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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브
작품등록일 :
2015.07.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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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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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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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snow-2

DUMMY

다음 날은 좀 더 나았다. 물론 전날보다 나았을 뿐 우중충한 하늘과 쏟아붓듯 내리는 눈발과 온 몸을 날려버릴듯 불어대는 바람은 그대로다.

"쓸 만한 곳 없어?"

성환이 물었다. 뒤에 매달린 썰매가 지속적으로 체력을 갉아먹고 있다. 베이스캠프로 쓸 만한 장소가 주변에 없는 탓에 계속 끌고 다녀야만 했다.

일국의 체력이 워낙 약한 탓에 일국의 썰매를 셋이 바꿔가며 끌어야 하기까지 했다. 썰매가 계속해서 돌이나 바위에 걸리기까지 한다.

"동굴이다!"

은영의 외침에 성환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흰 눈발 사이로 언뜻 꽤 큰 크기의 동굴이 보인다.

일행은 날듯이 동굴로 들어섰다. 입구가 작고 내부가 넓은 모양의 동굴이다.

"하. 죽을 뻔 했네."

호열이 고글을 벗으며 말했다. 은영은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짐승의 흔적이나 위험한 것이 있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은영이 버려진 동굴이 맞다는 확인을 내리자마자 짐을 풀어놓았다. 동상이 있는지도 꼼꼼하게 확인했다. 다행히 동상자는 없었다. 호열이 가볍게 재채기를 몇 번 하긴 했지만.

짐을 동굴에 박아넣고 나니 확실히 몸이 가볍다.

"언제쯤 집에 갈 수 있으려나."

호열이 가볍게 재채기를 했다.

"벌써부터 죽는 소리 하면 어떡하냐. 이제부터가 진짠데."


- - -


추적은 대체적으로 지리했지만 눈이 멈추는 날이면 꽤 진전이 있었다. 햇살이 먹구름을 뚫고 조금이라도 내리쬐면 더 좋았다.

극한의 환경이지만 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있었다. 전신에 긴 털이 있는 거대한 몬스터인 예티에서부터 작고 조심성많은 여우 종류까지. 물론 타겟이 아닌 탓에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엿새째 되던 날 처음으로 산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을 발견했다. 베이스캠프에서 몇 키로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베이스캠프에서 그리 머지 않은 곳에서 발자국이 발견된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멀리까지 정찰을 나가야 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 대신 발자국을 추적하고 함정을 설치했다

함정을 본격적으로 설치하고 나서 며칠 뒤에, 처음으로 함정에 걸려든 흔적이 남아있었다.

덫 형식의 함정을 놓아둔 곳에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다. 그리고 탈출했는지 점점히 흘려진 핏자국과 산양의 발지국.

"이제 추적만 하면 되겠군."

이번에는 딱히 길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그렇기에 성환이 앞장을 섰다. 비탈을 왔다갔다 움직이고 절벽에 가까운 길을 몇 번이나 오르내리고 나자 한 무리의 산양 떼가 시야에 들어온다.

"됐어."

한 떼의 산양이 뭉쳐 움직이고 있다. 한 마리의 발목에서 피가 엉겨붙어 딱지가 져 있다.

"저 녀석이군."

압도적인 존재감을 내뿜는 산양 한 마리가 무리의 선두에 있었다. 우아하면서 고른 걸음걸이와 정돈되고 고른 털길이. 그리고 압도적인 위압감.

"엄청나군."

마나량을 가볍게 체크한 성환이 입을 열었다. 4급 가량의 바람을 부린다고 했던가.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어떻게 잡을 거지?"

성환이 의견을 물었다. 일반적인 몬스터와는 다르다. 산양이라면 공격을 했을 때에 맞받아 달려드는 대신 도망칠 확률이 훨씬 높다.

"뭔가 방법 없나?"

일행 전체가 긴 침묵에 잠겼다. 추격에는 꽤 공을 들였지만 막상 잡을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화살 한 방으로 안 돼?"

"저 녀석 모습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

무시무시한 존재감이다. 저 정도라면 은영의 화살 정도는 날아오는 순간에 알아채고 막아낼 확률이 농후하다.

"일단 그냥 들이받고 볼까?"

"도망치면 그 뒤가 훨씬 까다로워져. 다시 추적할 자신 있어? 발 엄청 빠를 텐데?"

"아니."

성환은 주의 깊게 산양 떼를 살폈다. 타겟인 산양이 다리를 다친 산양의 발을 연신 핥는다. 발을 다그락거리며 움직이는 것을 봐서는 꽤나 화가 나 있는 모양이다.

"주변 산양을 사냥하면 우리를 쫓아오지 않을까?"

"뭐?"

"그렇잖아. 지금 녀석이 하는 움직임으로 봐서는 같은 무리를 끔찍히 아끼는 것 같아. 그러면 녀석들을 무차별적으로 건드리면, 알아서 우리에게 달려들 거라는 이야기지."

"도망치면 어떡하려고."

당연한 반박이 나온다. 이대로 녀석이 도망가 버리면 그대로 의뢰는 끝이다. 착수금 정도는 받을 수 있겠지만. 고생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금액일 것이다.

"이것보다 더 나은 방법 있어?"

성환의 반박에 다시 침묵이 내리앉는다. 딱히 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 딱히 죽치고 앉아 있는다고 다른 방법이 나올 것 같지도 않고. 도박 한번 해 보자고. 실패하더라도 산양 가죽 몇 장은 챙길 수 있겠지."

은영이 활시위에 활을 매겼다.

"몇 놈 정도 건드리면 되냐?"

"되도록 많이."

쐐액!

성환의 대답에 은영의 화살이 날아가 산양들의 몸에 박혔다. 꽤액거리는 산양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은영은 침착하게 화살을 계속 쐈다. 한 발에 한 마리씩 여지없이 바닥에 쓰러진다.

"도박이 적중한 모양이야."

엄청난 속도로 산양 한 마리가 은영에게 달려오고 있다. 저돌적으로 머리를 내밀고 위협적인 소리를 꽥꽥 내지른다.

쾅!

호열이 온 몸을 던져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호열이 산양의 뿔에 받쳐 이삼 미터는 훌쩍 날아갔다. 산양은 호열처럼 나동그라지는 대신 콧김을 씩씩 내뿜으며 다시 달려들었다.

은영은 이미 뒤로 도망치고 있었다. 저런 공격에 한 번 받쳤다가는 그대로 전투 이탈이다. 계속 움직이면서도 화살을 날려 산양들을 쏘아 맞추고 있다.

은영이 도발하듯 화살을 산양의 뿔에 맞췄다. 챙그랑 소리가 나며 바닥에 툭 떨어진다. 산양의 몸이 떨리며 거대한 마나가 움직인다.

"막아!"

성환이 달려들어 산양의 목을 내리쳤지만 가볍게 튕겨냈다. 절대적인 마나의 격차 때문에 검이 쉽게 박혀들지 않는 것이다.

산양의 뿔이 성환의 허리춤에 박혀들었다. 성환은 검면으로 뿔을 막아냈다. 여유 있게 막아내기는 했지만 몸이 날아가는 것까지 막아내지는 못했다. 사람만한 덩치인데도 무식할 정도의 근력이다.

성환이 날아가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바람이 산양의 몸을 중심으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주변에 쌓인 눈은 물론이고 돌과 반쯤 썩어버린 나무들까지 폭풍에 휩쓸린 듯 뒤로 날아갔다.

성환은 몸을 바닥에 바싹 붙였다. 바람이 닿는 면적을 최소화했음에도 계속해서 몸이 조금씩 밀려난다.

카득!

바닥에 검을 박아넣자 조금 버틸만해졌다. 성환은 상황을 살폈다. 은영은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오히려 바람을 등지고 거리를 벌렸다. 호열은 일국을 끌어안다시피 한 채로 벽에 몸을 붙인 상태로 버티고 있었다.

돌과 모랫바람에 상처가 여기저기 나기는 했지만 썩 상황이 괜찮다. 몰아치던 바람이 서서히 멎었다. 성환은 박힌 검을 뽑아들고 산양에게 달려들었다.

산양은 짜증난다는 듯이 뿔을 들어 성환의 검을 막아냈다. 머리를 이리저리 비틀어 성환의 검로를 막아내며 몸을 들이밀었다.

성환의 몸이 줄줄 밀려났다. 내공을 돌려 버텨보려 했지만 힘의 차이에 산양의 마나까지 더해지자 버틸 수가 없다.

성환의 몸이 줄줄 밀려나며 순식간에 벽까지 몰렸다. 이제는 밀리는 것이 아니라 숫제 짜부라지는 상황이다. 옆으로 몸을 틀려고 해도 녀석은 한 발 앞서 몸을 이리저리 틀며 계속 성환의 몸을 밀어냈다. 허리뼈가 위험한 소리를 내지른다.

콰득!

호열의 도끼가 산양의 허리춤에 떨어졌다. 겨우 되튕겨나오는 것을 면한 정도였지만 산양의 몸을 주춤거리게 만드는 데는 충분했다.

성환은 겨우 몸을 빼내고서는 다시 달려들었다. 주변에 있던 산양 무리가 도망친지는 꽤 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녀석이 도망치는 선택을 한다면 그대로 끝이다.

성환을 포기한 산양은 다시 호열에게 달려들었다. 전력으로 내리꽂아 어정쩡한 자세였던 호열이 방비하기도 전에 산양의 뿔이 호열의 몸통에 정통으로 꽂힌다.

와드득!

뼈가 단체로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호열의 입에서 피가 튄다. 일국이 달려들어 호열의 몸에 손을 가져다 댄다.

"치료하는데 얼마나 걸려?"

"얼마 안 걸려! 이삼십 초면 충분하다!"

성환은 산양의 시선을 계속 끌었다. 힘으로도 밀리고 마나량으로도 밀린다. 초식을 전개할 만한 틈새조차 나지 않는다. 순식간에 성환은 수십 발자국을 물러섰다.

"내가 돌아왔다!"

호열이 피 섞인 침을 퉤 뱉고는 일어섰다. 은영의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을 보아하니 높은 지대에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지원사격 얼마나 가능해?"

[화살 다 바닥날 때까지! 죽여주는 자리를 잡았다고!]

산양이 다시 발을 구르며 마나를 기동하기 시작했다. 녀석의 몸에 여기저기 생채기를 내고 치명적일 수도 있는 상처도 몇 안겼지만 그게 전부다.

휘오오!

산양의 몸을 중심으로 다시 거대한 폭풍이 몰아쳤다. 은영의 지원사격이 뚝 끊겼다. 이렇게 강한 바람이어서야 화살이 아닌 총알이라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환은 검을 바닥에 박고 버텼다. 눈을 위로 올리자 산양이 다시 마나를 모으고 있었다. 이번의 폭풍이나 그전번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이.

이번의 바람은 시간벌이였던 것이다. 성환은 몸을 틀어 녀석을 저지하려고 했지만 바람 때문에 밀려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전부다.

바람이 끝나자마자 거대한 폭풍이 주변을 쓸어넘겼다. 거대한 토네이도가 성환과 호열의 몸을 종잇장처럼 들어올렸다.

성환은 바닥에 박힌 검에 더 힘을 줬다. 쓸려오르면 생사를 보장할 수 없다.

[녀석이 도망친다!]

귓가로 은영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온다. 목을 힘겹게 틀어올리자 녀석이 도망치려는 듯이 뒤를 돌고 있다.

"막아!"

성환은 한 손은 틀어 산양의 뒷다리를 붙잡았다. 발길질이 성환의 안면에 날아든다. 손을 이리저리 틀어 녀석의 발길질을 견뎌냈다.

산양은 성환을 떨쳐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는지 성환은 매단 채로 달려나갔다. 성환의 몸이 흔들리며 질질 끌려나간다.

흙먼지가 성환의 몸에 날아든다. 다행인 것은 고글을 아직까지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벌써 일행과는 멀찍히 떨어져 버렸다.

[어떡할거야? 놓고 포기할 거야?]

성환이 손을 놓는다면 그대로 의뢰 실패다.

"아니. 그대로 간다. 따라와줘. 어떻게든 잡아 놓을 테니까."

[괜찮겠어?]

"모르지. 바쁘니까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성환은 바닥에 발을 가져다 댔다. 지직거리며 밑창이 바닥에 온통 쓸려나간다. 다리에 한 순간에 힘을 주자 몸이 튕겨져 오른다.

탁!

아슬아슬하게 산양의 등 뒤에 성환의 몸이 올라탔다.

예전에 승마를 배운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산양의 등에는 안장도 없었고, 주행로도 이런 산길이 아니었다.

산양은 등에 올라탄 적을 떨쳐내려 안간힘을 썼다.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경사가 높은 길을 오르고 몸을 뒤흔드는 식이다.

공격을 하려고 검을 들면 그대로 되튕겨나갈 수준의 발악이다. 그저 녀석의 뿔을 붙잡고 버티는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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