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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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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09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1.11 19:43
조회
839
추천
14
글자
9쪽

너무나 먼 출발선 - 13

DUMMY

6


금요일 경기는 결국 남은 1점을 끝까지 지킨 리더스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것으로 타이푼즈는 3연패. 1위 리더스와는 5게임 차다.


이제 1위를 노리는 것보다 2게임 차까지 따라온 4위를 조심해야 할 상황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손권주와 교체되어 올라온 주정운의 공을 타이푼즈 타자들이 공략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제 주정운은 리더스의 대(對) 타이푼즈 조커 카드가 되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주정운의 체력이 1이닝조차 책임지는 게 어려운 것으로 보였다는 것.


연투도 무리일 것이다.


그 경기에서 결국 타이푼즈는 정규 시즌을 1위 마쳐야 하는 것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번 시즌 3강이라고 불리는 리더스와 헌터즈, 그리고 타이푼즈.


이 중 타이푼즈는 나머지 2팀에 비해 불펜진의 깊이가 얕은 편이다.


이 전력 차를 어떻게든 좁히려면 결국 시즌을 1위로 끝마치고 포스트시즌에서 한국시리즈의 한 자리를 선점해, 나머지 팀들의 전력 소모를 바랄 수밖에 없다.


그것을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역시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일 테다.


낮 경기인 오늘, 주말에 쉬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이른 아침의 그 시각.


우중충한 하늘을 머리 위에 두고 타이푼즈의 선수들은 각오를 다지고 집을 나섰다.




**



“오늘 보러 갈 테니까, 꼭 이겨!”

“네 아버지랑은 그만 좀 다투고!”

“……먼저 갈게요.”


동생과 어머니의 그런 배웅을 받고 지혁은 집 문을 닫았다.


알고 보니 어머니 지숙은 이미 목요일 전부터 오늘 경기의 내야석 예매를 끝내뒀다고 한다. 그것도 3장이나.


지혁의 가족 중 아버지 이우진과 지혁 자신을 빼면 남는 가족은 둘밖에 없다. 나머지 한 자리는 문아의 몫이었다.


묻지도 않고, 제대로 만난 적도 없었던 상황에서 이미 그렇게 모든 걸 결정 내리고 문아로 하여금 가는 걸 유도했던 것을 보면 자신의 어머니는 아예 작정하고 자신을 찾아왔던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지혁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씨가 안 좋네.’


복도식 아파트의 그 구조 덕에 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볼 수 있던 하늘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


낮게 깔린 먹구름의 비주얼과 주변에 가득한 습기에 가슴까지 답답해지는 느낌이었다.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리더스와의 경기, 어두운 하늘.


문득 옛일이 떠오른 지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비가 오려나요?”


그렇게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지고 있던 지혁은, 그러던 중 마침 옆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옆집에 사는 이웃인 희윤이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지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자신보다 연상인 여인의 그런 단정한 분위기에 지혁은 기분이 제법 좋아졌다.


“그러게요.”


어차피 날씨가 별로여도 야구는 하는 것이니 그렇게 큰 상관은 없었다.


하늘이 복수의 기회를 주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경기장에 오시나요?”


하지만 그것은 선수인 자신의 얘기.


그렇기에 지혁은 하늘의 상태와 희윤의 옷차림을 번갈아가며 살펴보며 그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희윤이 입고 있던 상의는 연분홍색의 타이푼즈 유니폼.


기존 타이푼즈 유니폼의 빨간 부분들을 분홍색으로 바꾼 여성용 유니폼이었다.


희윤은 미소를 유지하며 지혁의 물음에 대답했다.


“아는 친구가 갑자기 표를 구했다고 해서요. 오랜만의 직관인데 그 경기들 중 하나가 지혁 씨 경기라니 운이 좋았네요?”

“운은, 날씨가 영…….”


전에도 그러더니 자신에게 중요한 경기일 때마다 날씨가 이럴 것인가?


그러나 희윤은 개의치 않는다며 대답했다.


“우비 쓰고 비 맞으면서 야구 보는 거야 기본이죠!”


그렇게 말하고는 오래간만에 꺼낸 유니폼인데 아직 맞아서 다행이라며 자신의 유니폼을 확인하는 희윤의 그 모습에 지혁은 그저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거 정말, 오늘 경기의 중요도에 맞춰서 보는 사람도 이렇게 늘어날 건가 보다.




**




퍼억!


경기에 앞서 가벼운 훈련과 몸풀기가 진행 중인 그라운드.


어둡고 습기 찬 공기로 인한 것일까?


유독 멀리까지 울려 퍼지는 그런 기분 좋은 울림이 있었다.


“…….”


가볍게 던진다는 말과는 다르게 매섭게 들어오는 투수의 공을 태연히 받고서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경기의 선발 포수 황추웅은 미트에 들어온 공을 오늘의 선발투수 이지혁에게 다시 던져주었다.


그 공을 받고 추웅의 요구에 따라 다시 공을 던지는 지혁의 모습을 그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이은석과 박민섭은 연신 감탄과 함께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어제 경기의 선발과 이번 주 3경기를 연투했다는 각자의 이유로 인해 오늘 공을 만질 일이 없는 둘은 조금 한가해 보이기도 했다.


“제가 보기에는 굉장히 강력한 공들처럼 보이는데, 형 생각은 어떠세요?”

“저게 정말 가볍게 던진다는 애냐?”


빠악!


우타자 기준 무릎 쪽의 빠듯한 스트라이크존.


방금보다 더욱 강력한 속구가 미트를 두들겼다.


“음…….”


그 공을 또 간단하게 받아낸 추웅은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얼마 안 있어 다시 지혁에게 공을 던졌다.


“너 지금 힘 빼고 있는 것 맞지?”

“예! 최대한 가볍게 던지고 있습니다!”

“그럼 됐어.”


작년 한국시리즈 부상 회복 이후 2군에서 재활과 훈련을 하며 1군 투수들을 계속해서 지켜봤던 추웅은 지혁의 문제가 체력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관건은 마인드.


투수가 본인이 생각할 때 가장 편안한 상태로 공을 던질 수 있도록 할 생각이었다.


‘성구 말대로 눈에 띄게 좋아졌구나.’


경기마다 더더욱 매서워지고 있는 속구의 구위.


본인은 가볍게 던지고 있다는 그 공들이 이미 어지간한 투수들의 속구는 한 수 접어야 할 수준이었다.


“지혁이, 너 지금처럼 던지면 어디까지 할 수 있겠어?”

“끝까지…… 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쉽게 지칠 것 같지는 않습니다.”


7회도 아직 못 가봤잖아.


추웅은 그렇게 말하기보다는 계속해서 묻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이렇게 끝까지 던질 수 있겠어?”

“끝까지…….”


이미 잘 모르겠다고 말했었던 지혁이었지만, 추웅이 그것을 못 들은 것도, 그런 대답을 다시 하라는 것도 아닐 터.


그렇기에 지혁은 그런 추웅이 원하는 대답을 위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예! 할 수 있습니다!”

“좋아. 그럼 이제 다른 것들 확인해보자.”

“예!”


그렇게 대답하고 난 이후, 지혁은 올 시즌에도 속구에 이은 제2의 무기로 잘 활용하고 있는 슬라이더와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던 체인지업, 그리고 추웅에게 가능성이 있겠다고 평가받은 노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그리고 던진 마지막 것.


체인지업과 노심 패스트볼에 각자 뭔가 감이 잡힌 게 있는 듯 입가가 근질거린다는 표정을 짓던 은석과 민섭은 그 마지막 공에 경악에 찬 얼굴을 하고 말았다.


몇 번 더 받고 난 후, 추웅이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일단 슬라이더랑 이 역회전 볼은 써먹어 보자. 나머지도 내가 사인 보냈을 때 자신 있으면 던져 보고. 단, 내가 사인 안 냈을 때 절대 먼저 던져보겠다고 나서면 안 된다?”

“네!”


오늘의 선발 배터리는 그렇게 만족해하며 자리를 정리했다.


민섭이 지혁에게 알려줄 게 생겼다며 추웅과 은석을 놔두고 먼저 지혁과 자리를 떠난 뒤, 일어선 그 자리에서 가벼운 마무리 운동을 하고 있던 추웅에게 은석이 말을 걸었다.


“너 진짜 그걸 쓰게 하겠다고?”

“다치는 것도 아니고 문제없지 않겠어? 자기가 먼저 써보고 싶다며 준비해온 건데, 써본 다음에 판단해도 늦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혁이가 준비한 거라고?”


예전의 체인지업 사건 때처럼 당연히 추웅이 또 지혁에게 무슨 바람을 넣은 것으로 생각했던 은석은 그런 추웅의 대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추웅은 좋은 현상이라며 말을 이었다.


“투수 코치님이 알면 또 노발대발하시겠지만 말이지.”

“아무리 자기가 원했다고 해도 너무 많지 않아? 감독님, 코치님은 지혁이한테 변화구 욕심내지 말라고 했는데?”

“그렇지. 나도 그랬다는 얘기는 들었어. 쓰던 변화구 말고는 생각하지 말라고 했지. ……변화구는 없으니까 괜찮잖아?”

“허, 참……!”


궤변이다.


은석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 확실히 문제의 그놈은 변화구가 아니다.


변화일 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은석에게 추웅은 뭐가 문제냐며 말을 이었다.


“너 코치라도 생각하고 있어?”

“뭐? 갑자기 왜 코치야? 나 아직 은퇴 생각 없어 이것아!”


부활이니 뭐니 하다가 어제 경기에서 리더스에게 제대로 당했던 은석은 그만 발끈하고 말았다.


그런 은석의 반응에 추웅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괜히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애를 도와줘 봐.”

“……도와달라니?”


대화하는 동안 계속해서 움직이던 것을 그제야 겨우 멈추고, 자신의 몸에 특별히 문제가 없다는 것에 만족스러운 눈빛을 하며 추웅은 은석의 물음에 대답했다.


“네 공이 필요하다.”


작가의말

친구가 어느 날 쇼펜하우어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더랍니다.


철학을 철학이 아닌 고교 윤리 과목으로 배웠던 저는 그가 누군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검색하니까 작년 초에 ’드디어‘ 멀쩡한 완역본이 나왔다더군요. 도서관에 가서 열어봤습니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서장 몇 페이지 안 남겨서 칸트를 이해해야 할 것이라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칸트부터 다시 열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하니 칸트를 이해하려면 칸트의 앞시대들의 흐름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일단 빌려온 이 둘을 읽고, 철학사를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읽고 나서 이 책들을 다시 보면 조금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겠지요.


열지 말아야 할 책을 연 기분입니다. 재미는 있는데 내가 이걸 제대로 이해하는 건지 자신이 없더군요.


언제나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선작과 댓글을 볼 때마다 팔푼이처럼 헤헤 웃고 있었습니다.


이번 주 다시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마도로스37
    작성일
    16.01.11 23:10
    No. 1

    건필하세요.
    전편에 괜한얘기를 쓴것같은데 글을 쓸수 았는 재능이 부럽네요.
    수만권을 읽어도 한자도 못쓰는 사람이라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하늘하늘해
    작성일
    16.01.11 23:58
    No. 2

    아닙니다. 정말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능이라니... 그런 말 들을 정도의 실력이 아닙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정말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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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9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2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90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8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5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4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1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9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2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2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1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4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49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3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4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2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2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8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2 19 14쪽
»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40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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