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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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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08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1.26 21:06
조회
501
추천
10
글자
9쪽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DUMMY

**


“응?”


주머니에서 진동을 울리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시작하는 스마트폰.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더니 멈추지 않고 반복해서 우는 그런 자기 물건에 지혁은 자신에게 전화가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전화기를 꺼내 들고서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


이럴 때는 그냥 받아도 되는지, 아니면 이런 행동에도 예의가 따로 있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전화 안 받고 뭐 해? 왜?”


자신을 바라보는 지혁의 안절부절못하는 시선에 곁에 있던 수석 코치 신재중은 대체 뭘 신경 쓰고 있느냐며 지혁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지혁은 그런 그에게 감사하다고 대답하고 스마트폰의 통화 버튼을 가볍게 움직였다.


“응. 왜?”


스피커의 너머에서 그 전화의 발신자, 문아의 침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혁아…….”

“목소리가 왜 그래?”


문득 지난주가 떠오르는 그였다. 윈즈의 김광진, 호세 할루와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던 그 경기가 끝나고 나서 전화했을 때도 이런 분위기였던 문아였다.


그러나 이번의 원인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나 힘들어…….”

“힘들어?”


경기 중에 비가 쏟아져도 자리를 떠나질 않더니 기어코 감기라도 걸린 것일까?


그녀가 걱정되는 지혁이었다.


그런 그가 뭐라고 뒷말을 이으려 했지만, 그 전에 갑자기 일방적으로 스마트폰 너머에서 대화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수화기에서 문아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지혁에게는 그녀보다 더욱 익숙할 수밖에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언니. 이제 쉬는 시간 끝!”

“벌써!? 나, 나 이제 겨우 전화했어……!”



시름시름 죽어가던 차에 갑자기 저승사자라도 만난 노인처럼 화들짝 놀라는 문아의 목소리.


그런 그녀의 근처에서 들리는 음색은 지혁의 동생 이미연의 목소리였다.


“안 돼요. 끝! 오늘 할 거 많아요. 그리고 식칼 사용 방법부터 다시 하셔야겠어요. 우리 엄마 이런 쪽에 굉장히 깐깐하다고요!”

“내가 잘못했어. 살려줘……! 요리 잘하는 미인 여동생이라니 누가 쓴 라이트 노벨이야……!?”


그런 문아의 비명 이후 이어진, 미연의 무언가에 놀라는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통화가 종료됐다.


“……?”


멋대로 끊어진 전화. 통화가 종료됐음을 알리는 자신의 스마트폰 액정 화면을 지혁은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자신은 전화를 받은 것일까, 대화를 엿들은 것일까?


‘집에 같이 있는 것 같으니까 가보면 알겠지.’


그렇게 생각한 지혁은 전화 통화에서는 부재중인 것으로 여겨지는 어머니는 어디 있는 걸까, 하는 의문과 함께 자신의 스마트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




“이지혁 선수, 절대 몸 함부로 하시면 안 됩니다! 아셨죠? 운동이든 뭐든 아~무 것도 하지 마요!”

“예, 그러겠습니다. 태워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


자신의 경기를 날려버린 그 가증스러운 악마의 침들을 맑고 투명한 비닐우산으로 막아내며 지혁은 수석 트레이너 김병훈의 차에서 내렸다.


그 뒤 집 방향조차 반대편일 텐데 기어코 자신을 데려다준 그 고마운 사람이 차를 타고 떠나는 것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차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지혁은 아파트 건물의 내부로 들어섰다.


스마트폰으로 현재 시각을 확인하니 아직 오후 다섯 시조차 지나지 않았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던 그 경기가 비로 인해 얼마 지나지 못해 취소됐던 탓이었다.


‘다음 주까지 생각해보면…… 나 한 1주일도 넘게 제대로 된 경기를 못하고 있는 거구나. 생각해보니까 결국 그게 먹히는지도 확인 못 했잖아? 아니, 그건 안 쓰는 게 제일 좋은 거니까 차라리 다행이지, 좋게 생각해야지 이건.’


후우…….


그래도 역시나 아쉬울 수밖에 없는 그런 마음을 뒤로하며 지혁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맨 꼭대기 층에 자리 잡고 있었던 그것은 잠시 어느 한 층에서 멈춘 뒤 다시 하강을 시작했다.


그 특정 층을 본 지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인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까 요즘 통 본 적이 없네? 전화도 문자도 따로 없고. ……먼저 하려니까 또 그만한 사이는 아닌 것 같고.’


그렇게 문득 떠오른 유민정의 얼굴을 그는 굳이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딱히 죄를 짓는 건 아닐 테다.


무슨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지금 이 문이 열리고 나오는 게 민정 씨면 굉장히 재미있는 우연이겠다만…….’


그러나 복도형인 이 아파트의 한 층당 현재 몇 가구가 살고 있는지를 떠올려보면 지혁의 생각대로 될 가망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혁은 차라리 먼지 집에 갔던 팀의 동료일 확률이 더 높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는 말도 안 되는 기대는 접고 얼른 빨리 승강기에 올라탈 것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그 문이 열리는 것에 맞춰 자신의 몸을 뒤로 뺏다. 안에 있는 사람이 먼저 내려야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승강기의 탑승자가 어서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지혁은 자연스럽게 그 안에 있었던 인물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탑승자는 남녀 한 쌍으로 총 둘이었는데, 굉장히 사이가 좋아 보였다. 특히 남성을 올려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정장 차림의 여인은 근래 보지 못했던 스타일인 굉장히 단아한 느낌의 미인이었다.


웃고 있는 그 눈의 긴 속눈썹과 낮지만 보지 좋은 모양의 코, 붉은 입술. 특히 입술과 눈썹은 하얀 얼굴에 대비되어 더욱 선명한 색을 띠었다.


어깨 위에서 다듬은 머리는 그런 그녀가 웃는 것에 따라 조금씩 찰랑거렸고, 몸에 딱 맞게 맞춘 상의는 그리 튀는 몸매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것을 통해 단아함 속에서 은근한 야릇함을 느끼게 하였다.


턱과 목, 그리고 상의로 계속해서 이어지던 그 라인은 허리를 지나 딱 붙는 정장 치마를 통해 마지막까지 유지되며 정말 보기 좋은 느낌을 냈다.


치마 밑으로 드러난 얇은 다리와 발목을 보고 있으면 그 소유자가 얼마나 자기 관리에 철저한 인물인지 알 수밖에 없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자가 정말 쉴 틈 없이 몸을 움직이는 기자가 맞는지부터 의심하게 할 정도의 그녀, 유민정이었다.


“어? 이지혁! 손 어때, 안 다쳤어!?”


지혁이 갑자기 보게 된 민정에게-기어코 벌어진 그 재미있는 우연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의 탑승자 중 남성이 먼저 지혁을 알아보고 달려들었다.


지혁보다 훨씬 크고 우람한 덩치의 건장한 백인. 타이푼즈의 중심타자인 브렛 히트였다.


지혁은 그런 히트의 격한 반응과 갑자기 벌어진 영어 폭격을 통해 겨우 민정에게 팔렸던 정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어어, 히트! 그…… 아, 손? 괜찮아. 오케이, 오케이! 그런데 이렇게 비 오는데 어디 가?”


about이 어쩌고 hand가 어쩌고 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손에 관한 걸 물었으니 자기 손 얘기일 것 같다고, 그렇게 판단한 지혁의 머리를 쥐어짠 대답과 질문이었다.


“비가 오는데 어딜 가느냐?”고 물을 때 그의 눈동자는 순간 그 자신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재빠르게 민정을 한 번 바라보았다.


지혁이 바라본 두 사람 중 한 명은 그 흔들리는 눈동자의 의미를 눈치챈 것 같았다. 히트는 아니었다.


반가운 마음에 흥분하여 영어를 뱉어냈는데 아무래도 그 탓에 상대방이 당황한 것 같다고 판단한 브렛 히트는 이내 제법 똑바른 한국말을 구사했다.


“집에 다 떨어졌어. 그 식, 식…… 식영…… 아! 쿠킹 오일! 그래! 그거 다 떨어져서 지금 당장 사오라고 했어!”


대답을 마친 그는 잊고 있던 목적을 겨우 떠오르게 해줘서 고맙다면서 지혁과 민정에게 나중에 보자는 인사를 남기고는 곧장 빗속을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


‘아들 때문이겠지. 자기도 오래간만에 쉬고 싶을 텐데 저렇게 급히 달려가고…… 저런 아버지가 정상일 텐데.’


그런 히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혁은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자신의 상념을 날려버렸다.


다 지난 일을 이제 와서 떠올려봤자 어디에 써먹을 수 있겠느냐 싶었다.


그런 다음 지혁은 방금 떠난 히트처럼 ‘자신의 본래 목적’을 행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때까지 자신을 뻔히 바라보고 있던 민정과 눈이 마주쳤다.


“……오랜만이네요.”


지혁은 급히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 그녀를 넋을 놓고 바라봤던 게 왠지 부끄럽고 문아에게 여러모로 죄스러웠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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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5 16.02.21 481 13 12쪽
6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16.02.16 519 14 8쪽
6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2 16.02.12 533 12 9쪽
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9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2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90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8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5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4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1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9 12 8쪽
»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2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2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1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4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49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3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4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2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2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8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2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39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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