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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브
작품등록일 :
2015.07.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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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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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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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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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we enter

DUMMY

장갑차가 평소보다 더 거칠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쩌면 그냥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차 내부에 있는 인원의 분위기가 그리 좋지 않았으니까.

장갑차에 타고 있는 인원은 총 여섯이었다. 운전수와 보조자를 제외한 인원은 넷이었다. 그 중 둘의 표정이 좋지 않다. 위험스럽게 덜걱이는 내부에 맞춰 표정이 계속 흐려지기만 한다.

"이딴 일을 바란 건 아니잖아."

이번 일을 수락한 것은 성환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호열이 은영이 받은 의뢰를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짜증을 부렸기 때문이다.

콜록거리던 가벼운 감기가 심해져 반쯤 죽다 살아나온 뒤에는 더더욱 그랬다. 은영으로서는 할 말이 없다. 가볍게 감기나 걸린다고 툴툴거리기는 했지만.

"내 말이."

"조건만 맞으면 무조건 상관없다고 한 쪽은 너희야."

둘의 불평에 성환은 상관없다는 듯이 대꾸했다. 둘의 입이 다물어진다. 확실히 그건 그렇다.

이번 임무에서 파티원들이 바라는 조건을 하나씩 내걸기로 했다. 일국은 어떤 일이건 별로 상관 없다는 입장에, 성환은 의뢰를 고르는 입장이었으니 결국 조건은 둘이었다.

은영의 조건은 '돈이 많이 되는 의뢰'였고 호열의 조건은 '무조건 편한 의뢰'였다. 당연히 둘 모두를 만족하는 일이 흔할 리가 없다.

성환도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의뢰들을 둘에게 제시해 봤다. 하지만 한 쪽이 만족하면 반대쪽이 싫다며 뻗대는 통에 몇 번이나 퇴짜를 맞는 일이 반복되자 성환도 약이 올랐다.

둘 모두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는 덕분에 성환이 반쯤 히스테리에 쌓여 선택한 임무가 이번 일이다. 물론 차량 내부의 분위기가 안 좋은 것은 일의 내용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늪지대 거인 거주지에 가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하는데."

늪지대와 기암괴석, 수많은 이름모를 동식물들이 자라는 장소.

물론 여느 늪지대가 그렇듯 많은 종류의 동식물들이 살긴 하지만. 위협이 될 만한 존재는 별로 없다. 지금 일행이 가고 있는 곳에는 한 종류 뿐이다. 늪지 거인.

거인들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크기만 거대할 뿐 인간형은 아니라고 했다. 거대한 몸체에 팔다리를 아무렇게나 붙여놓고 팔을 바닥에 질질 끌고 돌아다닐 뿐이니까.

이를테면 성격 나쁜 초등학생이 찰흙으로 아무렇게나 만든 공작숙제처럼 생긴 모습이다. 생김새만 고약한 것이 아니라 몸에서 진흙이 끊임없이 흐르고 악취가 고약한 탓에 환영받지 못하는 사냥 대상이다.

"왜. 상관 없지. 걔들 사냥하는 임무도 아닌데."

이번 의뢰는 사냥이 아니다. 편하게 움직이면 된다. 대상이 산양처럼 움직일 일도 없고. 추위에 벌벌 떨 일도 없다. 돈도 많이 벌린다고 했다.

"그래서. 쇠나무 수액 채취를 덜컥 받아들인 게, 잘 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거야?"

쇠나무는 진흙거인들의 서식지에서만 발견되는 특수한 종류의 나무다. 실제로 쇠로 만들어진 나무는 아니고, 표피가 단단하고 약한 금속빛을 내기에 쇠나무라고 불린다.

이 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이 이번 의뢰의 목표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가서 수액을 짜고 나오면 된다.

말로만이면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쇠나무는 늪지 거인들 서식지에만 있어. 걔들 몸에서 나오는 진흙이 양분이니까. 지금 가는 곳의 쇠나무 서식 면적이 1헥타르 이상 된다고 하니까. 늪지 거인들이 적어도 수십 마리는 있을 거야. 성체인 녀석들로만."

성체인 늪지 거인은 괴악할 정도로 귀찮은 몬스터다. 냄새도 고약한데다가 재생력도 무시무시하고, 까딱 잘못하면 주변의 녀석들까지 떼로 몰려든다. 물론 그다지 강한 몬스터들은 아니지만. 고생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도저히 수지가 맞질 않는다.

"그다지 문제될 거 없어. 들키지 않으면 되는 문제니까."

"그래. 조심해서 하자고. 귀찮아지지 않게."

성환은 가볍게 바깥의 경관을 바라봤다. 거대한 늪지대와 동굴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압도적인 규모의 돌들과 식물들이 엉켜 장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냄새만 아니면 좋을 텐데."

은영이 중얼거렸다. 아직 서식지까지는 꽤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옅은 악취가 풍겨나오고 있다. 중심지로 간다면 얼마나 악취가 심해질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어디 던전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규모네."

성환도 규모에 감탄하며 말했다. 늪지쪽은 성환도 잘 아는 곳이 아니다. 돈이 된다고 해도 이런 곳은 사양이었으니까. 결국 어느 쪽이 됐건 처음 오는 곳이라는 말이다. 악명은 자자했기에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확실히. 하지만 늪지거인들이 가득한 던전이라면 아무리 좋은 물건이 있다고 해도 사양이야."

호열이 방독면을 꺼내며 말했다. 성환은 동의하며 방독면을 뒤집어썼다. 방독면을 쓴다고 해서 모든 냄새가 지워지지는 않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빨리 하고 가자고. 드러워서 못해 먹겠네. 정말."

둘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성환은 다음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의뢰를 고르는 일을 맡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그보다. 늪에서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지?"

성환이 물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성환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이런 최악의 환경은 되도록 피해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늪에 사는 몬스터라고 해 봐야 최대치가 B급이다. 성환이 발을 디뎌본 적이 없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그것도 모르고 늪에 오는 의뢰를 받은 거야?"

은영이 가볍게 말했다. 투덜거리는 투는 적어져 있었다. 어쨌거나 이런 여정 자체를 즐기는 면이 있는 모양이다.

"늪은 보통 세 부분으로 나뉘어.

하나. 진흙 부분. 깊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짐작할 수 없어. 아무리 작아 보이는 웅덩이라도 수십 미터 깊이일 지도 모르는 곳이니 가장 주의해야만 해. 보트나 배가 있다면 이동할 수 있긴 하겠지만. 우리는 보시다시피 배도 없으니 이동경로로 삼는 건 불가능해.

둘. 일반적인 바닥이 있는 부분. 이 부분들을 딛고 움직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 하지만 길이 나 있다고는 장담하지 못해. 덕분에 그다지 좋은 이동경로는 아냐.

그리고 마지막. 생육식물. 특히 나무가 있는 부분들. 늪 지역의 나무들은 대부분 쉽게 뜨고 엉켜 자라기 때문에 길로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여차하면 나무를 잘라 작은 배로 이용할 수도 있고. 하지만 힘을 많이 주면 부러져 버리니까 조심해서 움직여야 해."

"뭐 하나 만만한 게 없네."

"그렇지."

은영이 익숙한 발걸음으로 길게 얽힌 덩굴 위에 올라탔다. 뿌리가 으득거리며 가라앉았다. 은영은 발을 떼고 재빠르게 다른 덩굴로 올라탔다. 은영이 발을 디뎠던 뿌리는 이미 늪에 가라앉혀 흔적조차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잘못 고르면 그대로 가라앉게 되니까 조심하도록 하고."

반응이 느리다면 그대로 늪에 뼈를 묻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결국 안전한 길을 찾는 능력이 중요하다.

결국 눈썰미가 있는 은영이 길을 앞장서 나갔다. 뒤는 호열이 따랐다. 움직이는 모양새로 봐서는 몇 번 와본 경험이 있는 모양이다. 그 뒤는 일국. 마지막이 성환이었다. 치료능력자를 뒤에 두기에는 아무래도 여러 가지로 부담이 되니까.

최대한 앞사람이 디딘 곳을 위주로 길을 찾아 나갔다. 더욱 나무들이 무성해지기 시작했다.

"몽환적인 곳이네."

성환의 순수한 평가였다. 서로 얽혀 한 덩어리처럼 자라나 있는 무수한 나무들. 그리고 그 밑에서 잠자듯이 갈아앉은 진흙. 거대한 돌들이 어우러진 곳에서 보지 못했던 수많은 종류의 곤충과 동물들이 이리저리 자리를 옮긴다.

"경치는 나름대로 괜찮지. 냄새가 문제야. 냄새가."

악취가 조금 더 심해졌다. 그리고 돌들이 점점 늘어났다. 처음 진입할 때에는 외로운 섬처럼 떠 있었는데 이제는 띄엄띄엄 있기는 했지만 돌에서 돌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늘어나 있었다.

"돌들이 꽤 많네. 그냥 저 위에서 달려가면 되지 않나?"

"돌?"

"저거. 안 보이는 거야?"

풉. 하고 은영이 웃었다.

"그러고보니 이야기를 안 해 줬네. 저건 돌이 아니라, 수면기에 들어간 늪지 거인이야."

"거인이라고?"

"늪지 거인은 긴 주기를 두고 수면기와 비수면기를 반복해. 보통 전체 거인의 1/3정도는 비수면기, 나머지는 수면기를 거치는 거지. 잘못 건드렸다가 일어나면 상당히 귀찮거든. 그래서 나무 위로만 움직이는 거야."

"신기한 것들 투성이네."

"좀 신기하네."

호열이 말했다.

"뭐가?"

"네가 모르는 것들도 있다니 말이야."

"나도 인간이야. 모르는 게 있을 수도 있는 거지."

"그래. 파릇파릇한 늪지대 신병 씨. 엘리트 조교들의 시범을 잘 보고 따라오도록."

성환은 호열을 걷어차 늪에 빠뜨려 버릴까를 잠시간 고민했다. 은영이 모두가 쉴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나무줄기를 발견했기에 성환의 고민이 현실이 되지는 않았지만.


- - -


"쇠나무들이 있는 지역까지는 아직이야?"

성환이 물었다. 몇몇 특이하게 생긴 나무들은 봤지만 쇠나무라고 부를 만한 나무는 아직 보지 못했다.

"쇠나무들은 비수면기의 거인들이 있는 곳에만 자라. 덕분에 녀석들이 있는 곳까지 움직이는 게 먼저야."

호열의 대답에 성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기가 무섭네. 저기 보이기 시작하는군."

호열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자 거대한 크기의 괴물이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저기 흉하게 갈라져있는 돌에 팔다리가 아무렇게나 비죽비죽 나 있는 모양새. 성환이 들었던 설명 그대로다.

"꽤 특이하게 생겼네."

"둔한 편이라 건드리지만 않으면 충분할 거야. 한번 난장판 피우기 시작하면 엄청 귀찮아지지만."

"좋아. 빨리 처치하고 돌아가자고. 이제 볼 만큼 봤고 경험할 만큼 한 것 같으니까."

은영이 대답하듯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더 많아진 덕분에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얼마 움직이지 않아 쇠빛깔이 나는 나무를 찾아낼 수 있었다.

나무는 작고 얇은 나뭇줄기들이 중심인 늪에서 단연 돋보였다. 땅 위에 생식하는 나무들처럼 뿌리를 내리고 곧게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푹!

은영이 익숙한 솜씨로 나무에 길다란 쇠막대로 구멍을 냈다. 그리고 뚫린 구멍에 마찬가지로 쇠로 만들어진 대롱을 꽂아넣었다.

천천히 기다리자 수액이 느릿느릿하게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얼마나 모아 가면 되지?"

"10L 정도. 한 군데에서 모아서는 택도 없고, 여기저기서 모아야 될 거야."

일행은 나뉘어서 움직이기로 했다. 각자 3L정도씩 모으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성환은 쇠막대와 대롱을 받아들었다.

"딱히 주의할 만한 건?"

"그다지 없어. 거인들 자극하지 않게 조심하고. 기억해. 여기는 단단한 땅 위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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