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로크미디어 웹소설

무능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그로브
작품등록일 :
2015.07.06 09:14
최근연재일 :
2015.10.14 13:06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442,699
추천수 :
11,416
글자수 :
361,805

작성
15.09.14 13:00
조회
3,770
추천
120
글자
11쪽

blueprint-6

DUMMY

성환은 앞의 랫맨들을 쓸어가며 늙은 쥐에게 쏘아들어갔다. 놈은 성환의 움직임을 알아채자마자 전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다른 놈들을 내팽겨쳐두고 혼자 내빼는 꼴을 보니 열이 치솟는다. 성환은 똑바로 검을 내던졌다.

탁!

간발의 차이로 놈이 구멍으로 들어간다. 잘려버린 꽁지만이 바닥에 몇 번 퍼득이다 멈춘다. 구멍의 크기가 꽤 크다. 사람 한 명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성환은 몸을 던져 바닥에 꼽힌 검을 뽑아들었다. 검을 붙잡자마자 다시 성환의 몸이 춤을 춘다. 내공도, 초식도 없이 단순한 검로가 이어진다. 뭔가 다른 것을 해 보기에는 내공이 거의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왼손에 입은 동상이 동작을 제한한다.

몸 전체를 방비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세 방향에서 동시에 랫맨이 달려든다. 앞쪽으로 검을 찔러넣고 오른쪽을 돌아 베어넘겼다. 하지만 마지막 한 마리의 공격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콱!

이빨이 보호구를 피해 성환의 팔목을 물어뜯는다. 성환은 팔을 흔들었지만 떨어져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앞니가 더 깊게 박혀들 뿐이다.

퍽!

성환은 놈의 배에 주먹을 갈겨넣었다. 그제서야 켁켁거리며 성환의 팔목을 놓는다. 하지만 벌써 팔목의 살이 뭉텅 뜯어져나간 다음이다.

성환은 해진의 랫맨이 들어섰던 길을 뒷걸음질로 들어섰다. 랫맨들이 들어오는 일을 벌어지지 않았다. 좁은 길목으로 덤비는 게 자살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리라.

'다행이군.'

성환은 검을 휘두를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물린 팔이 저릿한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팔목에서 피가 계속 떨어져 나오고 있다. 성환은 해진의 몸을 바닥에 눕혔다.

찌직.

옷을 찢어 팔목에 매며 상처를 만졌다. 살은 많이 뜯어져 나갔지만 근육이 상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피가 거의 멎는다. 주변을 가볍게 둘러보자 울퉁불퉁하게 깎여 있는 통로가 눈에 들어온다. 너비가 일정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일관성있게 만들어져 있는 통로다.

성환은 처치가 끝나자마자 해진을 흔들었다. 해진이 신음을 몇 번 흘리고 나서 정신을 차린다.

"....살아는 있는 모양이군요."

"밖에 나가면 쥐떼가 기다리고 있기는 하지만."

"괜찮습니다. 랫맨들은 얼마나 남았죠?"

"거의 다 죽었어. 백여마리 정도는 남은 모양이지만."

"쥐는 금방 불어납니다. 그 정도로는 거의 다 죽었다기에는 힘듭니다."

"적어도 옛날이야기 듣는 동안 불어나지는 않을 거 아냐."

해진은 주변을 둘러보며 코를 킁킁거렸다.

"알겠습니다."

"마나는 얼마나 회복됐어?"

"거의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여기는 아랫길인 모양이군요."

"아랫길?"

"보시다시피 도시 아래에 파여있는 통로입니다. 랫맨들같은 몬스터가 통로를 점령해 있는 곳도 있죠. 아무래도 이 통로 덕분에 랫맨들이 더 활개를 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런 통로를 뭣 한다고 쓰는 거지?"

성환은 그제서야 벽을 만졌다. 하긴. 랫맨이 이런 통로를 팔 정도의 손재주가 있을 리는 없다.

"아. 아랫길은 처음 보시나 보군요. 도시에 있는 벙커나 차도 역할입니다. 외곽지역의 폐허는 차가 다니기는 힘들고, 벙커 따위를 건설하는 것도 불가능하니까요. 저희 나름대로의 생존 방식인 셈입니다."

"그렇군."

"그리고 도시 내부로 들어갈 때에도 꽤 도움이 되죠. 약을 팔거나, 생필품들을 사 오는 일도 이 길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그다지 좋은 길은 아니군."

"아마 윗사람들도 이런 길이 있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폐쇄하지를 못 하는 거죠. 거미줄처럼 만들어져 있는 데다가... 아웃로가 지키고 있으니까요. 애초에 아랫길을 처음 만든 것도 아웃로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웃로 놈들이었군."

"아웃로를 싫어하시는군요."

성환이 이를 갈아붙였다. 강한 능력을 받고도 돈과 욕망을 위해 자신을 팔아넘긴 존재들. 그것뿐이라면 상관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성환은 아웃로가 한창 활개를 칠 때에도 별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가족 관련해서 안좋게 엮인 일이 있었지."

"어쩌시겠습니까?"

해진은 성환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한듯 물었다.

"밖으로 나갈 거냐. 아니면 통로로 가느냐?"

"네."

성환은 밖을 바라보았다. 좁은 통로 너머로 찍찍거리며 발광해대는 랫맨들이 득시글거리고 있다. 희미하게 살을 뜯어내는 소리가 난다. 동료들의 시체를 파먹고 있는 모양이다.

"밖에 나가다간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 같은데."

성환의 내공도 거의 바닥나 있다. 해진의 마나도 많지 않은 모양이고. 바깥의 랫맨들의 다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길 찾는거. 어렵나?"

"쉽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꽤 오래 살았다고 하지 않았나?"

"길을 폐쇄하고 새로 만드는 일을 꽤 자주 합니다. 덕분에 제가 아는 길은 거의 쓸모가 없을 겁니다. 랫맨들이 쓰는 통로도 폐쇄된 통로의 일부를 쓰고 있는 것일 테고."

"복잡하게 됐군."

성환은 혀를 찼다. 사실 통로가 훨씬 안전할 것이다. 길을 잃고 헤멘다고 해도 결국에는 길일 뿐이니까. 하지만 마뜩찮은 선택이다.

"아래에서 안좋은 냄새가 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직감이 아랫길을 택하는 것을 막고 있다. 무언가가 있다. 문 밖에 도사리는 쥐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큰 위협이.

"누군가 그러더라고. 보이지 않는 것은 없는 것과 같다."

성환은 입구를 등지고 걷기 시작했다. 굽이진 길이 이어진다. 아마 몸 성한 채로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직감이 틀리다면 말이다.

"그다지 현명한 사람은 아닌 것 같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라이트(light)]

해진이 자그마한 빛을 만들어냈다. 그리 밝지는 않지만 길을 비추는 데에는 충분할 것이다.

욱신거리는 팔목이 더욱 쑤셔온다. 가벼운 동상이 겹쳤으니 검을 드는 것도 힘들 것이다. 물론 한 손으로도 검은 휘두를 수 있다. 하지만 파괴력이나 속도는 양손과 비할 바가 아니다. 포션을 챙겨오지 않은 것이 사무친다. 이런 일에 엮여들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길 내부는 꼬릿한 악취를 제외하면 나름대로 깔끔했다. 처음에는 꽤 긴장했지만 내부에 몬스터가 있지도 않았다. 랫맨들이 다른 몬스터들 거의 모두 처치했기 때문이리라.

"이 통로가 랫맨들이 번식할 수 있었던 이유라면, 여길 부수면 놈들의 번식도 지체되겠군."

통로는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 랫맨 정도의 크기라면 넉넉하겠지만 중형, 혹은 대형의 몬스터들은 들어오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다. 랫맨들은 다른 몬스터들을 여유 있게 농락하며 이 곳에 서식지를 차렸으리라.

"놈들이 살아갈 환경을 없애겠다는 목표에는 다가왔군요. 어떻게 이 긴 통로를 부술 지는 다른 문제지만요."

해진은 많이 와 본 길인 것처럼 미묘한 경사가 나 있는 구역들과 작은 계단, 그리고 막다른 길처럼 숨겨진 통로를 지나 움직였다.

"조금씩 내려가는 것 같은데."

"일단 아랫길의 중심인 홀로 가야 다른 통로로 갈 수 있습니다."

"홀?"

"자그마한 시장이나 물물교환이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장소죠. 물론 지금도 이루어질 리는 없지만."

통로를 조금 더 돌자 홀이라고 불린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까 갔던 축구장을 자그맣게 축소해놓은 것 같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늘어서 있는 쓰레기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유골.

"뭔가... 잘못된 모양이군요."

성환은 먼지가 쌓인 책상을 털어냈다. 성환은 책상 위에서 칼로 조각된 것 같은 글자들을 찾아냈다.

[다른 아랫길로 통하는 통로는 막아냈다.

우리는 고립된 것이다.

죽기 직전이라면 술이 생각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내의 얼굴이 먼저 생각난다.

여기까지다.

쥐들의 왕이 오고 있다.]

마지막의 글자들은 날려 적은 듯 알아보기 쉽지 않았다.

"쥐들의 왕?"

피어오르던 불안감의 원천이 아마 쥐들의 왕이라고 불리는 존재일 것이다. 성환과 해진은 너나할 것 없이 돌아온 통로로 달려갔다. 거대한 위압감이 등 뒤를 덮어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힘이 등 뒤에서 덮쳐든다. 성환은 해진의 몸을 붙잡고 바닥으로 같이 쓰러졌다.

쾅!

들어온 구멍이 무너저내렸다. 성환은 뒤를 돌아섰다. 반라의 남자가 뒤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인간일 리는 없었다. 쥐의 털로 뒤덮인 하반신과 자주색을 띄는 피부. 그리고 머리에 돋아난 한 쌍의 뿔과 피가 맺힌 것 같은 붉은 눈동자.

"마족..."

성환은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 마족은 강력한 존재다. 거대한 마나량과 교활함. 그리고 인간의 것을 뛰어넘는 지능과 노련함까지. 아무리 약한 마족이라도 수십 명의 헌터들이 모여야 상대할 만한 존재다.

"인간들이로군."

"말을 할 줄 아는군."

"인간들을 만나는 경우가 꽤 있었거든. 몇 번 들으면 인간의 말을 할 줄 알게 되지."

성환은 퇴로를 찾았다. 하지만 도망칠 구멍이 선뜻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마족같은 존재가 인간의 거주지 주변에 똬리를 틀다니. 특이한 일이군."

마족들은 강한 존재다. 그렇기에 인간이 사는 지역에서는 머나먼 곳에 주로 발견된다. 인가에 이렇게 가까히 있는 마족이라니.

"아버지한테서 쫓겨났거든."

성체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다. 성환은 검을 빼들었다.

"오호? 한번 싸워 보겠다는 건가?"

"마나. 얼마나 남아 있냐?"

"거의 없습니다. 저런 마나덩어리를 상대로는 피해를 입힐 수조차 없을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마족이 달려든다. 검을 치켜들고 내공을 한껏 모았다. 건곤일척의 한방. 먹혀든다면 도망칠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다.

성환은 전력으로 검을 내리찍었다.

우드득!

검이 마족의 손짓 한 번에 부서져 내렸다.

"약골이네. 예전에 여기 있던 놈들은 나름대로 귀찮았는데."

콰드득!

마족의 손이 성환의 갈비뼈를 헤집고 쑤셔든다.

"아아아악!"

마족은 성환의 발버둥이 재밌다는 듯이 바라본다. 손가락들이 몸을 천천히 헤집는다.

[라이트(holy light)]

뒤에서 강렬한 빛이 마족의 몸을 감싼다. 마족이 눈을 감는다. 하지만 성환의 몸은 움켜쥔 채다.

"성환님! 눈송이! 눈송이를!"

눈송이? 대체 왜? 의문의 가지면서도 성환은 손을 품안에 넣어 눈송이를 꺼내들었다. 지금 눈송이를 부숴 마나를 받아들여도, 몸이 이래서야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성환은 눈송이를 뒤로 던졌다. 해진이 아마 받아들었을 것이다.

쾅!

무언가가 내리찍히는 소리. 그리고 온몸을 감싸는 차가운 마나.

'눈송이가 부숴졌나.'

하지만 그것 뿐이다. 마나가 온 몸을 싸고 돌지만 몸을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환의 손에서 손잡이만 남은 검이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해진의 입이 열렸다.

[텔레포트(teleport)]

땡그랑.

쥐의 왕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가 마주한 것은 손잡이만 남은 검 뿐이었다.


- -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능전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0 the watcher-3 +5 15.10.14 2,088 68 15쪽
69 the watcher-2 +4 15.10.13 1,761 70 13쪽
68 the watcher +3 15.10.12 1,983 68 12쪽
67 nah mean-2 +5 15.10.08 1,965 67 11쪽
66 nah mean +6 15.10.07 2,243 83 10쪽
65 since when-8 +6 15.10.02 2,199 92 10쪽
64 since when-7 +3 15.10.02 2,163 75 9쪽
63 since when-6 +4 15.09.30 2,466 104 13쪽
62 since when-5 +3 15.09.25 2,676 96 11쪽
61 since when-4 +5 15.09.22 2,824 94 13쪽
60 since when-3 +4 15.09.21 3,024 104 12쪽
59 since when-2 +6 15.09.18 3,144 118 12쪽
58 since when +7 15.09.17 3,375 114 12쪽
57 blueprint-7 +5 15.09.16 3,601 123 13쪽
» blueprint-6 +7 15.09.14 3,771 120 11쪽
55 blueprint-5 +7 15.09.10 3,795 128 13쪽
54 blueprint-4 +5 15.09.09 3,964 119 11쪽
53 blueprint-3 +6 15.09.09 4,057 118 11쪽
52 blueprint-2 +6 15.09.07 4,798 149 13쪽
51 blueprint +14 15.09.04 4,870 155 12쪽
50 as we enter-3 +5 15.09.03 4,704 144 12쪽
49 as we enter-2 +6 15.09.02 4,928 126 11쪽
48 as we enter +5 15.09.01 5,201 153 11쪽
47 snow-4 +4 15.09.01 5,116 134 7쪽
46 snow-3 +8 15.08.28 5,787 171 14쪽
45 snow-2 +8 15.08.27 5,684 157 11쪽
44 snow +3 15.08.26 6,039 158 8쪽
43 i am-3 +7 15.08.25 6,145 171 9쪽
42 i am-2 +7 15.08.24 6,205 171 12쪽
41 i am +10 15.08.21 6,734 17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