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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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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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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4,914

작성
16.02.12 17:05
조회
533
추천
12
글자
9쪽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DUMMY

**


희윤은 인터뷰를 보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인터뷰를 현장에서 듣기 위해서는 그 주변에 모인 팬들의 틈을 파고들어 갈 필요가 있었으나 아쉽게도 그럴 체력이 없었다고 했다. 사람이 지나치게 뭉쳐 있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대답하는 그녀에게 지혁은 혹시나 해서라며 운을 띄우고는 그 문제의 영상을 희윤에게 보였다. 그런 그의 스마트폰을 통해 해당 동영상을 보게 된 희윤의 얼굴은 표정 변화 없이 평화로웠다.


얼마 되지 않았던 그 내용이 모두 끝나고, 그녀는 말없이 조용히 웃으며 지혁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줬다. 잘 봤다는 말과 함께 아주 잠깐 보인 난처하다고 말하는 듯한 그 표정을 지혁은 놓치지 않았다.


"최악의 고백이네요."

"그런가요?"


최선을 다해 마련한 자리에서 한 자기 선배의 그 행동이 최악이라니. 그녀의 말에 한순간 울컥했던 지혁이었지만, 곧바로 진정됐다. 희윤의 기분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실명까지 언급하는 건 너무 안일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은 그 또한 했으니 말이다. 어차피 서로 아는 사이라면 굳이 이름을 말 안 해도 그게 누구 얘기인지 분명 알 수 있을 터였다. ……그런 사이도 아닌데 그랬다면 역시 너무 성급한 것일 테지만.


이후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한 희윤. 그런 그녀를 따라 지혁도 다시 다리를 놀렸다.


불쌍하다고 운을 뗀 희윤이 말을 이었다.


"희윤이라는 분, 지금 굉장히 곤란하실지도 모르겠어요. 무려 그 유인화 선수의 공개 고백이잖아요?"

"그게, 제 동생 말로는 그 탓인지 지금 집 앞에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하네요. 혹시라도 기자들이 아닐까 하는데……."

"아하~!"


그런 지혁의 말에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혹시나 해서, 라고 하시길래 뭘까 했어요. 지혁 씨는 그 희윤이 제가 아닐까 생각하신 거예요?"


그렇다면 잘못 짚었다는 어조. 그녀가 맞을 것이라고 반 이상 확신하고 있던 지혁은 자신의 생각이 빗나갔다고 하는 그녀의 말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희윤의 말은 계속됐다.


"저 때문에 온 사람들은 맞을 거예요. 정말 기자들이라면 분명히 그렇겠죠. 하지만 그게 유인화 선수 탓은 아닐 걸요? 확실한 건 그 희윤은 분명 제가 아니에요."

"그럼……?"


그것 말고 일반인의 집 앞에서 기자들이 진을 치고 기다릴 일이 뭐가 있다고?


지혁은 알 수 없었다.


"저 결혼하거든요."

"결혼이요?"


그건 축하해야 할 일인가? 아니 그럼 인화 선배님은? 그 이전에 일반인의 결혼 소식에 기자들이 왜 와?


더욱 이해하기 힘들어졌다.


그 동시에 에이스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대로면 공개 망신 아닌가? ……아니면 정말 그녀의 말대로 다른 희윤이 있다던가.


지혁의 당황한 표정을 보며 그녀는 당당하게, 살짝 잘난체하듯 웃어 보였다.


"상대는 어마어마한 부잣집 도련님! 아마 못해도 지혁 씨네 구단 기업 이상은 될 걸요?"


그 미소가, 그다지 기뻐 보이지 않았다.


이내 고민하는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미소는 여전한 채로.


"음~! 이렇게 말하면 절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 사실 정말 있는 집 딸이라서요. 국내 최고 물류기업 자제들 간의 결혼이라면 나름 큰 사건 아닐까요? 모르긴 몰라도 지금까지의 경제 판도를 뒤집을지도 몰라요. ……솔직히 전 그런 집안 사정 따위 나 몰라라 하고 혼자 도망쳤던 거라 확실하진 않지만."




**




이동 일인 월요일 오전. 준비를 미리 마친 지혁은 잠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직 어제 일이 머릿속에 남아있는 상태였다.


뒤늦게 스포츠 신문 기자라는 사람들한테까지 전화가 오고 해서 한동안 난리가 났었다. 지금 자신이 머무는 이 집이 전에 유인화가 살던 집이란 사실도 그때 처음 알았다.


끝도 없는 전화에 스마트폰을 꺼버릴까 하는 충동까지 들었으나 차마 그러진 못했다. 왜 당사자를 놔두고 자신에게 그리 물어대는지나 좀 알고 싶었다.


용기를 내서 겨우 들어가서 직접 인터넷 기사들을 확인해보니, 역시 찌라시라고 속이고 있었을 뿐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던 것 같다.


2년 전 당시 얘기를 아주 생생하게 적어 올리는 기자들의 필력에는 정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로 시간이 되돌아갔다고 착각할 정도의 명필.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혁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데뷔 전 얘기이기도 하고 사실상 정말로 자기와는 아무런 관련 없는 치정극일 뿐이었으니까.


써지고 있는 그 얘기들이 전부 사실이라고 믿을 생각은 없었지만, 이미 여론은 그렇게 흐르기 시작했다. 당사자들에게서 아무런 말이 나오질 않으니 달리 생각할 게 없었다. 양측 의견을 다 들어보자고 해도 들려야 듣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거냐는 말도 나왔다.


당사자인 유인화와 정희윤이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다면 언젠가 사그라들 이슈이긴 하다. 결과물이 좋은 느낌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단지 제일 먼저 기사로 내기 시작한 곳이 경남 지역 신문들이란 것이 보기 안 좋을 뿐. 지역감정 같은 게 아니라(출생지도 경북이고), 하필 이번 주 타이푼즈가 상대하는 웨일스와 타이탄즈가 둘 다 경남지역의 팀이기에 그랬다. 그렇지만 이 부분은 사실상 유인화가 터뜨린 폭탄이기에 억울할 것도 없었다.


이미 밖에선 유인화가 말한 희윤이 지혁과 이웃인 그 정희윤이라고 확정 짓고 있는 상태. 그러나 정작 그 희윤은 다른 남자와의 결혼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출처는 내로라하는 대형 신문사들의 경제부.


희윤이 스스로 있는 집 딸이라고 할 때는 무슨 말일까 했더니, 알고 보니 그 숭남로지스틱스의 막내딸이라고 한다.


숭남로지스틱스. 어떻게 모르겠는가? 당당한 사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굴지의 대기업 아닌가?


만약 지혁이 프로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숭남의 눈에 들기 위해 스펙 향상에 미칠 듯이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남자다움을 추구하는, 면접은 무조건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그 마초 회장의 취향을 위해 특전 부사관이나 ROTC 등을 노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프로에 안 갔다면 즉 문아와도 헤어졌을 것이란 말이니 아무리 못해도 이미 군대에 갔을지도 모르겠다.


과거 8개 구단 체제에서 몇몇 구단이 자금의 한계와 운영 미숙으로 휘청일 때, 한국야구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제9구단과 제10구단의 유치를 추진할 때마다 항상 유력한 모기업 후보로 떠오르던 굴지의 대기업. 여성 스포츠에는 전혀 관심 없으며 후원을 하더라도 오로지 남성 부문 스포츠에만 하는 곳이었다.


과거에는 신입사원 채용공고 시 스포츠나 부사관 등의 경력이 없는 여성은 아예 서류조차 받지 않아 한때는 엉뚱한 성차별 논란에도 휩싸였다.


그러나 현장을 뛸 수 있는 체력이 없다면 필요 없다는 말을 하며 끝까지 입장을 굽히지 않아서 오히려 인정받고 말았다. 뭔가 당당한 마초적 이미지가 각인되어 뭇 남성들이 선망하는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희윤 씨가 그 소문의 막내딸이었던 말이지…….'


마초 회장의 세 자매 중에서도 유독 소식이 없던 게 바로 막내딸이었다. 뼛속까지 남아선호사상이 가득했던 마초 회장이 끝내 갖지 못한 아들. 세 자매 중 첫째와 둘째는 그런 아버지에게 여자도 남자 못지않게 잘해낼 수 있다며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실제로 성과도 올렸다. 올해의 여성상이니 우먼파워니 해서 한동안 꽤 이슈가 됐었다.


그러나 그런 둘과 달리 막내 딸에 관한 소식은 정말 개미 눈물만큼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소문에 따르면 무슨 왕권 시절 공주처럼 금지옥엽 키우며 회장 눈에 차는 남자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만일 선배님만 아니었다면 대외적으로는 정말로 소문대로의 여성을 만들 수 있었겠지만.'


기자들조차 분명 다 알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입 다물고 있어 주었는데, 참 결혼 소식과 맞물려서 절묘한 시기에도 터졌다고 생각했다.


'에이 설마.'


어쩌면 정말로 누군가가 노리고 터뜨린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지혁은 곧장 고개를 흔들며 그것을 머릿속에서 떨쳐냈다.


지역지에서 타이푼즈를 노린 것이나 누가 희윤을 노린 것이나 다 그저 음모론일 뿐이다. 이런 득도 안 되는 생각은 이제 그만하고 싶었다.


작가의말

날씨도 풀려 드디어 자전거를 탄다고 신나했는데 비가 옵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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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5 16.02.21 482 13 12쪽
6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16.02.16 519 14 8쪽
»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2 16.02.12 534 12 9쪽
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9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3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90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9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5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4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1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9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2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2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1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5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50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4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5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3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2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8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2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40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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