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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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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13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2.05 11:37
조회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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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6쪽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DUMMY

희윤은 지혁의 제안에 고개를 가로젓고 난 다음 대답했다.


"아뇨. 그냥 저도 걸어갈래요. ……버스 안에 사람이 가득하다고 생각하니까 아무래도 좀 그래서……."

"제가 차라도 있었다면 편했을 텐데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 번 내뱉어보는 지혁이었다.

그런 그의 말에 희윤은 다 알고 있다는 듯 대답했다.


"저 때문에요? 말씀은 고맙네요, 하하."


결국, 정류장을 지나치기로 하며 걷는 것을 계속했다. 그대로 주변의 상가를 따라서 걸었다.


그렇게 걸으며 점점 말이 없어진 둘. 상대방이 살갑게 대해주던 덕에 지혁도 나름 편하게 지내고 있었지만, 사실 그다지 많은 얘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는 건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뭔가 서로 아는 걸 가지고 대화의 주제로 삼아볼까 해도 생각해보니 그가 희윤에 대해 아는 것도 그다지 없었다. 어쩌다 듣게 된 이혼 얘기를 빼면, 지난주까지 지혁이 그녀에 대해 아는 건 옆집에 혼자 사는 성격 좋고 예쁜 연상 여자 이웃이란 것 정도. 그나마 뭘 좋아하는가 생각해보면 남을 챙기기 좋아하고 타이푼즈의 팬이라는 것 정도일 것이다.


'아, 야구?'


이 주제로 말문이나 터볼까 했다. 때마침 오늘 경기 중에는 재미있는 사건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인터뷰 들으셨을려나?'


지혁의 머릿속에 잠시 오늘 있던 경기들이 순식간에 흘러가듯 재생되었다. 이내 기억의 끝 부분에 가서 잠시 정지된 그 영상. 은근히 속으로 궁금했던 그 인터뷰 부분이었다. 경기 후 인화가 직접 언급한 그 이름에 대한 것이었다.


오늘 같은 경기를 할 수 있던 이유가 따로 있느냐는 방송 중계진의 질문. 그것에 대해 인화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였다고 대답했었다.


그러자 흥미가 생긴다는 듯 한 번 시간도 있으니 영상편지나 보내보자고 부추겼던 방송팀과 아나운서. 그것에 에이스는 좋다고 응답했다.


『……그동안 혼자, 진짜로 몇 년이고 혼자서 가슴속에 끙끙 앓고 있었는데. 사실 처음부터 늦어서…… 그러면 안 되니까 포기하고 있었고, 혼자 정리했으면서 또 불쑥 찾아갔는데 반겨줘서 고마웠어. 그런데 또 늦었더라. 그런데 네가 무슨 마음인지 어떤 일이 있는지, 지금 이제 와서 그러면 안 된다는 것도 다 아는데…… 이제 포기 못 하겠더라. 무책임한 말인 건 알지만 참을 수가 없네, 이제. 희윤아, 내가 정말 사랑하는데…… 받아줬으면 좋겠다. 꼭 책임질게.』


라커룸에 비치된 TV에서 흘러나오는 그 인터뷰.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내용이었다. 방송상에서 구애하는 전례가 없던 것도 아니었다.


우진이 떠나기 전에 한 번 만나겠다고 라커룸에서 재빨리 정리하고 있던 지혁과, 집에 가자고 라커룸에 먼저 들어왔던 선수단의 다른 동료들도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저


"어? 얘 고백한다? ……그런데 역시 말 진짜 못하네. 근데 얘 연애하던 여자 있었나?"


정도의 반응만을 보일 뿐이었다.


지혁도 딱히 고백이라는 게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단지 그 상대의 이름을 언급한 부분에서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던 것만 빼면 말이다. 그것도 빨리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 금방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아버지랑 헤어지고 나서 경기장을 나서기 전 잠깐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했을 때, 네트워크 곳곳에는 이미 '유인화 고백 영상'이라던가 '유인화의 여자, 희윤은 누구?' 같은 기사들도 올라오고 있었다. 제법 시끌시끌해지고 있으니 여기 있는 희윤도 한 번쯤은 보지 않았을까 싶어져서 지혁은 한 번 얘기해볼까 생각했다.


지난주에 인화와 했던 대화를 생각해보면 그와 여기 있는 그녀가 서로 일면식이 있는 사이라는 것은 확실했으니까. 혹시 동일인물은 아닐까 하는 호기심도 생겼다.


그런데


'……잠깐만, 동일인물이라니?'


순식간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기분 나쁜 한기가 등골을 핥아대는 것 같은 무지막지 끔찍한 느낌이었다.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내가 지금까지 들은 얘기가 모두 사실이라면 말이야. 민정 씨가 들려줬던 그 뜬소문이 모두 사실이라면 말이야……!'


단지 그냥 가정. 그래 가정일 뿐이었다. 진짜일 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멋대로 가정하는 거니까 진짜란 법은 없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그냥 잠깐 심심해지니까 이런 걸 떠올리는 거라고 생각하며…… 그렇지만 불안하더라도 결국 생각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다.


유민정의 말에 따르면, 그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게 없었으나 희윤이 이혼을 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 진실이었다. 원인에 대한 소문 중 일단 가장 잘 알려진 건 자신이 지금 소속되어 있는 타이푼즈 구단 내의 누군가와 바람을 핀 탓에 이혼하게 됐다는 것.


정말 거듭 말하지만, 이게 진짜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지혁이었지만, 지금 들고 있는 그의 이 불길한 생각과 너무나도 잘 맞아 떨어지는 소문이었다.


인화는 지혁과 얘기할 때 분명-지혁이 결국 하지는 못했으나- 희윤에게 자신의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 이는 분명 아는 사이였단 소리. 이혼했다는 일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던 걸로 봐서 연락을 자주하는 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았지만, 그 일을 알게 된 순간은 분명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희윤'이란 이름을 가진 누군가를 향해 방송으로 대놓고 고백했다. 그 이름까지 대놓고 언급하면서.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근거가 너무 빈약해. 아니, 뭐 내 음모론이니까 빈약한 건 당연한데, 애초에 요즘 불륜 이혼도 말은 안 되는데. 분명 지금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건데. ……그래야 할 텐데.'


만일 이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진짜라면? 그 모든 원인이 인화라면? 지난주 자신은 괜한 소리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너무 부족합니다. 짧아서 죄송합니다.
이제 설연휴가 다가왔습니다. 이것밖에 안 쓰고 이런 말하긴 죄송하지만, 설연휴 기간에는 글을 쓰기 힘들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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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5 16.02.21 482 13 12쪽
6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16.02.16 519 14 8쪽
6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2 16.02.12 533 12 9쪽
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9 13 8쪽
»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3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90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8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5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4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1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9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2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2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1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5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49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3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5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2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2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8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2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40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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