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기록장

A Son of The Pitcher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일반소설

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20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3.05 18:56
조회
564
추천
7
글자
7쪽

외나무다리 걷어차기 - 1

DUMMY

1


살얼음판 위를 걷는 느낌이라고들 말하고는 한다.


단 한 번의 실수에 여태까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는 이 상황. 이런 압박감 속에서 제일 처음으로 움직여야 하는 포지션인 투수란 정말 고된 자리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제 마지막이다. 이게 마지막이다. 여기까지만 버티면 된다.


이런 생각으로 인해 정신이 느슨해진 걸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했는데, 홀로 정신이 저만치 미래로 향한 투수의 공에는 혼이 실려 있지 않았다.


명백하게 한복판으로 향하는 공. 혼이 실려 있지 않은 이 공은 과연 스트라이크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아마 기록표에는 스트라이크로 기재될 것이다.


하지만 심판의 입에서 그런 사인이 나올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그런 공이 미트에 들어갈 일 또한 영원히 없을 것이다.


그 덜떨어진 공에 타자의 두 눈이 마치 밤하늘의 별들처럼 찬란하게 반짝였고, 그가 쥔 방망이가 돌아가며 내뿜는 기세는 마침내 사냥감의 빈틈을 포착한 포식자의 그것과 같았다.


야구방망이와 야구공이 만나는 순간 울려 퍼진 그 소리는, 지금까지의 갑갑한 공격력 탓에 꽉 막혀 있었던 관객들의 속을 단번에 뻥 뚫어주는 것처럼 시원하고 경쾌했다.


[타자 초구 공략……!]


좌익수와 중견수 그 사이의 허공을 가르며 맹렬하게 쏘아져 가는 그 타구에 경기장 모든 인원의 시선이 몰렸다.


그 공이 외야수에게 잡히지 않기만을 바라는 자신들의 그 간절한 바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려는 듯, 타격이 이루어진 순간부터 일어난 함성은 타구가 담장을 향할수록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이윽고 타이푼즈의 외야수들보다 훨씬 빠르게 담장에 도착한 타구.


그 타구가 담장을 세차게 두들기는 소리와 동시에 환호성의 크기가 한계까지 치달았다. 그 무지막지한 음량에 경기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쏜살같이 2루에 안착한 타자가 해냈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고, 타자의 그 모습과 관중들의 소리가 자신을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투수는 고개를 푹 숙였다.


[타자 주자 라시훈은 2루에 안착! 2루타입니다! 아…… 타이푼즈의 투수 김성준. 6회부터 올라와 5타자를 말끔하게 잘 잡아냈으나, 결국 마지막 벽을 넘지 못합니다. 7회 말 2아웃까지 잘 처리해냈습니다만, 3번 타자 라시훈에게 결국 큼지막한 타구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3번 라시훈 선수부터 6번 강주원 선수까지 계속해서 좌타자로 이어지는 타선이고, 불펜에는 좌완투수 박민섭 선수가 이미 준비를 마치고 있었는데요! 결과론이 되겠지만 타이푼즈 코칭스태프의 이번 판단은 정말 아쉽습니다.]


‘힘이 떨어진 것 같진 않았는데…….’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쉴 뻔한 것을 겨우 참아내며, 타이푼즈의 투수코치 연강훈은 덕아웃을 나와 그라운드로 향했다.


주심을 향해 투수 교체를 요청하며 왼손을 들어 올렸다.


타이푼즈의 현 1군 계투진에 좌완 투수는 단 한 명. 그 한 명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선발투수였던 우금진 선수가 5이닝. 뒤를 이어 올라왔던 김성준 선수가 1.2이닝을 막고 내려간 가운데, 7회 말 타이푼즈의 마운드에 세 번째 투수가 등판합니다.]

[박민섭 투수. 최근 리더스와의 경기에서 했던 실점 이외에 3주 동안 실점이 없습니다. 자책점이 아니라 실점이!]

[그렇습니다. 올 시즌 타이푼즈는 8회 박민섭, 9회 마크 델 리오라는 필승 공식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 마크 델 리오 선수의 등판 기회는 거의 없긴 합니다만.]


“잘 부탁한다.”


그 짤막한 한 마디 외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투수 코치에게 민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요일부터 던지게 됐네요.”

“불펜 투수가 다 그렇지.”

“……격려해주길 바란 건데요.”


재미없다며 입술을 삐죽 내미는 민섭의 모습에 미안하다며 쓰게 웃고, 오늘 선발 포수로 올라왔던 황추웅은 잠시 관중석을 슬쩍 둘러보았다.


1회 초 이태화가 때려냈던 솔로 홈런(1점 홈런) 이후로 웨일스도 타이푼즈도 추가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1:0의 승부가 이어지고 있는 7회 말.

2아웃까지 잡혀있던 상황에서 나온 3번 타자의 2루타에 관중들의 눈빛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성격이 좋질 못해서 미안하다.”

“어…… 그건 대답하기 좀 힘들어요, 형.”

“그건 그렇고 지금 여기 분위기 굉장히 좋구나.”

“여기 사람들은 뭐 언제나 이랬는데요, 뭘.”

“이 사람들이 조용해진다면 더 끝내주는 분위기일 텐데.”

“형 정말 성격 나쁘네요. 존경합니다.”


이후 둘은 볼 배합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마지막으로 각자의 위치로 향했다.


자신들이 연습 투구를 행하는 동안 멀찍이 서 있는 우람한 체구의 흑인 좌타자를 힐끗 확인한 다음, 추웅은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속내를 깨달으며 잠시 오른손을 쥐락펴락했다.


‘부탁한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끝장이야.’


민섭을 포함해, 6회부터 필승조를 가동해야만 했던 타이푼즈와 달리 웨일스는 아직까지 선발 투수인 제라드 로빈 한 명만이 마운드에 서 있을 뿐이었다.


1회에 터졌던 이태화의 그 홈런을 볼 때까지는 오늘 이 경기가 제법 편안하게 흐르지 않을까 기대했건만, 오히려 그게 상대 선발이 정신을 차리는 데에 도움을 주고 말았던 것인지 그 이후로는 변변찮은 공격 한 번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공격이 원만하지 못한 것은 웨일스측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앞서 가고 있던 타이푼즈 쪽이 쫓기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웨일스의 타선에게 1점이란 언제든지 따낼 수 있는 점수이니 말이다.


‘그래도 중심타선에 비하자면 나머지 구성원들은 다 그저 그런 수준일 뿐이야. 하위타선과 상위타선은 성준이 정도면 어떻게든 막을 수 있어. ……그러니까 이 클린업을 확실하게 틀어막을 수 있는 계산만 서게 된다면, 타선을 완전히 막을 수만 있다면 이번 시리즈는 물론이고 남은 후반기도 여유롭게 풀 수 있다.’


김성준은 분명 좋은 투수였지만, 당장 이 팀에서 가용할 수 있는 불펜 전력 중 그보다 더 낫다고 확신할 수 있는 투수는 2명에서 3명 정도 있었다.


클린업 이외의 타자들을 상대로 낼 수 있는 투수에 관한 기준점을 어느 정도 확인했으니, 이제 클린업에 대한 기준을 알아볼 차례였다.


‘오늘 슬라이더가 잘 안 먹힌다고 했지?’


경기의 재개를 알리는 주심의 신호를 듣고 포수는 투수에게 사인을 보냈다.


‘……네? 제가 잘못 본 거죠?’


아무래도 안경을 써야 하나 보다.

민섭은 추웅의 사인에 눈을 비비고 싶은 욕구를 겨우 참아내며 다시 사인을 확인했다.


‘진짜요?’

‘응.’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았으나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게 아닌 상황.

민섭은 이러려고 성격 나쁘다고 밑밥 깔았냐고 묻고 싶은 기분으로 고개를 저었다.


작가의말

8월까지 시험이 꽤 있습니다. 느긋하게 책이나 볼 상황이 아닌데…….

그러면서도 요즘 독서 삼매경이라 곤란하기 그지 없습니다.


경기 내용을 최대한 빼고 싶은데 잘 안 됩니다. 그렇다고 이게 주인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참. 저도 대체 왜 이러나 싶습니다.


극약처방으로 뭔가 다른 걸 쓰게 된다면 1인칭 서술을 해야겠습니다.


정말 많이 부족한 작품이지만, 언제나 봐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 Son of The Pitch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드문드문 연재하게 될 것 같습니다 16.02.15 372 0 -
공지 각 팀과 소속 선수들, 그 외 인물들 16.01.10 1,058 0 -
» 외나무다리 걷어차기 - 1 16.03.05 565 7 7쪽
6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5 16.02.21 482 13 12쪽
6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16.02.16 519 14 8쪽
6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2 16.02.12 534 12 9쪽
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9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3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90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9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5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4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1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9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2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2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1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5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50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4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5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3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2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8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2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40 1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