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무명무실 님의 서재입니다.

치트없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무명무실
작품등록일 :
2021.10.11 16:27
최근연재일 :
2022.01.29 16:03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5,797
추천수 :
59
글자수 :
245,602

작성
21.12.03 11:01
조회
63
추천
0
글자
13쪽

절차탁마 7

DUMMY

복도를 가득 채운 슬라임이 류운이 가는 길을 막고 있었다.


복도의 크기는 폭이 4미터이고 높이가 4미터였다.

이 넓은 복도를 빈틈없이 메울 정도의 거대 슬라임은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었다.


류운이 슬라임을 건드리자 마치 찐득찐득한 젤리처럼 슬라임의 일부가 류운의 손가락을 타고 올라왔다.


류운은 재빨리 손을 뒤로 뺐으나, 슬라임을 떨어지지 않고, 류운의 손을 따라 쭈욱 늘어났다.

그리고 거대 슬라임은 마치 류운의 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조금씩 류운을 향해 다가왔다.


류운은 빠르게 뒤로 몇 걸음을 더 물러났으나, 손에 붙은 찐득한 슬라임은 떨어지지 않고 더욱 길게 늘어졌다. 손에 붙은 슬라임은 류운의 손을 따라 팔까지 스멀스멀 기어 올라갔다.


류운의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류운은 얼른 대검을 들어 류운의 손에 붙은 슬라임과 슬라임 본체사이의 쭈욱 늘어진 부분을 빠르게 내려쳐 잘라냈다. 류운의 손에 붙은 슬라임은 본체와의 연결이 끊어지자 점성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복도를 메우고 있는 거대한 슬라임 본체는 류운을 향해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류운은 빠르게 뒤로 물러나서 자세를 고쳐잡았다.


[검기확장]으로 검기를 대검에 둘렀다.

4미터가 넘도록 검기를 확장하자, 류운의 몸에서 마나가 쭉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류운은 다가오는 거대 슬라임을 향해 마구 검을 휘둘렀다. 작은 슬라임을 상대할 때처럼 거대 슬라임을 작은 조각으로 쪼개려는 셈이었다. 그러나 이미 복도를 꽉 채우고 있는 슬라임은 류운이 아무리 베어도 금새 다시 붙었다. 아무리 잘라내도 흩어질 만한 공간이 없었기에, 슬라임은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은 듯 싶었다.


거대 슬라임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류운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류운은 하는 수 없이 뒤로 계속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아까 그 작은 슬라임이 머리를 감쌌을 때도 그렇게 위험했는데, 저 큰 슬라임에게 먹히면 도저히 빠져나올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분명 거대 슬라임의 안쪽에는 마핵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마핵을 어떻게 해야 파괴할 수 있는지였다.


만약에 류운이 마핵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 마핵을 향해 검기를 날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씩 다가오는 거대 슬라임의 숨겨진 마핵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예민한 마나 감지를 류운은 사용할 수 없다.


그러면 작은 슬라임을 해치울 때처럼 [검기확장]으로 검의 폭을 50센티미터 까지 확장해서, 선이 아니라 면으로 슬라임을 공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4미터가 넘는 슬라임을 베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더구나 검의 폭을 넓힌다고 해도, 검기가 날카롭게 다듬어 지지 않으면 점성이 높은 슬라임을 잘라내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류운이 쓸 수 있는 기술중에서 가장 유력한 것은 [절망]이다.

류운의 [절망] 스킬은 류운을 중심으로 주변 1미터 정도는 싹 날려 버린다.


그러나 거대 슬라임은 폭이 4미터이다. 함부로 [절망]을 사용했다가 마나가 고갈되면 슬라임 내부에 갇혀서, 그대로 끝일수도 있다. 더구나 류운의 [절망] 스킬은 아직 미완성이다. 마나도 많이 소모되고, 사용하는 동안 움직이지도 못한다.


류운이 고민하는 사이에도 거대 슬라임은 계속해서 그를 향해 접근했다.

류운은 계속 후퇴해서 어느 덧 3층 복도의 입구 근처까지 물러났다.


류운은 망설이다가 전화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수화기를 들자 폴라가 응답했다.


“류운님, 도전을 포기하시겠습니까?”

“포기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거지?”

“그렇습니다. 2시간 뒤에 다시 도전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3층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알았어. 이번 3층 도전을 포기할게.”

“알겠습니다.”


폴라가 전화를 끊자마자, 바닥에서 검은색 벽이 올라와서, 복도와 입구를 갈라놓았다.

류운은 맥이 풀린듯 천천히 2층과 3층사이에 있는 휴게실로 들어갔다.


류운은 짜증이 났다.


가능하면 빠르게 층을 정복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중간에 포기해야 하다니. 다시 우울증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한번 우울증상이 시작하자,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류운은 대도서관을 실행했다.

그는 학기중에 시간이 날 때마다 그의 조부모가 남겨준 기억과 지식을 훑어보았다. 류운이 기억하기에 그의 조부인 재훈의 스킬중에 [절망]을 응용한 스킬이 있었던 것 같았다.


류운은 폴라가 점심을 가져와서 노크를 하는 것도 모른 채 계속해서 대도서관을 실행하며 기억을 찾았다.


류운이 응답하지 않자, 폴라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고 폴라가 가져다 준 점심을 먹으면서도 계속해서 [대도서관]에서 기억을 찾은 끝에 가장 그럴 듯한 스킬을 하나 찾았다.


기술의 이름은 [파열], 원리는 [절망]만큼 단순한 기술이었다.

[파열]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절망]처럼 마나를 한 점에 압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마나를 극도로 압축한 뒤에 물리적인 힘으로 변환한다. 그리고 타겟과 마나가 닿는 순간 한꺼번에 압축된 마나를 폭발시키면서 해방하는 것이다.


[절망]은 회전하면서 갈아버린다면, [파열]은 폭발에 비유할 수 있다.

빵빵하게 부풀은 풍선이 터지듯이 폭발하는 마나는 넓은 부위에 강한 충격을 준다. 안에 갇혀있던 에너지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 타격의 순간 넓은 면적을 파열시키는 것이다.


류운의 조부 재훈은 거대한 골렘이나 몬스터의 체내에서 폭발을 일으켜 적을 무력화 시킬때 [파열]을 사용했다.

그리고 재훈은 [절망]과 [파열] 모두 던지는 형식으로 사용했다. 즉 원거리 공격용 스킬이었다.


류운도 [절망]을 습득한 뒤로 원거리 용으로 쓰기위해 회전하는 마나를 던지는 연습도 해 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회전하는 마나의 덩어리가 그의 몸을 떠나는 순간, 위력을 잃고, 공중에 흩어졌다. 결국 그는 몸을 중심으로 약 1미터 정도의 구체를 만들어, 근처를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류운은 비슷한 원리의 [파열]도 사출하거나 던지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래는 원거리 공격인 [절망]을 자신의 스타일로 바꾼 것처럼 [파열]도 그의 스타일로 바꾸기 위해 궁리하기 시작했다.


사실 검사의 스킬 중에도 이와 비슷한 스킬이 있다.

[스매시]라는 스킬로, 검으로 내려치는 순간 마나를 충돌시켜서 더 큰 충격을 발생시키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 스킬은 넓은 면을 공격하기 위한 스킬이 아니라, 검을 해머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류운도 이 기술은 사용할 줄 알지만, 실제로는 전혀 쓸 일이 없는 스킬이었다.


류운은 생각했다.

대부분의 퍼즐 조각들은 다 모였다. 각 부분을 조합해서 지금 필요한 효과를 만들어 내면 되는 것이다.


그는 대검을 들어 올렸다.


류운은 [월광참]을 완성하기 위해, 손끝에 마나를 압축해서 검기로 변환시키는 것을 수 없이 연습해왔다.

같은 방식으로 검을 잡은 손 끝에 마나를 모아 압축했다.


압축된 마나를 검기로 변형시키지 않고, 검의 끝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검을 내리치면서, 목표에 닿는 순간, 검의 끝에 있는 마나를 폭주시키는 것이다. [월광참]처럼 압축된 마나를 날카롭게 쏘는 것보다, [스매쉬]처럼 충격의 순간에 마나를 폭주시키는 것이 오히려 쉬웠다.


류운은 탑의 벽을 향해 기술을 발동했다.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벽이 깊고 넓게 파였다. 그 충격이 너무 강해서 류운은 검을 손에서 놓쳤고, 검은 회전을 하면서 날아가 뒤에 있는 벽에 꽂혔다.


너무 큰 소리에 류운은 한동안 귀가 멍멍했다.


류운은 벽에 꽂힌 칼을 뽑아 들고, 휴게실 방문을 나가 3층 입구 복도에 섰다.

그리고 폴라에게 전화를 해,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내 3층 복도를 막고 있던 검은 벽이 사라지고, 류운은 작은 보라색 슬라임부터 빨리 움직이는 2마리의 슬라임까지 빠르게 처리했다.


그리고 다시 복도를 막고 있는 거대한 슬라임 근처까지 왔다.

류운의 마력을 감지한 거대 슬라임이 류운을 향해 천천히 이동했다.

마치 슬라임이 아니라 거대한 동굴벽이 움직이는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류운은 침착하게 뒤로 몇 걸음 물러서서 스킬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검을 상단베기 자세로 들고, 오른손에 마나를 모아 압축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마나를 압축하는 것이다. 많은 양의 마나를 더 많이 압축할수록 마나가 폭발할 때의 위력은 강해진다.

그리고 압축된 마나를 조심스럽게 검 끝으로 이동시켰다.


슬라임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와서, 류운의 바로 앞까지 왔다.

류운은 순간 그의 검을 내려치며, 슬라임을 가격하는 순간 검 끝에 압축된 마나를 폭주시켰다.

압축된 마나가 폭주하자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슬라임의 일부를 날려버렸다.

생각보다는 성공적인듯 싶었다. 거대 슬라임의 몸통 절반이 날아가 사방에 흩어졌다.


하지만 파열의 충격을 류운의 몸이 감당하지 못했다.

류운은 검을 놓쳤다. 그의 검은 저 멀리 떨어져 슬라임의 조각에 덮혀있었다.


그의 양 손목은 빨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좋지 못한 신호다. 아무래도 충격을 못 이겨 뼈에 이상이 생긴 듯 싶었다.

류운은 재빨리 아이템 지갑을 열어 엘릭서를 꺼내 마셨다.


그리고 이어서 용사의 검을 꺼냈다.

용사의 검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류운은 근력을 높이기 위해 바로 [공격증강] 스킬을 사용했다.

그리고 다시 남은 마나를 검을 잡고 있는 손으로 모았다.


남아 있는 모든 마나를 손에 모으고 다시 압축했다.

최대한 압축한뒤에 용사의 검 끝으로 마나를 이동시키고, 슬라임을 향해 내려치면서 마나를 폭주시켰다.


검의 무게 때문인지, 아니면 미스릴의 강도가 좋아서 인지, 이번에는 더 묵직하게 스킬이 발동됐다.

슬라임의 몸체는 마치 거대한 폭발에 휩쓸린 듯이 여기 저기 작은 조각으로 흩어졌다.


류운은 벌써 거의 모든 마나를 소진한 듯 싶었다.

숨이 가빠오고 어지러웠다.

눈을 감고 거대 슬라임의 마력을 감지하려 했지만, 너무 어지러워서 집중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다른 조각과 합체하려는 조각이 있다면, 그게 마핵이 있는 본체일 것이다.


그러나, 산산히 부서져서 사방으로 흩어진 조각 중에서 본체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류운은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거의 10분을 넘게 찾아봤지만, 결국 못찾고 침울해 하고 있을 때, 류운은 천장에 매달린 슬라임 한마리를 발견했다.


직경이 20센티미터 되는 보라색 슬라임이 천장에 매달려서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류운은 무거운 용사의 검을 집어넣고, 그의 대검으로 바꿔들었다. 그리고 [검기확장]을 사용해 슬라임을 처리했다.


슬라임 본체가 쓰러지자, 사방에 흩어져 있던 슬라임 조각들도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쿠구구궁-


저 멀리 3층의 출구를 막고 있던 검은 벽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류운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그의 대검을 아이템 지갑에 집어넣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3층 출구를 나가 휴게실로 향했다.




*********************




방의 구조는 이 전 층의 휴게실과 비슷했다.

가운데에 있는 테이블에는 3층 통과 보상으로 엘릭서 3병이 놓여있었다.

류운은 엘릭서를 그대로 한병을 마셨다. 체력과 마력, 상처가 순식간에 회복됐다.

하지만, 피로는 곧바로 회복되지 않았다.


류운은 그대로 침대에 누워 폴라가 저녁을 가져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나서, 새로 습득한 스킬을 연습했다.


우선 목표를 가격하면서 압축된 마나를 폭주시킬 때, 류운의 몸이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그러니까 [공격증강] 스킬을 쓰든지, 아니면 [월광참]을 쓸 때처럼 순간적으로 마나로 온 몸을 보호하면서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류운은 한참을 중얼거리면서 연습을 하고, 땀을 흘린 뒤에야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드는 대신 4층을 향해 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치트없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부 완결입니다. 21.11.08 71 0 -
46 절차탁마 11 22.01.29 59 0 9쪽
45 절차탁마 10 21.12.08 57 0 12쪽
44 절차탁마 9 21.12.07 59 1 12쪽
43 절차탁마 8 21.12.06 63 0 12쪽
» 절차탁마 7 21.12.03 64 0 13쪽
41 절차탁마 6 21.12.02 63 0 13쪽
40 절차탁마 5 21.12.01 59 0 15쪽
39 절차탁마 4 21.11.30 64 1 12쪽
38 절차탁마 3 21.11.29 68 0 12쪽
37 절차탁마 2 21.11.25 70 0 11쪽
36 절차탁마 1 21.11.24 75 1 12쪽
35 동분서주 6 21.11.23 70 0 15쪽
34 동분서주 5 21.11.22 74 0 12쪽
33 동분서주 4 21.11.20 75 0 12쪽
32 동분서주 3 21.11.20 70 0 12쪽
31 동분서주 2 21.11.12 74 0 13쪽
30 동분서주 1 21.11.09 76 1 11쪽
29 민망한 파티 결성 21.11.08 83 1 12쪽
28 아르바이트 5 21.11.06 84 0 12쪽
27 아르바이트 4 21.11.04 90 1 12쪽
26 아르바이트 3 21.11.03 93 2 13쪽
25 아르바이트 2 21.11.02 92 1 12쪽
24 아르바이트 1 21.11.01 94 2 12쪽
23 퀘스트 실습 8 21.10.29 97 1 11쪽
22 퀘스트 실습 7 21.10.28 102 1 12쪽
21 퀘스트 실습 6 21.10.27 98 1 12쪽
20 퀘스트 실습 5 21.10.26 105 1 11쪽
19 퀘스트 실습 4 21.10.26 103 2 11쪽
18 퀘스트 실습 3 21.10.22 106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