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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무실 님의 서재입니다.

치트없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무명무실
작품등록일 :
2021.10.11 16:27
최근연재일 :
2022.01.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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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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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분서주 5

DUMMY

학교로 돌아온 류운과 리지는 주말마다 간단한 퀘스트를 하며 실적을 쌓았다.

그래서 2학기가 끝나고 겨울방학이 왔을 때는 둘다 E등급 모험가로 승급했다.


기말고사가 끝난 다음 날, 둘은 커피집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오랜만에 보수가 높은 퀘스트를 찾고 있었다.

기왕이면 그 날 첫 E등급 퀘스트를 수주하고 싶었다.


“선배, 정말 싫어요?”


리지가 와일드 고크의 뿔을 10개 모아오는 퀘스트를 가리키며 물었다.


“어.”


류운은 단박에 대답했다.


“아무리 봐도 이게 최고의 퀘스트에요. E등급 퀘스트에 보상은 250만원, 대략 2-3일이면 끝낼 수 있을 것 같고요.”


“근데 장소가 웨스트 던전이잖아.”


“그게 어때서요.”


“어떻긴, 최악이지. 동굴형 미로 던전이잖아.”


동굴형 미로 던전이란, 말그대로 동굴처럼 생긴 복잡한 길이 미로처럼 이어져 있는 던전이다.


사실 와일드 고크는 그다지 어려운 몬스터는 아니다.

산양과 노루의 중간정도의 형태로 속도가 빠르고 공격적이지만, 그렇게 위험한 몬스터는 아니다.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포획이 어려워서 E등급 몬스터로 분류되는데, 위험도에 비해서 보수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속도가 느리고 방어력에 몰빵한 류운에게는 상성이 그다지 좋지 않은 몬스터다.


와일드 고크는 원래 산악지역에서 서식하는데, 특이하게도 동굴처럼 생긴 웨스트 던전에서 발견되었다.

그리고 특이한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을 했는데, 동굴 안에 자라는 이끼나, 빛이 적은 곳에서도 자라는 풀을 뜯어먹으며 생존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들의 마력이 주변환경에 영향을 줘서 동굴 안에서 풀이 잘 자라도록 환경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와일드 고크의 뿔이 이런 작용을 하는 마력을 분출한다고 결론 짓고, 퀘스트를 발주한 것이다.


류운의 단호한 태도에 리지가 먼 곳을 바라보며 아련하게 말했다.


“선배가 말도 안되는 수상한 퀘스트를 하자고 해도 리지는 군소리 없이 따라갔는데···


하아···..


유령처럼 생긴 애들이 방안에서 왔다갔다해도 울음을 참으며 선배 곁을 지켰는데···.”


“야. 그게 언제적 일인데 지금까지···그래서 그동안 쉬운 퀘스트만 했잖아.”


“그 동안은 쉬운 퀘스트 밖에 못할 상황이었잖아요. 학기 중 이었구요.”


“그건 그렇지만···”


“선배, 오늘따라 왜 약한척이에요?”


“약한 척이라니. 냉정하게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할 뿐이지. 나 미로형 던전은 정말 쥐약이야. 더구나 우리는 레인저도 없잖아.”


“이미 탐색이 끝난 던전이라서 지도가 있는데요 뭘. 거기다 이번 기회에 좌표계도 좋은 걸로 하나 사요.”


류운은 길눈이 상당히 어둡다.

본인도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뛰어난 방향감각을 요하는 일은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이번 일도 미로형 던전이 아니라면 별 말 없이 수락했을 것이다.


보수가 높고, 위험도가 낮은 퀘스트. 사실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류운은 마지못해 동의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첫 E급 퀘스트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




류운과 리지는 며칠 뒤 웨스트 던전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한참을 둘은 말없이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류운은 궁금했지만 그동안 물어보지 못한 리지의 계획을 물어보기로 했다.


“너 이번에 졸업이지?”

“네. 선배는 졸업선물 뭐해줄 거예요?”

“응? 뭔 선물. 나는 학생이라 돈없어. 네가 졸업하고 돈벌어서 나 졸업때 사줘야지.”

“흥. 저는 취업 안 하는데요?”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대형 길드에서 오퍼 받았다고 하던데.”

“어? 선배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 너희 과 조교랑 같은 연구실 쓰잖아. 내가 너랑 같은 파티인 거 아니까, 파티 계속하냐고 묻더라.”

“아항~..그거, 안 간다고 했어요.”

“어? 왜? 너 부자야? 놀아도 돼?”

“어휴, 선배덕에 간신히 먹고는 사는데, 부자 아니죠. 선배나 저나 버는게 똑같잖아요.”

“그럼 왜?”

“그냥 조금만 더 실적을 쌓고 싶어서요. 이대로면 선배 졸업할 때 쯤에 D급까지는 가지 않겠어요?”

“대형 길드 가도 D급까지는 무난하겠지.”

“그것도 그런긴 한데······.”


리지는 말끝을 흐렸다.

리지는 왜인지 류운과 파티를 더 하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더 높은 단계로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실제로 지난 1년간 그녀의 실력이 상당히 향상된 것도 사실이다.

그건 아마도 항상 류운이 한계까지 자신을 몰아붙이는 모습에 자극받아서, 그녀도 한계를 넘어선 시도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리지는 어떻게든 회복마법을 습득하고 싶었다.

퀘스트를 수행하고 남는 시간에는 대부분 회복마법을 연습했다.

정식으로 길드에 취직하면 개인시간이 줄어들어서 그토록 간절하게 염원하던 회복마법을 배울 시간이 줄어들 것도 염려했다.

하지만 그것을 말로 하려니 너무 유치해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굳이 생각한 것을 입 밖에 내지는 않기로 했다.





**********




웨스트 던전에 도착한 그들은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장비들을 점검했다.

류운은 좌표계를 소중한 듯이 닦았다.


던전에 들어가자, 깜깜한 동굴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이미 탐험이 된 던전이라서, 중간 중간에 조명이 있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미로처럼 길게 꼬여있는 통로는 방향감각을 잃게 만들 뿐만 아니라, 시간감각까지도 무뎌지게했다.


오전에 도착해서 3시간을 꼬박 걸었지만, 와일드 고크는 커녕 그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류운과 리지는 일단 점심도 먹을 겸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가져온 비상식에 물을 붓고 기다리는 동안 지도를 펴고 위치를 점검했다.


한참을 지도를 살펴보던 류운이 리지를 불러 물었다.


“여기 지도에 검은 부분은 뭐지?”

“엉? 진짜. 꽤 큰데요? 잠깐만요”


리지는 지도의 주석부분을 찾아 읽어보더니 말했다.


“절벽인데요?”

“던전안에?”

“그렇다네요.”

“와일드 고트는 절벽을 오르내리는 습성이 있지 않나?”

“그렇죠.”

“안 가볼 수가 없겠는데.”

“약 2시간은 걸어야 할 것 같은데요. 거의 던전의 중심부에요.”

“빨리 먹고 가자.”


류운과 리지는 점심을 급하게 떼우고, 던전의 중심부에 있는 절벽을 향했다.

절벽으로 향하는 도중, 류운과 리지는 이끼가 많이 끼어 있는 지역을 몇군데 발견했다.

그들은 와일드 고크의 서식지에 가까워진다는 확신을 가졌다.


점심을 먹고 출발한지 2시간 30분쯤 되었을 때, 류운과 리지는 물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동굴 안에서 물 흐르는 소리라니. 아무래도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그들이 천천히 앞으로 나갔을 때,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판을 지나 천천히 앞으로 나가자, 동굴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중간으로 이어져 있었다.

아래는 까맣게 그 끝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위로는 약 20미터 정도 뻗어 있었는데, 던전의 천장으로 막혀있었다.


류운과 리지가 나온 동굴 말고도 절벽의 중간 중간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아마도 다른 동굴로 통하는 길인듯 싶었다.


맞은 편에도 높은 절벽이 솟아 있었는데, 맞은 편의 절벽까지의 거리는 약 10미터 정도 되어 보였다.

맞은 편의 절벽에도 띄엄띄엄 다른 동굴로 통하는 구멍이 나 있었다.

몇몇 동굴은 불안정한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한 동굴에서는 물이 흘러 나와서, 폭포처럼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었다.


리지는 조심스레 랜턴 불빛을 비춰서 절벽의 벽을 탐색했다.

그러다가 절벽에 매달려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와일드 고크를 발견했다.

4마리가 듬성듬성 모여 발 디딜 곳도 거의 없는 절벽에 살짝 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마치 절벽 옆면에 붙어 있는 것만 같았다.


류운은 로프와 하네스등 암벽 하강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리지는 중얼거리듯 류운에게 말했다.


“아..절벽이 있는 줄 알았으면 이 퀘스트 안하는건데.”

“그러게 말이다.”


높은 곳을 싫어하는 것은 류운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아무래도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법사나 궁수가 필요하지 않냐?”

“그건 그렇지만, 어디서 멤버를 구해요?”

“학교 게시판”

“그래도 아무나 멤버로 들일 수는 없잖아요. 잘못해서 트롤 들어오면 다 같이 망해요.”

“그거야 그렇지.”

“근데 우리가 또 멤버를 고를 정도로 여유있는 상황은 아니잖아요.”

“그렇지.”

“그래서 지금까지 추가 멤버 없는거잖아요.”


류운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 야 너 왜 맞는 말만 하는데 내 마음이 아프냐?”


항상 그렇지만 좋은 파티 멤버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류운이나 리지나 지금까지 파티 운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같은 파티 멤버를 구하는데 조심스러운 것이다.


류운은 하강 준비를 시작했다.

와일드 고크의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손 놓고 구경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류운이 절벽쪽으로 몸을 내밀자, 절벽에 매달려 있던 와일드 고크들이 일제히 류운을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절벽 사이를 삼각차기를 하듯 뛰면서 아래로 내려갔다.

지구에서 보던 산양과는 차원이 다른 점프력이었다.


“쉽지 않겠는데···”

“저번에 산 포획 아이템을 써볼까요?”

“어떤거? 그물? 아니면 마취탄?”

“그물이요”

“그래. 해보자.”


류운과 리지는 로프를 이용해 조심스레 절벽을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멀리서 절벽에 매달려 있는 와일드 고크를 발견하고는 천천히 접근했다.

하지만 조심성이 많은 와일드 고크는 포획 아이템을 던지기 전에 알아채고 절벽에 뚫린 동굴로 휙 들어가 버렸다.


류운은 짜증이 몰려왔다. 왠지 와일드 고크 사냥은 류운한테는 맞지 않는 퀘스트란 생각이 계속 머리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이제와서 포기할 수도 없으니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리지는 탐지 마법을 사용해서 다시 와일드 고크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리고 파악된 위치를 류운에게 전달해 주었다.

류운은 리지가 가리킨 방향으로 조심스레 하강했다.

천천히 하강하다가, 스킬 [은밀]을 발동시켰다. 평소에 자연스럽게 새어나오는 마나를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스킬이다.

사실 꽤 기본적인 스킬이지만, 완벽하게 구사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류운은 이 스킬에 특히 자신이 없다.


그는 숨을 멈추고 억지로 마나를 억누르면서, 조금씩 내려갔다.

거기에는 와일드 고크 세 마리가 절벽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와일드 고크와의 거리가 약 15미터 정도 남았을 때, 류운은 포획 아이템을 던졌다.


포획 아이템은 와일드 고크를 향해 날아가다가 그물이 크게 펼쳐졌다.

와일드 고크는 발버둥치다가 떨어질 뻔 했으나, 다행히 포획 아이템에서 나온 후크가 절벽에 단단하게 고정되어 떨어지지 않고 그물에 매달렸다.


이번 퀘스트를 위해서 특별히 구매한 보람이 있는 아이템이었다.


류운은 와일드 고크를 가두고 있는 그물을 걷어서 근처에 있는 동굴로 가지고 왔다.

세 마리중 2 마리의 와일드 고크에게 뿔이 나 있었다.

리지는 미리 연습한대로 와일드 고크를 향해 “슬립”을 걸었다.

와일드 고크는 금세 잠에 들었다.

류운은 조심스럽게 와일드 고크의 뿔을 자르고 놓아 주었다.

와일드 고크 한마리에 두개의 뿔이 나기 때문에, 총 4개의 뿔을 입수할 수 있었다.


류운은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 뿔이 달린 와일드 고크 3마리를 더 잡아야 했다.


류운과 리지는 다시 절벽쪽으로 나와 와일드 고크를 탐색했다.

그러나 근처에서 와일드 고크를 찾을 수 없었다.

류운은 별 수 없이 리지의 탐색마법에 의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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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민망한 파티 결성 21.11.08 82 1 12쪽
28 아르바이트 5 21.11.06 83 0 12쪽
27 아르바이트 4 21.11.04 89 1 12쪽
26 아르바이트 3 21.11.03 92 2 13쪽
25 아르바이트 2 21.11.02 91 1 12쪽
24 아르바이트 1 21.11.01 93 2 12쪽
23 퀘스트 실습 8 21.10.29 97 1 11쪽
22 퀘스트 실습 7 21.10.28 101 1 12쪽
21 퀘스트 실습 6 21.10.27 98 1 12쪽
20 퀘스트 실습 5 21.10.26 105 1 11쪽
19 퀘스트 실습 4 21.10.26 103 2 11쪽
18 퀘스트 실습 3 21.10.22 10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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