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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로이 님의 서재입니다.

발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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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로이
작품등록일 :
2016.01.14 17:15
최근연재일 :
2016.02.01 13:31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0,541
추천수 :
859
글자수 :
170,362

작성
16.01.2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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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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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1쪽

심연의 끝을 향하여 (2)

DUMMY

“처음 뵙겠습니다. 레이아네.. 씨 아니 ‘저스’라고 해야하나?”


눈앞에는 투구를 눌러쓰고 완전 무장한 기사가 한명 서 있다. 주변에는 녀석에게 희생된 대량의 영혼들이 끊임없이 고통과 절망을 흩뿌리고 있으며, 녀석 주변의 대지는 그 거대한 악의에 의해 검게 침식된지 오래이다.


‘저런 모습을 하고 있어도 생령이라니...’


주변을 돌면서 알아낸 사실은 저 기사 또한 일종의 저주에 의해서 묶인 상태라는 것이다. 그것도 ‘저스’라고 부르던 자신의 갑옷에 의해서. 심각하게 얽혀버린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라도 여기서 녀석을 쓰러뜨려야 할 필요가 있다.


-나에게.. 합당한... 죽음을...-


저렇게 지껄이고는 있지만 본래의 소원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단정지어버린 생을 포기하고 있는 자의 넋두리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 그 상태에서 몇백년이고 악의를 끌어 모은 채 살아가게 된다면, 자연히 저렇게 변하려나. 일단은 저 악의의 덩어리를 걷어내서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하게 만들어야 되겠지.’


순간 세상이 조용해진다. 잎사귀의 움직임도, 바람의 흐름도 모두 멎어있고 정면에서는 기사가 검을 들고 천천히 달려오고 있다. 초가속 상태. 그 말은 앞의 기사 또한 시간정지에 준하는 기술을 사용한다는 뜻.


‘이제는 만나는 녀석마다 시간정지를 걸어오네.’


정면을 가로막는 공기의 벽을 몸으로 깨뜨려 나가며, 달려오는 기사를 향해 일격을 후려친다.


-끼아아아아-


놈을 감싸고 있는 악령 몇 마리가 소멸 됐지만 녀석의 갑옷을 뚫어내지는 못했다. 악령들이 튀어나와 자신을 휘감지만, 전신에 힘을 주는 순간 바스라져 떨어진다.


‘그따위 저주로는 털끝하나 오염되지 않는다고! 그렇지만 가속상태에서도 반응하다니, 저 악령들 놈의 일부로 취급되는 건가.’


놈의 공격을 레바테인을 이용해 검째로 베어 가른다. 악령들이 방패가 되어 막아섰지만 순식간에 악령들의 방패는 깨어져 나가고 검끼리 맞부딪친다. 순간 검날을 타고 들어와 일격을 먹여오는 기사.

기사의 공격을 그대로 맞아주면서 정면을 향해 주먹을 뻗는다. 주먹에 맞아 십여 마리의 악령이 소멸하면서 튕겨나가는 기사. 악령 기사는 땅바닥에 처박힌 상태에서 아무런 피해가 없는 것처럼 일어선다. 녀석의 검격에 갑옷과 함께 잠시 베어졌던 어깨 쪽 상처가 그사이 재생되어 있다. 결국 이쪽도 아무 피해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

양쪽이 모두 음속을 넘어서 움직였기 때문인지 깨어져나간 공기의 단층들이 눈에 보인다. 그리고 새로운 공기의 단층을 꿰뚫으며 돌진하는 기사의 검격이 빛을 발한다.

악령들이 극도로 응축된 검격이 자신을 향해 떨어진다. 시간 정지 속에서도 그 움직임이 심심치 않게 빠르다. 직감이 위험하다고 경고하지만, 검은색 빛으로 물든 팔을 이용해 녀석의 공격을 잡아낸다.

검은색 빛을 꿰뚫지 못하고 검과 함께 접혀서 소멸하는 악령들. 무기를 잃은 기사의 움직임이 변한다. 극도로 검은색 빛을 두려워하는 듯 순식간에 무기를 놓고 거리를 벌리며 악령들을 응축하여 또 다른 검을 만들어낸다.


‘역시 필살기급 공격도 ’검은색‘을 뚫지는 못한다. 일단 겨우 제어하고는 있지만, 계속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는데...’


검은색 빛을 해제한 채 검격을 날린다. 공기의 단층을 재차 가르고 들어온 검격. 놈은 다시 악령들을 방패로 사용하지만 레바테인은 이를 가볍게 가르고 놈의 갑옷에 적중한다. 검격에 맞아 날아가면서도 놈은 자신을 향해 마주보며 검기를 날렸다. 하지만 그 검기는 갑옷을 꿰뚫고 피부만을 가볍게 베어냈을 뿐, 그 상처조차도 눈 깜짝할 사이에 재생되어버리고 만다.

관성을 제어하여 튕겨나가고 있는 녀석을 추격해서 검을 찍어 내린다. 상당한 저항 끝에 갑옷채로 관통되는가 싶었지만, 액토플라즘 덩어리로 바뀐 후 허공 저편에서 다시 기사로 재구성된다.


‘영체형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쉽게 복구되다니... 전부 다 떨쳐내려면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물론 방금 전의 일격에서 빠져나가는데 상당수의 악령들이 소멸하긴 했다. 하지만 놈이 가진 강고한 방어력으로 생각처럼 많은 수의 악령들이 소멸되지 않는 것도 사실. 정말 녀석을 뒤덮고 있는 악령 하나하나가 쓸데없이 터프하다.


‘결국 이렇게 계속 깎아내려갈 수밖에.’


-----

눈앞의 대적자와 상대할수록 멍해졌던 의식이 돌아온다. 자신의 사태를 확인하는 것보다 대적자의 검격을 받아내는 것이 더 먼저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그가 들고있던 거검이 자신을 가른다.

벌써 몇 번이고 대적자의 검격에 갈려나갔다. 그렇게 베어져도 되살아나는 상황을 볼 때, 자신은 일종의 무적 상태 같지만, 그래도 확연히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이런 무적상태도, 대적자의 검에 갈려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라는 사실. 상대방의 검에 당할수록 명료해져 가는 의식이 그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과연 ‘심판’의 주인. 시간정지 상태에서도 압도적이다. 그렇지만 자신은 &^$%를 지켜야...-

-에? 심판? 시간정지? 그보다 &^$%는 누구지? 나의 목적은 합당한 영웅에게 죽음을 맞는 것 아니었나?-

-----


기사의 필살기에 가까운 공격을 ‘검은색’을 사용해 튕겨낸다. 추가적인 공격을 가하려고 하지만 이미 저 멀리로 천천히 멀어지고 있는 상황.


‘악령들이 떨어져나갈수록 움직임과 검격이 더 날카로워지고 있어. 거기다 ’속도‘ 만이라면 초가속 상태의 나보다 약간 빠르다!’


초가속 상태에서 수십 번의 공방이 오간다. 기사의 공격에 말려드는 순간 카운터에 휘말린다. 검술로는 녀석을 당해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빈틈을 노린 한번, 한번의 공격. 설령 유도하기 위해서 놈이 그 빈틈을 일부러 드러낸 것일지라도, 확실하게 타격을 입힌다!

한방 한방의 공격이 기사에게 꽂힌다. 산을 베어내고, 거인을 물러서게 하는 그 일격들이 녀석의 갑옷을 쉽게 뚫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조금씩이라도 확실히 녀석을 깎아내린다.


.....

주먹에 맞아 근처의 나무를 무너뜨리며 땅에 쳐박힌 녀석에게 마무리의 일격을 날린다. 액토플라즘 덩어리로 바뀐 후 재구성 되는 녀석의 속도가 느리다. 그 견고했던 악령의 갑옷도, 지금이라면 가벼운 일격만으로도 잘라낼 수 있다.

반면 녀석의 공격은 더 이상 나에게 닿지 않는다. 일반적인 공격은 몸에 걸친 갑옷조차 긁어내지 못하고, 자랑의 필살기는 이미 사용하지 못하게 된지 오래 되었다. 그렇지만 기사는 포기하지 않았는지 자신을 향해 돌진한다.

돌진하던 기사의 속도가 느려지더니 정지에 가깝게 변한다.


‘더 이상 시간정지 계열의 기술도 사용하지 못하게 된 거냐.’


멈춰서 있는 기사에게 다가가서 최후의 일격을 날린다. 녀석의 영체가 반으로 갈려나가는 와중에 세상의 시간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 드디.... 어... -


어딘가 기쁨에 찬 기사의 단말마. 기사가 사라짐과 동시에 이곳을 빠져나가는 포탈이 생겨난다. 그렇지만 지금 가야 할 곳은 이 포탈이 아니다. 이 전투 전 윌슨이 발견해낸 곳을 향해 늦기 전에 전속력으로 내달린다.


-----

- 돌이켜 보면, 그때 자신의 선택은 잘못되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


레이의 육체를 얼리고 영혼이 떠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숲을 방황하도록 만들었다. 그녀의 마지막 소망을 비틀었기 때문인지 그녀의 생령은 자신의 삶을 끝내줄 대적자만을 끊임없이 갈구하게 되었고, 동시에 억울하게 제물이 되어 숲에서 죽어간 그녀의 동료들의 영혼들은 그녀를 감당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 주었다.

괴물이 되어버린 그녀를 죽여줄 존재는 나타나지 않았고, 덕분에 숲속에 얼어붙어 있는 그녀를 구해줄 존재 또한 나타날 수 없었다. 오로지 죽지 못한 망령들의 집합체만이 숲을 떠돌았고, 결국 숲은 금지가 된 채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다.


- 생각해 보면 자신과 그녀가 누구도 오지 못할 이 심연 속으로 내던져진 것도, 정의대신 그녀의 삶을 선택했던 자신의 오만에 대한 결과였는지도. -


영겁 속에서 그녀와 함께 고통 받고 있던 도중, 이 심연을 헤치고 그 녀석이 들어왔다. 심판의 선택을 받은 이답게, 압도적인 전투로 그녀의 악몽을 끝마쳤다. 이 심연 속에서 영원히 남겨질 자신과는 달리, 다행이도 그녀만은 영혼이나마 구원받으리라.

레이를 둘러싸고 있는 얼음이 녹아간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 심연 속에서 그녀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이는 없으리다. 예정되어 있던 죽음을 맞이하는 그녀를 보고...


“뭐를 궁상맞게 중얼거리고 있는거냐?”

- 쳇 철저하군. 그냥 두고 가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 너 정도면 다음 대 주인으로서 합당하기는 하겠지. 그렇지만 잠시만 내버려둬 줘. 전 주인... 아니 딸 같은 아이의 죽음이다. 적어도 푸념정도는 하게 해 주라고. -

“그녀의 영혼. 얼음을 녹이고도 당분간 육체에 붙잡아 둘 수 있겠나?”

- 뭘 하려고 하는거지! -

“치료. 심연에 빠진 후 만난, 첫 살아있는 인간이다. 이대로 죽게 만들 수는 없어! 윌슨. 세계수의 수액 좀 꺼내줘!”

“큐르~”

- 세계수의 수액? 그것이라면! -

“일단 몸에 박혀있는 무기들을 뽑아낸다! 너도 네 주인이 죽는 꼴을 보기 싫다면 최대한 협조하라고!”

- 아.. 아아! -


천년동안 아물지 않았던 레이의 상처들이 아물어간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구원을 심연에 빠져들고 나서야 만나게 됐다. 그녀의 의식이 돌아온다. 그녀가 깨어나고 나면 원망 받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이미 각오한 바, 남은 것은 그녀가 어떻게든 이 심연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쿠.. 쿨럭!”

- 레이! -

“으.. 으윽.. 저.. 저스?”

- 그래 나야! -

“아 악몽을, 악몽을 꿨어. 괴물이 된 채로 천년 이상을 이 숲 속에서 떠돌아다니던...

- ..... -

“으응? 다 당신은...”


작가의말

변명 - 주인공은 육체만이라면 공격을 흘려내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지만, 갑옷은 그냥 꼴보기 싫지 않도록 걸치는 것이라는 인식이... 당연히 갑옷에 마력을 부여해 강화하거나, 갑옷을 비틀어 공격을 흘려내는 방법 따윈 모릅니다. 애초에 갑옷보다 피부가 더 단단한 녀석이니...

 

레이아네 클라렌트 (악령기사 - 레기온 형태) Lv 1011

레이아네 클라렌트 (얼기 이전) Lv 287

레이아네 클라렌트 Lv 712 레기온은 사멸했어도 천년동안 쌓인 마력과 경험은 어디 가지 않았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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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심연의 끝을 향하여 (1) +1 16.01.27 683 25 10쪽
28 지금까지 주인공 스킬 정리 +1 16.01.26 866 14 4쪽
27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10) +1 16.01.26 827 24 11쪽
26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9) +1 16.01.25 808 21 12쪽
25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8) +3 16.01.24 743 24 13쪽
24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7) +1 16.01.24 769 19 10쪽
23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6) +2 16.01.23 783 21 9쪽
22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5) +2 16.01.23 783 23 11쪽
21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4) +3 16.01.22 764 21 10쪽
20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3) +2 16.01.21 725 22 10쪽
19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2) +3 16.01.21 845 20 10쪽
18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1) +3 16.01.20 855 25 10쪽
17 심연 (7) +2 16.01.19 822 22 12쪽
16 심연 (6) 16.01.18 780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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