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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무실 님의 서재입니다.

치트없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무명무실
작품등록일 :
2021.10.11 16:27
최근연재일 :
2022.01.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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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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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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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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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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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절차탁마 1

DUMMY

류운이 전송된 곳은 빛이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곳이었다.

지도와 좌표계를 꺼내 보니 던전 심층부의 한 곳이었다.


류운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웨스트 던전은 이미 탐사가 많이 된 던전이라서 지도까지 완성이 된 던전이다.

그런데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트랩 마법진이 있다니. 그렇다면 지금까지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거나, 최근에 누군가가 설치해 놓은 것이다.


지도가 완성된 던전에서 지름길 한복판에 있는 트랩이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은 적다.

그렇다면, 최근에 누군가가 그려놓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아까 토벌한 처음보는 몬스터와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류운은 자문했다.

‘전송 마법진이 이곳으로 날려보낸 이유가 뭐지?’


만약 누군가가 최근에 전송마법진을 이용한 트랩을 설치했다면, 굳이 류운이 날려진 곳으로 보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근처에 트랩이나 다른 몬스터가 있을 확률이 높다.


류운은 긴장을 했다. 그리고 랜턴을 꺼내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딱히 위험이 될 만한 요소는 보이지 않았다. 류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에 지도를 꺼내 들었다.


그가 있는 곳은 던전 심층부의 가장자리로 출구까지 가는 길은 상당히 복잡했다.

조금씩 시간을 들여서 동선을 짜고, 지도에 가야할 길을 표시했다.


류운은 자신이 방향치라는 자각이 있기 때문에, 출발 전에 탈출을 위한 동선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만약 특별한 위험이 없으면 그래도 3-4일 정도면 탈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류운은 차분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혼자서 고독과 불안과 싸우면서, 지도를 몇번이고 확인했다.

계속되는 어두운 동굴속에서 헤매니, 감각이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혼자서 던전을 탐험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새삼 파티의 중요함을 다시금 온 몸으로 체감했다.


혼자서 떨어져서 헤맨지 이틀째 되는 날, 류운은 갈림길의 한쪽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 길이 류운이 던전의 출구를 향해 짜놓은 동선과 겹쳤다.


새로운 위협일지 모르다는 생각에 스킬 [은밀]을 발동하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은밀]에 서투른 류운은 [은밀]을 발동하는 동안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

때문에 되도록 멀리서 보고, 재빠르게 피해야 한다.


천천히 다가서자 부산히 움직이는 수많은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보니 수 많은 박쥐떼가 모여 동굴의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박쥐들은 몸통이 1미터가 조금 안되는 크기였고, 마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탐지 마법을 쓸 수 없는 류운은 박쥐가 어떤 속성의 마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류운은 그저 커다랄 뿐인 박쥐일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포이즌뱃인가?’


하지만 웨스트 던전에서 포이즌 뱃이 출몰한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

어쨋거나 지금 저 많은 포이즌 뱃과 충돌을 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류운은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서 조심스레 지도를 펴고 동선을 다시 짰다.


포이즌 뱃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서 삥 돌아 우회하는 수밖에 없었다.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




*********************




혼자 던전을 헤매기 시작한지 3일째, 류운은 상당히 지쳐있었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피로가 너무 컸다.

불침번을 서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쪽잠을 자야 했다.

게다가 계속 어두운 동굴속을 걷다보니, 시간감각도 방향감각도 무뎌져서, 자신의 위치가 맞는지 조차 불확실했다. 그저 좌표계를 믿고, 지도를 따라 나갈 뿐이다. 좌표계의 배터리 잔량은 앞으로 일주일 정도 남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전에 던전에서 탈출해야 했다.


4일째, 드디어 와일드 고크를 사냥하던 절벽에 도달했다. 이제 지름길로 통하는 통로만 찾으면 2-3시간내에 출구로 나갈수 있다. 간신히 여기까지 온 자신이 대견할 지경이었다.

긴장이 조금 풀리자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류운은 일단 남아있는 비상식을 꺼내 점심 겸 저녁으로 먹었다.


그리고 불현듯 무엇인가 생각이 난 듯이 그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안테나가 하나 떠 있었다.

웨스트 던전의 특성상 던전 내부의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외부 전파가 잡히지 않는다.

다행히도 던전의 중심부인 절벽에는 증폭기가 설치되어 있는지 아주 약하게 나마 신호가 잡혔다.


류운은 급하게 리지에게 전화를 했다. 신호가 한번, 두번 가더니, 리지가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선배??”

“어 나야.”

“선배 괜찮아요? 지금 어디에요?”


잡음이 심해서 리지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아직 던전이야.”

“선배? 선배? 잘 안들려요.”

“아직 던전이라고.”


류운은 목소리를 높여 소리 질렀다.동굴에 류운의 목소리가 울려 되돌아왔다.


“나 괜찮아. 아마 곧 나갈 수 있을거야.”

“네?”

잡음이 워낙 심해서 잘 들리지 않았다. 이내 전화가 끊어 졌다.


류운은 할 수 없이 문자 메세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아직 던전안. 나 괜찮음. 나가는 길 찾음. 조만간 탈출할 듯.]


전송 버튼을 누르자, 폰에서는 계속 “전송중”이라는 메시지만 보일뿐 전송 성공이 뜨지를 않았다. 류운은 다급하게 다시 전송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는 전송을 성공했다.


메시지가 잘 전송된 것을 보고 류운이 안도하고 있을 때, 던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류운은 흔들림이 곧 가라앉기를 바라며 조심스레 중심을 잡았다.

그러나 흔들림은 점점 더 심해지더니, 동굴의 벽들이 기괴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류운이 서있던 동굴의 통로도 세차게 흔들리며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다른 통로와 이어졌다.

절벽에 난 곳곳의 구멍에서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중심부의 절벽마저 형태를 변형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에 나있는 동굴이 막히기도 하고, 새로운 통로가 생기기도 했다.


류운이 급하게 메시지를 추가했다.

[던전이 변형중. 3일이내에 탈출 못하면 구조대를 보내줘.]

그리고 다시 전송버튼을 눌렀다. 다시 실패가 떴다. 그리고 다시 전송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도 실패가 떴다.

다시 여러번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스마트 폰의 신호가 잡히지 않고 통화권이탈 표시로 바뀌었다.


“짜증———!!!!”

다시 육두문자가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어느 새 던전의 흔들림이 멈추고 변형이 끝났다.


류운은 조심스레 절벽쪽으로 머리를 내밀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절벽은 이미 형태를 바꾸어 처음과는 전혀 다른 모양을 하고 있었다.

절벽의 꼭대기에는 건너편 절벽으로 이동하기 위한 흔들다리가 있었지만, 절벽이 모양을 바꾸는 동안 끊어져서 그 일부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종종 던전은 변형을 한다.

크기가 커지거나 줄어들기도 하고, 그 안의 길이 바뀌기도 하며, 심지어 던전 안의 환경이 바뀔 때도 있다.

하지만 던전이 형태를 변형할 때는 막대한 양의 마나를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인위적으로 마나를 던전에 공급해주지 않는 한, 던전이 바뀌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기에 지난 30년간 그런 사례는 거의 없었다. 반년 전 류운이 체인과 세인트와 함께 수원 던전을 탐험할 때도 던전의 변형이 있었다. 지난 30년간 거의 없던 일을, 반년 사이에 두 번이나 경험한 것이다.


오래전 킬리아 번이 만들어 놓은 던전이니, 그때 이미 입력해 둔 어떤 명령이 발동한 것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 인위적으로 던전을 변형시키고 있는 것인데, 과연 누가 그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지금의 류운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류운은 어쩌면 이건 무엇인가의 징조일지도 모르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이 지독히도 운이 없는 것이리라.



*********************



류운은 잠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넋을 놓고 멍하니 모양이 바뀌어버린 절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지도를 열고 좌표계와 비교해 보았다. 좌표계는 여전히 던전의 중심부를 가리키고 있었다.


류운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지도에 표시된 던전의 출구로 통하는 지름길을 찾았다. 그러나 던전의 형태가 너무 바뀌어서, 더이상 지름길은 존재하지 않았다.

류운은 간절한 마음으로 좌표계와 지도를 비교해 봤지만, 더이상 지도와 좌표계는 일치하지 않았다.


류운은 절망감에 다리가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과연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비관적인 생각이 계속 그의 머리속을 맴돌았다.

배낭을 풀어서, 가지고 있는 장비와 식량들을 점검했다. 아껴먹으면 간신히 4-5일은 버틸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류운은 정신을 차리고 탐색을 시작했다.

이제는 지도와 좌표계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길을 찾아야만 했다.

류운은 갈림길이 나타날 때마다 자신이 온 곳을 표시해가며 수색했다. 조급한 마음에 몇 시간이고 쉬지 않고 계속 길을 찾았다. 그리고는 지쳐 잠깐 잠이 들었다.


류운은 혼자 던전에 남겨진지 5일째 아침을 맞았다. 물론 아침이라고 해도 깜깜한 동굴 안이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출구를 찾기위해 한참을 헤매다가, 다시 던전의 중심부에 있는 절벽으로 돌아갔다.


사실 이제 그 절벽이 던전의 중심부에 있는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색을 하는데 어떤 기준이 필요하다.

그는 절벽 중간에 나있는 동굴에 서서, 혹시나 실마리가 될 만한 것이 없는지 절벽을 응시했다.


그러다가 문득 그의 조부가 남겨준 기억 중 하나가 떠올랐다.

용사 룬도 동료들에게 배신당해 3년이나 던전에 갇혔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던전 안에서 생존을 위해 단련을 했고, 그의 비기 [월광참]과 [춤추는 낙엽]도 던전 안에서 깨달았다고 했다.


류운도 스스로 그와 같은 길을 걸어야 하는지 생각했다.


던전안에서 사냥을 하고, 식량을 조달하면서 길을 찾아야 할까?


과연 그게 가능할까하는 생각에 답답해졌다. 답답함에 가슴을 추스리다, 그에 손에 걸리는 펜던트를 발견했다.


그 목걸이 펜던트는 류운의 조부 재훈이 류운을 처음 만났을 때 줬던 아이템 지갑에 들어있던 것이었다.

그 때 재훈이 남긴 메모에는 분명 “펜던트는 내 선물이다. 항상 지니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쓰려무나.” 이라고 써있었다.


그렇다면 펜던트는 어떤 기능이 있다는 말이다. 류운은 할아버지의 조언대로 항상 지니고 다니기는 했지만, 완전히 그 기능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사용하란거지?’


류운은 대도서관을 발동해, 혹시 펜던트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재훈이 남긴 기억의 목록을 찾아보다가, 제목이 펜던트 인것을 찾았다.


제목이 펜던트인 기억을 재생시키자, 기억이 동영상처럼 재생되는 대신에, 글씨가 나타났다.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대도서관 마법의 다양한 응용법에 놀라는 류운의 눈 앞에 그의 조부 재훈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만약 힘이 필요하다면 펜던트를 사용해보거라.

마나를 있는 힘껏 불어넣고, 영창을 하면 마법진이 발동한다.

주문은 다음과 같다.


[시간과 정신의 방으로]



‘뭔 소리래?’


평생 처음들어보는 이상한 주문이었다.


류운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지경이었다.

주문이 이상한 것은 문제가 안된다.

설마 지금보다 안좋아지기야 하겠는가.


류운은 펜던트를 움켜쥐고, 마나를 불어넣었다.

처음에는 약하게 마나를 밀어 넣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메시지에는 힘껏 불어넣으라고 돼있었다.

류운은 온몸의 마나를 다 쏟아 부을 작정으로 마나를 마법진에 쏟아 부었다.

그러자 펜던트에 각인된 마법진이 노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노란색으로 빛나는 마법진은 공간 마법의 전형적인 특성이다.

류운은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기원하며 주문을 영창했다.


“시간과 정신의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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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절차탁마 9 21.12.07 58 1 12쪽
43 절차탁마 8 21.12.06 63 0 12쪽
42 절차탁마 7 21.12.03 63 0 13쪽
41 절차탁마 6 21.12.02 63 0 13쪽
40 절차탁마 5 21.12.01 59 0 15쪽
39 절차탁마 4 21.11.30 63 1 12쪽
38 절차탁마 3 21.11.29 68 0 12쪽
37 절차탁마 2 21.11.25 70 0 11쪽
» 절차탁마 1 21.11.24 75 1 12쪽
35 동분서주 6 21.11.23 70 0 15쪽
34 동분서주 5 21.11.22 74 0 12쪽
33 동분서주 4 21.11.20 75 0 12쪽
32 동분서주 3 21.11.20 70 0 12쪽
31 동분서주 2 21.11.12 74 0 13쪽
30 동분서주 1 21.11.09 76 1 11쪽
29 민망한 파티 결성 21.11.08 83 1 12쪽
28 아르바이트 5 21.11.06 84 0 12쪽
27 아르바이트 4 21.11.04 90 1 12쪽
26 아르바이트 3 21.11.03 93 2 13쪽
25 아르바이트 2 21.11.02 92 1 12쪽
24 아르바이트 1 21.11.01 94 2 12쪽
23 퀘스트 실습 8 21.10.29 97 1 11쪽
22 퀘스트 실습 7 21.10.28 102 1 12쪽
21 퀘스트 실습 6 21.10.27 98 1 12쪽
20 퀘스트 실습 5 21.10.26 105 1 11쪽
19 퀘스트 실습 4 21.10.26 103 2 11쪽
18 퀘스트 실습 3 21.10.22 10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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