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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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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07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1.23 16:04
조회
670
추천
14
글자
8쪽

수중전 - 11

DUMMY

**


4번 박호승에게 1점짜리 솔로 홈런을 허용한 리더스의 선발 투수 토우진은 이후 후속 타자들을 상대로 스트라이크 구석구석에 공을 던지며 철저한 승부를 이어갔다.


비록 오늘 첫선을 보이고 생각보다 재미를 보던 너클볼은 비가 오는 현재 날씨 탓에 구사하기 힘들어졌지만, 애초에 너클볼을 안 쓰고도 전반기가 끝나가는 지금 벌써 12승을 달성한 에이스 투수.


지금은 원체 발군이었던 제구력을 앞세워 타자들을 난처하게 하는 중이었다.


또 다른 산이었던 브렛 히트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이후 6번인 오장훈마저 빗맞은 내야 팝 플라이로 처리한 상황.


주자 없이 2아웃. 끝끝내 공을 골라내고 걷어내던 7번이 기어코 볼넷을 얻어내어 1루로 출루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는 8번 황추웅이었다.


결국, 그의 믿음대로 자신의 타석까지 공격이 이어졌다.


조금 느슨해 보이는 투수의 표정을 보며 타자는 타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2사 주자 1루. 타석에는 이제 8번 황추웅 선수가 들어섭니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부상을 당했던 황추웅 선수는 오늘 이 경기가 이번 시즌 1군 첫 경기입니다. 첫 타석에서는 유격수 직선타.]

[빠른 공보다는 변화구에 더 강한 타자였거든요. 과연 토우진 선수 이번 타석에서는 어떻게 승부할지 지켜보도록 하죠.]


‘하나 맞고 나니 장타를 철저하게 의식하고 있다.’


자신의 앞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최환희는 팀에서 몇 년 동안 기대하고 있는, 팀에 얼마 없는 왼손 중장거리 타자 유망주. 최근 공격에서 보이는 성적이 시원치 않다 보니 본인은 어떻게든 출루부터 하려는 소극적인 타격을 계속하고 있지만, 그를 상대하는 투수들로서는 저 산만한 덩치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을 터.


결국, 지나칠 정도로 낮게 승부하던 투수는 최환희와의 승부를 포기하고 자신을 택했다.


‘성훈이한테는 그 전에 2루타를 맞았으니 아무래도 나로 끝내고 싶겠지? ……너에게 도루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좀 왔다 갔다는 해라.’


출루하고서 굳어 있는 주자를 힐끗 보는 투수를 따라 추웅 또한 그를 한 번 살폈다.


2아웃인 것과는 별개로, 투수가 주자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는 저 기색에 심히 공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


조금은 크게 때려야겠다는 판단과 함께 추웅은 준비를 마쳤다.


‘구위가 좋은 편은 아니니, 힘으로 붙어도 할만하다.’


이윽고 투수가 포수와의 사인 교환을 마치고 초구를 던졌다.


손을 떠난 이후 큰 포물선을 그리고 날아오는 공.


추웅이 손대지 않고 보낸 그 공은 추웅과 먼 곳의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공 반 개 차이로 벗어났다.


“…….”


심판의 손이 올라가지 않고 그대로 볼.


[토우진 초구는 변화구, 볼입니다.]


‘볼넷으로 내보내고 초구가 다시 볼이라…….’


그렇게 생각하며 상대 투수를 봤다.


표정에 변화는 없지만, 왼발을 내디뎠던 그곳을 조금 다시 다져 밟고 있었다.


보수한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마음에 안 드는 것일까?


‘보수 전까지는 더 심한 마운드에서도 잘만 던졌는데 이제 와서 마음에 안 든다고?’


섬세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투수였던 만큼 자신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을지도 몰랐다.


사실 지금도 스트라이크를 넣으려다가 볼이 된 상황.


스파이크에 들러붙은 흙을 흙털이에 털어내는 토우진의 행동을 보고 추웅도 주심에게 타임을 요구하며 타석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대로 하늘을 바라보니 비가 점점 심하게 내리고 있었다.


‘이거 점점 강해지는데.’


그런 생각이 들어 자신들의 벤치, 그곳의 타격 코치 전흥국을 향해 시선을 보내자 눈이 마주쳤다.


고개를 끄덕이며 빨리 공격을 하란 사인을 내리는 코치.


추웅은 그를 향해 알아들었다는 신호를 보내고 바로 타석에 다시 복귀했다.


‘어떻게든 5회 초까진 가야 한다.’


내리는 비가 심상치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자칫 경기가 취소될지도 모르는 상황.


기껏 상대 에이스를 상대로 선취점을 따냈는데 경기를 이렇게 날릴 순 없다고 생각하며 추웅은 바깥쪽으로 낮게 날아오는 토우진의 두 번째 투구를 그대로 잡아당겼다.




**




쏴아아……


지나치게 시원한 소리가 가득한 경기장.


타이푼즈의 선수들은 허망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늘이 너무 야속했다.


4회 말을 마치고 급하게 수비를 준비하던 상황. 그 와중에 갑자기 비가 문자 그대로 퍼붓기 시작했다.


여태까지는 아무런 기색 없이 경기를 진행하던 주심과 지켜보던 경기 감독관조차 질색을 하게 만든 갑작스러운 기상 현상.


그로 인해 일단 경기는 일시 중단되었다.


리더스 벤치로선 내심 바라마지 않던 상황일 터.


아주 조금의 시간 차이로 경기가 취소될 분위기에 놓여 있는 타이푼즈로선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


어깨가 식는 것을 막기 위해 불펜에서 공을 던지던 지혁은 그저 무심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바라보았다. 표정만은 어떻게 보면 평온하다.


‘나 무슨 죄지었던가?’


누군가가 작정하고 자신을 방해하는 것 아니냐고 아무나 붙잡아서 묻고 싶은 기분이었다.


뭔가 되려다가 안 되고, 되려다가 안 되고, 답답했다.


“…….”


왼손을 잠시 움직여 보았다. 그다지 통증이 느껴지진 않았다. 글러브를 끼고 있었기에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확인할 수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혁과 같이 불펜으로 향했던 추웅은 팔짱을 낀 채 미련이 남는 얼굴로 하늘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예보에서는…… 이대로 한바탕 내린다고 했었는데, 참 이거.”


그렇게 중얼거리듯 탄식하며 하늘을 향하고 있던 그의 두 눈동자는 이후 무언가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그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주심이 잠시 다시 나와 눈을 게슴츠레 뜨고 하늘을 노려보고 있는 게 보였다.


이내 심판진이 타이푼즈의 덕아웃을 향해 다가와서는 감독 김수룡을 바라보았다.


수룡은 다른 소리 할 생각하지 말라는 얼굴로 먼저 입을 열었다.


“이대로 끝내자는 건 못 받아들여.”

“안 그래도 경기 감독관님이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하셨습니다. 지금만 이렇게 내리는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사람이라 정말 다행이고만.”


그대로 심판진이 다시 돌아갔지만, 퍼붓는 비는 계속 이어졌다.


리더스 측에서는 예보를 보고 더 이상 경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계속했지만, 심판진은 그저 경기 감독관의 말을 전달하고 돌아갈 뿐이었다.


“……?”


그런 1루 측 덕아웃을 향해 시선을 향했던 지혁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덕아웃 맨 앞자리로 나와 하늘을 살펴보고 있던 리더스의 선발 투수 토우진과 눈이 마주쳤다.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리더스의 선발 투수는 지혁과 마주 보던 시선을 거두지 않고 빙긋 웃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아무리 봐도 몸을 푸는 것 같이 느껴지는 일련의 동작들을 보란 듯이 반복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불펜 포수와 같이 불펜으로 향해 어깨까지 다시 푸는 모습.


마치 자신은 이런 상황을 바라던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행동들이었다.


“……다시 던지겠습니다~!”


그런 토우진의 모습을 보니, 지혁은 성자성을 상대할 때와는 다른 경쟁심이 가슴속에서부터 끓어오르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마치 이대로 계속 경기를 했더라도 마지막에는 자신이 이기는 경기였을 거라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파앙!

뻐억!


그저 가볍게 던지는 것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그 호쾌한 소리는 빗소리를 뚫고 경기장 곳곳에 울려 퍼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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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외나무다리 걷어차기 - 1 16.03.05 564 7 7쪽
6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5 16.02.21 481 13 12쪽
6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16.02.16 519 14 8쪽
6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2 16.02.12 533 12 9쪽
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9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2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90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8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5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4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1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9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1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2 17 9쪽
» 수중전 - 11 +2 16.01.23 671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4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49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3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4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2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2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8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2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39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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