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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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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05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1.14 19:37
조회
691
추천
15
글자
9쪽

수중전 - 3

DUMMY

**


선두 타자가 3구 만에 삼진을 당하는 것을 보며 리더스의 3번 타자 성자성은 대기 타석으로 이동했다.


자성이 2번 타자 박두희가 타석에 들어서서 루틴을 행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선두 타자 타석에 있었던 공들을 머릿속으로 복기하고 있을 때, 삼진을 당했던 그 타자가 지나가던 중 자성에게 말을 걸었다.


“……어때 보였어?”

“상당히 치기 어렵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자성은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두희의 타석을 향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삼진을 당했던 그 타자는 자성의 그 모습에 좋은 자세라며 웃고는 다시 덕아웃으로 향하던 걸음을 재촉하며 한 마디 덧붙였다.


“긴장하고 들어가라. 아주 짜릿하다.”

“네.”


그 후, 1번 타자에 이어 박두희까지 높은 공에 그대로 스윙 삼진을 당하는 것을 보고 자성은 자신의 타석으로 향했다.


[리더스의 다음 타자는 3번 3루수 성자성 선수입니다. 지난 시즌 신인왕을 차지했던 선수입니다. 이번 시즌 현재까지 홈런 14개에 장타율 4할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작년보다 더 발전된 모습이네요?]

[네. 보통 데이터가 아예 없는 새로운 선수는, 상대하는 팀들 입장에서는 분석할 자료가 모자라는 탓에 좋은 성적을 기록할 때가 많습니다. 이게 이제 시간이 지나고 자료를 모으면서 견제하고 분석당하기 시작하면서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걸 흔히 2년 차 징크스라고 표현하는데…… 성자성 선수는 오히려 성적이 좋아졌죠.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본인이 스스로 얼마나 노력과 준비를 열심히 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작년 신인왕과 올해 신인왕 후보의 맞대결 결과는 과연 어떨지! 이지혁 선수가 이번 시즌 기록하고 있는 피홈런 2개 중 하나가 바로 이 성자성 선수의 방망이에서 나왔습니다!]


‘흥분하지 말자. 진정해.’


자성이 좌타석에 들어서는 것을 지켜보며 지혁은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벌써 반년이나 지난 일인데, 아직도 이 타자를 마주하면 그때의 기억이 또렷해진다.


포수 추웅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이고 지혁은 최대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초구를 던졌다.


파앙!


[초구를 몸쪽에 바짝 붙여 봅니다. 원 볼 노 스트라이크.]


‘얘는 대체 왜 나만 만나면 저렇게까지 싫어하는 걸까~!’


다짜고짜 찔러오는 몸쪽 공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자성은 다시 타석에서 자세를 잡았다.


방금 그 공에, 지혁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지금의-마치 원한은 아닐까 하는 걱정마저 드는- 기백까지 마주하려니 온몸이 덜덜 떨릴 지경이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며 몸의 힘을 뺏다.


‘앞선 두 사람은 겁먹거나 긴장해서 폼이 작아지는 게 눈에 보였는데, 이 녀석은 그런 공을 보고도 태연하게 서 있는군. 물건은 물건이다.’


추웅은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하는 자성의 그 모습을 속으로 칭찬하며 지혁에게 사인을 보냈다.


‘침착하게. 스트라이크 잡아야지. 이번에는 제구 똑바로 하고.’

‘감독님은 어차피 1회에 점수 낼 생각은 하지 말자고 하셨으니까, 어렵겠다 싶으면 2스트라이크까지 일단 놔두자.’


추웅과 자성의 엇갈리는 생각 속에 지혁은 두 번째 공을 뿌렸다.


초구의 몸쪽에서 아주 먼 바깥쪽에 걸치는 속구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얻어냈다.


카운트는 이제 원 볼 원 스트라이크.


‘……빠듯한데. 이거 계속 오면 어쩌지.’


자성은 그 제구력에 감탄하며 지혁이 공을 돌려받는 것을 지켜보았다.


추웅의 다음 사인을 확인하며 지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순전히 감이지만, 지금 이 타자는 칠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괜히 투구 수를 더 늘릴 필요는 없겠지. ……하나 더 넣고 싶습니다.’


올해 지혁이 선발로 꾸준히 뛰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자신과 맞붙는 상대 타자들은 1회에 매우 소극적이 된다는 것이다.


힘을 뺄 줄 모르는 것에 언제나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1회, 2회를 자기 주도로 가져가려고 한 덕분인지, 경기 초반의 타자들은 대다수가 노림수를 좁히고는 자신의 투구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는 했다.


자신이 고개를 젓자 다시 오는 추웅의 사인에 지혁은 고마운 마음과 함께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펑!


“스트라이크!”


직전의 그것과 완벽히 같은 코스로 던진 자신의 속구에 다시 한 번 반응하지 않는 타자를 보며 지혁은 자신의 감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동시에 자성에게 던진 초구를 제외하면 자신은 역시 오늘 뭔가 잘 풀릴 것 같다고 생각하며 지혁은 곧장 다음 공을 던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카운트는 이제 원 볼 투 스트라이크. 몸쪽 초구 이후 바깥쪽에 연속으로 속구 2개를 던지며 2스트라이크를 잡아냈습니다.]

[이지혁 투수하면 제일 먼저 몸쪽 빠른 공을 주무기로 한다는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오늘 1회는 바깥쪽에 공을 많이 던지면서 재미를 보고 있어요.]

[그렇습니다. 자, 이제 제4구!]


따악!


[밀어쳤습니다!]


2구, 3구째와 완전히 같은 코스에 다시 한 번 파고드는 그 속구에 나온 타자의 방망이가 힘에서 밀리며, 타구는 파울라인 밖으로 휘어져 나갔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그 타구를 황급히 피한 3루심이 두 손을 들어 올리며 파울을 선언하였다.


이어진 5구와 6구마저 다시 갖다 맞추며 또다시 파울. 7구는 높게 던졌으나 미동조차 없었다.


그 모습에 지혁이 한숨을 쉬듯 숨을 길게 내쉬었다.


‘분명 칠 생각이 없어.’


네 번째 공을 건드렸을 때 힘에서 밀린다는 판단을 한 것인지, 5구째부터는 아예 철저하게 걷어내는 스윙의 연속이었다.


‘아예 갖다 맞추지 못하게 할 순 없을까? ……볼이라던가.’


추웅은 볼 배합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철저하게 포커스를 빠른 공에 두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던질 수 있는 건 빠른 공밖에 없다.’


낙차 크게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있긴 했지만, 좌타자인 자성에겐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오기도 하는 공. 혹시라도 실투가 나와 몰린다면 위험해진다.


그것을 제쳐두더라도 다른 공이 없는 지혁이었기에, 추웅은 슬라이더를 최대한 아껴두고 싶었다.


무엇보다 속구가 굉장히 잘 뻗고 있는 지금, 그 공을 조금 더 많이 던지게 해주고 싶었다.


‘……할 수 없지. 해보자.’


그러나 고집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터.


조금 이른 타이밍이었지만, 그래도 쓰려면 지금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며 추웅은 지혁에게 사인을 보냈다.


‘이거, 던질 자신 있어?’

‘……네. 자신 있습니다.’


전보다는 조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지혁은 마운드 위에서 자세를 잡았다.


[이제 여덟 번째 투구를 맞겠습니다!]


와인드업 이후 힘차게 휘두른 팔.


지혁의 손끝에서 쏘아져 나간 공이 자성의 몸쪽을 향해 매섭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스가 너무 깊었다.


‘이건 분명 볼이다! 가만히 있어!’


단번에 그런 판단을 내리고 자성은 공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예상대로의 코스에 공이 날아들던 중,


‘……어?’


자성의 몸쪽을 지나가던 그 속구가 갑자기 변화하기 시작했다.


‘어어!?’


무슨 일이 발생한 건지 알지 못하고, 갑자기 발생한 그 예상 밖의 사태에 자성은 그저 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빠른 공의 기세였던 그 공은 갑자기 자신의 바깥쪽을 향해 휘어들기 시작하여, 이윽고 그대로 홈플레이트의 끝 부분을 살짝 건드리며 포수 미트에 안착했다.


“……!”


‘어때!’

‘아냐, 심판 눈이 이걸 봤을 리가 없어!’

‘판정 똑바로 해주세요!’


공이 포수 미트에 도착한 다음 심판의 판정이 나오기 전까지의 그 짧은 시간.


포수, 타자, 투수는 억겁 같은 그 순간 내내 오로지 주심이 선언을 내리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심판의 몸에서 일어난 그 작은 움직임조차 크게 느껴진 그 이후,


“……스트라이크 아웃!”

“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심판의 약간 늦었다 싶었던 그 선언과 제스처에 경기장의 관중들이 구장이 떠나가라 함성을 질렀다.


“아자!”


그러자 가슴속에 차오르기 시작한 그 어마어마한 성취감을 느끼며 지혁은 해냈다는 그 기쁨에 그만 그렇게 외치고 말았다.


[삼진! 또! 또다시 삼진! K, K, K! 타이푼즈 선발투수 이지혁, 1회 초를 세 타자 연속 삼진의 삼자범퇴로 마감합니다!]

[마지막 공은 대체 뭐였죠!? 저런 공을 가지고 있었나요!]


“잘했어! 연습 때보다 훨씬 좋았다!”

“감사합니다!”


무언가를 느낀 것은 지혁만이 아닌 듯, 마운드를 내려오는 지혁을 기다리던 추웅이 그런 칭찬과 함께 등을 토닥였다.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1회 초를 마치고 들어가는 지혁의 그 얼굴은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밝았다.


평소의 1회 무실점들과는 차원이 다른 쾌감.


굉장히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캬, 공 좋네~!”


그리고 그런 함성들 속에서 흥분된 얼굴로 마운드에 오르며, 지금 이 관중들의 입을 모조리 다물게 하면 그것만큼 재밌는 일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투수와 그와 같은 생각을 하며 믿음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 투수를 응원하는 코치가 있었다.


리더스의 에이스 토우진과 수석코치 이우진이었다.


작가의말

벌써 목요일이 끝나갑니다.

 

간만에 고구마를 먹었습니다.

 

신문지에 감싸서 물 뿌리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방식이었는데, 중간 부분부터 갑자기 익질 않았는지 딱딱해지더군요.

 

그래도 같이 먹자고 주는 걸 받아먹는 감사해야 할 처지니 기분 좋게 먹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첫 작품을 쓰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작품이지만, 언제나 봐주시는 모든 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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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5 16.02.21 481 13 12쪽
6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16.02.16 519 14 8쪽
6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2 16.02.12 533 12 9쪽
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8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2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90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8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5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4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1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9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1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2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0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4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49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3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4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2 21 9쪽
» 수중전 - 3 +2 16.01.14 692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8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2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39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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