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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로이 님의 서재입니다.

발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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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로이
작품등록일 :
2016.01.14 17:15
최근연재일 :
2016.02.01 13:31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0,538
추천수 :
859
글자수 :
170,362

작성
16.01.1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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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4
추천
24
글자
11쪽

심연 (2)

DUMMY

“으아아아아!”


절망을 떨쳐내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놈을 향해 똑바로 서며 양손 검 끝을 정면으로 향한 채 바닥에 댄다. 녀석도 이쪽의 발악이 흥미있었는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운다.

다시 녀석의 뒷다리가 부풀어 오른다. 잠시 장난을 친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진짜다. 그리고 온 몸에서 느껴지는 죽음에의 경종. 죽는다. 확실히 죽는다.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 피하지 않으면 죽는다. 녀석의 공격에 스치기만 해도 자신은 종이장처럼 찢겨져 나가리라.

그렇지만 피하기만 해서는 아까의 반복이다. 아무리 피하고 또 피해도 최후에는 흥미가 떨어진 녀석의 앞발에 찢겨 죽는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 처참하게 뭉개져 죽더라도 한 방, 한 방은 먹여 주겠다. -

직감이 경고를 하고, 그 직후 피하기에는 이미 살짝 늦었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전력으로 아래로 내렸던 양손검을 들어올린다.


푸욱!

콰앙!

“우욱!”


들어 올린 양손검에 놈의 거체가 꿰뚤림과 동시에 관성에 의해 거검에 꿰여지면서 들어온 녀석의 거구에 부딪친다. 전력을 다해 양손검을 쥐고 있었지만, 순식간에 손바닥 가죽이 벗겨지면서 검을 놓친다. 녀석과 부딪친 결과 자신은 덤프트럭에라도 부딪친 것처럼 입에서 피를 뿜으며 튕겨져 날아간다. 그리고 뒤쪽에 있는 덩굴들을 찢고 나무를 부수며 땅바닥에 나뒹군다.


“크어어어엉!”


놈의 몸을 관통한 거검이 몸속을 태우고 있음에도 녀석은 힘이 남아도는지 주변의 나무나 바위를 부수면서 난장판을 치고 있다. 아니 녀석의 몸속이 실시간으로 엉망진창이 되고 있을 테니 당연한 일인가.


“쿨럭 쿨럭. 크후으으읍.. 우엑.. 허... 억 허... 억”


놈과 부딪치면서 갈빗뼈가 부러진 것 같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달려오는 트럭에 정통으로 치인 듯 온 몸이 엉망진창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녀석의 숨통을 끊어야 한다.

만신창이인 몸을 이끌고 네발로 기어서 녀석에게로 다가간다. 녀석 부근까지 기어가는 동안 한참을 난동 부리던 놈의 기세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잠잠해져 간다.

“그르... 르르르...”

“씨 X빨 죽어! 죽어버려!”


놈의 몸에 꽂힌 대검을 뽑아들고 찌른다. 찌른다. 찌른다. 뽑아들고 다시 찌른다. 찌른다. 무엇인가 놈의 단말마 비슷한 것을 들은 것 같지만 무시하고 찌른다. 찌른다. 녀석의 움직임이 완전히 멎었지만 상관없다. 찌른다. 찌른다. 계속 찌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 몸이 피투성이다. 그리고 자신의 아래에는 의문의 거대한 고깃덩어리가 깔려있다. 거대한 고깃덩어리가 자신을 가지고 놀았던 그 야수라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힘이 빠지며 온 몸에 격통이 달린다.


“크.... 으윽... 으으으으으....”


온 몸의 뼈가 박살이 났을 것이다. 거기다가 분노에 휩싸여 녀석을 난자한다고 검을 휘둘러대서 몸 상태는 더욱 나빠졌을 것이다. 결국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를 때 격통을 줄여주고 있던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끝난 지금 자신에게 지옥이 찾아왔다.


“흐으.. 으으으..”

“크르르르르...”


한잠을 격통에 시달리고 있을 때 들려오는 낮은 울음소리. 격통 속에서 이 소리를 들은 것은 반쯤 우연이었다. 퉁퉁 부어가기 시작한 상체를 일으켜 세우니 저 멀리에서 하이에나를 닮은 회색빛 맹수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크기는 꼬리를 제외하고 3미터 정도, 지금 내 밑에 난자되어 있는 녀석에 비해서 무척이나 작은 크기다. 크기뿐만이 아니다. 녀석에게서 느껴지는 난잡한 살기 방금 전까지 드잡이했던 녹색녀석의 위압감과 비교하면 아무리 봐줘도 장난수준이다.

아마 녀석도 자신의 냄새를 맡았을 것이다. 그리고 먹다남은 부스러기라도 건지려고 녹색녀석 주변을 맴돌았으리라. 그래봤자 자신보다는 훨씬 세겠지만.


“크르르르르”


놈은 녹색녀석의 시체를 보며 기쁜 듯이 낮게 으르렁거린다. 하기야 녀석 입장에선 횡재겠지. 혹시나 해서 와보니 포식자 녀석은 죽어있고, 맛있게 생긴 먹이녀석도 곱게 박살나서 누워있으니.

놈이 이쪽을 향해 한발한발 다가온다. 기색을 보니 반쯤 박살난 먹이감부터 확실히 숨통을 끊고 천천히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의 만찬을 음미할 샘이다.

양손으로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거검을 집어든다. 양팔이 욱신거리며 당장이라도 검을 떨어뜨릴 것 같다. 어차피 기어서는 녀석의 추격을 따돌리지 못한다. 남은 것은 녀석과의 정면승부. 그렇다고 녀석에게 마지막 일격을 때려박기는 커녕, 검을 온전히 들어 올릴 힘도 없지만.

믿고 있는 것은 녹색녀석을 단번에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던 검의 날카로움. 타이밍은 녀석이 이쪽을 향해 덮쳐올 때의 한 순간. 놈을 자극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른다.


“덤벼! 어서 덤비라고!”

“크르르르르 크와앙!”


녀석이 이쪽을 향해 뛰어오른다. 그리고 천천히 하강하는 녀석의 머리. 탐욕스럽게 벌어진 놈의 아가리를 향해서 양손으로 거검을 집어올린다. 검의 끝이 천천히 녀석의 입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튀어나올 듯 벌어진 녀석의 눈동자. 붉게 빛나는 검의 끝은 결국 녀석의 뒷목을 뚫고 목 뒤쪽으로 빠져나온다.

그리고....


벌려진 입 안에서 빛나는 송곳니와 함께 영혼이 빠져나간 녀석의 커다란 몸뚱이가 자신을 덮친다.


“크아아아아악!”


온 몸의 뼈가 작살난 상태에서 수 톤을 넘는 고깃덩어리가 자신과 충돌하였다. 검을 들어올렸던 자신의 양 팔의 경우에는 확실히 작살이 났다. 관절부위가 평소라면 돌아갈 수 없는 방향을 향해 꺾여 있으니 작살이 난 것이 맞겠지.

이곳에 있으면 피 냄새에 이끌려 다른 야수들이 올지도 모른다. 만신창이인 몸을 이끌고 이 자리에서 빠져나온다. 양다리만을 사용해 기어가다보니 미끄러져 옆으로 구른다. 진흙탕에 처박히는 것으로 끝났지만 부어오를대로 부어오른 전신에서는 이미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 으... 흐..윽”

‘지... 진흙...탕?’


순간적으로 든 생각에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굴려가며 진흙을 온 몸에 처바른다. 어떻게든 몸에 흐르는 피냄새를 약화시켜야 한다. 소용없을지도 모르지만 이 진흙들은 적어도 어느 정도는 자신의 냄새를 포식자들로부터 숨겨주리라.

진흙으로부터 빠져나와 나무와 덤불이 우거진 곳으로 기어들어간다. 적어도 포식자들의 눈에서 약간이라도 자신의 모습을 가려 줄 수 있을만한 곳으로.


격통에 이끌려 의식이 돌아온다. 어두컴컴한 덤불 안. 온 몸이 부워올라 이제는 움직일 수조차 없다. 엎친데덮친 격으로 타는 듯한 갈증이 자신을 괴롭힌다.


“무.... 무을......”

“큐르르르르?”


신음소리인지 분간할 수 없는 소리를 내는 입 안으로 차가운 액체가 흘러들어간다. 퉁퉁 부어오른 전신에서 느껴지는 격통 속에서 다시한번 의식이 암전한다.


.....

온 몸에서 느껴지는 격통은 여전하다. 한동안 의식을 잃고 있었더니, 이제는 잠조차 오지 않는다. 격통에 의식이 깨며, 격통에 잠을 못 이루는 악몽같은 시간이 계속 흘러간다. 의식만이 또렷이 깨어있는 악몽같은 시간 속에서 온 몸을 돌고 있는 이질적인 힘이 느껴진다.

다시 목이 말라온다. 그렇지만 역시 꼼짝 할 수 없다.


“큐르르”


자신의 가슴 위에서 흙투성이의 무엇인가가 들고있는 잎사귀를 기울여 입 쪽으로 차가운 물을 떨어뜨려준다.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지만 순식간에 시야 밖으로 이동해버린다.


쓰윽 쓰윽

‘응?’


겨우 의식을 꺼뜨릴 수가 있었는데 무엇인가를 바르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부기가 가라앉지 않아 목만 돌려보니 진흙 같은게 발라져 있다. 상당한 시간을 끙끙거리며 지냈으니 처음에 바른 진흙들은 다 말라 떨어졌을 텐데.

순간 흙투성이의 무엇인가가 얼굴 위쪽으로 진흙을 쏟아 붓는다.


‘토.... 끼?’


부기가 많아 가라앉았다. 이제는 몸이 어느정도 움직여진다. 이를이용해 천천히 움직여 돌아앉으니 미칠듯한 허기가 느껴진다.


‘하기야 이 전까지는 허기를 느낄 여유조차 없었지.’


그리고 옆을 보자 열매 비슷한 것들이 쌓여있다. ‘이것들 먹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흙투성이의 작은 동물이 잎사귀에 물을 떠가지고 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이 전에 길들였던 ‘대두토’다.

녀석을 잎사귀를 든 채 이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이, 이것들 네가 가지고 온거니?”

“큐르르!”

‘위기감지 및 위험회피. 행운. 이런거였나.’


녀석이 가져온 열매와 물을 입 속으로 처넣는다. 이 녀석이 이 근처에 서성이는 야수를 피해 열매를 모아올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이 반쯤 가사상태에 있는동안 야수들에게 발견이 되지 않은 것도 녀석이 가지게 된 스킬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그렇다 쳐도...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 녀석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자신의 방에서 부주의에 의해 죽어버린걸 한탄하면서 앉아있겠지. 어떻게 보면 이 지옥에서 계속 해매야 된다는 이야기지만, 녀석에게 은혜를 입은 것만은 확실하다.


‘뭐 이곳에 떨어지기 전에 능력이 발현 해 줬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것까지는 사치인가.’

“그래 언재까지나 대두토라고 부를 수만은 없겠지. 윌슨 네 녀석의 이름은 윌슨이다.”


어딘가의 배구공 이름이랑 비슷하지만 여기서는 차별화를 하기위해 성까지 붙여줄까? 되도록이면 귀족적인 거창한 것으로.


“‘윌슨 드 토끼 라틴아메리카 21세 독신’ 줄여서 윌슨이다!”

“큐....”


부기가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온 몸이 빠르게 회복된다. 그리고 보면 양팔도 회색녀석의 무게 때문에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렸었는데, 열매를 먹을 때쯤에는 온전하게 맞춰져 있었던 것 같다. 여전히 기묘한 힘이 온 몸을 알게 모르게 돌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아마 이것과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밖으로 나가 냄새를 들키지 않도록 혼 몸에 진흙을 바른다. 그리고 무기를 챙기기 위하여 이전에 싸웠던 곳을 향해 올라간다. 그 곳에는 예상했던 대로 두 녀석의 뼈다귀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아니 한 녀석의 경우는 입을 중심으로 거검에 관통되어 있으니 뼈다귀만은 아닌가.

거검 쪽으로 가서 녀석을 집어든다.


“그리고 보면 이 녀석도 튜토리얼에서 얻었던 것 치고는 엄청난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못 베는 몬스터는 없었고. 좋아 네 녀석의 이름은 레바테인이다.”


사실 감정 스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부탁해 감정을 하면 녀석의 이름이 나오겠지만 심연에 빠져버린 지금 상태에서는 그럴 수 없다. 거기다, 여기서 죽어버리면 이 검은 이 심연에 덩그라니 남아버릴 테고, 목숨을 걸고 주우려고 다시 오기에는...

본래 이름은 파이어소드+2 정도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가진 유일한 무기고, 죽기 전까지나 여기서 나가기 전까지 계속 사용해야 하는 무기다. 거창하게 불러도 상관없지 않을까.


작가의말

Unknown 비스트(그린) Lv 302

Unknown 비스트(그레이) Lv 237

양손검을 무게중심이 무너진 상태에서도 들어올릴 수 있던 이유는 황소의 힘 덕분이지요.


지나가는말 - 본래 이름은 저지먼트 오브 더 플레임(Judgment of the flame) 소유자가 이름을 레바테인으로 변경해버렸으니, 나중에 감정하더라도 본래 이름을 확인할 방법은... 없겠죠. 하나밖에 없는 무기인데다가 이름에 걸맞는 능력을 지녔고, 능력의 방향성마저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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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심연의 끝을 향하여 (1) +1 16.01.27 683 25 10쪽
28 지금까지 주인공 스킬 정리 +1 16.01.26 866 14 4쪽
27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10) +1 16.01.26 827 24 11쪽
26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9) +1 16.01.25 808 21 12쪽
25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8) +3 16.01.24 743 24 13쪽
24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7) +1 16.01.24 769 1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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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5) +2 16.01.23 783 23 11쪽
21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4) +3 16.01.22 764 21 10쪽
20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3) +2 16.01.21 725 2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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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거인들의 땅, 죽음의 대지 (1) +3 16.01.20 855 25 10쪽
17 심연 (7) +2 16.01.19 822 22 12쪽
16 심연 (6) 16.01.18 779 23 12쪽
15 심연 (5) 16.01.18 823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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