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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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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18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2.01 19:26
조회
778
추천
12
글자
8쪽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DUMMY

3


우중충하고 폭우가 쏟아지던 어제 날씨가 마치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오늘의 맑고 새파란 하늘. 장마는 아직 온 지도 잘 모르겠는데, 비 한 번 왕창 뿌렸다고 벌써 시작된 듯한 흡사 한여름과도 같은 이 뜨거운 열기.


무덥게 내리쬐는 태양 빛이 어제 내렸던 그 비를 다시 증발시키기 시작한 지금 경기장은 그야말로 사우나와 같았다.


언제나 가득했던 관중들의 열기와 함성도 이 지옥 같은 불볕 아래에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 것일까? 최근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이 경기장을 가득 채운 만원 관중들은 소름 끼칠 정도로 조용했다.


한편, 9회 초의 공격을 나서는 리더스의 타선은 지금 이 날씨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뜨거웠다. 타석으로 향하는 9회 초의 선두타자, 우형배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선배님, 나갑시다!”

“때려요! 무너뜨려요!”

“대한포수 우형배!”


그런 소리들은 평소와 달리 너무나도 조용한 경기장에 제법 잘 울려 퍼졌다.


[리더스 선수들은 정말 기운이 넘치네요. 이 무더운 날씨가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요?]

[아무래도 홈구장이 10개 구단 중 가장 뜨거운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와라, 다 보내!”

“안심하고 던져!”


그런 리더스의 기세에 질 수 없다는 듯, 타이푼즈의 야수들 또한 잔뜩 기합을 넣고 있었다.


[타이푼즈 선수들이 이렇게 활기찬 이유는 뭘까요?]

[어…… 그걸 제가 말씀드려도 될지……. 하하!]

[네. 야구는 어떻게 끝날지 모르고 공은 둥급니다! 자, 이제 9회 초 공격이 시작되겠습니다. 타석에는 선두타자 우타자 우형배. 오늘 두 타석 동안 삼진 2번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타이푼즈의 마운드에는 선발투수 유인화!]


포수의 신호에 간결하게 고개를 끄덕인 인화가 평화로운 얼굴로…… 힘차게 초구를 포수의 미트로 내리꽂았다.


타자가 움찔하는 사이에 공은 이미 포수의 미트에 들어가 있었다.


9회에도 멀쩡하게 살아있는 150km/h 이상의 강속구. 거친 소리를 내는 그 구위에 관중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초구는 몸쪽 스트라이크. 이 속구가 정말 죽질 않네요!]

[정말 대단한 투수입니다.]

[불펜에 마무리 투수 마크 델 리오를 둔 타이푼즈의 에이스 유인화. 이제 9회 초 두 번째 공을 던지겠습니다.]


타앙!


다시 한 번 들어오는 몸쪽 공에 휘둘러진 타자의 방망이.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높게 뜬 그 타구를 올려다보는 우형배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 타구를 포수 한성구가 여유롭게 잡아내며 아웃 카운트를 하나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선두 타자 포수 우형배의 타구를, 타이푼즈의 포수 한성구가 내야 플라이로 처리해냈습니다. 이제 남은 아웃 카운트는 2개! ……경기장은 조용합니다.]


“투수들, 쟤 아직 여기 있을 때 잘 보고 배워둬라.”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모든 투수가 그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에 있던 건 타이푼즈의 선발진 중 하나인 베테랑 투수 이은석.


낯빛이 어두웠던 그의 얼굴에선 조금 지친 듯한 기색이 엿보였다. 아무리 얇다지만, 그래도 춘추복일 뿐인 구단 후드티를 이런 날씨에 입고 있는 모습이 정말 보기만 해도 후덥지근했다. 착복 중인 장본인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벗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기특한 녀석.”


성공한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얼굴로 씨익 웃어 보이는 그였다.


한편 중계 카메라에 찍히는 스카우터들은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흥분을 겨우 참는 것처럼 보였다.


통할지 말지 고민하던 그들의 의문이 점점 확신으로 기울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3연전 내내 재밌는 광경을 보고 있는 덕일까?


그러나저러나 은석은 이윽고 옆에 있는 지혁에게도 조언했다.


“지혁이 너도 제대로 봐둬. 얘가 오늘 어떻게, 뭘 제일 잘 쓰고 있는지. 뭘 잘해서 저러고 있는지.”

“네!”


그에게 올스타 브레이크 때 자신과 만날 시간을 하루 비워두라는 말을 들었던 지혁이었다.


왕년의 특급 에이스이자 전직 메이저리거인 이은석의 가르침. 과연 그것이 무엇일지 기대하며 지혁은 조금 들떠 있었다.


아버지 우진의 말대로 이제 무리하기만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뭔가 배울 기회는 흔치 않을 터.


은석은 아는 사람은 다 알 정도로 독선적인 면이 있었다. 자신이 확신하는 선수가 아닐 경우 그다지 쓸만한 조언을 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야구 인생 내내 홀로 했던 도전이 반복됐던 탓인지 주변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성격. 그는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자기 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어서, 도움을 원하는 상대에게 그저 늘 듣기 좋은 소리만 할 뿐이었다.


전에 지혁에게도-지혁은 이게 과연 듣기 좋은 말이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때가 되면 알아서 알게 될 것이라는 둥 말을 했지만, 솔직히 정작 당사자가 가장 궁금한 것은 그놈의 ‘그때’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후에 그 말의 의미를-아버지가 했던 말과 섞어- 나름대로 해석해본 지혁은 아마도 그가 지금처럼만 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을 한 게 아니었을까 싶었지만, 역시 당사자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문제일 터. 어쨌든 별로 와 닿는 말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사실 그 말을 들은 당사자도 평소의 은석을 아는 만큼 깊게 생각하질 않아 아주 최근까지 잊고 있었지만.


이후 9번 타자이자 우형배의 후속 타자인 김영진까지 몸쪽 높은 공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이제 투아웃. 그것을 본 관중석의 관중들과 양 팀 덕아웃의 선수들, 그리고 그라운드의 야수들 얼굴에는 조금씩 흥분의 기색이 퍼지기 시작했다.


[김영진 9번 타자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이제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하나! 타이푼즈가 1점 차 리드를 지켜나가고 있는 오늘 경기. 이제!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하나입니다!]

[이야…… 전 아무 말도 안 하겠습니다.]

[이제 타석에 들어서는 건 1번 우타자 중견수 변강수. 오늘 중견수 플라이와 유격수 땅볼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앞선 두 타석 모두 초구를 때려냈는데, 과연 이번 타석은 어떻게 할지…… 투수 투구 모션에 들어갑니다.]


마운드 위의 유인화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공을 던질 자세를 취하자, 조용하던 관중석은 아예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타자는 방망이를 짧게 쥐고, 포수는 가만히 미트를 펼치기만 하는 가운데 투수는 아주 편안하게 물 흐르듯 몸을 움직였다.


이윽고 그의 손에서 떠난 그 공. 그저 직구로만 보이는 그 공은 그렇게 스트라이크 존의 낮은 곳을 향해 날아들었다.


“……!”


이번에도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로 승부해 오는 정직한 그 공에 타자 변강수는 눈을 빛내며 즉시 스윙에 들어갔다.


그러나 닿지 못했다.


심판이 손을 들어 올리며 스윙과 스트라이크를 인정했다.


[초구는 변화구…… 인가요? 예. 써클 체인지업이었군요? 스윙을 끌어내는 데 성공하며 이제 노볼 원 스트라이크!]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에서는 칠 테면 쳐보라고 패스트볼 승부를 걸었었는데, 아무래도 세 번째 타석인 만큼 어느 정도 눈에 익었으리라고 판단한 것 같죠?]


포수에게서 공을 넘겨받은 인화는 평온해 보이는 얼굴로 바로 다음 공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초구를 놓친 타자 또한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고는 이후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둘 다 자리를 벗어나려 하지 않는 모습. 감정의 흔들림 없이 정말 평화롭게 보였으나 분명 둘 다 승부를 서두르고 있었다.


작가의말

다시 평일 연재입니다.

언제나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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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5 16.02.21 482 13 12쪽
6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16.02.16 519 14 8쪽
6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2 16.02.12 533 12 9쪽
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9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3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90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9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5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4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1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9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2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2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1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5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50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4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5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3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2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8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2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40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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