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로이로이 님의 서재입니다.

발할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로이로이
작품등록일 :
2016.01.14 17:15
최근연재일 :
2016.02.01 13:31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0,532
추천수 :
859
글자수 :
170,362

작성
16.01.21 18:25
조회
724
추천
22
글자
10쪽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3)

DUMMY

“이야 나 잘도 살아있구만. 그렇지 않아 윌슨?”

“큐... 큐르”


솔직히 거인 녀석의 마지막 일격은 치명적이었다. 아무리 목이 달아났어도 녀석의 진심이 담긴 치기였었다. 모기가 목 뒤에 맞았을 때 우리가 전력을 다해 손바닥으로 치는 것처럼.

녀석이 죽었다고 해서 손바닥을 휘두르는 속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고, 때문에 마지막 일격을 휘두르고 놈의 손바닥에 정통으로 맞은 나는 온 몸이 터져나가지 않은 게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전신이 박살이 났었다. 몇 시간 만에 회복되어버렸지만.

달리 말하면 거인의 진심이 담긴 손바닥 치기를 버텨낼 만큼 괴물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래도 몸이 회복되기 전까진 녀석의 손바닥 밑에 파묻혀 있었다. 강한 녀석에게 얻어맞을수록 방어력이 강해지던 지금까지의 패턴을 봐서는 다음번엔 거인의 주먹치기에 맞아도 견뎌내지 않을까?


‘아니, 아니, 그래도 주먹치기에 정통은 무리지.’


쓰러져 있는 거인의 등 뒤에 서서 잘려나간 놈의 머리를 바라본다. 한쪽 팔을 무력화시키기 까지는 했지만, 녀석의 머리를 자른 것은 기적에 가깝다. 솔직히 엄지발가락을 자르다가 녀석의 뼈를 자르지 못하고 레바테인이 막혀버렸을 때에는 ‘이제 나는 끝장났구나.’ 라는 생각까지 했으니까.

지금까지 자르지 못하는 것이 없었던 레바테인이 막혔다. 앞으로도 이곳을 빠져나갈 때까지 이 이상의 적을 무수히 만나게 될 것이다. 감정과 염원이 최고조에 이르러서야 겨우 성공하는 필살의 일격만 믿기에는, 앞으로의 여정이 너무 험난하다.

그래도 지금은 자신의 승리를 조금은 즐겨도 되지 않을까. 뭐 즐길거리도 별로 없지만.



-----

- ?일전 -

“수고하셨습니다. 역시나 국내 랭킹 1위. 자이언트가 이렇게 잡히네요.”

“그래. 공대지 미사일과 하픈 등 28발을 쏟아 붓고 나서야 겨우 잡았지.”

“하하하 그래도 이 괴물을 여기까지 유도해 오신 것은 대단한 업적이 아닐까요. 솔직히 이 녀석이 도심부로 걸어 들어갔다면 그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국내 랭킹 1위부터 4위 5위 6위가 합동해서 말이야. 그것도 부분부분 전투용 헬기의 지원을 받으면서.”

“에이 겸손도. 그런데 이 녀석 레벨로 치자면 몇 레벨 정도 될까요?”

“한 800대 후반쯤 되지 않을까?”

“에엑? 현진님의 레벨은 901이잖아요!”

“인간과 자이언트의 레벨이 같다고 능력까지 같을 것 같아?”

“아... 그건 그렇네요.”


뭐 이런 녀석을 혼자서 상대하는 괴물들도 분명히 존재하긴 하지. 한 60위 안쪽에만 든다면... 하기야 겨우 세계랭킹 263위 따위가 하는 생각치고는 너무 사치스런 생각이었나.

자신의 스킬을 살펴본다. 지금까지 완성된 스타일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다. 무엇보다, 죽음을 당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하여도, 이미 900레벨까지 올려버린 전적이 있는 이상 새로운 스킬을 얻기는 어렵다. 하위스킬 정도야 죽어라고 들이대면 얻을 가능성 정도는 있겠지만, 그러느니 기술을 얻기 쉽다는 퀘스트를 물색해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

“헤에? 윌슨. 이쪽으로 가면 뭔가가 나오는 거야?”

“큐르~”


윌슨의 인도를 따라 이동하자 저 멀리 눈앞에 보이는 것은 땅 속에서부터 솟아나온 거대한 나무뿌리. 대략 5층짜리 연립주택 정도의 크기일까, 가까이 갈수록 차분한 기분을 들게 해주는 묘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아니, 차분한 기분이 아니라 마력을 진정시켜 준다고나 할까.

아마 이 뿌리에 해당하는 식물이 존재한다면 충분히 세계수라고 불렸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여기에 존재하는 것은 거대한 뿌리 1개일 뿐, 주변에는 그에 걸맞는 크기를 가진 식물의 흔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뿌리에 난 옹이구멍을 통해 뿌리 안쪽으로 들어간다.


“으.. 으응?”


아침이다.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은데... 그건 아무래도 좋나. 어서 일어나서 학교에 가야지. 지각을 해서 교문 앞에서 벌을 서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침부터 보충수업이 있기도 하고. 우선 찌뿌둥하니까 기지개부터 한번 펴보고.


‘보충이 무슨 과목이었더라... 응?’

휘익


순간적으로 옆쪽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주먹을 빠르게 뻗어본다. 허공을 가르는 주먹. 파공성이 들릴 일은 없고, 주먹 끝에서 뭔가가 일어나는 일 또한 전혀 없다.


피식

‘요새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평범한 주먹질에 뭘 기대한 거지?’

- 치지직 -


“민혁아. 요새 무슨 일이라도 있어? 여자 친구라도 사귀었다던지.”

“설마 그런 일이 있었겠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그냥 각성과 관련해서...”

“각성? 그게 뭔데? 무슨 만화라도 본거야?”

“응? 그, 그러게. 각성이 뭐였지? 말이 헛 나왔나.”

- 치칙 -

“야. 야. 선생님 오신다.”


.....

“무슨 삼각김밥을 그렇게 음미하면서 먹어?”

“응? 아니 그냥 오늘따라 묘하게 맛있어서.”

“그건 그렇고 오늘 오후에 같이 놀러가자.”

“남학생 넷이서?”

“어이 가슴 아픈 말을 그렇게 치명타로 쳐 넣지 마! 우리 학교가 남녀공학이란 말이 더욱 슬퍼지게 만드니까.”

‘응?’

휘익

“야 민혁아 너 갑자기 왠 허공에 주먹질?”

“응? 아 아니 난 오후에 도장가야 돼서.”

“도장? 도장은 왜? 너 도장도 다녔어?”

- 치지직 -


-----

-???-

퍼석!

“쉬 쉬쉬쉭”


벌써 다섯 마리 째. 처음은 이 기회에 격이 높은 존재를 포식해보겠다고 나선 족장의 아들 키리코타 부터였다. 정신감응에 걸려 멍하게 서 있는 녀석에게 살기를 내뿜으며 접근하는 순간,

- 녀석의 머리가 사라졌다. -


키리코타 뿐만이 아니다. 키르키로도, 크르키아도, 모두 녀석 주변에서 적대적인 기운을 풍기는 순간 녀석에게 살해당했다.


“쉬시시식!”


일족의 최고 주술사들이 모여, 환영을 거는데도 방금 전까지 합해 몇 번이나 환영의 주술이 무너질 뻔 했다. 어쩌면 방금 전 일족 최강의 대전사인 카르트아가 무모하게 녀석을 죽이러 나선 것도, 그런 초조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가진 녀석이 이 뿌리에 접근했을 때 욕심을 내는 것이 아니었다. 몇 달 전 남쪽의 거인과 그 혈투를 벌인 주제에, 정신적으로는 잡아먹을 수 있을 만큼 나약해 보여서 현혹을 거는 것이 아니었다. 주술사들의 현혹이 무너지는 순간 일족 모두는 녀석의 분노에-

-----


학교가 끝났다. 친구들과 시내에서 만날 약속을 잡은 뒤 마력을 운용한다.


- 치지직 -

“큐우...”

“아니 괜찮아 윌슨. 이제 돌아가야지.”


사실 처음부터 눈치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계속 모른 척을 하고 있었던 것은 이 세계가 꿈에서도 바라고 있었던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이 심연에 빠지게 된지도 벌써 년 단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세월동안 그렇게도 바라고 있었던 현실의 일상. 그렇지만 아무리 정교해도 이 세계는 힘을 주면 바스라져 버릴 환상에 불과하겠지.

그래도, 그래도 조금만이라도 더, 이 세계에 머물고 싶다. 환상이라도 이 평온함을 즐기고, 친구들과의 의미없는 수다를 즐기며, 삼각김밥의 싸구려 맛을 음미하고 싶다. 그렇지만...

체내의 마력을 끌어올린다. 온 몸에 마력을 돌리자 어디선가 ‘빠직’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일상의 풍경이 깨져나가기 시작한다. 깨져나간 환상의 파편 뒤에 보이는 것은 나무 구덩이 속의 풍경. 십여 마리도 넘는 뱀인간 들이 피를 토하면서 쓰러져 있는 모습과, 목이 날아간 다섯 마리의 뱀인간 들의 모습이다.


“너희들도 봤다시피 사실 나는, 나는 그렇게 정신력이 좋진 않아. 아마 평범한 현혹에도 견디지 못하고 넘어가 버릴걸.”


자신을 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뱀인간 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녀석들이 내 말을 알아먹든지 말든지. 어차피 이것은 한탄에 불과하다.


“모든 현혹을 물리치는 불굴의 정신력? 흥. 몇 살 먹지도 않은 애새끼한테 그런 형편 좋은 게 있을 리가. 어차피 나는 아프면 울부짖고 즐거우면 떠나기 싫어할 뿐이야. 그렇지만...”

“큐르...”

“그렇지만 내가 이곳에서 쌓아올린 육체와 마력은 그렇지 않더라고. 아예 현혹에 빠져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고통과 죽음의 공포 없이도 현실세계로 돌아갈 수도 있을 텐데도 쌓아올리고 쌓아올린 강고한 육체는 너희들의 현혹에 저절로 저항하더라고. 필사적으로, 이런 조잡한 사술 따위는 나의 정신을 오염시키지 못한다고 필사적으로 알려오더라고.”

““쉬... 쉬쉬쉭””

“그러니까 이것은 분풀이가 아니야. 나약한 내 정신으로는 미련을 남겨둔다면 언제까지라도 여기를 벗어날 수 없을 테니까.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선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안돼.”


뱀인간 들의 시체들 속에서 멍하니 서 있는다. 자꾸자꾸 잡생각이 든다. 그래도 한 마리라도 남겨뒀다면, 가짜이나마 현실을 만끽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더라도 녀석들 수준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자신에게 위협을 줄 수 없었을 텐데, 이렇게 까지 몰살시킬 필요가 있었느냐고.

그렇지만 결국 그런 이야기이다. 녀석들과는 몬스터와 인간으로 만났고, 지금까지 대적한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게 치명적인 현혹을 걸어왔다. 그리고... 자신은 버텨냈고, 녀석들은 실패했다.


.....

“큐르르!”

“헤에 이 나무의 수액을 받으라고? 잔뿌리 같은 것도 챙기면 좋다라. 진짜 이거 세계수의 뿌리라도 되는 걸까?”


수액을 마시면 정신적으로 상쾌해지고, 마력이 차분히 안정되는 느낌이 든다. 육체적인 면은... 재생력으로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으니 시험해 보는 것은 무리일까?

목표했던 바를 얻고 정신적으로는 찝찝했던 세계수의 뿌리에서 나온다. 결국은 그것이다. 자신은 어떻해서든 현실 세계로 돌아가고 말리라.


작가의말

하이 리저드 사술사 Lv 402

하이 리저드 전사 Lv 353 - Lv 398


내일은 못 올릴지도 몰라서 한편 더 올립니다. 올릴수는 있어요 그저 1.5화 정도 되는 비축분이 하나 사라질 뿐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발할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방관자? (3) +12 16.02.01 937 26 11쪽
34 방관자? (2) +1 16.01.31 758 23 10쪽
33 방관자? (1) +7 16.01.30 785 27 11쪽
32 심연의 끝을 향하여 (완) +3 16.01.30 795 24 8쪽
31 심연의 끝을 향하여 (3) +4 16.01.29 866 21 14쪽
30 심연의 끝을 향하여 (2) +5 16.01.28 675 22 11쪽
29 심연의 끝을 향하여 (1) +1 16.01.27 683 25 10쪽
28 지금까지 주인공 스킬 정리 +1 16.01.26 866 14 4쪽
27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10) +1 16.01.26 827 24 11쪽
26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9) +1 16.01.25 808 21 12쪽
25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8) +3 16.01.24 743 24 13쪽
24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7) +1 16.01.24 769 19 10쪽
23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6) +2 16.01.23 783 21 9쪽
22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5) +2 16.01.23 782 23 11쪽
21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4) +3 16.01.22 764 21 10쪽
»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3) +2 16.01.21 725 22 10쪽
19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2) +3 16.01.21 845 20 10쪽
18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1) +3 16.01.20 855 25 10쪽
17 심연 (7) +2 16.01.19 822 22 12쪽
16 심연 (6) 16.01.18 779 23 12쪽
15 심연 (5) 16.01.18 822 21 14쪽
14 심연 (4) 16.01.18 873 21 11쪽
13 심연 (3) 16.01.17 823 24 12쪽
12 심연 (2) 16.01.17 934 24 11쪽
11 심연 (1) 16.01.17 894 24 10쪽
10 막간 +2 16.01.16 1,038 22 12쪽
9 튜토리얼 (완) 16.01.16 898 27 11쪽
8 튜토리얼 (7) 16.01.15 896 27 11쪽
7 튜토리얼 (6) 16.01.15 947 30 14쪽
6 튜토리얼 (5) 16.01.15 1,052 3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