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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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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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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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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blueprint-2

DUMMY

딱히 이의는 없었다. 결국 간단한 면접과 실력평가를 하는 것으로 새 인원을 충당하기로 했다. 은영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으면 될 것이다. 일단 파티장이기도 하고. 평소대로의 깐깐함이라면 하자가 있는 사람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새 파티원을 구했다는 연락이 온 것은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인원모집 공고를 올리자마자 연락이 왔는데. 너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왔다는 것이다. 능력도 꽤 있고. 성격도 모나지 않았다고 했다. 파티원으로서는 결격 사유가 전혀 없다.

"그런 사람이 왜 우리랑 일하려고 하는 걸까."

"요새 우리가 주가가 좀 많이 올랐잖아. 게다가 헌터가 된 지 한 달도 안 된 루키라고 하더라고."

성환의 중얼거림에 일국이 대답했다.

"흠."

그다지 만족스러운 대답은 아니다.

"그냥 가볍게 생각해. 어짜피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거고. 부족하다 싶으면 내치면 되는 거 아냐?"

"그도 그렇지만..."

"아. 저기 오네. 여기야!"

일국이 손을 흔들었다. 성환은 고개를 들었다. 신경썼는지 말끔한 차림의 은영이 멀리서 보였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걸어오는 정장 차림의 젊은 남자.

"아. 그래. 여기가 우리 파티원들. 왼쪽부터 성환. 호열. 그리고 일국 할아버지. 이쪽은 새로 들어온 파티원. 해진. 앞으로 잘 지내 보자고."

해진이라고 소개받은 남자가 끔뻑 고개를 숙였다. 바른 걸음걸이와 시원한 미소. 누구라도 마음에 들 만큼 정돈되고 예의바른 행동거지다. 일국도 호열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환의 얼굴은 잔뜩 구겨진 채였지만.

"우리. 전에 안면 있지 않나?"

"네? 무슨 말씀이신지?"

"당신. 마법사 아냐?"

"네. 마법사입니다."

"상아탑에 소속돼 있겠군."

"거의 모든 마법사들이 상아탑에 소속되어 있죠."

"얼마 전에도 거기 있었을 테고."

"업무라거나, 논문 관련한 일들이 밀려 있기는 했었습니다. 들른 적이야 있지요."

"계속해서 발뺌할 셈인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성환은 아무 말 없이 그의 눈을 쳐다봤다.

"난 이 파티원. 반대야."

"뭔데 네가 반대를 하고 말고 하는데?"

"얼마 전에 마주친 적 있는 사람이야. 보나마나 이걸 노리고 접근한 거겠지."

성환은 품 안에 있던 눈송이를 꺼내들었다. 해진의 눈이 절로 눈송이에 갔다가 떨어진다.

"무슨 말씀이신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눈송이에 눈독 엄청 들였었잖아."

해진이 눈송이를 보며 대답했다.

"확실히 특이한 물건이긴 하군요. 하지만 처음 보는 물건입니다. 혹시 제 쌍둥이 형을 만나신 건 아닙니까?"

"쌍둥이라고?"

"네. 상아탑에 일하시는 쌍둥이 형이 있거든요. 종종 같은 사람으로 오해받고는 합니다."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이야기하는 해진의 모습에 성환은 기가 찼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러니까. 넌 전혀 나를 모른다는 이야기지?"

"그렇습니다."

해진의 코가 가볍게 훌쩍인다. 거짓말.

"아무 의도 없이 나한테 접근한 거고?

"그렇습니다."

다시 코가 훌쩍인다. 이번에도 거짓말.

"그러면. 우연하게도 내가 갔던 가게에서, 우연하게도 네 형을 만났고, 우연하게도 네 형이 눈독 들이는 물건을 가진 상황에서, 우연하게도 네가 그 물건을 가진 사람이 있는 파티에 들어왔다. 이거지?"

이번에도 코가 훌쩍인다. 확실히 전번보다 훌쩍임은 훨씬 줄어든 채다. 뭔가 특훈이라도 받은 것이리라. 무슨 특훈인지는 모르지만.

"그렇습니다."

"코는 왜 계속 훌쩍이는 거야?"

"제가 비염이 좀 있습니다."

"마법으로 치료할 생각은 안 했나?"

"텃새 좀 그만 부려. 멀쩡하던 애가 갑자기 왜 이래?"

취조하는 것 같은 성환의 말투에 은영이 성환을 제지하고 나섰다.

"텃새가 아니라."

"제가 마음에 안 드신다면. 그만두도록 하겠습니다."

"아냐. 해진씨. 쟤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오늘 좀 예민한 날인가 봐. 그러니까 좀 이해해줘."

성환은 가볍게 눈을 째렸다. 해진은 성환의 눈을 마주보고 웃음을 짓는다. 멀쩡하게 꾸미고 나니 호감이 절로 생길 수 밖에 없는 외모다.

"앞으로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일 없어."

성환은 짜증을 가득 담아 대답했다.


- - -


"좋아. 오늘 사냥은 꽤 어려울 거야. 스톤 골렘이니까. 주변에 몬스터는 없지만, 표피가 워낙 단단한데다가 골렘의 핵을 부수기 전까지는 무한정 재생하니까 체력 배분을 잘 해야 해."

"아. 스톤 골렘이라면 서적으로 몇 번 읽어본 적 있습니다. 상상보다는 훨씬 작군요."

해진이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이야기했다. 삼사층 높이는 훌쩍 넘는 골렘이다. 그런데도 크기에 압도되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실전이랑 서적이랑은은 전혀 달라. 그러니까 긴장하라고. 어버버 거리다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다지 무섭지는 않습니다. B급 최하위니까요. 탐지되는 마나량이 많지도 않습니다. 무한정 재생한다는 부분은 확실히 연구할 가치가 있습니다만. 실제로 무한히 재생하지는 않을 겁니다. 마나-물질의 교환비와 물질간 질량보존을 생각한다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죠. 내부의 에너지원이 떨어지거나. 외부의 에너지원이나 물질을 끌어 쓰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는 하지만..."

"어찌됐건 때려패 잡고 코어를 뜯어내면 되는 의뢰야. 연구는 혼자 하라고. 난 이론은 절대 사절이니까."

은영이 그의 설명을 듣다 못해 말을 끊었다.

"그럼. 언제 시작합니까?"

"뭐. 마음의 준비가 되면."

"지금 출발하죠."

해진이 저지할 새도 없이 앞으로 움직여져 나갔다. 달리거나 걷는 것이 아니었다. 안정된 자세로 쏘아져 나가는 것으로 봐서는 마법의 일종인듯 싶었다.

성환은 그의 옆에 달라붙어 달렸다. 생각보다 빠른 속력이다.

"꽤 흥미로운데. 그것도 마법이야?"

"움직일 공간에 빙판을 만들고 녹이고 얼리기를 반복해 마찰력을 0에 가깝게 만들고, 적당한 속력을 위해 몸을 뒤에서 앞으로 민다. 효율적이면서 간단한 움직임입니다. 잔재주라고 해 두죠. 마법이라고 불릴 만한 것도 못 됩니다."

성환은 그제서야 그의 발 아래를 봤다. 말대로 얼음이 생겼다 사라지리를 반복하고 있다.

"이름 같은 건 없어?"

"즉석에서 만든 거라서. 딱히 없습니다."

앞에서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었다. 여유 있게 몸 앞에 유선형의 방어막을 만들어내며 해진이 대답했다.

"아이스 스케이팅. 정도로 해 두겠습니다."

호열이 성환과 해진보다 앞서 달리기 위해서 혀를 내빼물고 달려나가고 있다.

"탱커보다 앞에 서면 뭐 어쩌라는 말이야!"

커다랗게 소리지르며 호열이 도끼를 골렘에게 내던졌다!

와지끈!

골렘의 다리에 도끼가 내려박힌다. 골렘이 몸을 뒤흔들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호열은 도끼를 뽑아들고 세로로 커다랗게 도끼를 내려찍었다.

쾅!

골렘의 커다란 주먹이 호열의 도끼를 받아쳐낸다. 호열이 골렘의 시선을 끌며 골렘의 후방을 노출시켰다.

성환은 검을 빼들고 몸을 위로 띄웠다. 검을 내려베자 길게 골렘의 몸뚱이가 찢어진다.

콰드득!

생각보다 골렘의 표피가 약하자 성환은 검을 다시 되튕겨 찔러넣었다. 외피가 찰흙처럼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골렘이 이리저리 발버둥을 치기 시작한다.

쾅!

골렘의 한쪽 손이 건물을 박살내며 움직였다. 건물의 잔해가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무너지는 잔해 밑에 해진이 멍하니 서 있다.

"피해!"

커다란 성환의 외침에도 해진은 멍하니 잔해를 바라볼 뿐이다. 성환은 해진을 구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달렸지만 느리다. 제 시간에 닿지 못한다. 잔해가 쏟아지기 직전의 순간에 해진의 눈이 빛났다.

[프로텍팅 실드(protecting shield)]

투명한 구체가 해진의 몸 위에 생겨나며 잔해를 죄다 되튕겨냈다. 성환은 해진에게 달려갔다.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채다.

"괜찮아?"

"괜찮습니다. 잔해의 방어에 어떤 주문이 괜찮을지를 고민한 것 뿐입니다."

"죽을 뻔 했잖아!"

"아닙니다. 충분한 거리가 남아 있었습니다. 술식을 만들고, 검산까지 하고도 시간이 남더군요. 중력가속도란 건 연산속도에 비하면 너무 작습니다."

"빨리 움직여!"

호열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골렘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매달리다시피 하며 분투하고 있다.

"일단 움직여!"

"골렘의 움직임이 많이 귀찮군요. 일단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 두겠습니다."

[아이언 스피어(iron spear)]

해진의 영창과 동시에 수백의 금속빛 창이 골렘의 몸을 꿰뚫어 나가기 시작했다. 골렘이 버둥거리며 움직여 봤지만 엄청난 속력에 온 몸이 꼬치신세가 되어버렸다.

"대단한데?"

호열이 커다랗게 소리질렀다.

"괜찮으시다면 코어와 골렘의 연산을 책임지는 핵을 적출하겠습니다."

은빛 메스들이 공중에 만들어져 골렘의 몸을 잘게 부숴나가기 시작했다. 골렘의 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졌다.

골렘의 심장부에 있던 코어와 머리 부분에 있던 핵이 깔끔하게 뜯어져 나왔다. 메스 하나가 칼날 위에 두 물건을 올린 채로 해진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생각보다 간단한 임무였군요."

해진은 무심한 얼굴로 둘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숨쉬는 것보다 간단한 일을 해 냈다는 듯한 태도다.

성환은 자신의 기억에서 이 남자보다 대단한 마법사가 얼마나 있는지 떠올리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애초에 마법사라는 족속들이 연구에 쳐박혀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성환도 꽤 능력있는 마법사들을 많이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도 기억을 통틀어 봐도 스무 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나이가 지극한 마법사들 뿐이다.

"대체 너 뭔데 여기 와 있는 거냐?"

해진의 나이에 이런 성취라면 상아탑에서도 그를 원하는 곳이 천지일 것이다. 여기에 나와 있을 이유가 없다.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겁니까?"

그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반문했다.

"하긴. 눈송이 하나 얻겠다고 사람 스토킹하는 인간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이상하진 않지."

"몇 번 말씀드렸지만. 그 분은 제 형입니다."

"그래. 그렇다고 해 두자고. 절대 눈송이 넘겨줄 일은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

"네. 저도 관심 전혀 없습니다."

그의 코가 다시 훌쩍인다. 어쨌거나 눈송이를 노리는 인간이라는 것은 변함없다. 성환은 품 안을 확인했다. 눈송이는 다행히 멀쩡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대로 끝인 겁니까?"

"일단은."

성환의 대답에 맞춰 창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골렘의 잔해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귀를 울렸다.

"그다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으시는군요."

계속 짜증을 부리는 성환에게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달라붙는다.

"요새 계속 기분이 안 좋아. 맘에 안 드는 팀원이 들어왔거든."

"말도 안 되는 오해를 언제까지 하고 계실 겁니까."

"오해가 아니니까. 확실히 연기는 인정해 주지. 감쪽같이 다른사람 같기는 해. 겉모습은 아니지만"

"정 그러시면, 제 형이랑 만나보시죠."

"뭐?"

"제 형이랑 만나뵙고 나면 오해가 좀 풀어지시겠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지."

어쩌면 해진의 거짓말이 정말일 가능성도 있다. 뭔가 이상하면 거짓말을 들통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어느 쪽이건 성환에게는 마음에 드는 선택지다.

성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함정 같은 느낌이 들면 당장 내뺄 테니까 그렇게 알아."

"함정 같은 건 없습니다."


- - -


해진은 멍하니 서 있었다. 뒤에는 성환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해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둘은 성환이 얼마 전에 방문했던 가게 앞에 있었다. 둘의 명확한 표정 차이는, 굳게 닫힌 가게의 문과 문 앞에 내팽개치듯 쓴 필체로 휘갈긴 글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영업 중지 안내

담당자의 휴가로 당분간 휴업합니다.

휴업일시 : 무기한]

"좋아. 이런 식으로 변명을 대 보겠다는 것 같은데. 꽤 신선했어. 세 살 먹은 어린애라면 속아넘어갈 만한 솜씨야."

"변명이 아닙니다."

"됐어. 슬슬 본색을 드러낼 때가 됐어. 숨기는 걸 다 털어놔 보라고."

"숨기는 건 없습니다."

코가 다시 훌쩍인다.

"잘도 그러시겠지."

당장에 철창행을 시키고 싶지만 증거가 아무 것도 없다. 있는 거라고는 심증 뿐이다. 등기부등본이라도 떼 볼까 싶었지만 그 쪽에 손을 써 놨을 가능성도 있다. 성환은 입맛을 다셨다. 해진은 뒤로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성환도 눈송이를 넘겨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처음에는 돈 문제였다면 지금은 자존심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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