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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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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06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2.11 11:47
조회
458
추천
13
글자
8쪽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DUMMY

"……괜찮으세요? 얼굴이 조금 창백하신데."


끝도 없이 불안한 생각이 들자 지혁의 표정이 어두워져 갔다. 그게 신경 쓰이던 희윤은 결국 먼저 물을 수밖에 없었다.


말도 없이 어색하기만 하던 지금의 분위기를 거북하게 느끼고 있던 건 피차 마찬가지인 상황. 그런 와중에 동행하는 이의 낯빛이 좋지 않으니 보는 입장에서도 편할 리가 없었다.


"아, 괜찮아요. 그냥 엉뚱한 생각이 들어서요."


그녀의 물음에 지혁은 대답을 얼버무렸다.


역시 괜한 의심을 하며 이런 생각을 계속하는 건 좋지 않다. 그렇게 속을 정리하고 이내 다시 웃는 얼굴을 되찾았다.


보는 사람의 속이 시원해질 정도의 밝은 미소. 그 덕에 그 얼굴을 마주 보는 희윤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뭔가 작위적인 표정이란 느낌은 강하게 들었지만.


"잠시 전화 좀……."

"네."


집까지 제법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갑자기 지혁의 스마트폰이 진동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다른 얘기를 찾자고 고민하던 차에 온 그 전화. 그는 마치 구원을 받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곧장 그 고마운 사람을 확인했다.


액정 화면이 보여주는 발신자 명은 「미연이」. 지혁의 동생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사가야 할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스마트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미연의 목소리는 아주 조심스러웠다.


"……오빠."

"응."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일?"


있을 리가 있겠는가? 구단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지혁 개인의 얘기라면 아무 일도 없었다. 경기만 실컷 지켜보다가 집에 돌아가고 있는 게 현재. 당장 오늘 한 게 없는 그였다.


동생이 구단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판단하고 대답했다.


"아니?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래? ……그럼 대체 저 사람들은 다 어디서 온 거지……?"


무어라 중얼거리는 소리에 이어 미연의 말은 계속됐다.


"문밖에 처음 보는 사람들이 서 있어."

"……!"


느낌이 싸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묻어버렸던 방금 자기 생각이 관짝을 박살 내고 다시 올라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답하는 지혁의 목소리는 당장 드는 지금의 그 기분과는 별개로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모든 경험은 소중하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몇 명이나 있어?"

"들어올 때는 4명."

"유민정 기자님은 없었어?"

"아는 사람 없었다니까……."

"너한테 뭘 물어보거나 했어?"

"……그냥 무서워서 이어폰 꽂고 바로 지나갔어."

"잘했어."


동생이 느꼈을 불안감을 십분 공감할 수 있었던 지혁은 미연이 조금 안쓰러웠다.


어머니는 아직 밖 상황을 모른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매는 통화를 마쳤다. 이후 재빠르게, 어쩔 수 없이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누굴까?'


문 앞에 서 있었다던 사람들. 당장 떠오르는 직종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무작정 단정하긴 어려웠다. 자신의 그 허무맹랑한 음모론을 인정하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움직이는 게 너무 빨랐던 것이다.


미라클 스포츠의 유민정에게 희윤에 관한 얘기를 들었을 때, 지혁은 2년 전 갑자기 기세가 꺾였던 타이푼즈에 대한 당시 소문과 한 부부의 이혼에 관한 연관성을 곧장 눈치채지 못했다. 지혁이 입단하고 그 해 1군에 콜업됐던 시기 타이푼즈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화목했었다. 사건 발생년도와 자신의 1군 데뷔의 간격이 약 1년. 고작 그 1년 만에 망가졌던 팀의 분위기가 다시 회복됐다고 생각하는 것보단 그게 그저 소문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합당하게 느껴졌었다.


지혁이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당시 타이푼즈의 어떤 선수가 한 유부녀와 불륜을  저질렀단 소문이 있긴 했지만, 그 어딜 통해서도 그 가정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가 새어 나오진 않았던 탓이다. 그때의 지혁은 타이푼즈도 프로야구도 관심이 없었던 만큼 그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민정이 말하는 소문은 그저 소문일 뿐이고, 팀 순위가 곤두박질쳤던 건 다른 원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게 선수의 불륜이나 팀원들 간의 불화설은 아니라고 여겼다.


불륜이 진짜고 선수단의 이사가 그런 이유라고 한다면 자신과 같은 신인을 다시 그 문제의 건물에 입주시켰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불화설을 생각하기엔 너무 팀 분위기가 좋았고 말이다. 그저 악의적 헛소문이라고 생각했다. 민정도 분명 루머라고 했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자신이 모르고 당시와 관련된 구체적 정보가 없다고 한들 그것이 소문의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는 없었다. 인터넷이야 분명 덮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찌라시 수준의 얕은 정보뿐이라던 그 사건을 민정은 '그 사건의 당사자까지'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왜 그걸 자신에게 말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쩌면 사실 알 사람은 진즉에 다 알고 있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진상 파악이 끝난 얘기일지도 몰랐다.


'대체 민정 씨는 나한테 왜 그런 얘기를 한 거지?'


당장 드는 생각은 그것들과 엮이지 말라는 우회적 경고. 그게 아니라면 항상 기자들을 조심하라고 강조했던 그녀인 만큼 언제 파고들지 알 수 없는 기자들의 함정에 대비하라는 충고일지도 모르겠다. 혹여라도 지혁의 말실수 탓에 그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위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결국, 떠오르기 시작한 것 같고, 충고나 경고였다고 하기엔 민정이 지혁의 머리를 너무 높게 평가한 게 되지만.


"……."


얕은 한숨을 내쉬고 그는 옆에 있던 희윤을 바라보았다. 짧게 빠르게 생각하자고 했지만 결국 발걸음을 멈췄던 그. 그녀는 그런 지혁의 옆에 선 채 멀뚱멀뚱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혹시 지금 자신들을 따라오는 사람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살폈지만, 딱히 의심이 갈 만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이적하셨을 때 떠오르네.'


아무것도 모르는 지혁과 미연에게 얼굴도 모르는 어른들이 하루가 멀다고 찾아오며 질문공세를 퍼붓는 것을 반복했다. 유쾌한 기억은 아니었다.


'내가 취해야 할 행동들을 확인해보자고.'


그가 알고 있는 것은 표면상 '아무것도 없다'. 혹시라도 2년 전 팀의 내부 사정을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물어도 '실제로 들은 적 없다'.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활하는 타이푼즈는 따뜻한 팀이다.


옆집 여자가 '이혼한 지 몰랐'으며, 특별히 선수단 누군가와 연락하는 걸 본 적도 들은 적도 '정말로 없다'. 자신이 지금 같이 귀가하는 이유도 '그저 어쩌다 우연히 만났을 뿐'. 자신이 희윤에 대해 아는 것은 그저 옆집 이웃.


'이러면 되나?'


옆에 있는 그녀에 대해선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 보호하는 셈이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뭐 어쩌겠는가? 실제로 아는 게 없는데!


희윤이 이혼했다느니 인화와 알고 지낸 사이였다느니 인화가 고백한 희윤이 누구였는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관계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말 정도는 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


어쩌면 자기 집 앞에 왔다는 그들의 목적은 지혁이 아닐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려니, 그저 넌지시 물어보는 식으로라도 얘기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졌다.


그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그냥 우연히 이름이 같아서 '설마 동일인물이라고는' 전혀 생각 안 한 채 그저 같은 이름인 게 신기해서 보여주는 거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지혁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조작하며 희윤에게 말했다.


"희윤 씨, 혹시 오늘 유인화 선배님 인터뷰 보셨나요?"


작가의말

즐거운 휴일 보내셨는지요.

전 제법 알찬 연휴가 됐습니다.


주인공과 아버지의 그 갈등 아닌 갈등은 가족이란 비겁한 변명으로 덮으며 어물쩡 넘어갔지만, 사실 보면 직접적으로 풀린 묘사는 없었습니다. 이야기가 늘어지지 않는 선에서 꼭 제대로 마무리 짓고 싶습니다.


주인공의 매력… 라이벌 구도도 없고 전체적인 이야기에 악역도 보이질 않습니다. 사실 금방 나올 줄 알았는데 제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저 역량 미달이죠. 정말 이 작품에 계속 고마워하게 됩니다. 배워야 하고 보완해야 할 게 참 많다는 걸 알려주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고마운 건 바로 봐주시고 의견을 주시는 여러분이지만!


더 이상 주인공이 뒷선으로 물러나는 일 없게, 최대한 주인공의 주변에서 이야기를 보여보려고 합니다. 잘 되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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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5 16.02.21 481 13 12쪽
6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16.02.16 519 14 8쪽
6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2 16.02.12 533 12 9쪽
»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9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2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90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8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5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4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1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9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1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2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0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4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49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3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4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2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2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8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2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39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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