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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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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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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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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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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2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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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DUMMY

1


「4이닝 6K 퍼펙트 이지혁…… 아쉬운 노게임 선언」


그야말로 다시 보는 한국시리즈였다.


이지혁(타이푼즈)이 전남 타이푼즈 홈구장에서 열린 리더스와의 시즌 8차전에서 선발 등판했다.


이 경기에서 그는 4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으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4회 말 종료 이후 갑작스럽게 쏟아지기 시작한 폭우로 인해 경기는 아쉽게도 우천 취소가 되었다.


볼거리가 많은 경기였다.


1회 초에 성자성과 8구까지 이어진 승부 끝에 이지혁이 던진 역회전 패스트볼을 시작으로, 1회 말 주원찬의 기습 번트 내야 안타와 나이고쿠 토우진(리더스)의 너클볼. 3회 말 좌익수 최원우의 홈 보살과 4회 초 변강수의 홈런성 타구를 낚아채는 중견수 이태화의 펜스 플레이, 그리고 처음 보는 너클볼을 3구 만에 파악하고 잡아당겨 만든 박호승의 솔로 홈런까지.


양 팀의 선수들은 경기 내내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이며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이지혁은 1회 초 선두타자 변강수를 눈높이로 날아오는 빠른 공을 통해 공 단 3개로 삼진을 잡아내며 깔끔하게 출발했다. 2번 박두희 또한 같은 높이의 빠른 공으로 삼진. 이후 이어지는 클린업 성자성에게 빠른 공이 커트 당하기도 했으나 이지혁은 몸쪽으로 붙은 볼에서 순식간에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드는 ‘역회전 패스트볼’(151km/h)을 선보이며 또다시 삼진.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여느 때와 같이 안정감 넘치게 1회를 끝냈다.


2회 초에 첫 타자 최원우를 다시 5구 만에 삼진. 3회 초에는 마지막 타자 김영진을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순조로운 흐름을 이어갔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4회 초 선두 타자 변강수에게 던진 초구가 존의 높은 곳으로 형성되는 실투가 되어 큼지막한 홈런성 타구를 허용했던 이지혁은 이어지는 박두희와의 대결에서 나온 날카로운 타구가 머리를 향하는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며 그대로 마운드에 쓰러지고 말았다.


타구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글러브로 막아낸 이지혁은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으나 현재 병원으로 이동하여 정밀 진단을 진행하고 있다고 구단 측은 설명했다.


4회 말 종료 이후 내려진 비로 인해 30분 동안 중단되었던 경기는 결국 취소되었다.


한국야구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환불 관련 내용을 게시함과 동시에 오늘 취소된 이 경기는 기존 정규 시즌의 모든 경기 일정 종료(144번째 경기) 후 재편성될 것임을 밝혔다.


우승을 다투는 양 팀의 이 마지막 한 경기가 차후 얼마만큼의 무게를 지니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우천 취소 경기의 성립은 5회 말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5회 말 이전에 경기가 취소된 경구에는 우천 취소와 동일하게 처리. 단 5회 초를 마친 상황에서 홈팀이 리드 시 강우 콜드 게임이 된다.


6회 초 이후에 경기가 취소된 경우 강우 콜드 게임으로 처리 되며 해당 경기의 모든 기록이 인정받는다.


 -늘여름스포츠, 성준영.




국민거품세탁기 : 경기 영상 보니까 갓(GOD)지혁 모드던데 많이 아까웠을 것 같다. 던지는 게 난 무슨 작년 한국시리즈 다시 보는 줄.

 ▷re) 익명1 : 그때보다 더 진화했는데요. 작년 수준이라니 인정할 수 없네요.

 ▷re) 익명2 : 리더스팬이지만, 인정합니다.

 ▷re) 국민거품세탁기 : 진화는 잘 모르겠고. 작년처럼 뒷일 생각 안 하고 막 달리는 것 같았던 건 인정하시는 게?

 ▷re) 우린언제나딴다 : 막하긴 막 했지. 너무 쉽게 막 던졌을 뿐!



지나가던익명 : 평소랑 다르게 계속 바깥쪽을 찌르질 않나, 갑자기 비가 쏟아지질 않나, 머리에 맞을 뻔하질 않나. 난 김광진의 저주를 이 사람도 피하질 못하는구나 하면서 조마조마했다.

 ▷re) 우린언제나딴다 : 몸쪽 영점 안 잡히더라. 그래도 그걸 바깥쪽 역회전공 던지면서 바로 해결책 찾아내는 것 보면 물건 아님? 피는 못 속이는 듯.



나라같은지옥 : 되는 사람은 뭘 해도 된다더니 부인은 미인이요, 아들을 낳았더니 파이어볼러, 딸을 낳았더니 여신이더라. 그 아들의 여자 친구마저 여신이시니 역시 세상은 불공평하다.




2


타이푼즈 구단과 협약을 맺고 있는 구장 근처의 한 대학병원.


한 번 넘어진 것 가지고 온몸을 각종 기계로 찍어대는 것을 경험하는 피촬영자 지혁은 고마우면서도 조마조마한 기분이었다.


7년 전 마지막 우승의 뒤로 타이푼즈는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우승 이후 시작된 선수들의 부상 릴레이. 기존 주전급 우승 멤버들뿐만이 아닌 갓 데뷔한 신인들마저 드러눕기 시작하자 구단 안에 귀신이 들었다는 말까지 돌았다.


걸어서 들어온 젊은 피들이 실려서 병원으로 향하는 것이 반복되자 누군가는 “타이푼즈의 미래를 보려는 자, 병원을 보라.” 라는 희대의 명언을 남겼다.


지나치게 뒷일 생각하지 않고 달려온 선수들의 투혼과 그로 말미암은 혹사, 그리고 기존의 부실했던 관리체계가 연일 안팎으로 지적받자 구단은 모기업 차원에서 즉시 개혁에 들어갔다.


2군보다 더 아래 단계의, 대부분이 육성 선수들과 재활 선수들로 이루어진 3군 체제. 재활과 몸 관리에 뛰어나다는 코치들과 트레이너들을 대거 영입하고 건강 문제를 민감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기업 내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느냐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치는 사람들도 나왔으나, 기업으로썬 막대한 계약금과 연봉 주고 데려온 선수들이 몇 년씩 놀면서 그 돈을 다 날리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입장.


그 덕인지 그 탓인지 구단 자체의 건강 검진에서 쉽게 넘기기 힘든 위험 요소를 발견할 경우에는 곧장 1군에서 내려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혁도 그렇게 될지, 너무 불안했다.


1군 수석 코치 신재중과 트레이너를 뒤에 두고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있던 지혁. 간단한 검사 기록부터 살펴보던 의사는 그런 그의 얼굴을 보고 안심하라며 웃었다.


“당장은 특별히 문제가 될 건 없어 보이네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것들은 기다려 봐야 알겠지만, 멀쩡할 것 같습니다. 저도 경기 보다가 아찔했는데 정말 다행이시네요?”

“경기 보셨나요?”

“봐야죠. 주말에 저 보려고 이곳까지 오는 사람들은 다 정해져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염증 같은 게 생길지도 모르니까 주의하시는 게 좋습니다. 다음 경기 전까지 왼손은 특히 조심하는 게 좋겠네요. 이 염증이 습관성이 되면 정말 귀찮아지실 겁니다. 음, 앞으로 나올 다른 검사들에서 이상이 나오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자료야 구단에 넘기겠지만, 별 얘기 없으면 안심하세요.”


그런 의사의 말에 지혁은 겨우 걱정을 덜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본래 하얀 천장이 왠지 오늘은 유독 밝아 보였다. 앞으로 이어질 자신의 미래가 이 천장처럼 새하얗게 빛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와~, 다행이다……!”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




병원의 출구로 향하는 복도. 주말인데도 병원에 용무가 있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지혁은 동행한 수석 코치, 트레이너와 함께 그곳을 걷고 있었다.


지옥에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으로 밝게 미소를 짓고 있는 지혁. 그런 지혁을 보는 두 사람 또한 괜히 기뻐졌다.


타이푼즈 프론트의 수석 트레이너 김병훈이 그런 지혁을 향해 말했다.


“이지혁 선수 구단에 결과 오기 전까지 운동 금지입니다.”


실실 웃고 있던 지혁의 얼굴은 그런 병훈의 말에 삽시간에 굳어져 버렸다.


“예!?”

“손쓰는 운동은 다 하면 안 돼요. 아니 그냥 운동하지 마요. 제발 좀 쉬어요.”

“정말로요?”

“진짜로.”

“……예…….”


갑자기 떨어진 그 청천벽력 같은 트레이너의 말에 지혁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것은 아주 잠깐. 여태까지 그의 말을 들어서 잘못된 적은 없었던 만큼 지혁은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혁의 대답에 만족한 듯 웃은 병훈은 이번에는 같이 걷고 있던 수석 코치 신재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셨죠? 코치님들도 절대 뭐 시키시고 그러시면 절대 안 됩니다.”


그때까지 말없이 복도를 걷고 있던 신재중은 그게 뭐 어려운 일이겠냐며 간단하게 대답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애초에 현재 김수룡 체제에서는 시즌 중 코치들이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는 게 원칙이었으니 말이다.


이후 심각한 기색으로 고민하던 얼굴의 지혁은 걷던 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트레이너에게 물었다.


“……그럼 전 대체 다음 주까지 뭘 해야죠?”

“쉬시라니까요! 체력을 늘리기 전에 체력이 떨어질 판이신데 지금. 이지혁 선수, 연습이랑 훈련에 열심히 인 건 좋지만, 여태 만족스러운 결과가 안 나오는 이유는 뭘지 아셔야 합니다.”

“……예.”


그렇게 대답하는 지혁은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온몸이 근질근질해서 안달이 날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작가의말

정말 쓰고 있는 저로서도 참 고마운 작품입니다.

글을 쓸 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배우게 해주고 있어요.

아는 것과 하는 건 다르지만.


연참대전의 마지막 주입니다. 여기까지 왔네요.

이런 글이지만,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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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5 16.02.21 481 13 12쪽
6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16.02.16 519 14 8쪽
6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2 16.02.12 533 12 9쪽
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8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2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90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8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5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4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1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8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1 10 9쪽
»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2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0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4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49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3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4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2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1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8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2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39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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