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기록장

A Son of The Pitcher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일반소설

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01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2.03 20:14
조회
689
추천
12
글자
9쪽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DUMMY

4


“아버지!”


이번 주의 마지막 경기가 끝난 경기장 건물의 내부.


지혁은 원정팀이 사용하는 출구로 이어지는 복도를 바로 달려갔다. 아직 나가지 않은 자신의 아버지를 발견해, 그 기세로 곧장 불러 세웠다.


그러자 아버지인 우진을 비롯해서 돌아서는 리더스의 선수들. 그런 사람들에게 우진은 먼저 가 있으라고 말하고서 자기 아들과 복도 한 곳에 섰다.


“무슨 일이냐 아들? 나도 실컷 대화하고는 싶은데…… 우리(리더스) 이제 돌아가야 하는 거 알지?”


원정 일정을 다 마쳤으니 이제 다시 팀의 홈구장이 위치한 경북으로 돌아가야 하는 리더스다. 대기록의 희생양이 된 만큼 평소보다도 더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은 선수들이 많았다. 자신의 개인적인 일로 선수단의 출발을 늦출 순 없었다. 제아무리 이우진이 수석 코치라 할지라도 말이다. 아니, 수석 코치인 만큼 더욱 그래선 안 됐다.


그걸 알면서도 개인적인 욕심으로 자기 아버지를 붙잡고 있는 지혁의 행동은 어쩌면 옳지 못한 일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왠지 이것을 오늘,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또 한참은 못할 것 같았다. 대화도 전화로는 기분이 안 난다. 떠나기 전에 그 육성을 한마디라도 더 많이 듣고 싶었다.


그도 그런 것이, 지혁이 이렇게 웃으면서 아버지와 대화를 하는 게 정말 너무 오래간만이었다.


“가시는 거죠?”

“그렇지.”

“엄마는 아직 여기 계실 거라고 하셨는데. 그럼 집에 혼자 계시는 거예요?”

“……그렇지.”


같은 단어로 질문에 수긍하는 것이었는데, 각 질문에 대한 대답 간격이 너무 달랐다. 자기도 뻔히 그런 성격이면서 자신의 아픈 점을 찌르는 아들이 조금 얄미운 아버지였다.


“외롭진 않으시겠어요?”

“……너랑 미연이 둘 다 외로움 타면 죽으려고 하는 것, 그게 누구한테서 물려받은 것 같아?”

“하하.”


지혁이 프로를 결심한 이유. 미연이 부모가 아닌 지혁을 따라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지역의 대학으로 내려온 이유. 우진이 해외 리그 구단들의 러브콜을 죄다 무시했던 이유.


모두 그 ‘외로움’ 탓이었다.


때와 그 정도, 원인은 항상 달라서 규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가족의 부계 핏줄은 외로워지는 걸 죽기보다 더 싫어한다는 이상한 특징이 있었다.


“……그러면 말이에요.”


지혁은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어 왔던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가시기 전에 저랑 사진이나 하나 찍어요.”

“사진?”


딸도 아니고 아들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기에 우진은 정말 의외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뭔가 잘못들은 줄 알았다. 무엇보다 자기 아들 입에서는 평생 그런 말이 안 나올 줄 알았다.


사실 지혁 또한 자신이 먼저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꺼내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왜 갑자기 사진이야? 징그럽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우진은 자신의 옷매무새와 머리, 얼굴 등을 다시 한 번 다듬고 확인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찍자.”는 뜻임을 파악할 수 있던 아들은 멋쩍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엄마가 문아랑 미연이만 데리고 저 몰래 사진 찍었으니까, 우리도 우리끼리 찍어요.”

“그거 마음에 담고 있었구나?”

“제가 어느 분의 아들이겠어요?”

“사실 나도 좀 아쉬웠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부자는 나란히 서서 자신들의 얼굴을 스마트폰 카메라의 화면 안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려니, 그 모습에 누군가가 갑자기 달려들듯 끼어들었다.


“어? 코치님이랑? 나도, 아니 저도 찍어요! 저도!”

“……?”


그렇게 끼어든 그 남자는 현 리더스의 주전 3루수이자 중심 타선의 일원, 그리고 지난 시즌 신인왕인 성자성. 프로야구 선수 중에서도 꽤 큰 키에 반반하게 생긴 얼굴. 조금 근육은 부족하게 느껴지는 그 체격은 차라리 야구선수보다는 모델이 어울렸다.


하지만 그런 겉모습과는 달리 지혁과 힘 대 힘으로 맞붙어서 승리했던 상대. 그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이 아직 응어리져 있던 지혁은 달려드는 그를 보며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성자성은 당시에 기죽지 않고 힘으로 호쾌하게 승부하던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지혁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친해지고 싶었으나, 지혁은 반대로 그가 조금 껄끄러웠다. 어쩌면 그저 ‘졌다.’는 마음에 의한 자격지심일지도 모르겠다.


“네가 거기에 왜 끼냐 왜!”


자신과 아버지, 그 둘과 같이 사진 찍자고 달려드는 자성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지혁이 고민하고 있으려니, 때마침 나타난 어떤 두꺼운 손이 자성의 목덜미를 우악스럽게 움켜쥔 채 끌고 갔다.


“으헉……! 모, 목이요……! 콜록콜록…… 우형배 선배님, 저 한 장만 찍고 가면 안 되겠습니까!?”

“가족사진 방해하는 거 아니야 이 녀석아! 코치님 짐이나 들어!”

“예~! 아, 지혁아! 나중에 또 보자!”

“……너 내 짐도 들래?”

“당장 가겠습니다!”


팀의 대선배에게 끌려나가는, 그러면서도 자신을 향한 친한 척을 멈추지 않는 자성. 지혁은 그런 그를 향해 그저 어떻게든 웃고 고개 숙일 뿐이었다.


이윽고 아버지와의 사진을 깔끔하게 찍고, 지혁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우진에게도 그 사진을 전송했다. 블루투스를 쓸까도 생각했지만, 조금 귀찮았다. 우진이 모르기도 했고.


우진에게 사진이 제대로 전송됐는지 확인하고 지혁은 찍은 그 사진을 자신의 프로필로 바꾸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용무를 마친 스마트폰을 도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사진을 보고 작게 웃고 있는 우진에게 말했다.


“언젠가는 꼭 한 번쯤 같은 팀에서 야구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무슨 말을 하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너 팀 옮기고 싶으냐? 여기로 오고 싶어서?”

“아뇨. 전 여기가 좋아요.”

“그럼 나보고 오라는 소리겠다만, 코치나 감독이 팀을 옮긴다는 게 좋은 경우일 때가 별로 없어서 이 아버지는 영 내키지가 않는다.”

“그럼 올스타라도…… 이것도 서로 소속이 다르네요. 하긴 그 이전에 일단 인기가 많아야죠.”


꿈은 그저 꿈인가 보다.


지혁이 그렇게 답이 없나 생각하고 있으려니 우진이 빙긋 웃었다.


“내년이나 그 뒤에 국가대표나 될 수 있어야 가망 있겠구나?”

“국가대표라니…….”


상쾌하게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하는 아버지. 하지만 같은 단어를 입에 담는 아들의 표정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선뜻 감이 오질 않았다. 지혁 자신과는 너무 멀리 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당연하지만, 작년에 열렸던 아시안 게임에는 나가지 못했다. 지혁 동기들도 다 마찬가지였지만.


내년에 있을 그 대회는…… 아마 ‘지금과 같은 성적’이라면 힘들 터였다.


“하긴 ‘지금의 너’에게는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단어구나.”


아버지는 약간 아쉬운 표정을 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그때 가서는 어떻게 될지 또 모르는 일이지. 아직 반년 이상 시간 있으니까 네가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 ……그렇다고 해서 괜히 너무 무리하지 말고!”

“그렇게 말하고서 무리하지 말라니 너무 어려운 말씀 아니에요?”

“무리 안 해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한 해 동안 무리해서 나갔다가 몸 망가지면 그게 더 미련한 거야. 차라리 수준을 인정하고 포기하는 게 낫지.”


어느 정도는 분명 우진이 지혁의 투지를 일부러 자극한 것이 분명했다. 무리하지 말라는 것도 진심일 것이다. 어쩌면 우진은 자기 입으로 했던 말처럼 지혁이 할 수 있는 것만 제대로 해도 가망이 있으리라고 판단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지혁은 당장은 지금 얘기를 가슴속에 담아 두지 않기로 했다. 유니폼에 조국의 이름을 새긴 자신의 모습은 솔직하게 탐이 났지만, 지금 지혁은 국내 리그만으로도 벅찼다. 할 게 너무 많았다. 욕심부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욕심부린다고 될 것도 아닐 테고.


무엇보다 겨우 찾은 초심과 평정심을 다시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럼 난 이만 가보마. ……전화할 수 있으면 하고.”


선수단이 거의 다 나온 모습을 확인하고 우진은 그렇게 지혁의 곁을 떠나 구장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네, 그럴게요.”


마지막으로 자신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뒤돌아서 떠나는 아버지. 그러고는 뒤돌아보지 않고 멀어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향해 지혁은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정말 밉다고 생각했는데, 불과 일주일도 안 걸려서 이렇게 다시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되다니…… 이게 부모·자식이고 가족인가 보다. 자신의 아버지는 잘못된 게 아니라 달랐을 뿐이었다고, 지혁은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자신도 슬슬 정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정말 그때는 집 앞까지의 길이 편안할 줄 알았다.


작가의말

갑자기 댓글을 달아주신 분이 늘어서 놀랐습니다.

봐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시간이 아깝지 않으셨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 Son of The Pitch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드문드문 연재하게 될 것 같습니다 16.02.15 371 0 -
공지 각 팀과 소속 선수들, 그 외 인물들 16.01.10 1,057 0 -
66 외나무다리 걷어차기 - 1 16.03.05 564 7 7쪽
6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5 16.02.21 481 13 12쪽
6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16.02.16 519 14 8쪽
6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2 16.02.12 533 12 9쪽
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8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2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90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8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4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4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1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8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1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1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0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4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49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3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4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2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1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8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2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39 1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