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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무실 님의 서재입니다.

치트없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무명무실
작품등록일 :
2021.10.11 16:27
최근연재일 :
2022.01.29 16:03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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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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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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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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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민망한 파티 결성

DUMMY

류운은 리지에게 파티 결성을 하자는 제의를 받고,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는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심정이었다.


확실히 리지랑 이야기를 하고 나면 리지의 밝은 성격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같이 파티를 꾸리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류운은 지금까지 파티 운이 없었다.

이상하게 밸런스도 안맞고, 퀘스트에서는 항상 예상 외의 일만 생기고, 죽을 고비도 몇 번이나 넘겼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비협조적인 사람이 파티에 있으니 정말 힘들지 않았는가.


그러니까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길드에 신고하는 파티만큼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된다고 항상 생각했다.


리지는 빛 계열 속성 마법을 주로 쓰는 마도사다.

그리고 회복마법을 제외하고는 빛 속성 마법의 전반을 쓸 줄 안다. 특히 정화 계열의 마법은 수준급이다.

거기다 사고방식도 류운의 기준으로는 상당히 정상적이고, 고마워할 줄도 미안해할 줄도 안다.

무엇보다 그녀의 밝은 기운이 류운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시간을 줄여준다.


‘어? 여기까지 생각해 보니까 리지랑 파티를 안 짤 이유가 없는데?

회복마법이야 차차 수행을 해서 익히면 되는거고. 포션으로 때우는 방법도 있고, 나중에 회복술사를 영입해도 되고. 큰 단점이 아니지 않나?

오히려 리지가 회복마법까지 쓸 줄 알면 몸값이 올라가서 나한테는 같이 일할 기회도 없는거 아냐?’


류운은 리지가 같은 파티를 짜자고 물었을 때 아마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미 답이 나와 있었을 것이다.

그저 그래도 괜찮다는 확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류운은 설레는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




*********************




류운이 학교로 떠나는 날, 류운의 조부모는 류운을 보내기 싫어 하는 눈치였다.

막상 기차시간이 다가오자 마지 못해 류운을 보내면서, 각종 상급 포션을 다시 챙겨 주었다.


학교로 돌아간 류운은 리지를 만나 족발을 먹으면서 파티를 같이 짜자고 말했다.

리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길드에 정식 파티로 등록하는 신청서를 들이 밀었다.


류운이 물었다.

“그럼 우리 등록할 길드부터 찾아야 되는거 아냐?”

“네. 그냥 학교 길드에 등록해요.”

“엉? 그게 뭐야?”

“어머? 선배 정말 그것도 몰랐어요??”


리지가 류운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파티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길드에 등록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각 길드는 그에 맞는 자격 요건을 요구한다.

어떤 길드는 E등급 이상, 어떤 길드는 F급 퀘스트 5회 이상 수행, 필기 시험, 면접, 길드의 특성만큼이나 요구사항도 다양하다.


길드에 소속되면 파티를 꾸릴 수 있다.

만약 혼자라면 개인의 경력이나 특기등을 고려하여 길드가 파티를 할당해 준다.

종종 파티 전체가 길드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이런 경우는 파티의 레벨이 높거나, 이미 특출난 실적이 있는 경우다.


이런 까다로운 제약들을 피해갈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학교 길드다.


이는 말 그대로 학교에서 운영하는 길드인데, 지구에는 없고 플레인에만 있는 제도로 해당 학교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팀을 꾸리는 것도 자유로워서 마음에 맡는 사람끼리 파티를 짜기도 하고, 인트라넷을 이용해 필요한 멤버를 구하기도 한다.

또한 정식으로 등록된 길드이기 때문에 다중세계길드연합에서 인정하는 정식 퀘스트도 수주할 수 있고,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실적도 공식 기록에 남는다.


대신 졸업하고 1년이 지나면 학교 길드에 남을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에,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럴듯한 퀘스트를 달성하고 실적을 쌓아서, 큰 길드로 옮기는 것이 일상적인 패턴이다.


한가지 단점은 D급 이하의 퀘스트만 수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C급 이상의 고급 퀘스트는 학교 길드의 성격과는 맞지 않기 때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정식 길드에서만 수주할 수 있다.


류운은 길드의 자격심사 요건을 통과하고 정식으로 길드에 소속될 자신이 없었다.

지금까지 류운은 수 많은 길드에 이력서를 냈다. 그리고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그러나 그때는 정식 모험가 자격증이 있던 것도 아니고, 대단한 퀘스트를 수행한 경험도 없었다.

더구나 대부분 사무직을 지망했으니, 사무직 지망으로 스펙을 쌓은 경쟁자들과 경쟁에서 탈락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상황이 좋아졌지만, 실패 때문에 생긴 자신감의 결여와 우울증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그런 류운에게 학교 길드는 한줄기 희망같은 존재였다.


졸업전까지 스펙을 쌓을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하자, 기분이 살짝 좋아진 류운이 말했다.


“리지야.”

“네?”

“많이 먹어.”

“갑자기 뭐예요, 선배. 혹시 저보고 계산하라고 하실 건 아니죠?”

“내가 낸다니까.”

“무르기 없어요.”


새삼 느끼는 거지만 리지는 “선배”와 “선배님”을 혼용해서 쓴다.

어쩐지 리지가 편하게 생각하면 “선배”, 격식을 차려야하면 “선배님”으로 부르는 것 같았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선배”라고 부르는 빈도가 늘었다. 류운은 그게 리지와 류운의 거리를 나타내는 지표가 아닐까 생각했다.


다음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리지가 이미 필요한 서류부터 절차까지 다 조사를 해 놓았기 때문에 류운은 그냥 사인만 몇 번 하면 되었다.

길드 가입이 완성되고 정식으로 길드 아이디를 받자, 류운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함을 느꼈다.




************************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여느 때처럼 새로운 학기는 분주하다.

류운과 리지는 정식 파티의 첫번째 퀘스트를 다가오는 연휴에 수행하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둘은 괜찮은 퀘스트가 없는지 수시로 체크했다.



수업, 과제, 시험준비, 학교 업무로 둘다 상당히 바쁘게 보냈다. 평소에는 딱히 만날 일이 없어서, 종종 도서관이나 학생식당에서 만나면 살짝 아는척 하는게 다일 뿐이었다.


리지는 상당히 외모가 출중하다. 걸그룹 아이돌 멤버 사이에 있어도 통할 정도의 외모다.

때문에 종종 학교 앞 광장에서 리지가 류운에게 손을 흔들면, 류운의 석사 동기들이 류운에게 무슨 관계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류운은 그냥 아는 후배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했지만, 동기들은 포기하지 않고 소개팅을 주선해달라고 귀찮게 했다.


리지가 도통 취향이 아닌 류운으로서는 도대체 왜 동기들이 그렇게 안달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하튼 괜히 소개팅 잘못 시켜주면 양쪽에서 욕을 먹기 때문에 류운은 학교에서 리지에게는 더더욱 덤덤하게 대했다.

혹이나 리지가 류운에게 말을 먼저 걸거나, 식당에서 마주치면, 그저 간단한 인사만 하고 대충 빠져나왔다.


이런 류운의 행동은 리지를 섭섭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물론 류운은 메신저를 사용한 의사소통에는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사무적인 이야기었다.

팀으로서 어떤 아이템을 사는게 좋을지, 어떤 쇼핑몰에 포션이 세일을 하는지, 새로 나온 캠핑 도구는 어떤게 있는지 등등 퀘스트와 파티에 대한 이야기가 다였다.


리지로서는 이런 류운의 행동이 낯설었다.

류운은 지금까지 그녀가 만나 본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남자였다.

그녀의 빼어난 외모 때문인지, 평소에 그녀의 주위에는 2가지의 부류가 대부분이다.

그녀에게 호의적이거나, 아니면 적대적이거나.


지금까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녀에게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적대적인 사람도 늘어났다.

아직도 대다수는 그녀의 밝은 모습에 끌려 모여들지만, 반대로 그녀의 재능을 질투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정작 리지 본인은 자신의 능력에 불만이 많았다.

그녀는 마법사로서 무속성 마법과 빛속성 마법을 쓸 수 있다.

빛 속성 마법은 그녀의 체질에도 잘 맞았고, 배우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정작 빛 속성 마법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회복마법을 습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론은 이미 충분히 습득했고, 마력량이 적은 것도 아니다.

다른 빛속성 마법은 중급을 뛰어넘어 고급레벨에 도달한 것도 있었다.

그런데 상처회복마법과 체력회복마법 만큼은 아주 기초 마법조차 쓸수가 없었다.

심지어 마법진의 도움을 받아도 실패할 정도였다.


고육지책으로 그녀는 다른 빛속성 마법을 갈고 닦았다.

결국 그녀의 정화마법은 학부생의 수준을 뛰어넘어 어지간한 프로 모험가보다도 뛰어난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래도 빛속성 마법사로서 회복마법을 쓸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라이벌들은 그녀의 재능만을 시기할 뿐, 정작 그녀의 고뇌는 보지않았다.

결국은 그 재능을 시기한 사람들때문에 졸업시험 격인 “퀘스트 실습” 수업의 파티에서 누락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류운을 만났다. 시기와 배신으로 좌절했던 그녀에게 류운은 정말 마지막에 남겨진 생명줄같은 느낌이었다.

류운은 리지에게 적대적이지도, 지나치게 호의적이지도 않았다.

확실히 류운은 그녀에게 친절했지만 항상 일정 선을 지킨다.

개인적인 질문을 해서 난처하게 만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격식을 차리지도 않는다.


아무 실적도 없는 F급 모험가라고 하더니, E급 지정 몬스터 스노우베어를 손쉽게 처리했다.

항상 자신감 없는 듯이 행동하면서, 막상 전투가 벌어지자 D급 지정 몬스터 고블린 메이지를 토벌했다.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는 남자였다.


하지만 덕분에 퀘스트 실전 수업에서는 A+를 받았다.

졸업시험 면제도 덤으로 따라왔다.

퀘스트 실전 수업이 끝나고 그녀는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염원하던 정식 모험가 자격증을 땄다.

생각보다 쉽게 정식 모험가 자격증을 취득한 리지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류운과의 퀘스트로 그녀의 실력이 향상되었음을 느꼈다.


그녀도 이제 4학년 2학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취업과 진로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할 때이다.

사실 그녀는 모험가 자격증을 취득하자마자 여러군데의 대형 길드에 이력서를 보냈다.

그리고 3군데의 길드에서 최종면접을 봤고, 그 중 두 개의 길드에서 합격통보를 받았다. 두 길드 모두 거대 길드로 많은 이가 입사하기를 원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리지는 망설였다.

그리고 굳이 류운과 학교 길드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정말 힘들 때, 그녀가 자존감을 잃어버리고 있을 때 류운을 만났고, 그와 함께한 퀘스트 덕분에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실력도 많이 향상됐다.

왠지 그와 동행하면 더 높은 수준의 모험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신 대형 길드에 입사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막상 결정을 하고 나자, 그게 옳은 결정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약간 흥분상태에 빠져서, 류운에게 전화를 했다.


“전원이 꺼져 있어서 자동 녹음으로 연결됩니다. 삐 소리가···”


류운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를 남겼다.

기다려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다시 문자를 남겼다.

다시 전화했다. 받지 않았다. 다시 문자를 남겼다. 여러번 남겼다.


실망한 리지는 혹시나 류운이 화가 난 것은 아닐까, 혹은 자신과의 퀘스트가 불편했던 것은 아닌가, 여러가지 생각들을 했다.


그리고 한참을 미래에 대해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을 때, 플레인으로 돌아온 류운이 리지에게 전화를 했다.

리지는 막상 류운에게 전화가 오니 깜짝 놀랐다.

심호흡을 길게 한후 최대한 침착하게 전화를 받았다.


“선배?”

“어.”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이냐니, 너야말로 무슨일이냐. 그 메시지들 다 뭐야.”

“아···.보셨어요.”

“어.”


그렇게 그들은 정식으로 파티를 맺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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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동분서주 3 21.11.20 7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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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동분서주 1 21.11.09 76 1 11쪽
» 민망한 파티 결성 21.11.08 83 1 12쪽
28 아르바이트 5 21.11.06 8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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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아르바이트 3 21.11.03 93 2 13쪽
25 아르바이트 2 21.11.02 92 1 12쪽
24 아르바이트 1 21.11.01 94 2 12쪽
23 퀘스트 실습 8 21.10.29 97 1 11쪽
22 퀘스트 실습 7 21.10.28 102 1 12쪽
21 퀘스트 실습 6 21.10.27 98 1 12쪽
20 퀘스트 실습 5 21.10.26 105 1 11쪽
19 퀘스트 실습 4 21.10.26 103 2 11쪽
18 퀘스트 실습 3 21.10.22 10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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