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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5.07.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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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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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cipe

DUMMY

"공이 하나, 둘, 셋, 넷, 이게 몇 개야!"

은영이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유진이 약속했던 금액을 부쳐 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적지 않은 의뢰금이 빛을 바랠 정도다.

삼십억.

일반인의 기준이 아닌 헌터의 기준으로도 굉장한 금액이다. 인원이 넷이니 넷으로 나눈다고 해도 칠억 원이다.

"자, 이제 이 돈을 어떻게 쓸 지나 고민해 보자고."

"방어구랑 무기 바꿔야지."

성환의 방어구는 너덜너덜해진 채다. 검은 최상품인 탓에 오랫동안 쓸 수 있을 테지만 처음 사 놓은 싸구려 방어구는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지금까지 버틴 것만 해도 기적에 가깝다.

"맨날 찌질하게 가격 먼저 봐야 됐는데, 드디어 괜찮은 물건들 골라 살 수 있겠네. 무기부터 바꾸자고. 값 싸고, 무기 괜찮고, 점원 친절한 무기점. 아는 데 있어?"

은영의 질문에 호열과 일국이 입을 다문다. 그들도 딱히 아는 게 없다. 항상 자본은 부족했으니까. 작은 보호구를 사더라도 값부터 생각해야 했던 입장에서는 고가의 무기들을 파는 좋은 상점들을 알고 있는 곳이 없다.

셋의 눈이 성환에게 자연스럽게 모여든다.

"왜 날 보는데?"


- - -


"그래서. 여기가 괜찮은 곳이야?"

"그런 것 치고는 너무 허름하지 않나?"

"그보다 여기. 와 본 것 같은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은영의 마지막 말에 성환은 낯을 살짝 붉혔다. 성환은 문을 열었다. 기름칠이 적당히 된 문이 소리 없이 열린다.

"어서 오세요!"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 안녕하세요. 성환 씨. 며칠 동안은 안 오실 거라고 하시더니. 오셨네요?"

승혜가 사글사글하게 인사를 건낸다. 은영이 픽. 하고 가벼운 웃음을 터뜨린다.

"기껏해야 온다는 데가 자기 알바하는 무기점이었어?"

"값 싸고. 좋은 무기 팔고. 조건에 맞잖아."

"점원이 별로 안 친절한데. 고객의 소리함에 써 넣으면 되냐?"

호열의 말에 성환이 가볍게 얼굴을 구겼다.

"뭐. 어찌됐건. 점장. 손님 모아왔어."

"음. 가격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계시죠?"

"인당 삼사 억 정도."

성환의 대답에 승혜의 얼굴이 헬쓱해진다.

앞뒤 설명을 모두 듣고도 승혜는 부담스러운 얼굴이다. 지금까지 승혜가 만든 물건들은 죄다 낮게는 몇백만, 높아 봐야 이삼천의 가격에 팔려나갔다. 재료비를 제하면 겨우 본전, 인건비를 제하면 손해를 볼 정도다.

"그러니까. 제 능력으로는.. 뭐랄까... 그렇게 비싼 무기들을 만들어도 될까 싶어서."

"본인이 저렇게까지 말 하는 데, 우리가 맡겨도 되는 거야?"

호열이 가볍게 투덜거린다.

"아니. 내가 보증하지."

성환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승혜의 손을 탄다면 결코 손해 보는 일 없이 만족스러운 무기를 살 수 있을 것이다.

"보증한다고 해 봤자, 가진 돈이라고는 한 푼도 없잖아."

은영의 말에 성환의 입이 잠시 멈춘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당장 승혜에게 빌린 돈도 다 갚지 못했으니까.

"젠장. 싫으면 다른 가게 가던가."

"점원이.. 고객을.. 응대하는 태도가.. 싸가지가.. 없습니다."

호열이 어디서 구해왔는지 쪽지에 사각거리며 불평사항을 적기 시작한다. 성환은 쪽지를 뺏아들고 박박 찢어버렸다.

살짝 뾰루퉁해진 호열을 놔 두고 성환은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점장. 점장 실력이면 충분해. 자신감을 가지라고. 그리고 원래 주문제작형 무기들은 일반적인 판매 상품 두세 배는 받아 먹어."

"두세 배나 남겨 먹을 생각이야? 동료 상대로?"

은영의 투덜거림을 무시하고 성환은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좋은 경험 한다고 생각해. 나도 사냥에 관해서는 칼 같은 사람이야. 능력 없는 사람한테 능력 있다고 빈말 안 한다고. 분명히 얘들도 만족할 걸?"

"그래. 어떤 쓰레기같은 무기가 나와도 이 가게 점원에게 받은 모욕보다 쓰레기같을 수는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호열의 말을 완전히 무시한 채로 성환은 승혜를 설득했다.

"알겠어요."

십여 분은 설득한 다음에야 승혜의 입에서 승락이 떨어졌다.

성환은 세 명에게 주문제작에 필요한 서류를 나눠 주며 설명을 시작했다.

"각자 원하는 무기를 적어. 바라는 재료나 특이사항 같은 것도."

"네 무기는 필요 없어?"

"나는 검이 아직까지는 쓸모 있으니까 괜찮아."

사각거리며 셋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하나하나 글자를 적어 나가기 시작한다. 무기의 길이, 손의 크기, 무게와 같은 것들.


- - -


"활 하나, 도끼 하나, 단검 하나."

성환은 셋의 요구사항들을 취합해서 승혜에게 전달했다.

"활은 뼈 종류로 된 가볍고 튼튼한 걸로. 화살도 같은 재료면 좋겠다고 하네. 화살은 서른에서 마흔 발 정도."

"네."

"도끼는 크고 묵직하게. 멋나는 장식이 붙어 있으면 좋겠다고 하네. 손잡이 부분에 가죽을 덧대서 손에서 떨어지기 어렵게 해 주고, 무게중심은 최대한 아래로. 단검은 딱히 요구사항 없음. 품 속에 잘 넣을 수 있고 손질 자주 안 해도 되게."

"네."

"선금으로는 무기 값 전부를 받아놨어. 재료비가 부족한 일은 없을 거야. 질문은 없어?"

"일단 재료부터 사러 갔다 올게요."

"나도 따라가도 될까?"

지금까지 승혜가 재료를 사러 가는 것을 따라가본 적이 없었다. 귀찮기도 했고, 전문 분야도 아니었기에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번에는 파티원들의 무기를 만드는 일이기에 변덕을 부리기로 했다.


- - -


헌터들이 잡은 몬스터들의 사체는 분해되어 경매로 나온다. 덕분에 판매시장은 스물 네 시간 운영되며 쉴 새 없이 판매와 구매가 이루어진다.

성환도 말로만 들었지 와 본 것은 처음이다.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소리치는 판매자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많은 인원과 물품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든 거대한 광장에 가깝게 설계를 했는데도 공간이 좁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승혜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인파를 뚫고 요리조리 움직였다.

"어디로 가면 되지?"

"일단 외부보다는 내부가 좋아요. 고정된 판매상 분들이 계시는 곳이거든요. 그만큼 경쟁은 치열하지만 종류도 많고 품질도 보장이 돼요."

"그런가?"

"뼈 종류는 K7섹터에 있으니까 이 쪽이에요."

승혜는 말을 하며 다시 인파를 뚫고 움직였다. 성환은 사람들의 벽을 뚫으며 겨우 승혜를 쫓았다. 자그마한 몸인데도 인파를 간단하게 뚫으며 앞으로 전진해낸다.

겨우 뒷모습을 놓치지 않고 승혜가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쪼그려앉은 승혜는 피가 아직까지 말라붙지 않은 뼈를 살펴보고 있다.

"아가씨. 오늘도 또 왔네. 그래. 오늘도 평소처럼 사 가나?"

"아뇨. 오늘은 조금 더 좋은 물건이 필요해서요."

"오. 좋은 고객이 왔나 보군."

승혜가 미소를 지으며 "네."라고 대답했다. 둘의 대화를 보니 자주 온 가게인 모양이다. 간판도 이름도 없는 가게다.

"괜찮은 물건 있어?"

성환은 승혜 옆에 쪼그려 앉았다.

"음... 시 서펜트 본이 괜찮을 것 같아요. 경도는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굉장히 가볍고 손에 잘 달라붙거든요. 복원력도 좋고 보관만 잘 하면 오래 쓸 수 있어요. 전에 은영 씨 손을 보니 작은 편이라 손잡이 부분은 그립이 좋고 질긴 가죽이 좋을 것 같네요."

"어. 이 분은 처음 뵙는데?"

"안녕하세요. 승혜 씨가 운영하는 가게 직원입니다."

"아. 그때 말했던..."

"아뇨! 아니에요! 무슨 말씀 하시는 거에요?"

승혜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소리친다.

"아, 내가 이런 실언을."

사내가 어색하게 웃음으로 넘긴다. 승혜는 뼈를 이리저리 들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한다.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다른 거야?"

"뼈라는 게 밀도나 무게가 다르니까요. 뼈는 가공을 통해 무게중심을 바꾸는 게 어렵기 때문에, 잘 골라서 사야 해요. 상처가 있거나 하면 가공이나 사용 중에 부러져 버리는 경우도 있죠.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면..."

승연은 그러고서도 한참을 자신의 뼈 론(論)에 대해서 설명했다. 중간쯤부터는 전문용어들이 섞여 반도 알아듣기 어려웠기에 반쯤 정신을 놓고 공상에 잠겼다.

"...그러니까 뼈들도 나름대로 색감이 있다는 말이죠. 이걸 아름답게 살리면서 좋은 무기를 만든다는 게 참 어려워요. 아시겠죠?"

"...어쨌거나, 심오한 세계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겠어."

"이거랑 이거, 두 개 일단 봐 놓을게요."

"알았어. 산다는 손님 있어도 안 팔고 놔 두지."

이후로도 몇십 가게를 더 움직였다. 이쯤이면 괜찮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승혜의 발걸음은 전혀 멈추지 않는다.

결국 세 시간을 허비하고 나서 산 뼈는 첫 가게의 뼈였다. 성환은 그럴 거면 애초에 왜 다른 가게를 돌았는지에 대해 짜증을 내려 했지만 그만뒀다. 그랬다가는 앞에 들었던 강의에 가까운 설명을 다시 들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으니까.

이후로는 광석이었다. 도끼를 만들기 위한 마나가 담긴 광석들을 사기 위해 바삐 움직엿다. 성환은 이번에는 광석들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 얌전히 따라다닐 뿐이었다.

"광석도 종류가 참 많아요. 철이라고 같은 철이 아니에요. 안에 뭐가 섞여 있나, 혹은 순도가 얼마나 되는가. 제련 과정은 어떤가에 따라..."

..물론 질문하지 않는다고 해서 승혜의 설명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한참을 돌고 나서야 잘 제련된 광석을 샀다.

사냥이나 운동 때에도 느끼지 못했던 피로가 벌써 몰려오기 시작했다. 발바닥도 아려오고, 목도 아프고, 눈도 피곤하다. 가죽을 사고 나서야 둘의 발이 잠시간 멈췄다.

"이제 된 거지?"

"음... 사실 하나 더 살 게 있어요."

"아직 남았어?"

"네. 가죽 한 장을 사야 돼요. ...돌아가시려면 지금 가셔도 괜찮아요."

"뭐, 다 왔으니까. 조금 더 기다리지 뭐."

"네."

구매가 끝난 것은 마지막 가죽을 사는 작업이 앞의 세 물품의 시간을 합친 것만큼 들어가고 나서였다.

승혜가 마지막으로 고른 것은 손바닥 네 개만한 크기의 와이번 날개 가죽이었다.

"그런데 이 가죽은 어디 쓸 거야?"

와이번 가죽은 굉장한 고급품이다. 와이번의 수가 그리 많지 않거니와 길도 잘 들고 보호기능도 좋은 덕분에 많은 헌터들이 애용하는 물건이다.

"쓸 데가 있어서요."

"말해 두지만 이 가죽, 우리 의뢰품에 넣으면 안 된다. 거기 쓰기에는 너무 고급품이야. 알고 있지?"

"알고 있어요."

대답이 바로 나오는 걸로 봐서는 거짓말이 아니다.

가게로 돌아오자 물품들이 이미 도착해 있다.

"힘들지 않아?"

성환은 다리를 가볍게 주물렀다. 거리로 따지면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도 피로가 몰려온다.

"네? 힘드신가요?"

승혜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도착한 물품들을 다시 훑어봤다. 혹시 구매한다고 했던 물건들과 다르지는 않은지, 하자가 있지는 않은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내일부터 준비하면 일 주일 정도면 완성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꼼꼼하게 확인을 끝낸 승혜가 말했다.

다음 날부터 승혜는 개인 작업장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무기제작에 들어갔다. 덕분에 가게 업무는 모두 성환의 몫이다.

손님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 말로 들어서는 좋은 무기를 헐값에 판다는 소문이 도는 모양이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군.'

사실 다른 곳에서 구매해 오는 무기들은 거의 시가에 맞게 팔고 있다. 하지만 승혜가 만든 무기들은 그렇지 않다.

이렇게 헐가에 팔아도 될까 싶을 가격들이 가격표에 적혀 있다.

승혜에게 몇 번 가격을 올리자고 제안해 봤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돈 받고 파는 것도 죄송할 정도의 물건에, 더 이윤을 붙일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자존감이 부족한 건지, 장인정신이 투철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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