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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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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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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2.04 17:32
조회
557
추천
11
글자
8쪽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DUMMY

**


"……"


가벼운 발걸음으로 왔던 복도를 다시 되돌아가는 지혁. 그런 그의 뒷모습을 아무런 말없이 그저 묵묵히 바라보는 한 사내가 있었다.


키는 별로 크지 않았다. 일반 남성과 비교하면 큰 축에 속하긴 하겠지만, 프로스포츠 선수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허나 키가 아닌 전체적인 덩치, 그 우람한 풍채를 보고 있자면 딱 봐도 힘 좀 꽤나 쓸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한 번 부러졌던 약간 휘어진 코. 눈은 작다. 그 안의 눈동자는 굉장히 깨끗했다. 마음이 바른 사람이란 인상을 주는 모습이었다. 왠지 옛 고전소설에 나오는 돌쇠 복장을 입히면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리더스의 4번 타자인 최원우. 그는 자신의 그 정심한 두 눈으로 멀어지는 지혁을 응시하고 있었다.


같이 학창 시절을 보내거나 한 적은 없었지만, 들은 바에 따르면 자신과 같은 중학교를 나온 후배라고 했다. 유도부였던 것도 같단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야구를 시작했던 것까지 정말 자신과 조금 닮지 않았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원우는-중학교에선 포기했었지만- 초등학교 때나마 리틀야구에 속해있던 몸이지만.


자신과 비슷한 케이스인 지혁. 하지만 그저 시기만 비슷할 뿐 해온 야구는 전혀 달랐다. 지혁은 정말 즐기기만 하는 동아리였고 원우는 본격적이며 전형적인 엘리트 스포츠였다.


그랬는데도 입단하고 나서 방출 직전까지 갔던 자신과 달리 저 남자는 입단한 그 해부터 기어코 1군에 올라와 맹활약했다. 한참 후배지만, 조금 존경스러웠다. 원우는 지혁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노력했을지 정말 잘 알 수 있었다.


참, 사족으로 호세 할루를 가볍게 쓰러뜨렸던 그 응용 기술도 굉장히 좋았다.


"……어딜 그렇게 보고 있어?"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겨 있으려니 그런 그의 정신을 다시 깨워주는 한 선배의 목소리.


최원우는 자신과 키는 비슷했지만 몸은 훨씬 마른 자신의 선배, 팀의 유격수인 김영진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아냐, 뭐 우리가 진지한 얘기를 하고 있던 것도 아닌데. ……그나저나 괴물이 하나 떠난다 싶었더니 비슷한 괴물이 오른손 버전으로 하나 또 나왔어. 내년에도 편하긴 글렀구나."


유인화가 이 리그를 떠날 것임을 확신하며 그렇게 말하는 영진은 그 자신 또한 해외 구단들의 관심 대상이라는 사실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해외 진출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모습이었다.


둘은 이내 다시 걸음을 옮겨 경기장 밖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지나치고 버스에 올랐다.


노히트노런 같은 것까지 당한 마당에 무슨 낯으로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겠느냐며 그 인파들을 지나칠 수 있는 건 솔직히 조금 편리했다. 동시에 굴욕감도 상당했지만.


멀리서 온 원정 팬들에게는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전 요즘 확신이 안 섭니다."

"왜?"

"유인화만 해도 지금까지 메이저에서 통할까 말까 하는 얘기를 듣고 있는데 전 그런 애를 상대로 제대로 치는 것도 아니고. ……작년도 올해도, 이지혁한테도 계속 당하고."


마지막 문장을 말할 때가 되어서는 목소리가 덩치에 안 어울릴 정도로 웅얼 웅얼거리듯 작아졌다. 그 탓에 이어폰까지 끼고 있는 영진의 귀에 닿지 못했다.


원우의 맞은 편에 앉은 영진은 그게 뭐가 걱정이냐고 하고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건 그냥 유인화 걔가 이상할 정도로 괴물인 거지."

"네."


그럼 이지혁은? ……그냥 나랑 안 맞는 거겠지. 그만 생각하자. 떠올려봤자 어제와 오늘 경기 생각에 분해서 속만 상할 것 같았다.


자리에 앉으니 급격히 피로가 몰려와 원우 또한 영진을 따라 잠시 눈 좀 붙여두자고 생각했다.




5


지난주 일요일의 그때와는 달리 오늘은 지혁에게 붙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팀의 에이스가 대활약을 펼쳤던 만큼 다들 유인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리라.


전반기의 홈 경기는 오늘로 끝났다. 그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모인 만원 관중 앞에서 그런 퍼포먼스를 선보인 인화는 정말 스타이며 에이스라고, 지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대다수의 사람은 유인화나 오늘 팀의 유일한 득점이자 홈런을 기록했던 한성구를 바라고 있는 중.


그 사이를 수월하게 지나가려니, 개중에는 지혁의 생각과 달리 자신을 기다린 사람도 있었던 모양이다. 재빨리 다가와 사인을 요청하거나 "어제는 비가 내려 정말 아까웠다."며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참 고마웠다.


그렇게 주위에 감사 인사를 마치고, 더이상은 자신을 찾는 사람이 없는 듯했다. 그런 판단에 이젠 빨리 집에나 가자고, 내일부터 일주일은 가족과 문아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지혁은 그런 마음으로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혁 씨!"


그러려니 반가운 말투로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 돌아보니 어제 오전에도 봤었던 그 유니폼을 오늘도 있는 자신의 옆집 이웃, 정희윤이 그를 향해 웃으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어제 비가 내려서 젖었을 테니까 다른 옷 아닐까? 그런데 똑같은 옷을 두 벌이나 사나 보통? 건조기 이용해서 빨고 바로 말렸겠지. ……아니 그런데 이런 걸 내가 왜 생각하냐!'


쓰잘머리 없는 그 생각들을 곧장 털어냈다.


다가오는 희윤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몇몇 사람들의 힐끔거리는 시선들뿐. 분명 친구랑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왜 혼자 있는 걸까?


차라리 그냥 바로 묻기로 했다.


"혼자 오셨어요?"


뱉고 보니 조금 멘트가 이상하다. 지혁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닌 듯, 지혁의 말에 희윤은 작게 쿡쿡 웃었다. 그런 웃음이 평소의 아가씨 같은 분위기와 제법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도중에 나가버렸어요."


이후 둘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같은 아파트의 옆집 이웃 사촌. 집부터 빨리 가자는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 둘의 경로는 같을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지혁 옆에 있는 사람 누구야?」

「여자네? 여자 친구 있댔잖아. 그 사람이겠지.」

「아니야. 이지혁 여친 저렇게 안 밋밋해.」

「아, 판사님. 전 이런 성희롱이나 하는 새끼가 누군지 모릅니다. 그런데 네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어제 경기장 와서 카메라에 찍혔는데 못 봤냐?」

「……예뻤냐?」

「저 사람보다 대박.」

「와~! 그런데 그러면 저 사람은 누구야?」

「글쎄?」


주변에서 그런 반응들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버스 타고 갈까요?"


그렇게 걷던 중 근처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걷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지혁이 희윤에게 물었다.


자신이야 걸어서 20분쯤인 거리, 그냥 걷자고 생각했었지만, 희윤의 마음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색안경 낀 편견이겠지만, 솔직히 그녀의 가냘픈 정말 아가씨 같은 몸을 보고 있자면 잘 걸어 다닐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문아가 언젠가 했던 그 아가씨 같은 외형적인 컨셉이 아닌, 희윤에게서는 정말 귀하게 자란 듯한 기품이 느껴지는 그 특유의 아우라가 있었다.


하긴 그런 느낌과 다르게 혼자 집안 살림도 말끔하게 해내는 걸로 보였지만. 갑자기 직접 만들었다며 반찬을 주고 할 때는 실례가 되는 생각이겠지만 정말 많이 놀랐었다.


작가의말

소중한 말씀들…… 정말 감사합니다.

공부가 많이 되고 있습니다.


언제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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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외나무다리 걷어차기 - 1 16.03.05 564 7 7쪽
6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5 16.02.21 481 13 12쪽
6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16.02.16 518 14 8쪽
6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2 16.02.12 533 12 9쪽
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8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2 15 6쪽
»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89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8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8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4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3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0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8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1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1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0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4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49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3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4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2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1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7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1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39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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