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기록장

A Son of The Pitcher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일반소설

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695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2.02 13:04
조회
618
추천
11
글자
7쪽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DUMMY

'침착하게…… 아니, 평소처럼 해.'


그런 메시지와 함께 사인을 보내는 포수 한성구. 그 또한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 동시에 흥분 또한 가득해, 지금 보호구 안에 가득 찬 이 땀이 식은땀인지 더워서 나는 일반적인 놈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후 다시 바깥쪽 낮은 곳으로 던진 써클 체인지업에 타자가 또 한 번 헛스윙. 이어서 던진 바깥쪽 높게 구사한 빠른 속구를 타자가 파울로 만들어내며 이제 승부는 4구째를 맞이하게 됐다.


카운트는 볼 없이 스트라이크만 2개. 투수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변강수…… 타석이 길어질수록 타격 성적은 떨어지는 사람이지만, 언제나 선구안은 멀쩡해. ……그래도 지금 인화의 상대는 못 된다. 끝내자.'


곧바로 타자의 몸쪽에 붙어 앉으며 그곳으로 향하는 공을 던져 달라는 포수의 사인. 그것에 투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없었다. 포수의 사인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어지간한 볼에는 반응조차 하지 않는 타자를 상대로 괜히 피곤하게 지금 이상으로 투구 수를 늘릴 생각은 없는 그였다. 조금이라도 더 싱싱한 공을 던질 수 있을 때 최고의 공을 던지고 싶었다.


타자는 타석의 안쪽 라인에서 조금 떨어져서 자리 잡고 있는 상황. 방망이도 짧게 쥐고 있었다. 어쩌면 바깥쪽으로 던진다면 닿기 힘들지도 모르는 자세. 바깥쪽으로만 공 3개를 연속해서 던졌으니 이번엔 몸쪽이 오지 않을까 하며 의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깥쪽에 대한 대비책이 아예 없진 않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바라는 곳에서 승부를 보자. 쳐내기에만 급급한 이 타자에게 자신이 질 리가 없다.


타이푼즈의 에이스, 유인화는 그런 생각과 함께 힘차게 네 번째 공을 던졌다.


미트를 향해 시원하게 날아드는 그 공은 정말 9회까지 내내 던지고 있는 투수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왔다……!'


역시 승부를 걸었다. 타자는 그런 투수의 싸움법에 흡족해하며 그 공을 아주 신중하게 바라보았다.


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하기 위해 노력하며 공을 끝까지 바라보고, 그대로 방망이를 힘차게 돌렸다.


이건 분명 체인지업이나 다른 변화구가 아닌 빠른 공이다. 그런 확신과 함께 그대로 공을 두들길 생각이었다.


타자의 예상대로 빠른 공…… 패스트볼이긴 했다.


쩌적!


'……!?'


평소 그의 직구라는 확신에 찬 그 순간 거짓말처럼 자신의 무릎을 향해 꺾여 들어오는 컷패스트볼. 그 공은 그대로 방망이의 중심부를 피해 그 심히 얇은 손잡이 근처를 향해 자신의 몸을 날렸다.


그러자, 방망이가 그대로 부러졌다.


날카로운 파편이 이곳저곳으로 흩날렸다. 타자가 쥐고 있는 것은 이제 방망이의 손잡이 부분밖에 없었다.


'이게 왜 이쪽으로 날아오냐!'


힘없이 자신에게 굴러오는 타구. 그것을 낚아채기 위해 달려가던 인화는 그 직후 날아오는 자신이 부러뜨린 방망이의 몸통 부분을 피하고자 몸을 움직여야 했다.


그 과정에서 타구가 그의 스파이크에 차이고 말아, 강제로 궤도를 수정 당하며 3루수와 유격수 쪽을 향해 굴러갔다.


그렇게 예상치 못하게 생기고만 내야 수비진의 구멍. 가뜩이나 느렸던 타구에 변수까지 생겨난 지금, 타자 주자인 변강수의 주력이라면 내야 안타가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하지만 타자는 곧바로 달릴 수 없었다. 방망이가 그렇게 부서진 직후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날카로운 몇몇 파편에 놀라고만 그는 그대로 잠시 멈칫하고 말았다.


그렇게 그만 출발이 늦어지고, 내야 수비진도 수비에 차질이 생긴 상황. 알 수 없는 공방의 결과를 결정지은 건 얼마 전에 새 식구가 된 3루수였다.


급하게 달려오는 유격수보다 더 빨리 공을 중간에서 잡아낸 3루수, 오장훈은 그것을 그대로 1루를 향해 쏘아 보냈다. 커다란 덩치에서 나온 것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신속했고, 그 과정의 끝인 송구 또한 아주 정확했다.


대포알처럼 쏘아진 그 송구. 지금 날아오는 저걸 놓치면 자신은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 목숨을 건 심정이었던 1루수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것을 깔끔하게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것은 모두가 기다리던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드디어 기록됐다는 뜻.


그것을 지켜본 유인화는 그 순간 온몸을 관통하는 환상적인 짜릿함을 느꼈다.


"크으……!"


앙다문 입술 사이로 그런 쾌감 섞인 소리가 새어 나았다. 이윽고,


"으아아아아아아자아아아아아!"

"해냈어! 야, 이 씨, 해냈다고 이 자식아!"


에이스는 주먹을 불끈 쥔 채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배터리였던 동갑내기 포수는 그런 그의 등에 좋다고 매달렸다.


와아아아아!


그 직후 관중석에서 터져 나온 뜨거운 환호와 함성. 참아왔던 그 희열을 드디어 내뱉을 수 있게 된 그들의 열기는 그라운드의 모든 곳을 삽시간에 가득 채웠다.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박수를 보내는 리더스의 선수단을 배경으로, 내려오는 투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타이푼즈 야수진의 모습이 텔레비전 중계 화면에 가득 잡혔다.


[게임 셋(Game set)! 타이푼즈의 에이스! 유인화가 팀의 3연패를 자신의 완봉승으로 끊어냅니다! 2경기 연속 완봉승이자, 이 완봉승은 유인화 선수의 개인 통산 첫 노히트노런입니다!]

[정말 멋진 경기였습니다! 볼넷(Hit by pitched ball)이 세 개가 나왔습니다만, 그때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어졌던 야수들의 호수비가 있었습니다! 꽉 막힌 타선에서 1점을 만들어내는 포수의 홈런과 동료들의 도움…… 정말 이건 팀원 모두가 같이 만들어낸 대기록입니다!]


'대단하다.'


돌아오는 에이스를 덕아웃 멤버들과 함께 박수로 맞이하며 지혁은 그렇게 솔직하게 감탄했다.


정말 지금의 자신과는 급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모든 사람에게서 환대받으며 당당하게 서 있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생길 수밖에 없는 그 끓어 넘치는 의욕. 그건 비단 지혁 혼자만 느끼는 게 결코 아니니라.


[이야~, 정말 대단했습니다. 아무리 오른손과 왼손이라는 차이가 있다고 해도 이지혁 선수의 다음 경기 등판이다 보니 상대 타선은 빠른 공이 눈에 익을 수밖에 없을 텐데 그걸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극복해냈습니다. 물론 항상 그랬죠! 더 말하고 따져볼 게 뭐가 있겠습니까? 오늘의 수훈 선수는 유인화 선수입니다!]


그렇게 이어진 수훈 선수 인터뷰. 그토록 노렸던 그 자리를 근 일주일 만에 기어코 얻어낸 인화의 표정은 정말 밝았다.


그리고 그렇게 당당한 표정으로 진행되고 끝났던 그 인터뷰를 정말 뜯어말렸어야 했다고, 타이푼즈의 동료들은 그 이후 뼈저리게 후회해야만 했다.


작가의말

오늘은 조금 빨랐습니다. 문명의 발달이란 건 참 좋네요.

조금 짧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언제나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 Son of The Pitch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드문드문 연재하게 될 것 같습니다 16.02.15 371 0 -
공지 각 팀과 소속 선수들, 그 외 인물들 16.01.10 1,057 0 -
66 외나무다리 걷어차기 - 1 16.03.05 564 7 7쪽
6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5 16.02.21 481 13 12쪽
6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16.02.16 518 14 8쪽
6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2 16.02.12 533 12 9쪽
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8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2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89 12 9쪽
»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8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4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3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0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8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1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1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0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4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49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3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4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2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1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7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1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39 1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