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로크미디어 웹소설

무능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그로브
작품등록일 :
2015.07.06 09:14
최근연재일 :
2015.10.14 13:06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442,674
추천수 :
11,416
글자수 :
361,805

작성
15.09.21 13:00
조회
3,023
추천
104
글자
12쪽

since when-3

DUMMY

사실 브리핑이라고 해서 대단할 것도 없었다. 간단한 주의점과 내부 구조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을 뿐이다. 몇 분 지나지 않자 할 이야기가 떨어져 버린다. 이어서 인원 분배가 시작되었다.

10인 내외의 중형 파티, 혹은 소형 공격대로 불리는 인원은 대부분 탱커 둘, 힐러 둘 혹은 셋. 나머지가 딜러로 구성된다. 안정적이면서도 탄력적이 되기 위해서는 힐러 셋이 좋다고 평가되는 편이다.

"1번 파티와 2번 파티로 구성해서, 비상시나 인원을 갈라야 할 경우에 대비하겠습니다."

탱커 한 명과 힐러 한 명씩이 한 파티에 구성되었다. 성환, 일국, 은영을 한 파티. 해진과 성환이 같은 파티다. 일단 다른 인원의 능력을 다 알 수 없다 보니, 이렇게 분배하는 것이 최선이다.

"저희 쪽 파티원들이 네 명이 될 겁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파티의 탱커를 맡게된 김광동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광동은 탱커의 대부분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게 날씬한 몸매였다. 큰 몸과 완력으로 몬스터의 이목을 끌고 위협을 하는 탱커가 있는가 하면, 몬스터에게 치명타가 될 만한 능력을 통해 몬스터의 주의를 돌리는 탱커가 있다.

"윤수진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수진은 작달마한 키의 힐러였다. 치유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다지 과감성이 있는 행동거지는 아니다. 여자의 몸이다. 내공을 수련한 것도 아니니 반응속도나 근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자연스레 후방을 맡게 되었을 것이다. 최후방에서 자리를 잡고 치유를 하는, 일국과는 정 반대의 힐러라고 성환은 결론지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 파티를 나눴다고 해서 당장 나뉘어 움직이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급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다면 조직을 나눠놓는 것이 꽤 도움이 된다.

브리핑이 완료되고 인원분배까지 마치자 일행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버스나 장갑차를 대절하지 않았기에 터벅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은영이 모양 빠진다며 대여하자고 기를 썼지만 다수결에는 저도 어쩔 방법이 없다. 은영의 기를 쓰는 홍보에도 투표는 1:4. 대여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장갑차 대여에는 기본적으로 억대의 돈이 들어간다. 그리고 사냥을 위해 출발한 곳은 시 외곽구역. 걸어서도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니 장갑차 대여가 필요할 리는 없다. 충분한 설득도 했다.

"걷는거 싫어."라며 입을 비죽이는 것으로 봐서는 세 시간에 걸친 설득도 들어먹히진 않은 모양이지만.

"자. 여기부터입니다."

성환은 표시해놨던 전봇대를 가리켰다. 이 곳을 경계로 랫맨들의 구역이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았으니 숫자가 그리 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은영이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성환에게 다가온다.

"숫자. 거의 다 줄여놨다고 안 했어? 남아봐야 수십 마리. 많아야 백여 마리 정도라고 했잖아."

은영이 성환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성환도 귓속말로 대답했다.

"그랬지. 봐. 거의 없지 않아?"

"... 발자국 소리로는 수천마리 정도는 있는 것 같은데."

"수천마리라니. 그럴 리가. 불태워 죽인 게 그 정도야. 남아 봤자 백여마리 정도라고."

성환은 눈살을 찌푸렸다. 은영의 오감이 극도로 예민한 것은 그도 아는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수천마리가 될 수는 없다. 다른 짐승들의 숫자가 늘어난 것이 맞을 것이다.

성환은 그렇게 생각하며 머리를 들었다. 저번과 같은 건물 위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흰 빛 털을 날리는 랫맨 한 마리가 보인다. 그리고 다시 스치는 불길한 예감.

"성환님. 예감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해진이 성환의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 동시에.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수많은 숫자의 랫맨이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한다.

"그러게. 쥐라는 거. 이렇게 무지막지한 속도로 늘어나는 거였나."

랫맨들의 털색이 매끈하고 오물이 적은 것으로 봐서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아마 마족의 힘이 개입되었을 것이다.

"그보다 더 안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나도 눈 있으니까 알고 있어."

랫맨들이 들고 있는 조잡한 무기들이 더욱 강해졌다. 주먹도끼가 아닌 조잡한 창과 화살들이다. 며칠 지나는 사이에 문명적 발전을 통해 무기의 발전을 이뤄냈을 리는 없다. 자연히 이것 또한 쥐들의 왕이 해 낸 업적일 것이다.

찌직!

귀를 긁어대는 긴 울음소리. 울음이 끝나자 화살비가 머리위로 새까맣게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윈드(wind)]

해진의 주문과 동시에 세찬 바람이 위로 불어올랐다. 화살이 내려오던 속도가 점점 줄어든다. 바닥에 닿을 즈음에는 거의 위력이 줄어들어 버렸다.

"마법사도 있었습니까?"

파티원 한 명이 놀란 듯 중얼거린다. 하긴. 자그마한 파티에 마법사가 있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 놀라운 반응도 아니지만.

"일단 주변 건물로 피합시다."

성환은 말했다. 이런 숫자를 상대하려면 화살이 닿지 않는 곳으로 피하는 것이 먼저다.

파티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힐러들을 최대한 보호하는 모양으로 움직였다. 선두가 1파티, 후미가 2파티였다. 화살은 해진이 바람으로 날려보내고, 바람으로 날려보내기 껄끄러운 창들이 날아오는 것은 성환이 쳐 내는 방식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랫맨들의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은 덕에 도망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구멍이 뚫린 지하도로 도망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지하철로 사용되었던 공간이다. 다행히 몬스터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공대원들은 주저앉아 긴장을 가볍게 풀었다. 하지만 오래 늘어져 있을 수는 없다 금방 추격해올 테니까. 쥐 인간으로 불리기는 해도 그들의 후각은 짐승의 것이니까.

성환은 수통의 물을 들이켰다. 도구 몇 가지가 늘었을 뿐인데도 몇 배는 까다로워진 느낌이다.

"쟤들. 돌도끼가 전부라고 하지 않았냐?"

"며칠 전까지는 그랬는데."

"사흘쯤 후엔 탱크를 몰고 돌아다니겠군."

"일주일 후에는 핵전쟁 하겠다고 설쳐대겠지."

호열의 말에 은영이 받아쳤다.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다.

"그러게 장갑차 대동해 오자니까. 장갑차 한 대만 있었어도 저 정도는 정면돌파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놈의 장갑차 타령은 언제까지 할 거야? 장갑차랑 결혼할 거냐?"

"만약 한다면 헬리콥터랑 하고 싶은데."

"한 번 밖에 못 타 본 주제에."

"여자는 단 한순간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답니다."

"말놀이는 거기까지 하고. 어떻게 돌파할 지나 생각해 보자고."

기존 파티원이 아니었던 사람들은 가벼운 패닉에 빠져 있었다. 앉아서 머리를 움켜쥐거나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다. 성환을 비롯한 파티원들은 괜찮은 모양새다. 체력이 좋지 않은 일국이 헉헉거리며 물을 계속 마셔대기는 했지만.

"괜찮을 겁니다. 생각보다 나쁜 상황이 아닙니다."

성환은 가볍게 공대원들을 도닥였다. 사기가 중요하다. 일단 후퇴하기는 했지만. 빨리 돌파해야만 한다. 시간이 더 지나면 랫맨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무기들도 더 발전할 것이다. 그러면 공략은 더 까다로워진다.

그렇게 되면 소규모 파티에서 손을 쓸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 전문 회사에 의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올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오면 분배금은 바닥을 치게 된다.

"그러기 전에 처치해야 되겠지."

다른 공대원들도 같은 입장일 것이다.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눈 앞에서 돈덩이를 놓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목숨을 내던지고 싶은 사람도 없는지라, 애매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성환은 분위기를 바꿔볼 요량으로 입을 열었다.

"정면으로 빠르게 돌파해서 아랫길로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받아들어져도,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좋다. 중요한 것은 의견교환이 되고 판단은 계속 해 나가는 것이니까.

"좀 돌아가는 방법은 어때?"

일국이 성환의 생각을 읽었는지 대답한다.

"음. 돌아간다면, 어떤 방식으로?"

"쥐들을 먼저 다 잡고, 좀 쉰 다음 아래로 내려가는 거지. 장점은 세 가지가 있는데.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게 첫 번째고.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도망치기가 편하다는 게 두 번째고. 쥐들에게 계속 쫓기지 않아도 된다는 게 세 번째지."

일국의 말이 정공법에 가깝다. 성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방법 있으신 분? 혹은, 의뢰를 포기하고 싶으신 분은 없으십니까?"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역시. 이 정도로는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마족이 주변에 있다는 확신이 더욱 강해졌을 것이다.

"없으시군요. 그러면 투표로 결정하겠습니다. 인원이 홀수니까 더 좋군요. 무승부가 날 일이 없으니까요. 아까 그 사람. 잘 쫓아낸 것 같습니다."

피식거리며 가벼운 웃음이 터져나온다. 긴장감과 패닉이 가라앉는다. 이 정도 페이스가 가장 좋다. 긴장감이 있으면서도 과도해져서 몸을 피로하지 않을 정도의 상태.

이어서 투표가 진행되었다. 성환의 의견에 동참하는 쪽이 네 명, 일국의 의견쪽이 다섯 명이다.

"좋습니다. 그럼 쥐들을 다 잡고 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겠습니다. 좋은 방법 있으신 분?"

한 명이 손을 든다. 탱커로 지원했던 광동이라는 남자다.

"쥐를 잡는 방법중에 동족상잔이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는 친구들에게 들은 방법인데..."

광동이 쥐 잡는 방법을 열심히 설명했다. 성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방법입니다만 현재는 기각입니다. 저희가 며칠 전에 써 먹은 방법이니까요. 놈들이 뇌가 있다면 역으로 함정을 팔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의견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의견 있으신 분 있으십니까?"

뒤로도 여러 의견이 나왔다. 휘발유를 들고 와서 불을 다 질러 버리자, 우물에 독을 풀자, 앞뒤 가리지 않고 화살로 다 잡아버리자. 등등의 의견이 나왔지만 썩 괜찮다 싶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암살은 어떻습니까?"

해진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암살이라니?"

"그게. 저희가 상대하는 게. 쥐면서 쥐가 아니지 않습니까. 원시적인 무기들도 들고 있고."

해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생긴 게 쥐일 뿐. 행동거지 자체는 원시적인 동물들과 다를 바가 없을 정도다.

"며칠 지나는 새에 꽤나 일사불란해져 있었습니다. 거기에 나름대로의 전술까지 갖춰져 있고요."

"그렇다면?"

"며칠 새에 지휘체계를 만들었다는 말이겠죠. 아마 지도자, 십인장, 백인장쯤에 해당하는 쥐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꽤나 설득력있는 이야기다. 모두의 시선이 해진에게 몰려 있었다. 해진은 입으로 이런저런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말했다.

"지휘체계라고 해도 아직까지는 공고해져 있지 않을 겁니다. 우두머리를 사냥하게 되면 뿔뿔히 흩어져버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전엔 그렇지 않았잖아? 오히려 더 몰리는 경향까지 있었던 것 같은데."

성환은 이전에 대부분의 랫맨을 죽인 후를 상기시켰다. 해진과 둘이 함께 왔을 때에는 숫자가 줄어드니 더 뭉치는 경향까지 있었다.

"그 때에는 지금과 다릅니다. 그때는 '모두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랫맨들을 뭉치게 한 겁니다. 이번에는 타겟만 죽입니다. '표적이 되면 죽는다'는 공포는, 전체에 가해지는 공포보다 훨씬 위협적입니다. 무리를 와해시키는 데에는 몇십 배의 효과를 지닙니다."

"저격수가 있다는 거군."

성환은 고개를 돌려 은영을 흘긋 봤다.

"그렇죠. 조용히. 몇십 번 정도면 뿔뿔히 흩어져 버릴 겁니다."

"하지만 무리의 지도자가 남아 있는 한, 완전히 와해되지는 않을 거야. 흰 색깔의 늙은 랫맨 말이야."

"그래도 상당히 숫자가 줄어들기는 할 겁니다. 랫맨이니 뭐니 해 봤자. 지능 높은 쥐들일 뿐이니까요. 그 이후에 놈을 사냥하면 끝. 푹 쉬고 쥐들의 왕을 잡으러 갈 수 있을 겁니다."

성환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절로 수긍이 가는 해답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능전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0 the watcher-3 +5 15.10.14 2,088 68 15쪽
69 the watcher-2 +4 15.10.13 1,761 70 13쪽
68 the watcher +3 15.10.12 1,982 68 12쪽
67 nah mean-2 +5 15.10.08 1,964 67 11쪽
66 nah mean +6 15.10.07 2,242 83 10쪽
65 since when-8 +6 15.10.02 2,198 92 10쪽
64 since when-7 +3 15.10.02 2,163 75 9쪽
63 since when-6 +4 15.09.30 2,465 104 13쪽
62 since when-5 +3 15.09.25 2,676 96 11쪽
61 since when-4 +5 15.09.22 2,824 94 13쪽
» since when-3 +4 15.09.21 3,024 104 12쪽
59 since when-2 +6 15.09.18 3,144 118 12쪽
58 since when +7 15.09.17 3,375 114 12쪽
57 blueprint-7 +5 15.09.16 3,601 123 13쪽
56 blueprint-6 +7 15.09.14 3,770 120 11쪽
55 blueprint-5 +7 15.09.10 3,794 128 13쪽
54 blueprint-4 +5 15.09.09 3,964 119 11쪽
53 blueprint-3 +6 15.09.09 4,056 118 11쪽
52 blueprint-2 +6 15.09.07 4,797 149 13쪽
51 blueprint +14 15.09.04 4,869 155 12쪽
50 as we enter-3 +5 15.09.03 4,703 144 12쪽
49 as we enter-2 +6 15.09.02 4,927 126 11쪽
48 as we enter +5 15.09.01 5,201 153 11쪽
47 snow-4 +4 15.09.01 5,116 134 7쪽
46 snow-3 +8 15.08.28 5,787 171 14쪽
45 snow-2 +8 15.08.27 5,684 157 11쪽
44 snow +3 15.08.26 6,038 158 8쪽
43 i am-3 +7 15.08.25 6,144 171 9쪽
42 i am-2 +7 15.08.24 6,205 171 12쪽
41 i am +10 15.08.21 6,734 17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