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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브
작품등록일 :
2015.07.06 09:14
최근연재일 :
2015.10.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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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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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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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805

작성
15.08.26 13:00
조회
6,038
추천
158
글자
8쪽

snow

DUMMY

호열은 전에 없이 기쁜 표정으로 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집에서 풀려났기 때문이다.

일이 잘 풀렸다. 영목이 제 앞가림도 못 하는 놈이 아들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며 면박을 준 덕이다.

"그보다. 왜 계속 부르는 거야? 그냥 문자로 알려 주면 되잖아?"

"그러면 너무 비인간적이잖아. 이러는 편이 나은 것 같아. 의뢰 이전에 친목도 다질 수 있고. 의견 조율도 간편하고."

성환의 물음에 은영이 차근차근 대답했다. 그다지 수긍 가는 대답은 아니다.

"맥주도 마실 수 있다고."

호열이 맥주를 높게 들며 말을 거든다.

"납득 가는 이유군!"

일국이 자신의 잔을 들어 호열의 잔과 부딪힌다. 성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 알았어. 다음 의뢰는 뭐야?"

"지난 번이랑 다르게 주요인원은 우리 넷이 전부야."

소규모 사냥인 모양이다.

"지난번처럼 사단날 일은 없을 것 같아서 다행이네."

"북쪽 지역이 목적지야. 한림산 방면으로 갈 거고."

"한림산?"

한림산은 현재 대한민국 영토의 최북단의 경계에 위치한 산이다. 특징이라면 크고 험한 산세, 많은 짐승들, 그리고 추운 기후. 그리고 산 위에서 끊임없이 내리는 눈이 있다.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정이 있지만 내부에 강력한 한기를 뿜어내는 아이템, 혹은 영물이 있다는 쪽이 신빙성이 있다.

한림산은 헌터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곳이다. 많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점은 몇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사냥뿐만이 아닌 등반도 준비를 해야한다는 점이 있다. 한림산에 사냥을 나가기 위해서는 험한 산세, 그것도 눈 덮인 산을 올라야만 한다. 헌터 중에는 신체적 능력이 강한 존재들이 많지만 모든 헌터가 그런 것은 아니다. 치유능력자도 있고, 마법사나 초능력을 주 무기로 삼는 헌터들에게는 육체적으로 매우 위험한 여정이 될 확률이 높다.

둘째로는 구조가 힘들다는 것이다. 사냥이나 임무가 실패한다고 해서 항상 파티인원들이 전멸하는 것은 아니다. 지속되는 임무수행이 힘들다고 파악되는 경우에는 약속된 장소에서 버티거나 구조요청을 하는데,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설산이라 구조확률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만일 구조된다고 해도 동상으로 불구가 될 확률도 높다.

마지막으로는 산세가 명확하게 공략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있다. 오르는 사람이 적으니 지도가 잘 구성되어 있지 않고, 틀린 정보들이 많다.

"여전히 거지같은 임무만 물어오네."

호열이 투덜거렸다.

"뭐. 어쩔 수 없잖아. 우리에 대한 소문은 괜찮게 났는데. 아직도 미심쩍어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봐. 몇 번 더 증명하면 훨씬 나은 의뢰를 받을 수 있을 거야."

"어쨌거나. 타겟은?"

"산양."

"산양?"

산양이라니. 그다지 특이할 것이 없는 존재다. 애초에 의뢰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산양 무리에 특이한 놈이 섞여 있다더라고."

"제가 특이해봐야 산양 아냐? 뭐가 특이한데? 이족보행이라도 하나?"

호열이 비아냥거렸다.

"바람을 부린다던데. 4급 이상의 마법사 수준으로."

"방금 발언, 철회하도록 하지."


- - -


성환은 겹겹이 껴입은 옷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방어구 위아래로 꽉 차게 껴입은 탓에 작은 눈사람처럼 보인다.

후드를 둘러싸고 고글을 끼니 추위가 그리 와닿지는 않는다. 바람이 온 몸을 뒤덮어서 몸이 가볍게 밀리는 기분은 나지만.

헤드셋은 이미 차 둔 채다. 시야가 워낙 짧은 탓이다.

"자. 가 보자고."

은영이 발을 팍팍 디딘다. 뒤로 자그마한 썰매가 매달려 움직인다. 캠프 장비와 식량이 모두 썰매 위에 담겨 있다.

의뢰주에게는 셸파가 따로 필요없다고 못박았다. 은영의 직감이 웬만한 길잡이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렇게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눈이 하도 내려대는 통에 어디로 가고있는지도 알아채기 어렵다. 그저 앞에 발자국이 없고 뒤에 발자국이 남아있는 것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뿐이다.

성환은 머리를 들었다. 고글 위로 눈이 내려앉는다. 내려앉은 눈은 녹았다 얼어 고글에 늘러붙는다. 한 시간에 한 번은 고글에 씌인 얼음을 깨 떨어뜨려야만 했다. 눈이 내렸다 끊어지기를 반복하지만 구름은 개이지 않는다. 햇빛이 그다지 닿지 못하는 통에 어둡기까지 하다.

"얼마나 온 거야?"

"이제 산 입구쯤."

경사가 조금씩 가팔라지고 있다. 대화가 더 줄어들었다. 몸이 가볍게 달아오른 덕분에 추위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산을 들어서자 눈발이 더욱 거세졌다. 바람도 강해 몸을 계속 앞뒤로 흔들었다. 앞에서 불어올 때는 그나마 나았다.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발을 헛딛게 만들어 몇 번씩 넘어지게 만들었으니까.

동굴을 발견해 들어갈 때쯤에는 바람과 눈과 얼음에 모두가 반쯤 질린 상태였다.

대여섯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기의 동굴이었다. 입구도 고드름이 사람만한 크기로 얼어붙어 있는 탓에 망치로 깨 들어가야만 했다.

"다행이네. 그래도 쉴 만한 곳이 있어서."

은영이 텐트천을 이용해 동굴 입구를 막으며 말했다. 안에 작게 불을 피우고 공기가 나갈 수 있게 자그마한 구멍을 뚫었다.

밖에서 썰매에 쌓인 눈을 털어내 동굴 내부로 옮기자 훨씬 좁아졌다. 서로 몸을 맞대야만 할 정도다.

침낭을 펼치고 옷에 쌓인 얼음을 털어냈다. 덩어리져 얼어붙어 있는 덕분에 떼 내기가 수월했다.

"이런데서 살고 있는 산양 녀석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나 같으면 세 시간도 못 버티고 다른 곳으로 도망치고 말 거야."

호열의 말에 성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털이 따뜻하니까 버틸만 하지 않을까?"

"딱히 그럴 것 같지도 않은데. 우리만 해도 꽁꽁 싸매고도 거지같았잖아. 그보다, 이런 상황에서 먹을 건 어떻게 구하는 거야?"

"몰라. 초코바 공장이라도 있나 보지."

은영은 초코바를 베어물며 말했다. 잔뜩 얼어있어서 까득 소리가 내며 잘려나간다.

"내일은 조금 느리게 가자고. 산세가 험한 데다가 얼음이 여기저기 껴 있어."

은영이 지도를 펼치며 말했다. 산의 전체가 대략적으로 표시되어 있는 지도다.

"우리가 지금 어디쯤 있는 거야?"

은영의 손가락이 산 밑부분을 가리켰다.

"이것밖에 못 온 거야?"

"방향 안 잃는 것만도 감사히 여겨. 앞이 하나도 안 보여서 방향 잡기가 쉽지 않아. 잘못 걸으면 같은 곳만 빙빙 돌다가 인생 종 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일단 어느 쪽으로 갈 거야?"

"동물의 경우에는 서식영토가 굉장히 넓어. 그래서 딱히 어느 곳으로 간다기보다는, 자리잡고 기다릴 수 있는 곳으로 갈 거야. 베이스캠프를 잡고 나면 어떻게든 되겠지."

은영은 옆에 놓인 썰매 무더기를 툭툭 두들겼다. 말대로 음식과 땔감거리, 보조장비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봐. 이렇게 먹을 걸 쌓아 놨으니. 일이 주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맙소사. 일이 주나 여기 더 있어야 되는 거야?"

호열이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탄식을 흘렸다.

"아껴 쓰면 한 달 정도도 버틸 수 있어."

"되도록 아껴쓰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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