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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로이 님의 서재입니다.

발할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로이로이
작품등록일 :
2016.01.14 17:15
최근연재일 :
2016.02.01 13:31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0,551
추천수 :
859
글자수 :
170,362

작성
16.01.1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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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튜토리얼 (5)

DUMMY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는 어느 정도 몸을 움직일만 해졌다. 그러나 밑으로 내려가면 전투가 발생할지도 모르기에 몸을 풀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기로 했다. 불을 피울만한 사정이 안 되기에 음식 섭취는 곡물가루를 입 속에서 조금씩 불려먹는 걸로 대신했다.

횃불은 이미 다 타버려서 꺼진지 오래다. 지상을 지나던 녀석들이 횃불을 보고 몰려오면 큰일이니까 의식을 차린 후 새로운 횃불에 불을 붙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불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사물의 윤곽을 흐릿하게나마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도 이 던전의 영향일까?


‘도 도착했다. 살아서 나왔다고!’

“히 히익!”


체력을 회복하고 던전에서 나와서 마을로 돌아가니 몇몇 마을 사람이 내 모습을 보고 기겁한다. 하기야 온 몸과 의복에 피딱지가 말라붙었지 등 쪽은 뭉개진 고블린의 녹색 체액 투성이지, 거기에 각종 먼지니, 아파서 내가 흘린 식은땀이니... 당분간은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며 무구 정리와 몸조리에 중점을 두어야 겠다. 아니 죽을 뻔한 뒤로 정신적으로 상당히 지쳤다고나 할까.

목욕을 하고 잡화점 아저씨를 통하여 근처의 민가에서 고기와 각종 부식 재료를 구입한다. 겨우 굽고 찌는 정도지만 가볍게 요리해서 입에 쳐넣기 시작한다. 생각 같아선 싸구려 레스토랑이 있으면 배가 터지도록 먹고 싶지만 이 시골 마을에는 그런 곳은 없으니 이렇게라도 할 수 밖에.

배를 채우고 장비를 정리하면서 몬스터들의 피를 세탁한다. 갑옷이야 그리 파손되지 않았지만 안에 갖춰입는 옷은 고블린들에게 넝마가 되어서 여분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사실 도시에서는 이런 일들을 전문으로 해주는 가계가 있었지만 이런 작은 마을에서 그런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모든 장비를 정비하고 나머지 시간은 헛간에서 누워서 빈둥대며 지낸다. 다른 용병이었다면 주점이나 창관에서 돈을 물 쓰듯이 하고 지냈겠지만, 자신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 깡촌에는 그런 가게 자체가 없다.

다음날이 되고 장비를 정돈하여 다시 던전으로 들어선다. 한번 죽을 뻔 했어도 이렇게 다시 던전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쩍부쩍 늘어가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능력 때문일 수도 있고, 마정석 등 돈이 되는 것이 많아서 일수도 있다. 그래도...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눈치체기 전에 최대한. 짜낸다’


“깨개갱”


이제는 늑대 한, 두마리 정도야 가볍게 제압이 가능하다. 늑대형 마수를 썰어버리고 지난번 고블린들이 대량으로 쏟아졌던 곳으로 가니, 여전히 바닥에 칼날이 튀어나와 있었다. 이 전이야 돈이 부족해서 칼날을 부러트려 가져다 팔았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부러트려 가져갈 수 있기도 하고.

3미터도 넘는 칼날구간을 가볍게 뛰어서 넘어간다. 고블린 시체를 이용한 탐지가 소용이 없는 함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이제 정말로 조심해서 전진해야 한다.


‘결국 가장 믿을 것은 직감뿐인가.’


달칵

“크읏!”


튀어나오는 창날을 반사적으로 몸을 뒤쪽으로 날려 회피한다. 이 전처럼 구르다가 쥐고 있던 검을 날려버리거나 하지는 않지만, 고블린 덩어리를 이용한 탐지가 효과가 없는 함정이 늘어나는 것 같다.


“크르르르르르”

‘이번에도 또 늑대?’


어둠 속에서 보이는 두 쌍의 붉은 빛. 그러나 녀석들의 경우 별로 두렵지 않다. 그때처럼 패거리를 이루지 않은 이상...


‘덤벼든다면 이쪽에서 박살내주지.’

“취익”

“에?”


순간적으로 장내가 얼어붙는다. 아니다 내 동작이 살짝 굳었을 뿐이다. 이곳을 보며 으르렁 대고 있는 늑대 사이로 걸어 나오는 근육덩어리. 납작한 코에 길게 튀어나온 아랫니까지. 오크가 분명하다. 오크를 인지한 순간 바닥으로 횃불을 던진다.

오크를 홀로 잡을 수 있는 실력이 되느냐에 따라 3류와 2류가 갈린다. 신체적 조건은 대부분 오크가 유리하다. 놈들은 선천적으로 180센티미터 이상의 키와 뚱뚱할 정도의 근육을 타고 태어났으니까. 반대로 말하면 신체적 불리함을 기술이든 뭐든 활용해서 뒤집을 수 없다면 2류가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오크는 그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이다. 그리고 던전에 들어오기 전의 나는 애송이에서 벗어난지는 좀 되는 3류 였었고.

더 큰 문제는 눈앞의 오크는 예전에 봤던 오크보다 확실히 커 보인다는 점이다. 피부 색깔은 초록색이 아닌 이 던전의 다른 몬스터들과 비슷하게 검은색이지만, 색깔이 다르다고 해서 약한 녀석일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크르르르르” “크르르르르”

“취이익”


으르렁거리는 두 마리의 늑대형 마수들 뒤에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녀석.


‘저 녀석들을 사냥용 개 취급하는 건가?’


굳이 사냥용 개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놈들끼리 다툰다거나 하지는 않는 것은 분명하다.

순간 오크 앞에서 으르렁거리고 있던 두 마리의 늑대가 이쪽을 향해 뛰어온다.

몸을 기울여 한놈의 공격을 피해내면서 카운터로 검을 내밀어 녀석의 벌어진 입부터 시작해 머리 위쪽을 날려버린다. 동시에 두 번째 녀석의 돌진은 오른손의 방패를 들어 받아낸다. 그리고 튕겨나간 늑대를 마무리-


쾅!

“취익!”


오크 녀석의 도끼 공격을 간신히 피해낸다. 도끼를 내리친 후라서인지 녀석이 도끼를 다시 들어올리는 동안 약간의 틈이 보인다.


‘녀석이 자세를 추스르는 동안 치명타를 가한다!’

“커어엉!”

“잇!”


늑대가 이쪽을 공격하는 바람에 틈을 노리는 것은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늑대는 자세를 추스른 오크 뒤에 서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오크 녀석이 도끼를 들어올리며 돌진한다. 놈의 거대한 체구에서 나오는 위협적인 일격. 방패로 막아보지만 방패체로 뒤쪽으로 밀려난다. 동시에 뒤쪽에서 덮쳐오는 늑대. 자리를 박차고 한바퀴 굴러서야 겨우 녀석들의 공격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오크의 공격을 막았던 오른팔이 욱신거린다. 방패로 막고 반격을 하는 것을 노렸었는데, 힘이 저렇게 강해서야 몇 번 더 막는다면 팔이 아작나는 것은 물론 방패도 무사하지 않을 것 같다. 거기에 늑대의 협공까지.


“취이익” “크르르르르”

“진짜 장난이 아니네.”


오크가 다시 이쪽으로 도끼를 휘두른다. 방패를 사용해 막지만 다시 뒤로 튕겨난다.


‘이전의 반복을 하지는 않는다고!’


뒤로 튕겨남과 동시에 늑대가 있던 방향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무엇인가 갈라진 듯한 느낌이 있다.


“깨갱!”

‘됐어!’

후웅


순간 머리 쪽으로 무엇인가가 떨어진다. 늦기 전에 방패를 들어 막지만, 엄청난 충격과 함께 오른팔의 감각이 이상하다. 놈을 향해 왼손에 든 검을 휘둘러보지만 녀석은 뒤쪽으로 뛰어 훌쩍 피해버린다. 녀석이 뒤로 물러서자 일어서서 태세를 정비한다.


‘제길 팔의 느낌이 없다.’


방금 전 오크의 내려찍기에 의한 피해가 심하다. 뒤로 물러나면서 여력을 흘리지 못했고, 덕분에 도끼질의 충격을 한쪽 팔로만 감당해야 했다. 이쪽에서는 방패의 전면부를 보지 못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상당히 파손되었을 것이다. 방패가 갈라지는 소리도 들렸고.

다행인 것은 오크를 돕던 늑대 두 마리를 처리했다는 점이다. 한 마리는 사망 다른 한 마리는 검상에 의한 전투불능이다.

순간 호크가 이쪽을 향해 돌진해온다. 지금까지 녀석과 드잡이 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정면으로 충돌하면 힘에서 밀린다. 옆쪽으로 피하며 검을 내려친다.


“취이익!”

‘깊게 들어가지 않았다.’


정통으로 내리쳤는데, 놈의 근육에 막혀 표피만을 긁어내리는 것으로 끝났다. 화가난 녀석이 도끼를 횡으로 베어온다. 허리를 굽히자 머리 위로 도끼날이 지나간다. 동시에 들어난 녀석의 옆구리 쪽 틈을 향해 혼신의 찌르기를 먹인다.


“쿠아악!”

‘젠장 몸뚱아리가 얼마나 단단한 건지.’


무게를 실은 찌르기는 놈의 근육을 파고들어가긴 했다. 5cm쯤. 덕분에 분노한 녀석의 도끼질이 마구잡이로 휘둘러진다. 뒤쪽으로 빠지면서 놈의 도끼질을 피한다.


“취르륵 후욱 취르르르륵 후욱”


오크는 방금 전 도끼질에 체력을 많이 소모했는지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다. 이 틈을 노려 녀석의 다른쪽 옆구리에 찌르기를 먹인다. 괴성을 지르며 이쪽을 향해 내리치는 도끼를 피하고 놈의 복부를 베며 빠져나간다.

놈은 몸을 돌려 이쪽을 향해 돌진한다. 다시 피해내고 놈의 몸에 혈선을 하나 더 추가시킨다. 괴성을 지르며 몸을 돌리는 순간 이쪽이 먼저 놈의 복부를 향해 검을 찔러 넣는다.


“크랴악!”


세로로 휘두르는 놈의 도끼를 다시 한 번 피해내고 녀석의 빈틈에 검을 찔러 넣은 다음 후속 공격이 이어지기 전에 후퇴한다.


“취르르르륵”


오크는 분노에 물든 눈동자로 이쪽을 쳐다본다. 힘과 내구력은 저놈이 우위에 있지만 속도는 이쪽이 우위에 있다. 이쪽의 공격이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 작은 타격을 계속 입혀 철저하게 녀석을 말려 죽이면 된다.


“취라라라라!”


놈이 자신을 향해 돌진한다. 자신도 녀석의 일격을 반격하기 위해 집중한다.


.....

“취.....익... 쿠.. 훕.. 취....익”


놈의 전신은 상처투성이다. 거기에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혼미하기 까지 할 것이다. 바닥에 쓰러져서, 자신의 도끼마저 들어올리지 못하는 녀석에게 다가간다. 이쪽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는 것 같지만, 뭐 그런 것이다. 자신은 이겼고, 녀석은 졌다.

놈의 목을 몇 번이나 내리쳐 몸에서 분리시킨다. 그리고 저 쪽에서 죽어가고 있는 늑대 한 마리의 목숨도 추가로 끊는다. 오크에게서 나온 마석은 그렇다치고 놈의 괴력을 견뎌낸 저 도끼도 상당히 값이 나갈 것 같다.

긴장이 풀어지자 방패를 들었던 오른팔이 쓰라려 온다. 부러지지는 않았다고 해도 놈의 무식한 도끼질에 금이 간 것은 확실하다. 방패를 살펴보니 도끼를 막았던 부분들이 움푹 페어 있었고 내려찍는 것을 막았던 곳 중심으로는 금이 가 있었다.


“하... 하하하.. 산지 얼마나 되었다고 날려먹은 거냐.”


오크의 힘이 그렇게 무지막지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도끼질을 방패로 막는 행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초기에 방패로 막았던 것은 늑대들의 견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패로 막았다는 성격이 크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래도 자신은 녀석을 이겼다는 점이다.


‘이야기듣기로는 베기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놈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야기는 이야기이고 실전은 실전이라는 말인가.’


목이 잘린 오크의 옆에 주저앉는다. 전투를 너무 오랫동안 끌었기 때문에 이쪽의 체력도 거의 바닥이다. 거기에 오른팔은 이미 부어오른 듯하지만, 최근 이상한 자신의 회복력을 볼 때, 이 정도야 하루쯤 지나면 어느 정도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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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9) +1 16.01.25 809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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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튜토리얼 (완) 16.01.16 899 27 11쪽
8 튜토리얼 (7) 16.01.15 896 27 11쪽
7 튜토리얼 (6) 16.01.15 948 3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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