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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5.07.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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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1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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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print-5

DUMMY

"어떻게 녀석들을 잡아야 하지?"

개별 생활을 하는 몬스터들은 상대하기는 쉽다. 하지만 박멸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개별 행동을 하는데다 겁이 많고 도망치는 것을 일순위로 하는 몬스터들을 박멸하는 것은, 집단을 상대하는 것보다 더 까다로울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쥐 박멸과 비슷하게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쥐는 어떻게 잡는데?"

"제가 어렸을 적에는 자주 잡았습니다. 동족 상잔이라고 불리는 방식으로."

"동족 상잔?"

"일단 쥐 몇 마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불을 피워서 녀석들을 구우면, 냄새에 이끌려서 쥐 몇 마리가 더 찾아옵니다. 그러면 다시 쥐들을 잡는 거죠."

흠. 하고 성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쥐는 왜 잡은 거지?"

"여기서는 따로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자원봉사자도 물론 없고요. 돈이 없으면 굶을 수밖에 없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쥐를 잡으러 다니게 되는 겁니다."

"쥐를 먹는다고?"

"생각보다는 꽤 괜찮은 간식거리입니다. 시궁창 냄새가 잘 안나게 껍질을 신경써서 벗겨야 하기는 하지만."

성환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배를 곯아도 시궁창을 내달리던 쥐를 구워 먹는 건 사양이다.

"어쨌건. 랫 맨도 똑같은 방식으로 잡아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몇 놈을 잡기는 해야 한다는 말이군."

성환은 몸을 일으켰다. 덫을 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랫 맨 한 놈을 잡는 것은 금방이었다. 녀석들은 여기가 전부 자기 영토인 것 마냥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두셋 정도 더 잡아낼 수 있었겠지만, 한 마리면 충분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해진은 성환의 손에서 랫맨을 받아들고 불을 피웠다.

지글거리며 랫맨의 시체가 익어가기 시작한다. 동시에 고기 익는 냄새가 피어오른다.

"냄새는 괜찮지 않습니까?"

성환은 질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생각보다는 괜찮은 냄새기는 했다. 하지만 랫맨이 벌레 가득한 곳을 킁킁거리며 다녔을 상상을 하니 있던 식욕도 사라져 버린다.

[윈드(wind)]

해진의 영창과 동시에 산들바람이 불어 냄새를 더 멀리까지 퍼트리기 시작했다.

"역시 마법이란 건 편리해 보여."

"한 번 배워 보실 생각은 없으신 겁니까?"

"없어."

성환은 예전에 몇 번 마법에 도전해 본 적이 있다. 물론 마법의 개념이니 수식이니 뭐니 하는 것들 때분에 채 오 분이 되지 않아 때려치고 말았지만.

"슬슬 입질이 오는군요."

랫 맨 몇 마리가 슬슬거리며 네 발로, 혹은 두 발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성환과 해진이 있는 데도 상관없다는 듯이.

성환은 검을 빼들었다. 놈들은 조금은 긴장한 듯 보였지만 곧바로 털을 바싹 세운 채로 달려들었다.

팍! 푸확!

달려온 랫맨이 순식간에 조각나 떨어진다.

시간이 지나자 구워지는 고깃조각이 몇 배로 늘어났다. 다가오는 족족 조각내고, 다시 불 위에 올리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이 녀석들에게는 조심성이란 게 없는 건가."

성환은 중얼거렸다. 랫맨들은 아무 방비 없이 냄새나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리고는 앞뒤 볼 것 없다는 듯이 성환에게 달려들었다. 보통의 조심성 있는 몬스터들과는 정 반대의 행동이다.

"보통 랫맨이라면 조심성이 많다고 서적에서 봤는데. 이상하기는 하군요."

"뭐. 타성에 젖은 거겠지."

녀석들도 처음부터 조심성이 없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먹이 사슬의 정점에 오르며. 조심성을 조금씩 버려 나간 것이리라. 가장 위에 있으면 서서히 변해 가기 마련이다. 최고라는 나태와 방만이 서서히 녀석들의 힘을 앗아간 것이다.

"오만하면 죽어도 할 말이 없는 거지."

성환은 킬킬대며 가볍게 웃었다.

'동족상잔'은 계속해서 자리를 바꿔가며 이어졌다. 다 타 버린 고기를 버리고, 간추려서 다른 곳에서 고기를 굽고, 랫맨을 잡는 행동의 반복.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랫맨의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오는 것이라고 해 봐야 한두 마리가 전부였다.

"자리 옮긴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두 마리가 끝이군요."

해진이 가볍게 마지막 남은 고기를 태웠다.

"생각보다 랫맨이 적었나 봅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게 아니면..."

성환은 머리를 들었다. 꽤 큰 건물의 옥상에서 희미하게 쥐의 부리가 보였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털이 새하얗고 살이 축 늘어진 쥐다.

"...생각보다 훨씬 숫자가 많은 걸지도."

찌직! 하는 찢어지는 울음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쥐떼가 둘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십 마리던 랫맨들은 순식간에 불어나 시야가 닿는 모든 곳에 몸을 채워넣었다.

"장관이군요."

해진이 중얼거렸다. 새까맣다는 표현마저 부족할 정도의 숫자다. 아마도 둘이 계속해서 친구들을 잡아 죽이는 데 잔뜩 골이 난 모양이다. 놈들이 더 몰려들기 전에 일점돌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환은 몸을 바로잡았다.

"쫓아올 수 있나?"

"물론이죠. 엄호 필요합니까?"

"최소한으로. 마나를 최대한 아껴. 랫맨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성환은 앞으로 달려나가며 검을 횡으로 크게 베었다. 성환의 검에 휩쓸려 랫맨 대여섯이 두쪽이 난다. 뜨뜻한 피가 튀어 주변에 있는 랫맨의 몸을 흠뻑 적신다.

찌지직!

랫맨들은 동료들의 죽음을 보며 졸아붙기는 커녕 더욱 광분해서 설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몸에 몸을 쌓아대며 둘에게 달려든다.

[윈드 실드(wind shield)]

거대한 바람의 장벽이 둘의 주변을 감싼다. 바람에 흙먼지가 날려 시야가 조금은 불편하지만, 얼음이나 철 따위가 가로막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성환은 앞으로 계속해서 돌파해 나갔다. 아무리 나아가도 쥐떼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세상 전부가 랫맨으로 뒤덮였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이 많은 놈들이 어디에 쳐박혀 있었던 거야?"

"아무래도 지하 수로나 건물 내부에 있던 놈들인 모양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답 들으려고 한 거 아니니까 조용히 해!"

성환은 해진에게 소리치며 계속 검격을 이어나갔다. 휘두름 한 번에 네다섯마리씩 썰어 제끼고 있지만, 전체 숫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죄다 쓸어버리자는 생각으로 덤벼드는 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겠다 싶다.

"커다란 마법, 어떤거 되냐?"

"얼마나 큰 걸 바라십니까?"

"쥐새끼들이 질색하고 못 덤벼들 만큼 커다란 거!"

"꽤 많습니다. 물을 사용해서 쓸어버리는 것도 되고, 독안개를 피워 올리는 것도 가능하고, 아. 높은 순도의 광자를 이용하는 것도..."

"설명 그만 하고! 뭐가 제일 효율적이야?"

"흠... 에너지 효율으로는..."

"아니! 지금 이 상황에 쥐새끼들 날려 버리는 데!"

"불기둥이 적당하겠군요."

성환은 이 상황이 끝나면 해진의 머리를 한 대 후려치고 말겠다고 다짐하며, 검을 다시 쥐었다.

"당장 써!"

푸확!

랫맨을 커다랗게 베어올리며 성환이 소리쳤다. 검 끝에 낚여오른 운 없는 랫맨은 시체가 반등분되어 훨훨 날아가 각기 다른 벽에 쳐박혀 미끄러져 내렸다.

"시전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얼마나?"

"일 분 정도면 됩니다."

"지켜달라 이거군!"

성환은 검을 계속 내갈랐다. 일 분 정도라면 어떻게 벌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해진이 눈을 감고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따라 유려한 룬 문자가 떠오르며 서로 공명하기 시작한다.

마나가 움직이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쥐떼가 더 빠르고 강렬한 기세로 몰아친다. 몸 위에 몸을 덮고, 그 위에 다시 몸을 덮자 엄청난 크기의 탑이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탑은 무너져 내리며 성환을 덮쳐왔다.

"죽겠군."

이야기 한 보따리 들으러 와서는 이런 생고생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성환은 계속 휘두르던 검을 잠시 멈췄다.

검막(劍幕).

성환의 아버지는 잡기라고 부르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성환은 지금까지 그 잡기에 몇십 번이고 생명을 걸었고 번번히 살아나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막으로 목숨을 한 번 건졌으니 말이다.

검막은 촘촘하게 검을 휘두르는 데 그 핵심이 있다. 최대한 검 끝에 내공을 주입하고, 검 끝으로 주변을 쓸어내듯 뒤덮는 기술이다.

이렇게 많은 적들을 막아내는 것은 검막이 최적의 효율을 보인다. 문제는 검막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내공을 소모한다는 데 있다. 그도 당연하다. 사실 막이라고 했지만 단순히 검을 엄청나게 휘둘러 대며 주변을 베어나가는 동작일 뿐이니까.

예전이었으면 좋다고 검막을 시전했을 것이다. 내공량에는 자신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검막과 같은 고등기술을 오래 유지하지는 못한다. 일 분여를 전력으로 유지한다면 틀림없이 바닥을 보일 것이다.

해진의 마법이 모든 쥐떼를 다 날려 버린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해진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쥐떼의 크기가 상상 이상으로 컸다. 여기서 내공을 바닥내 버린다면 능력도 없는 쥐떼에게 물려 죽는 신세가 되어 버릴 것이다.

'아무튼, 내공이 다시 채워지는 것도 아니고. 검막을 유지하는 것은... 잠깐. 내공을 채운다고?'

성환은 생각의 머리를 돌렸다. 문득 품 안에 있는 눈송이. 그리고 눈송이에 흐르는 마나.

픽. 하고 웃음이 터져나온다. 생각보다 훨씬 간단한 해답이 있었던 것이다. 성환은 품 속에 손을 집어넣어 눈송이를 쥐었다. 손 안에 한기가 감싸고 돈다. 그리고 동시에, 마나가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한다.

미약한 크기다. 이 정도로 내공량을 늘리는 것은 택도 없다.

"하지만, 충전하는 데는 충분하지!"

검막이 성환과 해진을 감싸고 돌기 시작했다.

콰과곽!

검으로 촘촘히 만들어진 거대한 반구에 쥐떼가 순식간에 갈려 나가기 시작한다.

일분이 거의 다 지났을 무렵. 쥐들이 분쇄되며 흘린 피가 찰랑거릴 정도까지 쌓였다.

그런데도 쥐떼는 거의 줄지 않았다.

"끝도 없구만."

성환은 검막을 해제했다. 동시에 손과 검손잡이 사이에 붙어 있던 눈송이를 때냈다. 손이 아릿한 것으로 봐서는 가벼운 동상을 입은 모양이다.

'생각보다는 내공이 많이 차지 않았다. 하지만 도망치거나 후일을 도모할 정도는 돼.'

만약 눈송이가 없었다면 지금쯤 반쯤 탈진한 채로 허덕이고 있었을 것이다.

다시 검막을 치거나 하는 짓은 무리지만 최소한 이 지옥같은 곳에서 도망치는 것은 할 수 있으리라.

구릉.

해진의 마법이 거의 완성된듯 했다. 마나의 폭풍이 주변을 심상찮게 감싸고 돌고 있었다. 이내 해진의 손이 마지막 룬 문자에 점을 찍었다.

[파이어 월(fire wall)]

콰아앙!

거대한 불기둥이 성환과 해진이 서 있던 공간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솟아올랐다. 삼사 층은 될 법한 높이로 솟아오른 불기둥은 삽시간에 랫맨 떼와 그들이 흘린 피를 태워올렸다.

"확실히 대단하기는 하군."

성환과 같은 무도가들의 힘이 일대일의 상황에 특화되어 있다면 마법은 다대일의 상황에 특화되어있다. 거대하고 범위가 넓은 마법들을 응용하면 수백 수천의 적들을 간단하게 돌파해낼 수 있다.

그렇기에 오만하다는 소리가 계속해서 나와도 그들을 기용하는 것이고.

'땡 잡은 건가.'

일단 문제될 것이 없다. 쌍둥이 형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었고. 성격에도 흠 잡을 데가 없다. 뭔가 조금은 뒤통수가 톡톡거리며 간지럽기는 했지만. 성환은 애써 그런 기분을 지워냈다.

"된 겁니까?"

해진이 헥헥거리며 머리를 흔들었다. 주변의 쥐 떼가 말끔하게 처리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찌직! 찍! 찍!

하지만 청각은, 쥐들의 공격이 아직까지 멈추지 않았음을 명확하게 알려 주고 있었다.

"마나 얼마나 남았냐?"

"지금 엎어져서 자고 싶을 정돕니다."

말을 마친 해진이 엎어지듯 쓰러졌다. 성환은 해진을 들쳐업었다. 랫맨들이 다시 몰려오기 시작했다. 숫자는 현저히 줄었다. 잘 쳐 줘 봐야 수백 마리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해진의 마법으로 대다수의 동료를 잃었음에도 전의를 전혀 상실하지 않은 모습이다. 성환은 쥐떼 너머에 있는 한 마리의 랫맨을 바라봤다. 아까 건물 위에서 언뜻 보였던 잔뜩 늙은 흰 색깔의 랫맨이다.

"네 놈 때문인가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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