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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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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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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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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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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1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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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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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수중전 - 2

DUMMY

3


식전 행사가 끝나가는, 만지면 질척일 것 같은 질감의 하늘 아래 경기장.


대다수의 관객들 입장이 완료되어 가는 관중석은 불안한 날씨 속에서도 빼곡하게 들어찬 만원사례였다.


연고 지역 사이에 거리가 꽤 있기에 대다수는 타이푼즈를 응원하러 온 팬들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원정석을 보면 리더스를 상징하는 파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열성팬들도 보였다.


보통 다른 구장에서는 원정석일, 3루 측 내야의 홈팀 응원석에 앉아 있던 문아는 그런 관중들의 물결에 감탄하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사람이 굉장히 많아요. 날씨가 좋지 않은데도 다들 대단하네요?”


야구를 좋아했으나, 야구장 직관은 그다지 하지 못했던 문아로서는 오래간만에 찾아온 야구장의 만원 관중 무리가 새삼 거대하게 느껴졌다.


가족끼리의 휴식 겸 소풍, 연인들의 데이트, 친구끼리의 응원, 홀로 혹은 무리 지어 찾아온 열성팬들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문아의 옆이자, 자신의 어머니 옆.


그 둘의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던 미연은, 여름이 다가오는 요즘 시기에 먹구름 낀 지금의 날씨가 많이 불쾌했는지 자신의 긴 머리를 들어 올려 끈으로 묶으며 문아의 그런 말을 받았다.


“오늘하고 내일 경기가 끝나면 이제 타이푼즈는 전반기 홈경기가 없으니까요.”


머리를 들어 올릴 때 드러난 그 가느다랗고 하얀 목선은 뭇 남성들의 가슴을 떨리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랬지 참…….”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오빠를 보러 왔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제 오빠지만, 조금 자랑하고 싶어지네요.”

“아무래도 거기까지는…….”


자신들이야 당연히 지혁의 선발 경기이기에 여기 있는 것이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5선발과 상대 1선발의 맞대결에서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 선발이 활약하거나 이기는 것을 바라고 올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 점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조금 부정적이 되는 문아였다.


미연은 들어올 때 받은 작은 부채를 부치며, 그런 문아의 생각을 알겠다는 듯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냥 생각은 그렇게 하는 거죠. ……그래도 이번 화요일에 있었던 만원 관중의 원인에는 분명 오빠의 공도 있었다고 하니까.”


그러고는 주변의 다른 눈은 신경도 안 쓰는 듯 상의의 목과 배 부분을 거리낌 없이 펄럭이며 바람을 부쳐 넣기 시작했다.


미연의 그 행동에 문아가 당황하여 말리려고 입을 열기 전, 그보다 먼저 미연의 어머니 지숙이 그런 미연의 행동을 꾸짖었다.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손등을 세게 때린 자기 어머니의 그 행동에 미연이 울상을 지었다.


“더운데 아프기까지 해요, 언니……!”

“하하하…….”


이윽고 모든 식전 행사가 끝나고, 타이푼즈의 선수들이 1회 초 수비를 위해 의욕 넘치는 힘찬 함성과 함께 그라운드 위로 뛰쳐나갔다.


그 모습에 팬들이 이제 드디어 시작한다며 박수와 환호를 보내기 시작해, 관중석과 경기장은 금방 시끌벅적해졌다.


그리고 그런 소리의 무리에서도, 유독 잘 들리는, 귓속을 직접 때리는 듯한 흥분 가득한 목소리들이 있었다.


꺄악, 오빠!

지혁아!

이지혁!

보여줘라, 불효자!


“이, 갑자기 다들 왜……!?”


지혁이 마운드에 향하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터지기 시작한 그런 목소리들에 문아는 영문을 알 수가 없어서 당황해야만 했다.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야 있긴 있었다지만, 이 정도였나?


그런 주변의 반응에 미연은 그것 보라며 자랑스러운 듯 한껏 미소 지으며 덩달아 외치기 시작했다.


“저, 학과 선배들이 오빠 알자마자 계속 안 된다니까 다리 좀 놔달라고 꼬리치는데 정말 짜증나서! 언니, 오빠 어디 가기 전에 먼저 도장부터 찍는 게 어때요? ……오빠 파이팅!”


주변의 사람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일어서서 그렇게 소리치는 미연의 모습은, 보통 보기 힘들다던 사이좋은 남매의 그 모습이었다.


“지혁아…….”


그런 주변의 모습에 왠지 자기 연인의 또 다른 모습을 알게 된 것만 같아, 문아의 가슴 속은 알 수 없는 두근거림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익숙하면 익숙하고, 낯설다면 이 정도의 기세는 낯설다고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환호에 둘러싸여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까지 가만히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던 지혁은, 이내 주심의 콜과 동시에 눈을 떴다.


“……!”


그러자 갑자기 관중석까지 엄습하는 압도적인 기백.


관중들은 그 기운에 몸이 자신들의 몸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저건 자기 아빠 쏙 빼닮았네!


“언니, 얼굴이 빨간데 어디 아파요?”

“어? 그, 그래?”

“뭐 설마 지금 모습 보고 갑자기 다시 반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죠?”

“그게…….”

“……부럽네요. 정말!”


그 직후, 갑자기 관중석까지 지배하는 그 압도적인 존재감과 함께 던진 제1구에, 경기장의 모든 관중은 흥분하여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4


[오늘 타이푼즈의 선발 투수는 이지혁 선수입니다. 올 시즌 13경기에 출전, 12번의 선발 등판 동안 4승 3패, 평균자책점 3.39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탈삼진 67개를 기록할 동안 몸에 맞는 공 없이 사사구 19개, 피홈런은 2개가 있습니다. 재밌는 건 올 시즌 지금 경기 전까지 리더스의 경기에서 2번 등판해서 2경기 모두 이겼어요!]

[예, 그렇습니다. 리더스와의 경기 때마다 마치 칼을 갈고 나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렇지만 올 시즌 기록하고 있는 이 피홈런 2개가 모두 리더스에게 맞았다는 걸 생각하고 주의해야 할 겁니다.]

[작년 정규 시즌 막바지에 혜성처럼 등장해 포스트시즌까지 맹활약한 ‘투혼의 불효자’ 이지혁 선수. 사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강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으로 지목됐었는데, 위원님 올 시즌 현재까지 봤을 때 신인왕 향방이 어떻게 되시리라 생각하시는지요?]

[전반기가 끝나가고 있는 지금까지 특별히 앞서나가고 있는 신인 선수는 아직 없거든요. 굳이 뽑아야 한다면, 어찌 됐든 주목받고 있는 선수는 지금 저기 있는 이지혁 선수와 타이탄즈의 이재천 선수 둘 정도뿐입니다.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에서 맞붙게 되는 두 팀인 만큼 이 두 선수의 맞대결 성사 여부도 기대됩니다. ……아, 얘기가 빠졌나요? 다시 말씀드리자면, 앞으로의 활약상에 따라 누구든지 가능성이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예, 말씀드리는 순간 투수 이제 초구를 던집니다!]


초구는 선두타자인 우타자의 바깥쪽에 가볍게 던져서 스트라이크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절대 가볍지 않았던 그 구위 덕에,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놀란 타자가 눈을 크게 뜨고 미트에 들어간 공을 보며 탄성을 냈다.


[초구부터 148km/h!]

[이지혁 선수의 평균 이닝은 5이닝 수준밖에 안 되지만, 그러면서도 던지는 동안에는 계속 안정감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일부에서 바라곤 하는 마무리 투수 이지혁.


그 이유는 바로 등판 첫 회의 그 뛰어난 안정감에 있었다.


프로 데뷔 이후 2군을 포함하여 그 어느 경기,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등판한 게임의 첫 이닝에는 절대 실점하는 법이 없었다.


‘어쩌면, 아니 분명 지금까지 처음부터 힘을 죄다 써버리는 투구 습관 탓이었겠지만, 오늘은 정말 몸이 가볍다! 좋아, 괜히 힘이 더 들어가거나 하지 않고 있어.’


초구의 그 만족스러운 결과에 지혁 또한 속으로 웃으며 포수가 던져주는 공을 받았다.


이어서 바로 내려오는 두 번째 사인.


다시 한 번 바깥쪽 속구를 요구하는 추웅의 신호에 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보다 조금 더 빠듯하게 스트라이크존 끝을 지나야 하는 이번 공.


여태까지는 방금 같은 구위를 유지하면서 그런 컨트롤을 발휘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왠지 지금은 잘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다시 한 번 미트를 바라보며 2구째를 던졌다.


타자의 방망이가 맹렬하게 돌았으나, 그러나 아무런 일도 없었다.


[2구도 빠른 공! 타자가 있는 힘껏 휘둘러 봤지만, 공에 전혀 닿지 않았습니다!]

[하하, 이 타자 맞추는 데 일가견이 있는 공격적인 타자거든요? 분명 노린 곳에 온 것 같았는데 말이죠?]

[카운트는 이제 노볼 2스트라이크! 자, 과연 3구는 어떤 공을 던질지!]

[이지혁 투수 급하면 안 됩니다. 자신이 유리하다는 걸 알아야 해요!]


‘……알겠습니다.’


포수 황추웅의 이어지는 3구 사인에 지혁은 추웅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다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2스트라이크에 몰린 타자의 집중력 넘치는 눈빛을 직시하고 지혁은 다리를 들어 올렸다.


빠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삼진! 타자, 눈높이로 들어오는 빠른 공에 참지 못하고 방망이를 내고 맙니다!]

[어제는 그렇게 끈질기게 참고 버텨냈던 타자가 오늘은 이렇게 3구 만에 물러나네요!]


마치 자신에게 직접 달려드는 듯한, 그 너무나도 눈에 확연히 들어오는 속구에 타자가 방망이를 돌리고 물러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지혁은 느낌이 좋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시작부터 펼쳐지는 그 화끈한 강속구 쇼에 관중들은 환호로 보답했다.


작가의말

오늘 보니까 한 번 또 탈락했다가 복구됐습니다.


하하,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어필할 수 있는 기회일 것 같았는데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어차피 저야 주5일 연재하고 있었으니 꼬박꼬박 연재하겠지만요.


이 연참대전이 멀쩡하게 돌아간다면 당분간은 토요일에도 올리겠죠?


언제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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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5 16.02.21 481 13 12쪽
6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16.02.16 519 14 8쪽
6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2 16.02.12 533 12 9쪽
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8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2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89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8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4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4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0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8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1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1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0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4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49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3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4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2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1 15 9쪽
» 수중전 - 2 +2 16.01.13 658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1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39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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