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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무실 님의 서재입니다.

치트없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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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무명무실
작품등록일 :
2021.10.11 16:27
최근연재일 :
2022.01.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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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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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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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글자수 :
245,602

작성
21.12.0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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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절차탁마 9

DUMMY

류운은 나방이 마지막 몬스터였기를 바라면서 계속 전진했다.

그러나 4층의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가렵기도 하고 따끔거리기도 하는 피부를 간신히 견디면서 앞으데 걸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른발이 땅에 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그 바람에 혼자서 헛발 디딘 사람처럼 허우적대며 넘어졌다.


엉거주춤하게 넘어지는 바람에 양 손을 땅에 짚었는데, 양 손 모두 땅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힘을 줘서 움직여 보려 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또 뭐지?’


류운은 순간 섬뜩함을 느꼈다. 그는 재빠르게 주위를 둘러봤지만 몬스터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럼 이 섬뜩함은 뭐지?’


류운은 천장을 보았다. 저 멀리 위에 검은 물체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검은 물체는 류운을 향해 아래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거미냐?’


얼핏 보기에도 몸통길이가 3미터는 넘는 거미가 천장에서 류운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류운은 몸을 피하기 위해, 재빨리 몸을 틀어 보았지만 손과 발이 바닥에 붙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사방에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땅에도, 복도의 벽에도, 그 사이사이에도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복도의 어둠에 가려져, 신경써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 거미줄이었다.


류운은 [공격증강]을 발동했다. [공격증강]으로 온 몸의 근지구력, 지구력, 근력, 순발력등을 최대로 올려 손을 거미줄에서 떼어냈다. 


간신히 팔이 땅에 쳐진 거미줄에서 떨어졌다.

그는 곧장 땅에 떨어진 그의 대검을 꺼내 잡으려 했으나, 그의 검 역시 거미줄에 붙어 집어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류운은 재빨리 용사의 검을 꺼내서 [검기강화]를 사용했다.

그리고 그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검기를 날카롭게 만들어서 닥치는 대로 휘둘러 근처의 거미줄을 잘라냈다. 


류운은 언제 거미가 덮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급하게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나 거미는 류운이 거미줄을 쳐 내는 것을 보고는 움직임을 멈추고, 천장에 매달려서 류운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움직임이 자유로워진 류운은 용사의 검을 집어넣고, 땅에 떨어진 그의 대검을 집어들었다.


류운과 거미와의 거리는 약 20미터로, 류운의 [검기사출]로는 닿지 않을 거리였다.


거미는 천장에서 몇 번 꿈틀거리더니, 류운을 향해 입에서 무엇인가를 강하게 뱉었다.

볼링공 정도의 크기였는데, 보라색을 띄고 있었다.


류운은 급하게 옆으로 몸을 움직여 보라색 볼링공은 피했으나, 다시 거미줄에 몸이 묶였다.

거미는 멀리서 보라색을 띈 마법을 계속 뱉어냈다.


류운은 하는 수 없이 [검기강화]를 최대로 올리고 날아오는 보라색 마법을 검으로 쳐냈다.

류운의 검격에 맞은 보라색 마법구(球)는 둘로 쪼개져 바닥에 떨어졌다.


보라색 마법구가 거미줄에 닿자, 거미줄이 보라색으로 물들어 갔다. 그리고, 보라색은 마치 거미줄을 오염시키듯이 거미줄을 따라 서서히 번져 나갔다. 


류운은 저 보라색 마법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닿으면 안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류운은 아이템 지갑에서 물병하나를 꺼냈다. 폴라가 식사를 가져다 줄때 추가로 요청해서 챙겨놓은 물병이었다.


그는 물병을 보라색 거미줄 위에 던졌다. 물병이 보라색 거미줄에 닿자 병이 녹아내렸다. 병이 녹아내리면서 물병안의 물이 쏟아지자, 물이 치익-소리를 내면서 보라색 연기를 만들었다.


저 보라색 마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닿으면 위험하다는 것은 확실해 졌다.

류운은 급하게 자신으 묶고 있는 거미줄을 끊고 도망쳤다.


천장에 매달린 거미는 계속해서 보라색 마법구를 쏘아댔다.


류운은 거미줄을 끊어내면서 이리저리 피하기도 하고, 종종 보라색 마법구를 검으로 쳐내기도 했다.


하지만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주변에 쳐진 거미줄이 류운의 팔 다리에 달라붙어 그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보라색 마법구가 거미줄에 녹아들면서 더 넓은 영역의 거미줄이 보라색으로 변해갔다.


결국 시간이 지날 수록 류운이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이 점점 더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는 확실하게 지쳐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머리위에서 떨어지는 공격을 피하는 것은 피로를 유발했다. 승부에 나서지 않으면 체력이 떨어져서 자멸할 것만 같았다.


류운은 후퇴하기로 결정했다. 이대로는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류운이 천천히 뒤로 물러나 간신히 거미줄이 쳐져있지 않은 부분까지 후퇴했다. 류운이 거미줄 바깥으로 나가자, 거미는 류운을 추적하는 것을 그만두고, 천장에 매달린 채로 류운의 움직임을 응시했다.


류운은 아이템 지갑에 들어가 있는 배낭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암벽 등반용으로 쓰던 튼튼하고 얇은 로프를 꺼내 그의 대검에 감았다. 


그리고 류운은 다시 천천히 거미의 사정권으로 들어갔다. 거미가 류운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공격할 태세를 취했다. 


류운은  한번에 [공격증강]을 최대로 사용했다. 그리고 마치 창을 던지듯이 그의 검 손잡이를 잡고 거미를 향해 있는 힘껏 대검을 던졌다. 


그의 대검은 거의 직선으로 거미를 향해 날아갔다. 그의 검은 마치 거대한 작살처럼 일직선으로 거미의 머리를 향해 맹렬하게 날아갔다.


당황한 거미가 자세를 고쳐서 류운을 향해 보라색 마법구를 내뱉었다.


류운의 검은 그 중 하나의 마법구를 뚫고 날아가, 거미의 머리에 명중했다.

그리고 그대로 머리를 뚫고, 몸통까지 파고 들었다.

거미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꿈틀거렸다.


거미에게서 나온 여러개의 보라색 마법구는 류운을 향해 날아갔다. 류운은 몸을 움직여 피하려고 했지만, 미처 보지 못한 거미줄에 걸려 날아오는 마법구 중 하나를 피하지 못하고 왼손으로 막았다.


왼손이 보라색으로 변형되면서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다. 살이 녹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그는 너무 아파서 순간 정신을 잃을 뻔 했다. 간신히 정신을 잃지 않은 그는 빠르게 아이템 지갑을 열어 엘릭서를 마셨다.


이내 고통이 줄어들면서 왼팔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내내 류운을 괴롭히던 나방 인분에 의한 중독증상과 알러지 반응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엘릭서 최곤데?’

엘릭서를 탑 바깥으로 가져갈 수 없다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력과 마력이 모두 회복된 류운은 천장의 거미를 올려다 보았다.

거미는 조금씩 꿈틀댈 뿐,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류운의 검은 아직도 거미의 몸에 박혀있는 상태였다. 류운은 로프를 잡아당겨 그의 대검을 회수했다. 


그러자 그 충격으로 거미는 땅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거미는 배를 위로 드러낸 채 움직이지 않았다.


휴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류운은 그대로 그 자리를 벗어나 출구를 향해 움직였다.

2-3분 정도 걷자 4층 출구가 나타났다.

조명을 받고 있는 4층 출구 문이, 고속도로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발견한 휴게소처럼 너무 반가워 보였다.



*********



4층과 5층 사이의 휴게실에 도착하자 류운은 엘릭서부터 확인했다.

방 중앙의 테이블에는 엘릭서 4병이 놓여 있었다. 류운은 보물을 쓰다듬듯이 엘릭서를 쓰다듬다가 아이템 지갑에 넣었다.


엘릭서를 먹은 덕분에 체력과 마력은 충분했다. 정신적으로 피로한데 몸은 활기가 넘치는 특이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류운은 일단 샤워를 하고 나방의 인분이 범벅이 된 옷을 빨았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스마트 폰을 꺼내 들었다.


당연하게도 통화권 이탈이였다.


결국 딱히 할 것이 없는 류운은 이것저것 새로운 스킬을 생각하고 궁리하다가 지쳤는지, 방의 구석에 놓은 전화기를 들었다.


“네, 류운님.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뭐 좀 물어봐도 돼?”

“네,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만약 도전하다가 전투불능이 돼면 어떻게 돼?”

“전투불능이 되는 것으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습니다. 자력으로 탈출하시든가 파티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한 엘릭서입니다.”

“음. 그러면 만약 생명을 잃으면?”

“우선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만약 생명을 잃으시면 남은 마나와 가능한 모든 에너지는 던전의 일부가 됩니다. 그리고 다음 겔림의 용사가 왔을 때, 그의 시련을 돕기 위한 밑거름이 됩니다.”


류운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지금까지는 그가 거치온 시련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저 레벨업을 위한 수련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쉬운 시련은 아니고, 분명 위험도 존재한다.


게다가 류운은 혼자서 도전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전투불능이 된다면 던전에 흡수되어 영원히 이 탑의 밖으로 나갈 수 없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새삼 공포가 몰려왔다.


류운이 아무말을 하지 않고 있자, 폴라가 물었다.


“류운님, 괜찮으십니까?”

“아아. 괜찮아.”

“류운님, 도전을 포기하시겠습니까?”


류운은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아이템 지갑을 열어 엘릭서 4병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아니, 아직은.”

“네. 잘 알겠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어? 잠깐, 잠깐. 끊지마.”
“네, 무슨 일이십니까?”


류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골렘 성격 정말 더럽게 급하네.’


“더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이 탑은 누가 만들었지?”

“겔림의 마지막 현자들과 마도사, 연금술사, 건축가, 몬스터의 수장들이 모여 만들었습니다.”

“탑이 만들어진 목적은?”

“겔림의 용사에게 시련을 주고, 그 시련을 겪는 용사의 성장을 돕고, 시련을 통과한 용사에게 어울리는 보상을 주고, 겔림의 마지막 의지를 이어가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겔림의 마지막 의지란 뭐지?”

“남아있는 겔림의 생명들에게 희망을 주고, 침략자 킬리아번을 토벌하는 것입니다.”

“뭐?”


방심하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킬리아번이라는 호칭을 들었다.


“또 다른 질문이 있으십니까?”

“···”

“질문이 없으시면 잠자리에 드시기를 추천하겠습니다.”

“아니···난 겔림의 사람이 아닌데, 내가 이 탑을 오를 자격이 있을까?”

“류운님은 겔림의 용사가 맞습니다.”

“무슨 소리야? 나는 지구 출신이라고. 겔림이라는 곳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니까.”

“지금 류운님이 계시는 곳이 이곳이 겔림입니다. 겔림의 탑은 디저트리아 던전에 있고, 디저트리아 던전은 겔림에 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이번에 겔림에 처음 온 거야. 그것도 우연히.”

“류운님은 분명 겔림의 마나를 사용하여 마력을 발현하고 계십니다. 그 자체로 자격은 충분합니다.”


‘응? 내가 겔림의 마나를 사용하고 있다고? 그럼 겔림의 마나와 지구의 마나가 호환이 되는건가? 뭐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또 다른 질문이 있으십니까?”

“아. 아니. 지금은 없어.”

“네. 그럼 편안한 밤 되십시오.”


폴라는 전화를 끊었다.

류운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구는 다섯 용사의 출현으로 구원받았다. 그러나 겔림은 “킬리아번”의 침략에 살아남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겔림이 침략을 받아 피폐해져갈 때, 그들의 세계를 구해줄 용사의 출연을 기다리며, 겔림의 사람들은 이 탑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의지와 선물을 그 용사에게 남긴 것이다.


류운은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아무래도 더 많은 질문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떤 질문을 해야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류운은 뒤치락거리며 이생각 저생각을 하다가 간신히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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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절차탁마 8 21.12.06 63 0 12쪽
42 절차탁마 7 21.12.03 63 0 13쪽
41 절차탁마 6 21.12.02 63 0 13쪽
40 절차탁마 5 21.12.01 59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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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절차탁마 3 21.11.29 6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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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동분서주 4 21.11.20 75 0 12쪽
32 동분서주 3 21.11.20 7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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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아르바이트 5 21.11.06 8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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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아르바이트 2 21.11.02 92 1 12쪽
24 아르바이트 1 21.11.01 94 2 12쪽
23 퀘스트 실습 8 21.10.29 97 1 11쪽
22 퀘스트 실습 7 21.10.28 102 1 12쪽
21 퀘스트 실습 6 21.10.27 98 1 12쪽
20 퀘스트 실습 5 21.10.26 105 1 11쪽
19 퀘스트 실습 4 21.10.26 10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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