 받아들인 의뢰는 KSF의 의뢰였다. 폐허가 된 도시를 청소하는 일. 특이한 의뢰들만 골라 오는 것도 능력이다.

"그건 알 바 아니고. 의뢰 범위는 얼마나 돼?"

"반경 10km 정도."

성환은 주변을 둘러봤다. 부서지지 않은 판잣촌이 경사를 따라 꼬불꼬불 이어지고 있다. 길도 엉켜 있어서 구석구석 훑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다 돌려면 한참 걸리겠군."

이 주변에 인적이 없는 것은 며칠 전에 몬스터들에게 침공당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살 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침공당한 장소는 청소를 해야만 했다.

"간단한 청소 정도라면 KSF만 있어도 되는 것 아닙니까?"

사실 몇 주 동안 KSF가 이쪽 구역을 청소하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의뢰를 요청한 것이다.

"좋은 질문이야. 보통은 그렇겠지.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 처리해야 될 몬스터가 남아있단 말이지."

"몬스터 처리는 끝난 것 아닙니까?"

해진은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몬스터의 시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 몬스터야 다 죽였지. 평범한 몬스터들은."

언덕을 넘어서자 자그마한 텐트가 보인다. 낡고 여기저기 덧대어 누더기나 다름없는 텐트지만 모양만은 깔끔하게 세워져 있다 KSF가 주둔하고 있는 야영지다.

보초를 서고 있던 인원이 텐트 내부로 들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담당자가 밖으로 걸어나온다.

"김광환이라고 부르게."

고압적인 태도가 몸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사람이다. 키는 평범했지만 몸에 근육이 고르게 잘 붙어 있다. 전투모의 아래에서 간신히 보이는 눈이 일행을 빠르게 훑어본다.

"임무에 대해서는 잘 듣고 왔을 것이라고 판단해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지. 대원들과 조를 나누어 행동하게 될 것이니 담당자의 지시를 잘 따를 수 있도록."

조를 나누는 작업은 빠르게 이뤄젔다. 설이 이번 의뢰에 참여하지 않았기 떄문에 총 아홉 명이었다. 두 명씩 한 조로 다섯 팀이다.

성환이 혼자인 조로 배치됐다. 그보다. 임무에 대해서 자세히는 듣지 못했다. 은영에게 물어보려는 찰나 대원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방어구를 모두 착용한 채다.

"각 조마다 10명씩 인원을 배치해 주지. 간단한 정리 작업이 대부분일 테니 속도를 내도록."

손을 들어 임무가 뭔지 물어보려다 그만뒀다. 설명을 듣는다고 해도 좋은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 뻔하다. 헌터들이 다 그렇지 뭐. 따위의 말을 듣는 것은 절대 사양이다.

다섯 조는 구획을 나누어 흩어졌다. 철모를 눌러쓴 조장이 아무 말 없이 앞장을 서고 뒤를 따르는 형태다.

야영지를 벗어나 계속 걸어나갔다. 따로 대화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뉜 구역에 거의 도착하고 나서. 처음으로 조장이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김성환."

조장이 철모를 들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세하다. 몸이 바뀌고. 처음으로 있었던 KSF의 부대장이었던 사람. 다시 만나자고 했던 인사가 마지막이 될 줄 알았는데. 그도 아닌 모양이다.

"오랜만이군요. 부대장님."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세하도 반가운지 웃고 있다. 악수를 하고 가볍게 포옹을 끝냈다.

"이젠 부대장도 아니지. 보아하니 잘 나가는 모양이야?"

"꽤 법니다. 부대장님은 왜 이런 데까지 나와 계신 겁니까?"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세하가 여기에 있을 만한 곳은 아니다.

"뭐. 이 동네가 앞뒤 없이 돌아가는 게 하루 이틀 일이냐."

세하가 킥킥 웃는다. 성환의 머리에 잘 됐다는 생각이 스친다. 세하에게 묻는다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줄 테니까. 낯이 좀 팔리기는 하지만. 그 쯤이야.

"그보다. 임무란 건 무슨 일입니까?"

"뭐? 안 듣고 왔냐? 청소잖아."

"그게... 사실은 못 듣고 왔거든요."

"헌터 놈들이 다 그렇지. 물 빠진 지 얼마나 됐다고."

톡 쏘는 말이지만 악의는 담겨 있지 않다. 성환은 머리를 긁었다.

"두 번 말 안해 줄 테니까 잘 들어. 임무는 청소고, 헌터. 그러니까 너희를 부른 이유는 몬스터 떄문이야."

"몬스터는 다 죽은 거 아닙니까?"

대규모의 전투가 이 지역에서 벌어졌다고 알고 있다. 섬멸 작업도 이미 끝났다고 했고.

"몬스터 사냥이야 끝났지. 아.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 보이는 놈들은 다 죽었어."

"그럼 뭐가 문젭니까? 몬스터 없고. 불법 거주지는 다 철거됐고. 몬스터 시체들은 치우면 되고."

"네 말 대로다. 시체들이 문제지."

세하가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들며 말했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나자 회색빛 연기가 공기 중에 흩어진다.

"좀비(zombie)가 돼서 움직이고 있으니까."

"좀비 말입니까."

좀비는 움직이는 사체다. 특별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정지한 생체의 몸을 파먹고 똬리를 트는 것이다. 병원균이 자리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는다면 속도가 느리고 지능도 거의 없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 어느 정도의 지능도 가지게 되고 운동능력도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예전부터 있던 질병은 아니었다. 문이 열린 후에 넘어온 병원체다. 주변의 마나를 숙주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숙주의 산패를 막고 에너지를 공급한다고 했다.

"그래. 몇 놈 정도야 화력으로 제압할 수 있는데. 몬스터 시체가 일어나는 건 대책이 없지. 최초의 전파자도 죽여야 하고. 벌써 죽어 있는 몸이니 죽인다는 표현은 잘못됐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돌을 치워내자 야트막한 거리가 보인다. 길 중간에 방황하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좀비 한 마리가 보인다. 세하가 단검을 던져 좀비의 머리를 꿰뚫는다. 훌륭한 솜씨다.

"며칠 간은 이 멤버로 움직여야 될 거야. 이름은 서로 알 필요 없겠지. 그냥 잘 지내 보라고. 얘도 KSF 대원이었으니까."

성환은 반갑다는 의미로 손을 흔들었지만 다른 대원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다.

"뭐. 너도 알잖냐. 헌터들 KSF한테 대우 안 좋은 거."


- - -


짐을 완전히 다 풀고 나서 본격적인 사냥이 시작됐다.

좀비들은 그리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감염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숫자가 꽤나 많은 것으로 봐서는 도망가지 못한 주민 전원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적절한 백신이나 구조반이 왔다면 충분히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탕!

세하의 총구가 불을 뿜는다. 한 발에 한 마리씩 짚단 쓰러지듯 쓰러진다.

"몬스터 시체는 적어서 좋구만."

복잡하게 꺾인 길이다 보니 몬스터가 많이 들어오지 못한 모양이다. 집집마다 수색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만 하다.

배당된 범위는 반영 1km 가량이다. 세 시간을 돌자 만족할 만큼의 집은 돌아다닐 수 있었다. 배당된 범위의 1/10 정도다. 바짝 페이스를 올린다면 사흘이나 나흘 정도면 끝날 양이다.

"확실히 기댈 만한 헌터가 있단 건 좋군. 그 전까지는 지지부진 했었는데."

"헌터는 안 믿으시는 줄 알았는데요."

"너는 KSF잖아."

"그만둔 지 꽤 됐습니다."

"한번 KSF는 영원한 KSF지."

세하는 판잣집 중에 높은 건물 위에 올라서서 주변을 훑었다. 성환도 판잣집 위로 올라섰다. 태양이 지고 있다.

"여기까지 하지."

"더 안 합니까?"

"해 지고 있잖아. 게다가. 방금 들어온 너랑 다르게 이쪽은 몇날 며칠을 청소하고 있다고. 정 하고 싶으면 혼자 좀비 잡으러 가던가."

세하는 가방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일행이 꺠끗한 집 하나를 찾았다. 대충 청소를 끝내고 창을 판자로 덧대 막자 쓸만한 은신처가 된다.

그 이후로도 탄탄대로였다. 세하가 빠르게 불침번을 짰다. 첫 순번은 성환과 세하다. 나름대로 편하라고 배려를 해 준 모양이다. 인원 전체가 잠에 들고 세하와 성환은 문 앞쪽에 몸을 숨겼다.

성환은 그다지 졸리지 않았다. 그건 세하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그래. 칼은 총보다는 쓸만 하냐?"

"뭐. 쓸만 합니다. 돈벌이도 총보다 훨씬 많이 되고."

"그래."

"부대장님은 왜 여기 계신 겁니까?"

세하가 여기 있는 것은 확실히 부자연스럽다. 나이도 나이거니와 경력 자체도 이런 일선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

"뭐. 위에서 시키는 일이 있었거든."

"무슨 일 말입니까."

세하는 대답하는 대신 침묵을 지켰다.

"저한테는 말 하기 복잡한 일입니까?"

대화가 다시 끊겼다. 성환은 세하의 대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기다리자 세하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니. 너한테 이야기해야 되는 일이다."

"네?"

"말대로. 너랑 관련된 일이거든. 내가 여기 온 이유도 그것 때문이고."

성환은 머리를 굴렸다. KSF에 관련해서 잘못한 일이 없다. 복잡한 일을 벌이지도 않았고 불법적인 일을 벌이지도 않았다. KSF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이라고는 우연히 능력을 얻어 헌터가 됐다는 것 정도다.

"나는 내 대원들을 믿는다. 신뢰가 없으면 등 뒤를 맡길 수 없지. 임무도 맡길 수 없고. 대원들이었던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나는 너를 신뢰한다."

성환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나는 국가를 수호하는 사람이다. 윗선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최우선이지. 불합리해 보이거나 내 의지에 반하는 일이라도 할 수 밖에 없는 순간들이 있다."

세하는 말을 멈추고 숨을 길게 들이쉬었다.

"내가 너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너에게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너와 가까웠던 KSF 인원중 내가 차출되어 나온 거지."

"의심스러운 정황이라뇨?"

"위쪽 선에서는 네가 아웃로(outlaw)와 관계되는 인원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더군."

빠득. 성환은 이를 갈아붙였다.

"절대 아닙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네게 말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고."

"다른 의심이라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아웃로라니. 불쾌합니다."

"상당히 싫어하는 모양이군."

그들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증오다. 성환은 대답 대신 고개를 까딱였다.

"알겠다. 그대로 보고하도록 하지."

세하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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