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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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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22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1.21 20:45
조회
560
추천
15
글자
9쪽

수중전 - 9

DUMMY

**


“어땠어?”


덕아웃으로 돌아온 타이푼즈의 수석코치 신재중.


그런 그를 향해 곧바로 질문하는 누군가가 있었다.


다름 아닌 타이푼즈의 감독 김수룡.


영 뒷맛이 껄끄럽다는 표정을 한 채 잠깐 입을 열지 못하던 재중은 이내 한숨을 내뱉듯 감독에게 대답했다.


“……본인이 던지겠다고 하더군요. 당장 준비된 투수가 없던 것도, 오늘 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것도 모두 알고 있었겠지요.”

“안 다친 것 같다니 다행이고만.”

“……네.”


그렇게 짧은 대화를 마치고 수석 코치는 덕아웃의 앞자리로 향했다. 덕아웃 내 벤치 중 그라운드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그 벤치 옆에 서 있는 재중에게 앉아있던 선수들이 와서 앉으시라며 자리를 옮기려 했지만, 그는 그저 괜찮다며 그대로 서서 시선을 마운드로 향할 뿐이었다.


‘……잘한 걸까?’


자신은 그저 약점을 이용한 게 아닌가?


그런 혼란스러운 심정으로 보수가 끝나가는 마운드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있으려니, 재중의 옆에 같이 선 채 그와 똑같은 장소로 눈빛을 향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투수 코치인 연강훈. 강훈은 말없이 가만히 서 있는 재중이 들으라며 입을 열었다.


“전 받아들여서 아무 말도 안 한 게 아닙니다.”

“…….”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합니다. ……그렇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을 겁니다. 가장 잘 아실만한 분이…… 아이고~ 비가 내려서 그런 건지 갑자기 어깨가 쑤십니다.”

“……병원에라도 가보는 게 어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고 있으니 가만히 있어달라는 의도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분명 상대도 알아들었을 것이다.


알아듣기만.


“가야죠. 어차피, 늙어서 이제 더 쓸 일은 없지 않으냐며 별다른 말은 못 들을 테지만 말입니다. 젊은 애들이 관절을 다치면 다른 곳을 떼어서라도 치료할 텐데 야박하죠.”

“…….”


그렇게 말하고는 인사 없이 감독에게로 향하는 강훈을 뒤로하고 재중은 생각에 잠겼다.


마음이 심란한 탓일지…….


마운드에 다시 서, 하늘을 향해 심호흡하는 지혁의 모습이 마치 자신의 옛 친우와 겹쳐져 보이는 착각이 들었다.


하늘을 보는 저 모습, 한 차례 외치는 각오, 그 뒤 내뿜어지는 범상치 않은 기백.


정말, 너무 닮았다고 생각했다.




**




꽤 쓸만해 진 마운드의 상태를 확인하고 지혁은 마운드 위에 다시 섰다.


‘따지고 보면 이게 오늘 2번째 기회구나. ……아니, 어쩌면 결과에 따라선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생각을 정리하려 지혁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다음 타자를 떠올렸다. 3번, 성자성.


“후우~!”


호승심이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가슴속에 가득 찬 그 열기가 목구멍을 타고 그대로 머리까지 자극하는 느낌이 들었다.


허나 출장정지 징계를 통보받았던 그때와 같은 그런 부정적인 기운이 아니었다.


몸에 활력이 도는 느낌. 약간은 필사적인 긴장감.


…….


주위의 상황에 귀를 기울여봤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관중들의 웅성거림.


이번 이닝의 마지막 아웃을 잡기 위해 각자 맡은 수비 위치로 향하는 동료 야수들의 침묵.


타석에 들어서는 상대 타자의 조심스럽고도 걱정이 가득한 움직임.


하나같이 너무 조용했다.


평소에는 관중들의 응원에 조금 짓눌린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이게 사라지니 굉장히 허전했다.


만원이었던 관중석의 곳곳이 비어 있다. 비가 와서 돌아간 걸까?


남아서 지켜보는 관중들도 왠지 처음과는 달리 조용조용하다.


‘이번 회에 겨우 두 타자 상대했는데……, 두 번 모두 위험했구나.’


초구부터 실투를 던져 담장 바로 앞까지 보내질 않았나, 기껏 유리한 카운트 잡아놓고 또 실투가 나와서 머리가 깨질 뻔하질 않나.


지금 관중들의 조용해진 이 모습은 그만큼 자신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비까지 각오하고 온 사람들한테 자신은 정말 못 볼 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다시 제대로 안심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후읍~!


뭔가 해야겠다는 그런 결론이 나왔다.


그런 결론과 마음에 들지 않는 주변의 분위기, 그리고 온몸에 넘치는 힘을 담아 지혁은 크게 한바탕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악!”


생각보다 제법 멀리까지 울리는 자신의 목소리. 평소에도 이랬나 싶을 정도로 큰 성량에 그럴 리는 없겠지만, 메아리가 들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뒤, 그런 자신의 외침에 대답하듯 작게 시작된 환호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만족스러웠다.


그 기분을 이어가며 그는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를 향해 힘 있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다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는, 처음보다 더욱 강렬해진 기백과 존재감.


지혁 자신은 깨닫지 못한 그 기운에 타자 성자성은 온몸이 짜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와, 진짜 너무한다, 얘. 앞에 선배님들한테는 대강대강 던지더니 내 앞에서 갑자기 돌변하네!’


변강수와 박두희를 상대할 때는 갑자기 ‘또’ 구위가 급격히 나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에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며 약간은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한 번 넘어지더니 또 사람이 바뀌었다. 날로 먹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했다.


‘슬라이더는 지금까지 한 개도 안 던졌고, 던지기 전까지는, 아니 던지든 말든 머릿속에 절대로 담지 말라고 했지. 무조건 직구만 노리라고. 이상한 그 밖으로 빠지는 공은 알아서 대처하고, 만만하게 온다면 초구부터 때려도 된다.’


자성은 왠지 독을 삼키는 얼굴로 그런 작전을 내리던 자기 팀 수석 코치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혁의 투구를 기다렸다.


무시무시한 기세의 투수는 의욕에 불타는 눈빛을 한 채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고 있었다.


‘바깥쪽 낮게, 대충 미트 근처에 편안한 곳으로. 볼이 되어도 상관없으니까 몰리지만 않게…… 예. 이번에는 제대로 던지겠습니다.’


추웅의 사인에 바로 고개를 끄덕인 지혁은 곧 투구 모션에 들어갔다.


요구하는 공은 흔히 말하는 기본적인 직구(포심 패스트볼).


갑자기 던지는 노심 패스트볼마다 사고가 생기니 결국 가장 쉬운 것으로 영점과 카운트부터 다시 잡자는 요구였다.


‘결국, 급조하는 건 오랫동안 갈 수 없구나!’


그렇게 쓸 수 있는 게 하나 줄었어도 지금 이 자리를 포기하진 못한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서 반드시 지키겠다.


지금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속으로 외치며 투수는 그대로 미트를 향해 공을 쏘았다.


쏘아진 그 속구는 오늘 던졌던 것들 중 가장 좋은 위력을 선보이며 그대로 추웅의 미트를 두들겼다.


퍼억!


“스트라이크!”


오오오오오오오!?


그 직후 관중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그런 탄성을 내지르며 전광판으로 시선을 향했다.


적혀 있는 숫자가 굉장히 아름다웠다.


[백, 153km/h! 이지혁 선수 오늘 자신의 최고 구속입니다! 또다시! 또다시 깜짝쇼!]

[이야 정말……! 제구도 구위도 모두 완벽했습니다! 이번 공처럼만 던지면 그 어떤 상대가 무섭겠습니까!?]


한편 그 공을 건드린다는 생각조차 못 했던 타자는 온몸의 털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공이 울었어……! 근데 방금 조금 떴나? 아니 공이 뜰 리가 없잖아? 평소에도 잘 뻗는 공이긴 했는데!’


자세를 한 번 풀었다가 다시 준비에 들어갔다.


첫 타석의 몸쪽 공과 역회전 공, 그리고 지금 이 공까지.


뭔가 저 투수는 너무할 정도로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다는 확신과 함께.


‘세세한 기록이나 과학적 증명 같은 건 잘 모르지만……, 이거랑 비슷했던 직구들이 굉장히 위험했다는 건 많이 겪어봐서 잘 알아.’


타자는 방망이를 조금 짧게 쥐었다.


일단 출루를 우선으로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1회부터 11타자 연속으로 범퇴인 상황. 슬슬 누가 이 흐름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구위가 한 번 떨어졌던 투수가 이런 공을 오랫동안 던질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방금은 그런 사고까지 당했는데 과연 지금 정신은 온전할까?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분명 여기서 자신이 한 번 꺾어 놓을 수 있다면 오늘 경기를 편하게 가져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지금 포수를 보고 계신 황추웅 선배님은, 좋다 싶으면 한두 번 더 던지게 하는 경우가 많으시지.’


그렇게 생각하면 다음 던질 공은 반드시 자신이 생각하는 그 직구. 그게 분명 바깥쪽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믿으며 자성은 지혁의 2번째 공을 기다렸다.


이윽고 지혁이 망설임 없이 투구에 들어간 뒤 다시 공을 던졌다.


‘바깥쪽! 좋았어!’


반드시 때려내겠다는 각오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파앙!


그러나 그 스윙은 성과 없이 애꿎은 공기와 빗방울들만 두들겨 팬 채 끝났다.


[2구도 빠른 공! 또다시 153km/h! 타자가 힘껏 휘둘러봤지만 맞추질 못합니다!]

[제대로 노렸다는 스윙이었는데……! 이게 바로 알고도 못 친다는 거죠!]


‘또 떴어!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지점을 향해 스윙했다.


그러나 휘두르고 보니 공은 자신의 그 판단보다 더 위로 날아들었다.


타이밍조차 늦었다.


작가의말

1월도 슬슬 끝나갑니다.

달력을 보니 설날이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그렇다면 대체 휴일로 토일월화수인가요?


언제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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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5 16.02.21 482 13 12쪽
6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16.02.16 519 14 8쪽
6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2 16.02.12 534 12 9쪽
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9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3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90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9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5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4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1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9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2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2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1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5 18 9쪽
» 수중전 - 9 +4 16.01.21 561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50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4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6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5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3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2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8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2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40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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