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무명무실 님의 서재입니다.

치트없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무명무실
작품등록일 :
2021.10.11 16:27
최근연재일 :
2022.01.29 16:03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5,772
추천수 :
59
글자수 :
245,602

작성
21.10.29 10:49
조회
96
추천
1
글자
11쪽

퀘스트 실습 8

DUMMY

고블린 메이지를 쓰러뜨리고 난 류운과 류운의 독 중독을 정화한 리지, 그들은 모두 마나를 소진했을 때 나타나는 어지러움증을 느꼈다.

류운이 휘청거리면서 일어나자 엘프의 대장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일단 쳐들어온 고블린들은 다 소탕한 것 같군.

내일은 수색대를 꾸려서 남은 고블린들을 토벌해야겠어.”


“마을은요?”


“뭐, 조금 다친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피해는 적어.”


“다행이네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대장 엘프는 아직 수색을 하고 있던 다른 엘프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그리고는 다시 류운과 리지에게 말했다.


“우리 마을로 가지. 포로가 아니라 귀빈으로서.”


“흐음···.”


류운은 살짝 고민을 했다.

엘프는 사실 쉽게 인간을 자신의 부락에 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도 대장 엘프는 호의의 표현으로 초대한 듯 싶지만, 그래도 평소에 인간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품었던 엘프의 부락으로 간다는 것이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다.


이 때 리지가 무슨 생각이 있는지 말을 꺼냈다.


“그럼 그렇게 해요. 우리 고블린 토벌에 대한 퀘스트 수주에 대해서 할 얘기가 남았잖아요.”


류운은 속으로 생각했다.


‘무슨 얘기가 남았어?’


엘프의 부락으로 가는 도중 리지는 류운에게 설명했다.


“길드에 엘프가 발주한 고블린 토벌 퀘스트가 있잖아요. 그거 저희가 처리했으니, 저희가 수주해서 바로 완료해도 되잖아요?”


“그렇지. 그건 그냥 우리끼리 가서 그 퀘스트 수주하면 되지 않아?”


“그 사이에 다른 파티가 그 퀘스트 수주하면요?”


“어? 정말 그러면 어떻게 되지?”


“재주는 곰이 구르고, 돈은···”


“아. 잠깐. 거기까지.”


“그러니까 의뢰인인 엘프가 나서서 저희가 퀘스트를 이미 완료해줬다고 증명을 해주는게 제일 좋잖아요.”


“오. 그건 그러네.”


“그리고, 오늘은 야영하고 싶지 않아요.”


“아니, 그렇다고 인간에게 적대적인 엘프 마을로 들어가야겠냐?”


“그러니까 이번에 확실하게 적대관계를 풀고 유대를 맺어야죠.

혹시 또 누가 알아요? 엘프랑 친해둬서 나쁠건 없잖아요.”


“어. 너. 생각보다 학연, 지연 좋아하는 구나.”


“네트워킹이라고 해주세요.”


류운은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한동안 소극적이던 리지가 점점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건 좋은 현상이다.

같이 모험을 하는 파티로서는 동료의 자리가 중요함을 더 없이 실감하는 류운이었다.


처음 엘프의 마을에 도착했을 때 엘프들은 그다지 반기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적대적이었다.

아마도 무분별한 개발을 계속하는 인간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것 같았다.


그러나 대장 엘프와 그의 부하들이 어떻게 고블린들을 소탕하고, 그 우두머리인 고블린 메이지를 토벌했는지를 설명해주자,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많은 엘프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을 보아, 엘프의 마을은 고블린의 침략때문에 꽤 오랫동안 고통과 불안에 시달렸던 것 같다.


류운과 리지는 대장 엘프와 엘프의 족장에게 안내를 받아 하루밤 묶을 곳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엘프의 족장은 오래산 종족의 수장답게 오만한 말투와 표정을 보였으나, 고마움을 표시하는데 인색하지는 않았다.

류운과 리지는 그들에게 저녁을 대접받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원래라면 엘프들이 고블린 메이지 때문에 수세에 몰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엘프들의 마력은 고블린 메이지를 훨씬 상회한다.

하지만, 이 마을의 엘프들은 플레인에서 나고 자란 엘프들이 아니라, “벨로다인"이라는 평행세계에서 넘어온 엘프들이다.

그들의 고향인 벨로다인은 킬리아번의 침공으로 생명체가 도저히 살 수 없는 세계가 되었다고 한다.

고향을 잃은 그들은 킬리아번이 만든 던전에 갇혀 있다가 플레인으로의 게이트가 열리자 플레인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플레인”의 마나는 “벨로다인”의 마나와는 달라서, 엘프들이 가진 본연의 힘을 완전히 낼 수는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는 그들의 본연이 가진 힘의 절반 정도만을 발휘할 수 있을 뿐이었다.

다행히 기본적인 마법은 쓸 수 있어서 생활하는데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숲의 질서를 해치는 강한 몬스터가 나타나면 부락을 보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이 처음 템파이의 북쪽 산에 이주했을 때는 인간과의 관계도 괜찮았다고 한다.

그들은 플레인에 없는 식물을 재배해서 팔거나, 마나 회복 포션을 제작해서 팔기도 했다.

숲과 친한 종족인 만큼 논이나 밭을 가꾸는데도 지식이 뛰어났던 그들은 템파이 사람들과 공생관계를 이뤄서 살았다.


심지어 2-30년 전에는 젊은 엘프들은 부락을 떠나 인간과 같은 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했다고 했다.

대부분은 공부가 끝난 후 마을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학교에 남아 연구를 하는 엘프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템파이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템파이 사람들은 계속해서 도시를 확장해갔고, 다른 도시에서 온 이방인들의 무분별한 사냥으로 숲의 생태계가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몇 번이나 템파이 시에 진정을 내고, 문제를 해결해 보려 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심지어 최근 고블린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위험을 느낀 엘프들은 퀘스트를 발주해 봤지만, 모험가가 선뜻 나서지도 않았다.


보통 이렇게 위험한 상황이면 길드가 우선적으로 퀘스트를 수주할 모험가를 찾아주는게 관례다.

이런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다중세계연합길드본부”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선지 이번에는 엘프들의 퀘스트가 뒷전으로 몰려난 것이다.

엘프들은 템파이 시에서 오히려 엘프들을 몰아내기 위해 퀘스트의 수주를 뒤로 미뤘다고 생각했고, 그로 인해 심각한 인간불신이 싹트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들이 쌓아온 불신이 한 순간에 사라질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대장 엘프와 그의 부하들은 류운과 리지에게 상당히 고마워하고 있었다.

실제로 사상자 한 명 없이 고블린을 처리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류운과 리지의 활약 덕분이었다.

엘프는 기본적으로 오만한 종족이지만, 사리는 구분할 줄 알았다.


“내가 너무 오랜 시간 이야기를 했나 보군.”


대장 엘프가 멋적은 듯 운을 띄웠다.


“아뇨.”


류운이 짧게 대답하자, 리지가 옆에서 피곤하다는 듯이 대화를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다.


“내일 고블린 토벌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3팀정도를 꾸려서 산 주변을 수색할 생각이야. 이미 고블린의 부락은 파악을 해놓았거든. 우선 잔당이 있나 확인하고 근처를 돌아볼 생각이야.”


“저희도 동행할까요?”


“그래주면 고맙지만..그래도 그렇게까지 신세를 질 수는···”


‘우와, 방금 저 엘프 입에서 신세라고 했나? 잠깐 사이에 캐릭터가 바뀌지 않았어?’


류운은 차마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리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받았다.


“무슨 말씀을. 저희가 맡은 일인데 저희가 마무리를 지어야죠.”


“그래도 되겠나?”


“그럼요, 대신 템파이에 있는 길드에 가서 저희가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증명을 해주셨으면 해요.”


“알겠네. 근데 그럴 필요가 있나?”


“네. 아마도요. 저희가 본의아니게 퀘스트를 수주하기 전에 수행했으니까요. 의뢰인의 증언이 혼란을 줄이는데 가장 좋을 거예요.”


“음. 알았어. 그렇게 하지. 그럼 내일 보세.”


대장 엘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류운은 궁금한 것이 떠올라서 물었다.


“대장님도 인간 학교에서 공부하셨나요?”


“아니, 하지만 내 딸은 인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공부를 했지. 그리고 지금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우와. 어디서 가르치는데요?”


“가까운 곳이야. 세르비아 대학교라고.”


류운과 리지가 동시에 외쳤다.

“세르비아 대학교요?”


“응, 왜그래?”


“우리 거기 학생이거든요.”


“오. 그래? 그럼 아우리아 라고 아나? 그애가 내 딸인데.”


류운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하긴 학교의 모든 교수나 강사의 이름을 알 수는 없는 법이다.

리지는 무언가 생각난 듯이 얼른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밝게 말했다.


“마도화학 교수님이시네요. 마법학부 교수님중 한분이세요.”

“오, 이런 우연이 있나.”


사실 굉장한 우연은 아니다.

엘프 중에서도 뛰어난 학구열을 가져서 인간이 다니는 학교에 진학할 정도면, 꽤 뛰어난 인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마력이 제한된 상황을 생각하면 정착지에서 너무 먼 곳으로 유학을 떠나고는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세르비아 대학교는 이 근처에서는 최고의 명문이다.

그러니 뛰어난 엘프가 가까운 세르비아 대학교에서 공부를 했고, 그 뒤에 그 곳에서 일하는 것이 아주 특별한 일은 아닌 것이다.


리지는 잠깐 뭔가를 생각하더니, 대장 엘프에게 퀘스트 실습 수업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혹시 아우리아 교수에게 말해서 고블린 토벌 퀘스트를 정식으로 “퀘스트 실습” 수업에서 인정하는 퀘스트로 만들어서, 점수를 받을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대장 엘프는 아우리아가 받아 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물어는 보겠다고 하고는 자리를 떴다.


“우와. 너. 진짜. 학연, 지연 좋아하는 구나.”


“아-참 선배도. 그래서 싫으세요?”


“좋지. 아주 잘했어.”




*********************



다음 날 아침, 류운과 리지는 대장 엘프와 합류해서 고블린 잔당을 토벌하기 위해 탐색을 시작했다.

혹시나 다른 상위 개체로 진화한 고블린이 있을까 우려했지만, 다행히 특별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남아있는 고블린을 모두 토벌하고 나니 늦은 오후가 되었다.

고블린을 토벌하러 동분서주하는 사이 류운과 리지는 스팅 스네이크 8마리를 추가로 잡을 수 있었다.


이제 퀘스트 완료를 위해 템파이 시내에 있는 길드에 가서 보고만 하면 됐다.


템파이 시내로 가는 동안, 류운과 리지는 가는 길을 몰라서 어리둥절할 때마다 대장 엘프가 나서서 길을 안내했다.

류운이 대장 엘프에게 물었다.


“숲에서 자주 안나오시는 줄 알았는데요?”


“이 지역에만 60년을 살았는데, 길을 모르는게 이상하지.”


“인간의 문물에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럼 시대에 뒤떨어지지.”


“에?”


“그런 선입관을 버려.”


“에에?”


“퀘스트 발주할 때나, 포션 팔 때 자주 오거든. 아. 저기 식당 맛있다. 나중에 한번 가봐.”


“에에에?”


도시에 처음 내려와서 어리둥절하는 엘프의 모습을 기대했던 류운과 리지는 오히려 자신들보다 더 도시사람같은 엘프를 보면서 생각했다.


‘도대체 왜 인간에게 적대적이었던거야?’


마치 그들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대장 엘프는 답했다.


“너희도 같은 인간들끼리 종교나 종족이나 지역때문에 적대적이기도 하잖아.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적대적인 감정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는거지.”


‘어 정말 이 엘프 어제밤이랑 캐릭터가 너무 바뀌지 않았나?’


확실히 류운이 가졌던 첫인상과는 많이 달랐다.

오만한 엘프의 말투는 그대로지만, 적대적인 감정은 확실히 줄었다.


류운은 리지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엘프 한두명 친해 놓아서 나쁠 건 없는 법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치트없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부 완결입니다. 21.11.08 70 0 -
46 절차탁마 11 22.01.29 58 0 9쪽
45 절차탁마 10 21.12.08 57 0 12쪽
44 절차탁마 9 21.12.07 58 1 12쪽
43 절차탁마 8 21.12.06 62 0 12쪽
42 절차탁마 7 21.12.03 63 0 13쪽
41 절차탁마 6 21.12.02 62 0 13쪽
40 절차탁마 5 21.12.01 58 0 15쪽
39 절차탁마 4 21.11.30 63 1 12쪽
38 절차탁마 3 21.11.29 67 0 12쪽
37 절차탁마 2 21.11.25 69 0 11쪽
36 절차탁마 1 21.11.24 74 1 12쪽
35 동분서주 6 21.11.23 69 0 15쪽
34 동분서주 5 21.11.22 73 0 12쪽
33 동분서주 4 21.11.20 74 0 12쪽
32 동분서주 3 21.11.20 69 0 12쪽
31 동분서주 2 21.11.12 73 0 13쪽
30 동분서주 1 21.11.09 75 1 11쪽
29 민망한 파티 결성 21.11.08 82 1 12쪽
28 아르바이트 5 21.11.06 83 0 12쪽
27 아르바이트 4 21.11.04 89 1 12쪽
26 아르바이트 3 21.11.03 92 2 13쪽
25 아르바이트 2 21.11.02 91 1 12쪽
24 아르바이트 1 21.11.01 93 2 12쪽
» 퀘스트 실습 8 21.10.29 97 1 11쪽
22 퀘스트 실습 7 21.10.28 101 1 12쪽
21 퀘스트 실습 6 21.10.27 98 1 12쪽
20 퀘스트 실습 5 21.10.26 105 1 11쪽
19 퀘스트 실습 4 21.10.26 103 2 11쪽
18 퀘스트 실습 3 21.10.22 105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