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기록장

A Son of The Pitcher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일반소설

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12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1.22 19:14
조회
634
추천
18
글자
9쪽

수중전 - 10

DUMMY

**


‘좋아, 좋아. 재밌어. 좋다고. 또 한 번 던져봐!’


이렇게 당하기만 한 채로 끝날 순 없다고 생각했다.


순식간에 기세가 올라버린 상대 팀의 투수. 이 기세 좋은 투수를 자신의 방망이로 한 번에 꺾어버리겠다고 각오했다.


‘갑자기 잘 듣잖아? 몰아넣었잖아? 기세 좋은데 또 던지고 싶지 않아? 그렇지?’


자성은 눈에 힘을 잔뜩 쥔 채 지혁을 향해 재미있다며 웃어 보였다.


그와 눈이 마주친 지혁은 굉장히 평온해 보이는 눈빛.


‘아주 잔뜩 화가 나 있군.’


화가 났을지도 단순히 약이 오른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타자의 눈에서는 어떻게든 자신을 두들겨 주겠다는 각오가 느껴지고 있었다.


아주 잠깐 그렇게 타자와 시선을 마주했던 지혁은 다시 그 시선을 추웅의 손으로 향했다.


‘사인은…… 죄송합니다. 지금은 다른 거로.’


바로바로 이어지는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저으며 지혁은 자신이 직접 사인을 보냈다.


추웅의 사인을 신인 투수들이 어떻게 거절하겠냐고 추웅에게 따져 묻던 강훈은 이런 자신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갑자기 든 그런 사족을 머릿속에서 바로 날려버리고 지혁은 다시 나오는 추웅의 사인을 확인했다.


한 번 거절했을 뿐인데 바로 자신이 원하는 그 공을 요구해주는 포수. 분명 그도 계속해서 머릿속에 담고 있었던 공이라는 소리일 터.


지혁은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준비에 들어갔다.


타자, 그리고 추웅과 추웅의 미트를 바라보며 지혁은 강하게 공을 흩뿌렸다.


지혁의 제3구는 그렇게 허공을 가르기 시작했다.


‘음? 여기서?’


또다시 오는 바깥쪽 공의 그 코스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전의 두 공과 비교하자면 그 위력이 너무 부족하게 느껴졌다.


‘조금 밋밋한데……?’


충분히-시간상으로는 잠깐이겠지만- 기다렸지만, 여전한 그 공.


몰아넣은 다음에 던지는 게 또 실투냐고 생각하며 타자 성자성은 이번 타석의 2번째 스윙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분명히 맞췄다고 생각하며 그는 망설임 없이 방망이를 그대로 휘둘렀다.


그러자 공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 ……아. 그거구나.’


맞추지 못할 것이란 것을 깨달은 그 순간 속으로 눈물이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


정말 바로 그 직전까지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 공이 갑자기 중력을 받아들였다.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추락.


공이 굉장히 멀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타자는 한 번 휘두르기 시작한 방망이를 멈추는 데 실패했다.


변화한 그 공은 그대로, 진즉부터 바닥을 향해 있었던 포수의 미트 속으로 쏙 들어갔다.


직후 심판의 격렬한 제스처가 이어졌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와아아아아!


들려오는 관중들의 환호 소리를 등에 진 채 지혁은 주먹을 쥐며 3루 쪽을 향해 빙글 돌아 그대로 자신의 덕아웃으로 향했다.


반면, 오늘 이것으로 연속 삼진을 기록하게 된 자성은 쉽사리 그 타석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초반에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결과가 이러니까 돌아가야 하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다. 스파이크가 땅에 박혀버린 기분.


‘여기서 슬라이더라니…….’


여태의 직구와는 다른 위화감을 느꼈을 때 눈치챘어야 했다.


어쩌면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속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속지 않았다면 타이푼즈의 배터리가 먹히지도 않는 슬라이더를 던지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었을 테고, 그럼 정말 자신들의 작전인 직구를 노리는 것이 더욱 수월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자신은 실패했고 결과는 삼진이다.


‘평소에는 이럴 때 잘만 참았으면서 왜 하필 오늘 이럴까~!’


조금 자만심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는 반성을 하며 그는 터벅터벅 발걸음을 1루 측 덕아웃으로 향했다.




**




“정말 네 슬라이더는 보물이다. 받을 때마다 마음에 들어.”

“하하. 감사합니다!”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히는 큰 타구가 나오고, 그다음 타구는 투수 자신의 머리를 향했던 위험천만했던 상황이 연속해서 일어났었다.


투수에 따라서 충분히 흔들릴 수 있던 그 상황에서 때마침 들어선 타자가 성자성이라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하는 추웅이었다.


지혁이 자성과 마주할 때마다 이상한 스위치가 들어간다면, 그와 반대로 자성은 지혁을 편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마 둘이 가지고 있는 서로에 대한 기억이 정반대의 상황이었기 때문일 터. 어쨌든 그 덕에 4회를 마칠 수 있으니 추웅의 입장에서는 잘 된 일이었다.


‘앞으로도 이용해 먹을 수 있으면 편하겠지만, 그 녀석이 그렇게 멍청한 재목일 리가 없지.’


이제 4회 말을 준비하는 타이푼즈의 덕아웃.


4번 박호승부터 시작하는 이번 공격에서 8번인 그는 지혁과 팀의 또 다른 포수인 한성구의 도움을 받으며 착용한 장비를 떼어내고 있었다.


자신의 앞에 4타자나 있었지만, 그는 자신에게까지 기회가 충분히 올 것으로 믿었다.


이내 장비를 모두 풀어내고 몸이 가벼워진 추웅은 지혁의 손을 살피며 물었다.


“던질 때 어디 이상한 것 없었어? 아프거나?”


이미 들어올 때 트레이너와 코치들이 했던 말들이었겠지만, 그는 그렇게 굳이 다시 한 번 질문했다.


아픈 거야, 안 그런 사람이 없는 게 이 무대였으니 내려가자는 말 같은 걸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자신은 포수로서 투수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이 투수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못하는 건 뭔지 알아둬야 다음 수비를 준비할 수 있으니까.


지혁은 그런 그의 물음에 문제없다며 대답했다.


“딱히 그런 느낌은 없습니다.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조금 힘이 넘치고 있습니다.”

“손 말고 다친 데는?”

“없습니다. 아, 손도 안 다쳤습니다!”

“…….”

“……하하.”

“……그럼 그렇게 알고 있을게? 그리고 기운이 넘친다고 하니까 좋긴 좋은데, 너무 달리지는 마. 오늘 너 좀 오래 던져야 하는 것 알고 있지?”

“바라던 바입니다.”

“믿음직하다.”


이후 장비를 챙겨서 옆에 두고 추웅은 곁의 동료들과 함께 호승의 타석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여지없이 날아오는 너클볼들에 연달아서 헛스윙.


그 직후 타석에 있는 타이푼즈의 4번 타자는 타임을 요청하고서 타석을 빠져나왔다.


타석의 밖으로 나온 그는 이후 몇 번 스윙하는 시늉을 하고 난 다음 다시 타석으로 복귀하려다가, 갑자기 자기 스파이크의 끈이 풀렸다면서 다시 조금 시간을 끌었다.


멀쩡한 쪽까지 더욱 단단히 조인 후에야 그는 쾌활하게 웃으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다시 타석 안으로 들어왔다.


나갔을 때와 들어온 후의 눈빛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저 형이 저렇게까지 필사적인 건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한 것은 어느새 추웅의 옆에 와서 나란히 선 어제의 선발 투수 이은석.


여름의 한창때로 접어드는 지금 시기에 구단 로고가 새겨져 있는 얇은 춘추형 후드티를 입은 그는 한기를 느끼는 듯 팔짱을 낀 채 양팔을 비비며 발까지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전까지 덕아웃 깊숙한 곳에서 은석과 열띤 토론을 한참 주고받던 유인화도 어느새 그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배트를 쥐고 있다고 가정하고서는 자신의 왼손을 살살 움직이며 상대 투수의 타이밍을 파악하고 있던 추웅은 그런 은석의 말에 대답했다.


“첫 타석에서 자기 걸렀다고 엄청나게 아쉬워하시더라. 저런 공을 앞으로 자기가 언제 어디서 또 보겠냐면서 꼭 쳐보고 싶다던데.”

“은퇴할 생각도 없으시면서 하는 말은 꼭 살 날 얼마 안 남은 노인처럼 하네! 자기가 아니라 저 투수가 다른 곳으로 갈까 봐 그런 거면서!”

“그나저나 저 형이 저렇게 끌려다니면서 헛스윙한 게 대체 얼마만…….”


따악!


“……어?”

“하하……!”


와아아아아!


갑자기 자신들의 눈 앞에 펼쳐진 그 거짓말 같은 광경에 그들은 다음 대화를 진행할 수 없었다.


배트걸이 쉽게 주워가라고 방망이를 저만치 내던진 박호승은 그대로 빠르게 그라운드의 다이아몬드를 돌기 시작했다.


투수 토우진이 허탈한 웃음과 함께 담장을 넘어가는 자신의 공, 호승의 타구를 바라보고 있었고, 관중들은 하나같이 타자 박호승의 이름 세 글자를 연호했다.


“진짜 괴물 같은 인간.”

“저 나이 먹고 저러는 게 어디 있어? 와……, 주장님 치트키 쓰신다.”


그런 덕아웃의 경외심 섞인 투덜거림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승은 자신의 후속 타자인 브렛 히트와 기세 좋게 하이파이브를 나누고서 그대로 덕아웃에 금의환향했다.


작가의말

내일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마도로스37
    작성일
    16.01.22 19:32
    No. 1

    어디선가 너클볼은 비오면 쥐약 이라던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하늘하늘해
    작성일
    16.01.22 19:49
    No. 2

    디키가 비 올 때는 영...
    기압이 낮아지고 물이 묻다 보니 회전이 걸리나 봅니다.
    공교롭게도 이곳에서도 맞추기 시작하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ㅎㅎ

    언제나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 Son of The Pitch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드문드문 연재하게 될 것 같습니다 16.02.15 371 0 -
공지 각 팀과 소속 선수들, 그 외 인물들 16.01.10 1,057 0 -
66 외나무다리 걷어차기 - 1 16.03.05 564 7 7쪽
6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5 16.02.21 482 13 12쪽
6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16.02.16 519 14 8쪽
6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2 16.02.12 533 12 9쪽
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9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2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90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8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5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4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1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9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2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2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1 14 8쪽
» 수중전 - 10 +2 16.01.22 635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49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3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5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2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2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8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2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40 1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