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life after death)
세상 최고의 해결사. 무적의 헌터. 불세출의 천재. 검의 극의. 무적의 검사.
태한에게 따라붙는 수많은 칭호 가운데 일부다. 그다지 부끄럽지 않았다. 자신에게 과분하다 생각하면 부끄러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까. 가끔은 유치하다는 생각이 스치기는 했지만.
2015년, 세상에 이유모를 괴수들이 나타난 이후 인류는 멸망 직전까지 몰렸다. 그리고 괴물들을 잡는 것을 생업으로 잡는 헌터들이 생겨났다.
아직까지도 인류는 괴물들과 싸우고 있었다. 거의 세 세대에 걸친 전투. 그리고 그 최전선에 있는 것이 자신의 가문이었다. 그리고 그 선봉에서도 최전선, 최고봉에 서 있는 것이 자신이다. 실적, 실력, 능력, 인맥, 인지도, 벌어들이는 수익. 모든 면에서 태한은 최고였다.
타고난 재능과 노력이 맺어낸 결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명성과 부가 그를 따라다녔다.
우득.
그의 왼팔이 부서져 내렸다. 왼손이 부서지는 것은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신은 오른손잡이니까. 하지만 검을 쥐어야 할 오른팔도 왼팔보다 나은 상태는 아니다.
그는 오늘 자신이 처음 전투에 뛰어든 이래 가장 많은 적들을 베어넘겼다. 어제와 그제도 오늘과 비슷했다. 몸이 한계에 달한 지는 며칠째였고 수면을 취하지 못한 지도 오래되었다.
살아남은 사람이 있는 지를 확인하지도 못했다. 아니, 사실 딱히 확인할 필요도 없다. 자신이 이 모양이면 모두 죽었을 것이다.
와득!
오른쪽 어깨가 견디지 못하고 부서져 내렸다. 축 늘어진 두 어깨. 그리고 더 움직이지 않는 다리. 병든 양을 물어뜯듯 달려드는 괴물들의 무리.
담배 한 대가 절실하다. 수분공급을 할 시간조차 거의 나지 않은 전투였다. 담배를 피울 시간이 났을 리가 없다.
‘뭐, 시간이 있어도 양 손이 이 모양이어선 무리인가.’
그것이 그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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