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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5.07.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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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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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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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since when-7

DUMMY

멍하게 서 있는 일행들 너머로 설이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그녀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성환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목숨을 구해줬다는 고마움보다. 궁금증이 우선이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다시 만날 거라고 분명히 알렸던 것 같은데.

성환은 눈살을 찌푸렸다. 주변의 시선이 둘에게 꽂힌다.

"대체 무슨 일이야? 놈의 몸은 왜 갑자기 부서진 거고? 이 분은 누구야?"

호열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성환은 마리를 짚었다. 성환은 다른 물음에 다 대답하는 대신 마지막 물음에만 가볍게 대답했을 뿐이다.

"그냥. 이래저래 아는 사이야."

뭔가 거짓말을 하려다 그만뒀다. 성환이 거짓말에 능숙하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거짓말을 해 봐야 설이 초를 칠 것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반갑습니다. 호열이라고 합니다. 이 친구가 이런 미인분을 알고 있을 줄이야. 보니 능력도 대단하신 것 같고. 친하게 지내고 싶네요."

호열이 반갑다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설은 고개를 살짝 내려 호열의 손바닥을 빤히 바라볼 뿐이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무안해진 호열이 악수하기 위해 내밀었던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보다. 어떻게 여기로 온 거지?"

설이 있던 산에서 여기까지의 거리는 가깝지 않다. 그녀가 오래 있던 곳에서 인가까지 내려왔다면,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걸어서.

성환은 머리를 긁었다. 몇 번을 해도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그래. 좋아. 좋다고. 뭔가 이유가 있겠지."

성환은 복잡하게 생각하는 대신에 간단하게 넘기기로 했다. 그냥 그러려니 넘기는 것이다.

"넌 뭔데 계속 혼잣말하고 있는 거야?"

호열의 물음에 성환은 주변을 둘러봤다.

"뭐? 설이 목소리. 안 들려?"

호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표정으로 보니 거짓말은 아닌 듯 싶다. 성환은 설에게 고개를 돌렸다. 옆에 있던 호열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텔레파시 능력자인 거야?"

텔레파시가 뭐지?

성환은 호열과 설의 물음에 답하는 대신 설에게 물었다.

"말. 할 수 있어?"

설의 고개가 잠시 옆으로 내려갔다 올라온다.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눈이다. 그녀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조금."

"그래. 앞으로는 말로 하자고. 말로."

"불편해."

설은 뭔가 불편한지 목을 만지작거렸다. 성대가 울리는 것이 영 못마땅한 모양이다.

"자. 다시 이야기를 진행해 보자고. 여기는 왜 내려온 거야?"

"내려와야 했으니까."

그녀의 말로 추정컨데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성환은 무엇인지 묻지 않기로 했다. 물어본다고 해서 똑바로 된 대답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선문답은 거기까지.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는 거야?"

"안 돼."

그녀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할 게 있어."

성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너와 관련된 일이야."

성환은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대체 자신과 그녀 간에 무엇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인가. 지난번에 본 것이 전부고. 그녀에게 받은 눈송이 하나가 전부인 관계다.

"그래. 얼마나 걸리지?"

당장이라도 짐을 싸서 원래 살던 곳으로 보내고 싶지만 그럴만한 능력도 되지 않는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자신을 도와준 은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못되게 굴기가 아무래도 힘들다. 용건만 대충 끝내게 하고 돌려보내는 게 최고다.

"모르겠는데."

"...그보다. 네 집. 그대로 놔 둬도 돼? 이것저것. 관리할 게 많지 않아?"

산의 지형과 날씨를 관장해야 하는 그녀가 자리를 비운다면 그만큼 공백이 생긴다.

"산양에게 맡기고 왔어."

성환은 지난번에 봤던 산양을 떠올렸다. 그 성격 더러운 산양이 산을 다스린다면 그 지역에서는 의뢰의 의자도 꺼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도 되는 거야?"

"선물로 이름을 줬어. 마음에 들어 하던걸."

"이름?"

"매애."

되는대로 갖다붙인 이름이다. 성환은 졌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용건은 뭐지?"

"너랑 같이 있어야 해."

"뭐?"

성환은 침을 삼켰다.

"같이 지낼 거야."

대체 무슨 소리인지 깨닫는 데에는 시간이 한참 걸렸다. 그러고서도 똑바로 이해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렇게 안 봤는데. 여기저기 다리 걸치고 다니는 사람이었냐?"

호열이 패닉에 빠진 성환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그보다. 점장 아가씨는 어떻게 하려고?"

"...첫째로 설이랑은 그냥 아는 사이일 뿐이야. 둘째로. 점장이랑도 그냥 아는 사이일 뿐이고. 마지막. 그러니까 다리 걸치는 건 아니야."

"뭐. 내가 하면 로맨스인 법이지."

성환은 가볍게 이를 갈아붙였다. 찔끔한 호열이 입을 다물었지만 입에는 놀림거리를 찾았다는 미소가 걸려 있다.

"다짜고짜 찾아와서 그런 부탁을 하면 어떻게 해?"

"그보다. 내가 줬던 선물."

성환은 그제야 눈송이에 생각이 미쳤다. 그녀가 건내줬던 물건. 받은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남의 손에 넘겨줬고. 그마저도 산산히 부서져 버렸다.

"부숴져서 성환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 남아 있는 기운으로 찾아왔는데. 성환이 아니었어."

설의 눈이 해진에게 갔다가 떨어진다.

"가까히 있기는 했지만."

성환은 변명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호열이 한 발 더 빨랐다.

"하. 이거 몹쓸 사람이네. 그러니까. 아가씨가 선물을 성환이한테 줬다 이거죠?"

"응."

"그런데 성환이는 그걸 부숴버린 거고?"

호열이 이때다 싶어 말을 이어나간다. 뭔가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성환이 곤란해하는 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얼굴에 다 드러난다.

"그래."

"막돼먹은 인간이네."

"막돼먹은."

"쓰레기라고도 하죠."

"쓰레기."

설은 호열에게 착실하게 비속어를 배워나가고 있다.

"막돼먹은 쓰레기 성환."

한술 더 떠 응용까지 자유자재로 해 낸다.

"그런 말 쓰는 거 아니야."

설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지내야 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어."

성환은 뭔가 반박하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 대신 나오는 것은 한숨뿐이다.

"잠깐!"

은영이 어느새 다가와 있었다. 은영이라면 이런 상황을 처리해 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파티장으로서 꼬장꼬장한 면이 있으니까, 그녀를 내칠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안 된다고 거부하면 아쉽다는 듯 그녀를 내치면 된다. 성환은 은영의 말을 기다렸다.

"설 씨. 미안하지만 외부 능력자를 저희 파티원과 함께 지내게 할 수는 없어요. 전력 유출의 가능성도 있고. 스파이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성환은 속으로 은영을 응원했다. 그녀가 펼치는 말은 정론 그 자체다.

"그래서 이대로 설 씨가 성환이랑 같이 지내게 할 수는 없어요."

"스파이 아냐."

"그걸 어떻게 알죠? 설 씨가 스파이인지. 스파이가 아닌지."

설이 잠시 생각에 빠졌다. 뭔가 말하려 했지만 그녀의 어휘력으로는 그다지 설득력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질 리 없다. 몇 마디 떠듬거리던 설의 입이 잠시 멈춘다.

"역시. 증명할 방법이 없죠?"

"그거 아쉽게 됐네. 파티장이 안 된다니까. 어쩔 수 없지."

성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번 지당한 말들 뿐이다. 호열은 아수라장이 벌어지지 않아 아쉽다는 듯이 쯧쯧 소리를 냈지만, 은영의 말에 대답할만한 논리가 떠오르지 않는 듯 했다.

"그래서 말인데. 설 씨. 클랜은 있나요?"

"아니."

"그럼. 저희 클랜에 들어오시면. 성환이랑 지낼 수 있어요. 제가 파티장 권한으로 허가해 드리죠. 아니. 차라리 강제해 드릴게요. 성환이가 설 씨를 못 쫓아내도록."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성환은 은영의 입을 막으려 달려들었다. 하지만 호열이 성환의 몸을 붙잡는다. 필사적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호열의 힘을 당해낼 수가 없다. 둘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설 씨 같은 능력자라면 두 팔 벌려 환영이에요. 어쩌겠어요? 저희 클랜에. 들어오실 건가요?"

은영의 속셈은 처음부터 이 쪽이었던 것이다. 은영의 능력 정도라면 어느 파티나 어느 클랜에서도 데려가려 난리가 날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성환에게 왜인지 목을 메고 있다. 그러면 성환을 미끼로 그녀를 낚는다.

단순하고 이득이 많이 생기는 계략이다. 성환이 절대적으로 반발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안 돼!"

성환은 발악하듯 소리질렀다. 설의 고개가 성환으로 돌아간다. 그녀는 눈을 몇 번 깜박이고는 다시 은영에게 고개를 돌린다.

"좋아."

파티원이 한 명 늘었다. 능력도 대단한 데다가 미녀. 어딜 봐도 환영할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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