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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무실 님의 서재입니다.

치트없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무명무실
작품등록일 :
2021.10.11 16:27
최근연재일 :
2022.01.29 16:03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5,786
추천수 :
59
글자수 :
245,602

작성
21.10.11 16:33
조회
487
추천
3
글자
11쪽

설상가상 1

DUMMY

“ㅅㅂㄹ. 아무래도 ㅈ된 것 같은데.”


기괴한 소리를 내며 공간이 일그러지는 곳을 응시하던 “류운”의 입에서, 저절로 육두문자가 쏟아져 나왔다.


아침부터 일진이 사납더라니.

기어이 일이 터졌다.


견습 모험가가 된 지 벌써 일 년, 이미 정식 모험가 시험에 두 번이나 실패했다.

다른 동기들은 이미 정식 모험가가 됐거나 포기해서, 이제는 같이 시험을 볼 파티를 모으는 것도 힘들었다.

간신히 파티를 모아서 마지막 기회라고 도전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원래대로라면 별 문제없이 벌써 퀘스트를 끝냈어야 했다

던전에서 발견된 감시 카메라 고장의 원인을 밝혀내는 쉬운 퀘스트가 자격 시험 문제로 주어진 것을 보고, 이제 운이 트이는가 싶었다.

이번에야 말로 합격하리라 다짐했었다.


그런데 막상 퀘스트를 시작하고 보니, 감시 카메라는 퀘스트에 주어진 설명보다 훨씬 많이 부서져 있고, 던전 안에서 스마트 폰은 먹통이고, 심지어 비상 핫라인 경보시스템도 고장이었다.


충분히 위험한 상황인데, 지도에도 없던 고블린 부락이 나타났고, 달려드는 고블린 몇 마리를 간신히 처리했다 싶었더니, 이제는 홉 고블린까지 나타났다.


홉 고블린이라니?


D급 지정 몬스터 홉고블린?

이쯤되면 정말 운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 아닌가?

이 던전은 지난 10년동안 D급 몬스터는 출현하지 않았다고.

안전이 확보된 던전이라서 모험가 시험에 쓰이는 평이한 던전이라고.


그런데, 오늘 시험 중에 홉 고블린이 나타났으니.


류운을 포함한 2명의 견습 모험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F급도 아닌, 견습 모험가가 D급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을리는 만무했다.


그래도 나름 대처는 잘 했다.

밸런스 개판인 급조된 파티지만, 각자의 특기를 살려서 어떻게든 살 구멍을 찾았었다.


긴 도망과 은신 끝에 간신히 홉 고블린을 따돌릴 수 있을 뻔했다.

조금만 있었으면 홉 고블린이 숨어있는 세 명을 못 본채 지나갈 뻔했다.


그런데 갑자기 굉음을 내면서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홉고블린은 물론, 견습 모험가 세 명 모두 완전히 처음보는 현상이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평행 세계간의 게이트가 열릴 때의 공간 왜곡과 비슷해 보였다.


덕분에 사냥을 포기하고 돌아가려던 홉 고블린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아. 진짜.”


탱커인 류운이 망연자실한 한탄을 뱉어냈다.

레인저와 마법사는 무엇인가를 느낀 듯이 뒤로 물러났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틀어진 공간 사이에서 엄청난 소리와 함께 스파크가 튀었다.

지금까지 죽일 기세로 쫒아오던 홉 고블린 조차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공간의 왜곡 사이에서, 트롤 한 마리가 나와 하늘을 보며 표효했다.


B급 지정 몬스터 트롤?


D급도 버거운데 B급 몬스터?

설상가상이란 말이 딱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사자후 같은 큰 소리를 내지르던 트롤은 두리번거리면서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다.

아마도 트롤 역시 갑작스레 떨어진 새로운 장소가 낯설은 듯 싶었다.

도대체 무엇이 이곳에 트롤을 소환한 것일까?


트롤은 앞에 서 있던 홉 고블린을 발견하고는, 한 번에 홉고블린의 앞까지 점프했다.

홉 고블린은 들고있던 거대한 도끼로 트롤의 어깨를 내려쳤다.

그러나, 트롤은 상처하나 없이 트롤을 양손으로 들어올렸다.


캬아아아아아악

홉 고블린이 괴성을 질렀다.


트롤은 홉 고블린을 힘으로 비틀어 양 쪽으로 찢었다.

끔찍한 광경이었다.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처럼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피를 뒤집어 쓴 견습 모험가 세 명은 앞 다투어 도망쳤다.

그러나 그들은 트롤보다 빨리 달릴 수 없었다.


첫 번째로 따라잡힌 사람은 탱커인 “류운”이었다.

트롤은 류운을 향해 스매시를 날렸다.

류운의 몸은 마치 배구공처럼 땅과 나무에 부딪히며 강하게 날아갔다.


그리고 퍽- 소리를 내면서 커다란 나무에 부딪혔고, 그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사실 류운이 견습 모험가이긴 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방어력 만큼은 어지간한 정식 모험가 보다도 위다.

워낙 속도가 느리고, 보조 스킬이 부족해서 저평가 되어있기는 하지만, 방어력만 놓고 본다면 어지간한 D급 모험가보다도 위일 것이다.

만약 그의 방어력이 조금만 부족했어도 방금의 일격으로 즉사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잡힌 사람은 마법사인 “체인”이었다.

정확히는 소환술사로 소환술 외의 다른 마법은 거의 모르는 근육질의 남자였다.

그는 재빠르게 바위 골렘을 소환했다.

그러나 견습 모험가가 소환한 작은 바위골렘으로는 트롤을 막을 수 없었다.


트롤은 화가 난 듯이 바위 골렘을 자갈 더미로 만들었다.


이 광경을 본 레인저인 “세인트”는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고 공격으로 전환했다.

어차피 트롤보다 빨리 달릴 수 없다면, 도망치는 것보다는 동료를 구해서 살 길을 찾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세인트는 나무 기둥 사이를 오가며, 가지고 있는 12개의 수리검을 모두 날렸다.

모든 수리검은 정확하고 날카롭게 트롤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세인트는 지금까지 살면서 던진 수리검 중 가장 강하게 던졌다고 자신했다.

이 정도면 방어를 한다고 해도 가죽을 뚫고 뼈까지 도달하리라 생각했다.


팅-티팅-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던 수리검은 가벼운 소리를 내며 튕겨 나갔다.

트롤의 두꺼운 털과 가죽에 부딪혀 힘없이 땅에 떨어졌다.


그 사이, 류운은 피를 토하면서 대검을 땅에 짚고 겨우 일어섰다.

그리고 치유 포션 한 병을 꺼내 상처에 뿌리고, 한 병을 더 꺼내 마셨다.

손등과 등, 어깨에 난 상처가 타는 듯이 아파왔다.

다시 한번 알고 있는 모든 욕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세인트는 계속 트롤의 사각으로 이동하면서 수리검이나, 단검 등을 꺼내 던졌다.

그러나 트롤의 가죽을 뚫지 못하고 그저 힘없이 땅에 떨어질 뿐이었다.


세인트는 더욱 빠르게 가속을 하면서, 그의 목도리를 풀렀다.

마나를 주입하면 늘어나고, 흡입하면 줄어드는 그의 최애 아이템이었다.


세인트는 목도리를 던져 트롤의 눈을 가렸다.

순간 눈앞이 깜깜해진 트롤은 신경질적으로 목도리를 잡아챘다.


그 반동으로 트롤 쪽으로 휙 쏠려가던 세인트는, 오히려 트롤을 향해 도움닫기를 했다.

그리고 목도리에 가려진 트롤의 얼굴 위로 발차기를 날렸다.


턱 소리가 나며, 세인트는 뒤로 나가떨어졌다.


‘오히려 찬 사람이 뒤로 밀리냐?’

그 상황을 지켜보던 류운은 더 큰 절망에 빠졌다.


옆으로 밀린 세인트는 류운 곁에 착지했다. 그리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야. 어쩌면 우리 살 수 있을지도 몰라.”


순간 류운은 세인트가 정신이 나간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뭔 소리야? 완전 절망적이구먼.”


“잘 봐봐. 저 트롤 어딘가 이상해. 정상 컨디션이 아닌 것 같잖아.”


하긴. 만약 정말 B급 지정 몬스터 트롤이 본래의 힘을 냈다면, 견습 모험가 세명은 이미 상황 종료여야 했다.

정말 B급 몬스터에 어울리는 힘을 보여준 것은 처음 홉고블린을 처리할 때 뿐이었다.

자세히 보니 트롤이 종종 휘청거리기도 했다.


“마나 고갈인가?”


류운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소환사 체인을 향해 소리쳤다.


“야, 체인! 너 뭐 큰거 한방 없어?”


“있기는 한데...”


“준비하는데 얼마나 걸려?”


“빠르면 10분?”


류운은 속에서 울컥 욕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야. 10분이면 우리 모두 전멸이야.’ 하는 마음의 소리를 꿀꺽 삼켰다.


그래도 방법이 없다.

어중간한 공격은 트롤에게 역효과다.

한방에 트롤의 발을 묶고 다 같이 도망쳐야 한다.


시간을 끌면 오히려 회복할 시간을 줄 수도 있다.

트롤이 정상 컨디션이 아닌 지금 해야만 했다.


“최대한 빨리해. 늦으면 늦을수록 위험해. 야. 세인트. 3분만 시간 끌어줄 수 있어?”


“올라잇”

레인저 세인트가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류운은 이 절박한 상황에서조차 장난끼 섞인 대답을 하는 세인트가 이해가지 않았다.

정말 류운과 세인트는 정 반대의 인물이었다.


세인트는 배낭에서 3개의 아이템을 꺼냈다.

그의 비장의 무기이자 마지막 공격용 아이템인 [단거리 연사 3종 세트]였다.

가격이 꽤 비싸서, 한 세트당 그의 한 달 알바비가 들어가지만, 용사 쇼핑몰에서 할인할 때 단검, 도끼, 표창 연사 3세트를 2달 치 월급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슬픈 표정으로 세인트가 외쳤다.

“가랏—-내 2달 치 알바비!!”


발동되자 순식간에 단검이 강하게 발사됐다.

쉴 새 없이 트롤을 향해 쏟아지는 단검은 장관이었다.


세인트는 트롤의 움직임에 맞춰 계속 사각으로 돌면서 단검을 발사했다.

그리고 연이어 도끼가 발사됐다.

도끼의 화력은 생각보다 강력해서 트롤이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방어를 했다.


그리고 다시 표창. 세인트는 집요하게 트롤의 다리를 공격했다.

어차피 큰 데미지를 줄 수 없다면 움직임을 묶을 수 있도록 다리를 공략하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었다.


모든 무기를 소진한 뒤, 세인트는 기진맥진했다.

그도 그럴 게 아이템을 사용하는 동안 계속 마나를 흘려보내야 했고, 트롤의 움직임에 맞춰서 발사 위치를 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단 한대만 트롤에게 맞아도 끝장인 그에게 이 정도면 충분히 선전한 것이었다.


“아이고 죽겠다. 야. 아직 멀었냐? 3분은 아까 지난 것 같은데?”


그렇다. 그가 맡은 3분은 훨씬 지나 4분 가까이 지났다.

이미 세인트는 더 싸울 수 있는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제는 류운의 차례다.


그 사이 류운도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류운이 체인이 큰 한 방을 날릴 때까지 시간을 벌어줘야만 한다.


그는 가지고 있는 모든 포션을 꺼내 들었다.

오늘 F등급 모험가 자격 시험을 위해 그동안 모아둔 돈을 포션을 사는 데 사용했다.

상처 치료용 포션 8개, 체력 회복용 포션 7개, 방어력 증강용 포션 8개, 공격 증강용 포션 4개, 마나 회복용 포션 4개.


우선 그는 치료용 포션을 상처 부위에 부었다.

왼팔, 오른손, 목덜미, 등, 복부. 성한 곳이 없었다.

일단 완전 회복은 힘들더라도 움직이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만 회복돼도 충분했다.


그다음 체력 회복용 포션을 4개 들이켰다.

싸구려 하급 포션의 씁쓸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절로 인상이 구겨지는 맛이었다.


그 사람 다음 방어력 증강용 포션을 2개 들이켰다.

피부 흡수용 방어력 증강 포션 2개를 몸에 직접 발랐다.


사실 포션은 양날의 검이다.

잘 조합해서 사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지만, 자칫 잘못 사용하면 마나 과다로 중독 증세에 빠질 수도 있다.


더구나 류운이 가진 하급 포션은 부작용이 더욱 심하다.

굳이 오용하지 않아도 과다 섭취는 다음 날 숙취와 같은 두통과 구토를 유발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는 급성 마나 중독으로 쓰러지기도 한다.


류운도 위험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이다.

그는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일단 포션을 입안에 쑤셔 넣었다.

이제 체력과 방어력은 최고치다.

이 상태에서 류운은 그의 필살기라고도 할 수 있는 스킬을 발동했다.


[광.전.사] 발동!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고 나서  마음에 안드셨다면 어떤 부분이 실망스러우셨는지 피드백을 주신다면, 더욱 좋은 작품을 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취서생
    작성일
    21.10.17 14:48
    No. 1

    화장한 -> 화창한
    어떻게하면 프로모험가보다 더 뛰어난 초보 방어전문가가 모든 길드에서 낙방할 수 있는건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무명무실
    작성일
    21.10.18 10:40
    No. 2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퇴고를 해도해도 오타는 나오네요.ㅠㅠ

    조금 설명을 덧붙이자면, 취업시장에 경쟁이 심해지다보면 기업에서는 정형화된 인재를 뽑는데요, 그러다보면 종종 한분야에 특기가 있어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못할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상황을 표현한 거예요. 서류전형에서 탈락한다든가, 그룹면접에서 탙락한다든가. 물론 실력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잘 헤쳐나가겠지만, 주인공은 아직 요령이 없어서 좌절을 겪는 단계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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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동분서주 4 21.11.20 75 0 12쪽
32 동분서주 3 21.11.20 69 0 12쪽
31 동분서주 2 21.11.12 73 0 13쪽
30 동분서주 1 21.11.09 76 1 11쪽
29 민망한 파티 결성 21.11.08 82 1 12쪽
28 아르바이트 5 21.11.06 83 0 12쪽
27 아르바이트 4 21.11.04 89 1 12쪽
26 아르바이트 3 21.11.03 93 2 13쪽
25 아르바이트 2 21.11.02 92 1 12쪽
24 아르바이트 1 21.11.01 94 2 12쪽
23 퀘스트 실습 8 21.10.29 97 1 11쪽
22 퀘스트 실습 7 21.10.28 102 1 12쪽
21 퀘스트 실습 6 21.10.27 98 1 12쪽
20 퀘스트 실습 5 21.10.26 105 1 11쪽
19 퀘스트 실습 4 21.10.26 10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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