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로이로이 님의 서재입니다.

발할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로이로이
작품등록일 :
2016.01.14 17:15
최근연재일 :
2016.02.01 13:31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0,542
추천수 :
859
글자수 :
170,362

작성
16.01.17 10:40
조회
894
추천
24
글자
10쪽

심연 (1)

DUMMY

순간의 방심으로 한 달 이상의 작업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선별작업을 하게 생겼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계층석을 이용하거나 크레바스에 빠지지 않는 한 아무리 헤매더라도 높은 계층으로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


‘거기다 크레바스는 1계층에는 없다고 했어.’


몇일을 해매다 보니 계층석이 보인다. 주변의 몬스터라 해도 기껏해야 오크 정도일 뿐이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버그베어 같은 녀석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지금 상태에서라면 버그베어가 나오더라도 단칼에 반으로 갈라버릴 자신이 있다.


‘내 힘이 세진 건지 이 칼이 잘 드는 건지.’


지금까지 만난 몬스터들은 모조리 다 한방이었다. 30킬로가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검의 무게도 황소의 힘 덕분인지 종이짝처럼 가볍다.

일격에 도끼째로 두 동각이 난 오크 시체를 흘끗 보다, 옆쪽에 있는 계층석을 바라본다. 던전학 시간에 배운 내용이 맞다면, 이 계층석을 넘어가면 50에서 180 레벨의 몬스터들이 돌아다니는 영역이 나온다. 180레벨의 몬스터야 고렙이지만, 차근차근 레벨을 올려가며 공략하면 될 것이고 중요한 것은 이 대두토가 시작 포인트를 감지할 수 있는 스킬을 얻을 수 있냐는 점.


'어느 정도 키워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녀석을 찾아내 다시 키우는 수밖에.'


초기 스킬은 금방 얻지만 뒤로 갈수록 스킬을 얻기 어려워진다. 다시 키운다면 테이밍 한다, 녀석을 키운다 상당한 시간이 들겠지만 이 녀석만을 계속 키우는 것보다 오히려 그것이 더 시간이 적게 드리라.


"큐, 큐르?"

‘일단 나를 잘 따라다니는 듯은 한데....’


테이밍 되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테이밍이 게임처럼 짜잔 ‘대두토는 한민혁님의 펫이 되었습니다.’하고 알람음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다른 것은 다음 계층에 가서 생각하자.’


.....

“취이익!”

“그렇게 눈이 벌게지지 말라고!”


오크 녀석이 도끼를 휘두르는 것을 검으로 받아낸다. 온 몸의 힘을 집중하자 양손검은 녀석의 도끼를 녹이면서 안쪽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그 상태로 휘둘러 단번에 녀석의 도끼와 몸뚱이를 양단한다.

놈이 양단됨과 동시에 양쪽에서 두 마리가 덤벼온다 뒤쪽으로 물러서며 자세를 곧추세운다. 그리고 자신을 내려찍느라 놈들의 무기가 아래로 향했을 때를 이용해 검을 휘두른다. 두 마리의 목을 저항 없이 베고 지나가는 양손검.


“제길 끝도 없군!”


벌써 열 마리도 넘게 베어 넘겼는데, 저 녀석들은 눈에 불을 켜면서 달라붙는다. 이전에 미궁에서 만난 검은색 피부의 오크와 비슷한 색을 하고 있지만, 몸집은 그 오크보다도 한 뼘은 더 크다.


‘블랙오크라고 했던가 레벨 130 정도의... 복수심이 강하다고 했는데.’


순간 정면에서 다섯 마리가 더 달려온다. 이쪽을 향해 도끼를 휘두르는 두 녀석을 무기째로 베어넘긴다. 나머지 녀석들은 이때를 이용해 자신을 둘러싼다. 그리고 이어서 휘둘러지는 녀석들의 도끼질.

두 개의 도끼가 섬전같이 틀어박힌다. 몸을 비틀어 가까스로 흘려보내지만 세 번째의 도끼질이 자신을 향해 떨어진다. 완벽히 피할 수 없다! 녀석의 도끼가 자신을 스쳐간다.


“큭!”


나머지 한 녀석의 도끼질은 다 피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입고있던 가죽갑옷이 갈라지며 충격이 전신을 흔든다.

한발을 내딛어 충격을 흘려내며 두 마리를 양손검을 이용해 베어 넘긴다. 마지막 한 마리와 대치했지만 한 마리쯤이야 간단하다. 녀석의 목을 베어내니 이쪽을 향해 다른 오크들이 달려든다.


“X팔!”


튜토리얼을 진행하던 와중에 이름없는 전사의 입버릇이 옮았나보다. 쫒아오는 오크들을 뒤에 달고 뒤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면에 있는 흙더미 쪽으로 한 발을 내딛는 순간,


-흙더미와 함께 주변 지역 전체가 폭락한다.-


.....

“으 으윽”


아무래도 떨어지는 충격에 잠시 의식을 잃었었나 보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몸이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해 보지만 다행이 크게 다친 곳은 없다.

오크녀석에게 스치듯이 한방을 맞았지만 그리 심하게 다친 것은 아닌 듯 이미 상처는 아물고 있다. 아마 아이언 스킨 때문이겠지.

떨어진 곳을 보니 내 주변에서 떠돌고 있던 대두토가 쓰러져 있다. 죽은 것은 아니고 단지 기절해 있을 뿐이다.


‘그 흙더미는 녀석들의 함정이었을까?’


그런 것 치고는 여기가 감옥 같지는 않다. 약간 공기가 텁텁한 것 같지만 주변은 어느 방향으로도 이동이 가능하도록 환히 터져 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덩굴들이 나무 주위를 기어올라, 마치 정글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보다는 여기가 어디쯤인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떨어지기 전까지 오크들과 드잡이하던 곳은 같은 숲이었지만 정확히는 북구 쪽의 숲에 가까웠다. 반면 여기는 브라질의 밀림을 닮은 숲. 아무리 생각해도 같은 지형은 절대 아니다.

이렇게 환경이 급변하는 것은 한가지뿐이다. 계층이 변했다는 것. 계층석을 사용한 것도 아니라면 의식을 차리기 전 폭락했던 기억과 관계하여 최악의 경우만이 남는다.


‘크레바스에 떨어진 것인가. 그럼 여기는 심연이려나. 내가 떨어진 곳이 2층계였고, 몬스터 레벨이 50에서 180레벨이었으니 계산해 보면... 250에서 380레벨의 괴물이 득시글거린다는 얘기인데...’


인터넷에서 찾아본 미노타우르스의 레벨이 250이상이란 걸 생각해 봤을 때 이곳에는 그 튜토리얼 보스 수준의 몬스터들이 득시글거린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보스보정은 없을 테니, 같은 레벨이라도 그 정도는 아니었겠지만.

검을 양손으로 쥐고 기습에 대비하여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어찌 되었든 살아서 나가기 위해선 주변 사정을 자세히 조사해야한다. 기절한 대두토를 허리 쪽에 있는 보조주머니 부근에 걸친 채로 탐사에 나선다.


“흐미...”


몸통까지 올라온 덩굴을 조심스럽게 젖힌다. 발걸음을 딛을 때마다 밑에서 습한 기운이 올라온다. 주변에는 벌레 울음소리들만이 들리고, 눈앞으로 손바닥 만 한 벌레들이 날아서 지나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언 스킨 때문에 덩굴이나 풀에 있는 가시나 곤충들의 쏘아대는 침으로부터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는 점일까. 풀독 같은 것이 옮았는지 가끔씩 갑옷으로 가려지지 않은 부분이 가려웠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니, 그런 가려움도 가신다.


“치잇”

콰아앙!

“큐르르”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자마자 옆을 향해 전력으로 구른다. 녹색의 섬광이 번쩍이는 순간 좀 전까지 내가 있었던 곳이 굉음을 울리면서 터져 나간다.

그리고 그 위에 서 있는 것은 녹색의 외피를 지닌 5미터도 넘는 크기의 거대한 짐승. 늑대의 머리에 사자의 근육 그리고 뱀의 비늘을 지닌, 현실세계에서 들어보지도 못했던 녀석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저 정도의 덩치에 저절로 위압감을 주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면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지금도 녀석의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르르르”

“제.... 젠장.”


놈의 뒷다리 근육이 살짝 부풀어 오르는가 싶더니 제자리에서 사라진다. 직감에 따라서 옆을 향해 뛰어보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무 몇 개를 부러뜨리며 나무 그루터기에 쳐박혀 있다.


‘무 무슨일이 일어난-’

“크 윽.... 으으으으.”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왼쪽 어께에서 격통이 흐른다. 다섯갈래로 찢어진 갑옷 사이에서 붉은 피가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다. 신음소리를 내며 비틀거리고 있는데 다시 온 몸을 관통하는 서늘한 느낌. 정신없이 아래쪽 덤불을 향해 구른다.

굉음과 함께 박살난 나무 그루터기 위로 사뿐히 착지하는 초록색의 짐승. 녀석은 그 곳에서 이쪽이 아래쪽을 향해 대굴대굴 굴러가는 것을 응시하고 있다.


‘X X팔 저 거구에 저런 움직임은 사기 아냐! 저번에 미노타우르스도 저렇지는 않았다고!“


덤불을 뭉개고 일어나 검을 겨눈 채 녀석의 다음 공격을 대비한다. 아이언스킨 덕분에 덤불의 가시에 찔리거나, 구르면서 바위에 부딪쳐 타박상들이 생기진 안았지만 이미 녀석의 일격이 오른쪽어깨를 찢어발긴 이후다. 스쳐 맞았는데도 아이언스킨을 찢어발기고 이 정도의 상처. 정통으로 맞았으면 그걸로 끝났을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놈이 나무 그루터기 위에서 이쪽으로 뛰어들 듯 한 모션을 취한다. 반사적으로 옆으로 뛰었지만 아무런 소리가 없다. 일어나서 살펴보니 녀석은 제자리에서 이쪽을 보고 있을 뿐이다.


“크르르르르”


다시 놈을 향해 검을 겨눈다. 상처가 난 채로 몇 번을 굴렀기 때문인지 어깨 쪽의 상처가 더 크게 벌어진 것 같다. 상처 아래쪽으로 방울져 떨어져 내리는 핏방울에서 비릿한 쇠내음이 느껴진다.

녀석은 피비린내를 맡는 것저럼 몇 번 코를 킁킁거리더니 그루터기에서 가볍게 점프해 인근의 나무 위로 올라간다. 5미터도 넘는 크기의 야수가 착지하는데도 잎사귀 한 장의 흔들림이 없는 나무는 물리법칙을 넘어서 기이하기 까지 하다. 거기다 나무 꼭대기에서 자신의 비늘을 핥는 야수의 움직임에는 여유가 넘친다.


‘분명해. 저 녀석 나를 가지고 놀고 있어. 이대로라면 십중팔구는 녀석에게 잡아먹힌다. 그렇지만 녀석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도망은 절대로 불가능. 궁지에 몰린 생쥐 꼴인가...’


튜토리얼에서 얻은 것이 조금 있다가 무적 기분에 취해있다가 이 꼴이 되었다. 겨우 저층계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후회된다. 이대로 녀석에게 잡아먹히는 것으로 끝나는 걸까. 절망에 빠진 채 녀석의 얼굴을 보니 늑대 얼굴인 주제에 한쪽 입꼬리가 올라와 있는 모습이 이쪽을 비웃는 것 같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오냐! 먹힐 때 먹히더라도 한방은 먹여주겠다!”


작가의말

크레바스 – 2계층부터 8계층까지 존재하는 폭락지점. 일명 죽음의 함정. 크레바스에 빠지면 심연이라 불리우는 곳으로 떨어진다. 심연에 존재하는 몬스터의 레벨은 떨어진 계층 몬스터의 레벨 + 200. 그 속에서는 외곽으로 이동할수록 몬스터의 레벨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10계층 정도에 출구가 있지 않을까 추정되고 있다. 회피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한데, 위험감지를 가지고 있는 파티원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경고해주기 때문이다. 보통은 1층에서 구한 대두토가 가지고 있을 때가 대부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발할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방관자? (3) +12 16.02.01 937 26 11쪽
34 방관자? (2) +1 16.01.31 759 23 10쪽
33 방관자? (1) +7 16.01.30 786 27 11쪽
32 심연의 끝을 향하여 (완) +3 16.01.30 796 24 8쪽
31 심연의 끝을 향하여 (3) +4 16.01.29 866 21 14쪽
30 심연의 끝을 향하여 (2) +5 16.01.28 676 22 11쪽
29 심연의 끝을 향하여 (1) +1 16.01.27 683 25 10쪽
28 지금까지 주인공 스킬 정리 +1 16.01.26 866 14 4쪽
27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10) +1 16.01.26 827 24 11쪽
26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9) +1 16.01.25 808 21 12쪽
25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8) +3 16.01.24 743 24 13쪽
24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7) +1 16.01.24 769 19 10쪽
23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6) +2 16.01.23 783 21 9쪽
22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5) +2 16.01.23 783 23 11쪽
21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4) +3 16.01.22 764 21 10쪽
20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3) +2 16.01.21 725 22 10쪽
19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2) +3 16.01.21 845 20 10쪽
18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1) +3 16.01.20 855 25 10쪽
17 심연 (7) +2 16.01.19 822 22 12쪽
16 심연 (6) 16.01.18 780 23 12쪽
15 심연 (5) 16.01.18 823 21 14쪽
14 심연 (4) 16.01.18 873 21 11쪽
13 심연 (3) 16.01.17 823 24 12쪽
12 심연 (2) 16.01.17 935 24 11쪽
» 심연 (1) 16.01.17 895 24 10쪽
10 막간 +2 16.01.16 1,038 22 12쪽
9 튜토리얼 (완) 16.01.16 898 27 11쪽
8 튜토리얼 (7) 16.01.15 896 27 11쪽
7 튜토리얼 (6) 16.01.15 947 30 14쪽
6 튜토리얼 (5) 16.01.15 1,052 3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