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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브
작품등록일 :
2015.07.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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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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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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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DUMMY

성환은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이전에도 타오르다 포기했던, 깨달음의 벽을.

결국 내공은 언젠가는 생겨날 것이다. 결국 그릇이 차오르기 마련이라면 다시 이전의 자리까지 올라가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 이후.

그 그릇을 사용하는 자신의 능력이 문제다.

그가 이전에 올랐던 경지는 신검합일 직전까지의 경지였다. 그것만으로도 손가락에 꼽히는 강자가 될 수 있었다. 최강이라는 칭호도 자신의 것이 되었으니까. 물론 자력으로 얻은 것은 아니었지만.

성환은 다시 검을 휘둘렀다. 단순한 동작만으로는 벽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다. 하지만 계속 기계처럼 동작을 반복한다. 그가 아는 것은 그것 뿐이기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숨을 고른다.

그의 검이 유려한 곡선을 만들어 나간다. 동시에 내공이 타오르듯 검에서 뿜어져 나온다. 검기가 성환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다. 무기 밖으로 뿜어져 나올 정도의 검기. 무수한 무도인들이 오르고 싶어하는 경지이지만 성환의 눈에는 차지 않는다.

'도움받을 곳이 있다면 좋겠는데.'

문제는 그런 강자를 만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데 있다.

오르다 보면 언젠가는 만나게 될 테지만. 더 빨리 강해지고 싶다.

성환의 검의 움직임이 더욱 격해진다. 빨라졌다 느려졌다를 반복하는 검춤 속에서 검기가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릇의 크기 문제가 아니다. 성환은 마지막 동작을 끝내고 짜증을 내뱉듯 검을 팽개쳤다.

한 경지에 십 년 가까운 시간을 머무르면 자괴감이 생기지 않을래야 생길 수 밖에 없다.

성환은 검을 들어 검집에 집어넣었다. 땀을 수건으로 간단하게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었다.

휴대폰을 확인하자 부재중 전화가 몇십 통이 와 있다. 은영의 전화다.

성환은 전화를 걸었다. 송신음이 한 번 울리기도 전에 연결이 된다.

[호열이가 끌려갔어!]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은영의 목소리에 성환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 - -


성환은 고급스러운 모양의 한옥 집 앞에 서 있었다. 거대한 규모다. 적당하게 낮은 담장 덕분에 뜰이 보인다. 다양한 모양의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성환이 나무를 보는 눈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한 눈으로 봐도 나 비싸오. 하는 자태를 온 몸으로 보이는 나무들이다. 몬스터들의 생성 이후 한옥과 같은 전통양식의 집은 부유함의 상징이 됐다.

"대체 여기는 왜 오라고 한 거야? 호열이가 납치됐다는 건 무슨 소리고?"

성환은 검까지 챙겨 왔다. 무슨 불상사가 생겼는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은영도 마찬가지로 활과 화살을 챙겨 왔다. 보호구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야기하자면 길어.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자고."

"어디?"

"여기지 어디긴 어디야."

"여기가 어딘데."

은영은 초인종을 누르며 대답했다.

"호열이 집."

[누구십니까.]

초인종 너머에서 사무적인 딱딱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호열이 여기 있죠?"

[도련님이 여기 있기는 하십니다만.]

도련님이라는 소리에 성환이 피식 웃는다. 호열의 모습과 도련님이라는 호칭이 어울리지 않는 탓이다. 커다란 덩치에 도련님이라니. 형님이나 아저씨라면 모를까.

"아. 그래요? 문 좀 열어 주시겠어요?

[회장님의 별도 지시 없이는 문을 열어드릴 수 없습니다.]

인터폰이 뚝 하고 끊겼다. 은영의 이마가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뭐. 괜찮아. 여기까지는 지난 번이랑 똑같으니까."

은영의 말로 보면 지난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 보다.

"이번에는 일이 조금 더 편해지겠어. 네가 있으니까."

"뭘 하면 되는데?"

"이 짜증나는 문짝. 날려버려."

"뭐?"

[혹시 은영 님이십니까. 지난 번에 찾아오셨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지. 혹은 더 할 이야기가 있는지 다시 인터폰이 켜진다.

"아. 저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나 보네요."

[알겠습니다. 문을 열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말과 동시에 문이 열린다.

"대체 예전에 무슨 짓을 저질렀던 거야?"

"별 일 없었어. 문 하나 부수고, 개 몇 마리 불구로 만들고, 기물파손도 조금 하고, 나무도 몇 그루 태우고, 또..."

은영의 대답이 줄줄히 이어지는 동안 성환은 발을 안으로 디뎠다. 안으로 들어서자 돌로 수놓아진 길이 길게 이어져 있다. 넓은 마당의 풀들은 잘 관리되고 있고 소나무 향기가 기분 좋게 바람에 실려온다. 정원사가 고생 좀 하겠군.

"....기왓장도 몇 장 기념으로 들고왔지. 괜찮아. 사람은 안 죽었으니까."

조잘거리는 은영의 말이 끝나갈 무렵 검은 정장을 말끔하게 갖춰입은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건낸다. 인터폰에서 흘러나왔던 목소리의 주인이다..

성환은 저도 모르게 남자를 살폈다. 안정된 발걸음과 잘 다져진 체구. 그리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기세. 보통 가정집에 있을 수준의 사람이 아니다. 애초에 집의 크기부터가 보통 가정집이 아니기는 하지만.

"어서 오십시오. 옆에 계신 분은 누구신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같은 동료. 김성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호열이는 어디 있죠?"

"지금 수련장에서 회장님과 대화를 나누고 계십니다. 연락 드렸더니 모셔 오라는 분부가 내려왔습니다."

남자가 둘을 안내해 움직였다. 한참 걷자 꽤 커다란 크기의 한옥이 눈에 보인다.

"여기입니다. 부디 이전과 같은 불상사는 없도록 도와 주십시오."

말을 마친 남자가 인사를 건내고 다시 사라졌다.

은영이 문을 왈칵 열어젖혔다. 나무문이 탕 소리가 나며 열린다. 안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호열과 호열을 내려다보며 설교를 하는 있는 남자가 보인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오랜만이네요."

"또 보게 되는군."

"안녕하십니까. 김성환이라고 합니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호열이 데리러 왔어요. 마음대로 남의 파티원 데려 가시면 안 되죠."

"아버지로서 아들이 멍청한 짓 하는 걸 말릴 뿐이야. 아가씨도 그런 험한 일 그만두고 괜찮은 남편감이나 찾아 보는 게 좋아. 찾는다면 몇 소개정도는 시켜 줄 용의가 있네. 호열이는 안 되겠지만."

"아직까지도 19세기에 살고 계시네요. 그리고, 저런 무식이 따위가 제 눈에 찰 리가 없잖아요."

지직대며 둘의 눈이 맞부딪힌다.

"그보다 설명부터 좀 들을 수 있을까요?"

보아하니 멀쩡한 대화가 나올 것 같지 않아 성환이 끼어들었다. 그제야 다른 보는 사람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는지 헛기침을 한 남자가 자세를 가다듬었다.

"소개가 늦었군. 정재인이라네. 부족한 아들의 아버지 되는 사람이지. 아들이 가업을 이을 나이가 지나서 데려온 것 뿐이라네."

재인은 호열과 비슷한 덩치였다. 근육량이나 몸의 밸런스도 나무랄 데가 없다. 그리고 정돈되고 말끔한 기세. 헌터의 것은 아니다. 피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가업으로는 유도를 하고 있지. 내 입으로 말 하기는 그렇지만 문하생도 꽤 있는 편이지."

"그렇군요."

무도인이었나. 성환이 순순히 납득했다.

현재의 무도의 입지는 예전보다 높아져 있었다. 태권도, 유도, 검도와 같은 무술들은 더욱 실전무술에 가까워지고 내공의 체계를 받아들여 더욱 강해졌다.

물론 헌터들에 비해 덜 실전지향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헌터로 전향하는 무도인 가운데에도 꽤나 높은 성취를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 무도로서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은 무시할 게 못 된다는 뜻이다.

'그래 봤자 겉치레지만.'

성환은 가볍게 생각하며 재인의 말을 들었다.

"이 녀석이 겉멋만 들어서는 헌터 하겠다고 뛰쳐 나갔지. 뭐, 처음에는 괜찮다고 생각했어. 실전도 도움이 되는 법이니까. 처음 몇 년간은 괜찮았어. 일취월장은 아니더라도 눈에 찰 정도는 강해졌으니까. 그런데 요새는 제자리 걸음이더군. 더 성장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 데려 왔을 뿐이야."

"아니라고요. 요새 더 강해졌다고요."

뒤에서 호열이 웅얼거린다. 몸에 잔뜩 들어있는 멍과 더럽혀진 옷으로 봐서는 한참을 얻어 터진 모양이다.

"그런 놈이 늙은 아버지 하나 못 이기냐? 그래서 언제 무도관 물려받을래?"

"물려받을 생각 없다니까요. 아버지 제자들 중에 잘 나가는 사람 많잖아요. 그 사람 중에 한 명 데려다... 아! 아아! 귀는 잡아당기지 마세요!"

"어이고. 이런 놈을 자식이라고."

재인의 가벼운 한탄에 호열이 입을 비죽 내민다.

"이번에는 양보할 생각 없네. 지난 번에야 워낙 난장판을 쳐 대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지켜보겠다고 했지만."

"강해졌다면 되는 거 아닌가요? 보아하니 제대로 붙으면 호열이가 아저씨한테 질 리가 없는데."

은영의 도발에 재인의 눈썹이 크게 요동친다.

"절대 그럴 일 없네. 헌터들 따위랑 부대껴 산 놈이 무슨 수로 나를 이기겠나."

재인의 도발에 이번에는 은영의 입에서 헛웃음이 튀어나온다.

"헌터들 따위라고요? 온실 화초같은 유도 따위가 실전을 따라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저 지능 없는 몬스터 몇 때려잡는다고 제 강한 줄 아는 놈들이 무도에 대해 뭘 알겠나. 그냥 우물 안 개구리들이지."

"무도는 무도일 뿐이죠."

성환이 한 말을 거들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든 상관하지 않으려 했지만 역시나 무시받는 말에는 나설 수 밖에 없다.

"기도가 꽤 괜찮아 마음에 드나 싶었는데. 자네도 똑같군."

"거짓말을 못 하는 것 뿐이죠."

호열이 응원하는 눈빛을 보낸다. 어떻게든 해 달라는 표정이다. 그의 요청이 없더라도 이런 도발에 넘어갈 생각은 전혀 없다.

"싫으시면, 한 번 해 보시겠습니까?"

성환이 검을 달싹 들었다 꽂는다. 작은 헛웃음에서 시작된 재열의 웃음이 점점 커지더니 종래에 뚝 멎는다.

"어처구니가 없군."

"검이 무서우시면 맨손으로 해 드리죠."

"자신감과 만용을 구별할 줄 모르는군."

성환은 멀찍히 재열에게서 멀어져 검을 검집째로 꺼내들었다. 재열의 눈이 가라앉는다.

"정말 해 볼 생각이군."

"이길 상대를 피하며 갈 필요는 없잖습니까."

재열이 낮게 자세를 잡는다. 동시에 기세가 폭발하듯 피어오른다.

'여전히 이 분위기는 적응되지 않는군.'

무도인들의 기세는 잘 정제되어 내부에 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싸움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는 상대의 역량을 예측하기가 힘들다.

도발로 언뜻 실력을 가늠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알아챘다. 기세가 피어오르자 생각이 더욱 굳혀진다.

'하지만, 질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

그가 지금까지 상대해온 모든 무도인이 그랬다. 애초에 그에게 패배를 선사한 사람이 손에 꼽힐 정도기도 했지만.

검을 뽑을 필요도 없다. 성환은 검집에 검을 고정하고는 검을 좌우로 흔들어 몸을 풀었다.

"몸 풀 시간 필요하십니까?"

"자식 놈 교육 시키느라 몸은 풀 만큼 풀었지."

"그럼 당장 시작해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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