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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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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696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2.16 16:51
조회
518
추천
14
글자
8쪽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DUMMY

6


확실히 경기 일정이 이상했다. 지난주 타이푼즈 주말 3연전의 상대 팀은 리더스. 리더스의 홈구장은 경북에 있다.


그리고 전반기 마지막 6경기. 타이푼즈의 원정 6연전의 상대 팀은 웨일스와 타이탄즈. 두 팀 모두 경남을 연고로 삼는 구단들이었다.


거리를 생각하면 타이푼즈가 경북의 원정을 간 뒤 그대로 경남으로 내려가는 게 더 좋을 상황. 하지만 그랬다간 전반기 마지막 9경기가 전부 원정 경기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한국프로야구가 열리는 이 대한민국은 그리 넓지 않은 나라다. 옆 나라 일본이나 태평양 너머 미국처럼 끝과 끝을 이동한다고 해서 그 길이가 한참이나 되는 게 아니었다. 원정팀이든 홈 팀이든 집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 일반인도 거뜬히 이동하는 걸 프로운동선수들이 버거워할 리는 없었다. 정신적으로 버거운 걸 따지자면 차라리 집에 계속 못 가는 원정이 길어지는 게 더 고역일 것이다.  차라리 이게 나았다.


"……."


이동하는 버스는 고요했다. 같은 팀 동료로 인해 소동이 발발해서 시끄러운 밖과는 달리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모습들. 별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은 모양새였다.


「모두들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출발하기 전 모두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던 타이푼즈의 에이스 유인화. 그런 그의 모습에 팀 동료들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미안하면 우승하자.」


그저 이 정도의 대답뿐이었다.


우승에 대한 그 갈망을 보여주는 모습일까? 그게 아니라면 그저 지혁이 했던 것과 마찬가지인 그 생각들일지도 모르겠다.


신경 쓰지 말자는 판단 말이다.


놀라기도 했고 귀찮게 붙어서 물어보는 인간들도 많았지만, 결국 남녀의 사랑 타령 아닌가? 2년 전에 그 소동의 원인까지 파악하고 말았지만, 이미 끝난 일이었다. 소동은 이미 끝났고 그 시즌도 끝났다.


그 일로는 이미 한 번 피를 봤다. 또 휘말릴 생각은 없는 그들이었다.


그렇기에 버스 안은 평화로웠다. 버스가 한 대에 모두가 타는 게 아니었기에 다른 버스의 상황은 몰랐지만, 이곳만은 그러했다.


그런 버스 안을 지혁은 한 번 쓱 훑어 보았다.


멀리 팀의 셋업맨 박민섭과 나란히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오장훈의 모습이 제일 처음 눈에 들어왔다.

트레이드 덕에 아내와 자식을 경기도에 두고 일단 홀로 전남으로 내려와 생활하기로 한 장훈. 그는 전반기가 끝나기 전까지만 잠시 민섭의 집에서 지내기로 한 상황이었다. 얘기를 잘 나눠보지 못해서 어색하지만, 사실 존경하는 선배라며 민섭이 먼저 나서서 자신의 집으로 모셔 간 것이다.

생각보다 죽이 잘 맞는지 사이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조금 더 살펴보면 팀 투타의 최고참들인 주장 박호승과 베테랑 이은석이 연신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혁은 그것이 웨딩드레스나 결혼 등에 관련된 내용일 거라고 추측했다.

버스에 오르기 전 흐뭇하게 관련 사진들을 보며 지혁에게도 의견을 물었던 호승이었다. 드물게도 안경을 끼고 나타난 그는, 아마도 당당하게 사고 친 인화를 향한 놀림감으로 삼고 있던 것으로 보였다.


대각선으로 뒤편에는 팀의 리드오프이자 중견수인 이태화가 달리는 버스의 천장을 바라본 채 뻗어 있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이 평소의 불량한 얼굴과 시너지를 일으켜 굉장히 험악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어제 경기 이후 괜히 술이 고파 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몰려오는 여러 언론매체에 질려버린 그는 결국 집에 틀어박혀 혼자 술잔을 기울였다. 그렇게 홀로 집에서 그러려니 불현듯 서러워지고 말아 그만 잘 안 하던 폭음을 하고 말았다고 한다. 몰골을 보자면 이번 소동의 최대 피해자로 보였다.

지혁은 그 말을 들었을 때, 집안의 술로만 저 지경이 되도록 마시다니 평소에 얼마나 보관하고 있는 것일지가 궁금했지만.


"생각 정리했어?"

"아, 예!"


그러고 있으니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그렇게 물어와, 지혁은 곧장 작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지혁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팀의 베테랑 포수인 황추웅. 어지럽지도 않은지 웨일스의 전력분석자료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있었다.


그런 그가 여태까지 자기에게 물어오고 있는 '시뮬레이션'들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지혁이었지만,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인 것만은 확실하다고 판단하며 최선을 다해 대답했다.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만……, 해야 한다면 언제나처럼 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붙어야지. 그럼 어떻게?"


추웅이 지혁에게 묻고 있는 질문들은 전부 웨일스 타선을 상대할 때의 볼 배합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현재 추웅이 지혁에게 내놓은 상황은 '무사만루의 중심타선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지혁은 마저 대답했다.


"모두 좌타자인 클린업이니 바깥쪽의 노심 패스트볼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역회전 공 말이지. 하긴, 그쪽도 자료가 없을 테니 재미를 볼 수 있겠지."

"언제나 제 직구를 노리고 있을 테니 직구만을 생각하게 만들면……."

"그거 컨트롤은 할 수 있는 거지? 날씨나 상황이 그랬다곤 해도 위험한 건 위험한 거였어."

"……노력하겠습니다."


노력하고 싶어도 아직까진 트레이너와 코치들에게 운동 금지 처분을 받고 있는지라 생각밖에 못 하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추웅은 아쉽다는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언제나 직구만 기다리고 있었으니 굳이 배팅 카운트까지 끌고 갈 필요는 없지만, 믿을 만한 변화구가 슬라이더뿐이라는 건 역시 아깝다."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해 네가."


올 시즌 지혁이 지금까지 속구와 슬라이더뿐인 단조로운 2피치로 선발을 하고 있다는 건 나름 대단한 일이었다. 그 한계가 슬슬 나타나고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미래가 기대되는 거겠지.'


올해하고 끝낼 것도 아니었고, 이제 21살 어린 투수. 잘 키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추웅이었다.

지난주의 그 역회전 패스트볼은 일단 그 가능성을 보였다. 발전할 모습이 기대되었다.


이후 볼 배합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나누고 둘의 대화는 그대로 끝났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 미래가 어떻든 현재 사실상의 2피치인 이지혁을 데리고 웨일스의 미친 타선을 어떻게 상대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던 추웅에게 지혁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저…… 그런데 한 가지 물어도 될까요?"

"물어봐."


지혁의 우물쭈물 거리는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며 추웅은 그렇게 대답했다. 지혁 또한 추웅의 현재 행동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좋은 방법들을 가르쳐주시는 당신에게 불만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며 지혁은 마침내 질문했다.


"그…… 내일 선발은 금진이 형이죠?"

"그렇지."

"그다음은 준화 형이고요?"

"그렇겠지?"


역시 로테이션대로 돌아간다.


그렇게 판단한 지혁은 질문을 계속했다.


"그럼 일단 저는 타이탄즈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할 수 있으면 그 팀에 관한 준비를 하고 싶다, 그렇게 이으려던 지혁의 말을 추웅이 바로 잘랐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최근에 영 책을 못 읽어서, 책이 좀 읽고 싶어졌습니다.

읽고 쓰는 것을 병행하지 못 하는 만큼…… 한동안 이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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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5 16.02.21 481 13 12쪽
»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16.02.16 519 14 8쪽
6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2 16.02.12 533 12 9쪽
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8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2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89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8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4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3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0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8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1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1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0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4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49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3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4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2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1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7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1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39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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