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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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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17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1.19 19:52
조회
653
추천
16
글자
10쪽

수중전 - 7

DUMMY

공이 던져질 때 거리를 더 벌리고, 그리고 방망이에 맞았을 때 그 기세로 그대로 3루를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3루로 이동하던 2루 주자 이태화는 타구가 뻗은 직후 자신의 다리를 채찍질하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타구는 어떻게 됐지? 어디에 떨어진 안타가 된 걸까? 홈까지 갈 수 있나?


주루 코치를 바라봤지만, 움직임이 없다.


제발 주자한테 좀 알려주는 게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순식간에 날아간 타구가 안타가 되는 것부터 해서 그가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의 시간은 아주 잠깐이었다.


직감이 없이 눈으로 그 타구를 좇고 있었던 코치의 판단은 그사이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것에 주자가 답답해하고 있을 때 그런 그의 귓가를 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려!”


팬인가?


아니 이 목소리는 자기 동료의 목소리다.


다시, 타격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좌익수 앞으로 향하여, 태화가 직후 동료의 소리를 듣기까지, 그것들은 모두 아주 잠깐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주변의 각종 소리와 동료의 외침, 그것들에 자신에 대한 믿음을 더하여 이태화는 홈까지 뛸 작정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3루에 도달하기 직전에서야 겨우 팔을 돌리며 홈 쇄도를 지시하는 코치의 모습.


“백! 백!”


그리고 그 후 3루를 밟았을 때 들리는 리더스 포수의 다급한 외침에 주자는 달리는 데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달리며 홈을 바라봤을 때 남았던 거리는 20미터 남짓.


비어 있는 홈플레이트를 볼 수 있던 그는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슬라이딩해! 바깥쪽으로!”


그러나 그건 자신만의 생각이었을지.


어느새 다음 타자였던 호승이 대기 타석에서 나와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보며 더 서두르라고 외치는 것이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태화는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 다리부터 홈으로 파고들었다.


교묘하게 각도를 조절해, 몸이 아닌 자신의 손만 살짝 플레이트에 닿을 상황을 만들었다.


플레이트와 떨어져 있는 포수가 주자를 태그하기엔 먼 거리!


[좌익수 백 홈! 홈에서 승부!]


그 순간, 갑자기 태화의 옆에 순식간에 플레이트 위를 파고드는 포수의 미트가 보였다.


태그를 피하고자 홈플레이트 뒤로 향하며 손만 뻗던 자신의 그 행위를, 자신의 미트를 이용해 순식간에 밀어내는 포수의 신속한 움직임.


결국, 태화의 손은 플레이트가 아닌, 아예 넘어지면서 홈을 훑듯이 움직이는 포수의 미트에 닿아야만 했다.


‘아, 망했다.’


뭔 놈의 기술이 이래!?


[아웃, 아웃입니다! 카이트의 빠른 타구보다 더 빠르게 홈을 향해 달렸던 이태화 선수! 하지만 결국 홈에 닿지 못합니다!]

[이야~, 좌익수 최원우 선수! 정말 기가 막힌 송구였습니다!]

[예! 투수 출신임을 과시하는 것처럼 아주 강렬했습니다!]


“아……!”


자신의 아웃 판정 이후, 그대로 잠시 드러누웠던 태화는 아까운 마음이 들어 자기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철퍽!


“……!?”


그러자 갑자기 얼굴에서 느껴지는 질척한 무언가.


“아, 흙! 퉤퉤!”


이게 무슨 망신이냐는 생각과 함께 그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고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느새 빗방울이 꽤 굵어져 있었다.


이제 겨우 3회가 끝난 참인데, 벌써 상당히 쏟아지기 시작한 비.


‘……경기 이거 제대로 할 수 있나?’


홈에서 아웃당한 태화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을 격려하는 호승과 함께 덕아웃으로 귀환했다.




**




4회 초.


마운드에 오르는 지혁은 걷는 발에 심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젖은 흙이 야구화에 엉겨서 은근히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런 경기 오랜만이네.’


투수판 뒤에 있던 흙털이에 자신이 신고 있던 스파이크를 거칠게 문질러서 흙을 최대한 제거하고 나서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를 바라보았다.


3회까지 아홉 명으로 끝맺는 데 성공했던 덕에 4회 초인 지금 타석에 들어서는 리더스의 선두 타자는 다시 1번이었다.


첫 타석에서 지혁에게 삼구삼진으로 물러났던 그 타자, 변강수는 현재 눈에 띌 정도로 배트를 짧게 잡고는 홈플레이트를 향해 바짝 붙어선 상태였다.


눈빛이 제법 공격적이다.


‘원래 굉장히 빠르게 승부를 거는 타자였지. 하지만 어제 은석 형이랑 할 때는 끈질길 정도로 물고 늘어졌어. 그렇지만 좋은 결과는 없었지. 그렇게 물고 늘어질수록 성적이 안 좋은 타자라는 건 알고 있어.’


이 타자는 조금 번거로운 타자였다.


초구, 2구 공략 비율이 상당히 높았고 그럴 때의 성적 또한 매우 좋았다.


그걸 아는 투수들은 그런 그를 상대할 때 결국 초구부터 아슬아슬한 공을 던져 범타를 때리도록 해야만 하는데, 리그 정상급 팀의 1번 타자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뽐내듯 어설픈 볼에는 절대 속지 않을 정도로 선구안 또한 매우 뛰어났다.


‘내 투구 수를 늘릴 생각이라면 또 기다릴지도 모르겠지만…….’


지혁은 리더스가 그렇게 미련할 정도로 선수와 맞지 않는 작전을 강요할 팀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5선발인 자신에게 무슨 거창한 작전을 시도할 것 같지도 않았다.


‘이제 타순이 한 바퀴 돌았으니까 슬슬 익숙해졌겠지. 보통 다른 팀들도 이쯤부터 태세를 전환했어. ……여태까지는 그걸 알면서도 당했었지만, 그렇다고 오늘까지 대놓고 얻어맞기만 할 수는 없지!’


그렇게 각오를 다지고 지혁은 추웅의 사인을 기다렸다.


코스는 몸쪽으로 붙는 볼.


구종은 오늘 기존의 속구(포심 패스트볼)보다 더 많이 던지고 있는 노심 패스트볼.


추웅의 말에 따르면 앞으로의 발전에 따라서는 아예 포심이 아닌 이것을 기본으로 삼아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위력이 좋다고 한다.


오늘이 첫 실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잘 긁히고 있었다.


우타자인 저 타자를 상대로 던지면 몸쪽에 빠듯한 스트라이크존을 형성하다가 몸쪽으로 꺾여 볼이 될 것이다.


빠른 승부를 거는 타자를 상대로 첫 타석에서 초구부터 바깥쪽에 무난한 공을 던지게 했던 추웅은 이미 경기 시작 전부터 리더스의 작전을 예상하고 나왔던 상황.


보통의 다른 팀들처럼 리더스 또한 처음에는 기다리지 않을까 예측했던 추웅의 그 생각은 3회까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록 몸쪽이지만, 초구부터 볼.


‘바로 공격할 거라고 생각하고 계시는구나.’


지혁은 고개를 끄덕이고 공을 던질 자세로 들어갔다.


팔을 크게 올리는 와인드업.


반소매 언더셔츠를 입은 덕에 노출돼 있던 아래팔에 빗방울이 떨어져 닿는 게 느껴졌다.


‘침착하게…….’


선두 타자를 사구(死球, Hit by pitched ball)로 출루시키게 된다면 최악이라고 스스로에게 당부하며 지혁은 부드럽게 폼을 이어갔다.


그때,


찰팍!


발에서 느껴지는 촉감이 방금과는 달리 상당히 거슬렸다.


귀에는 이상한 소리가 전달됐다.


“……!”


아직까지는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던 마운드였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훨씬 안 좋았던 것이다.


‘이런……!’


상대 투수는 이걸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자신이 올라오는 그사이에 이렇게 변한 걸까?


그 느낌들에, 투구를 시작할 때부터 불안했던 그것은 결국 공이 손을 떠나기 직전에 ‘망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 공은 너무나도 쉬운 높은 한복판의 코스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타자가 그것을 놓칠 리 없었다.


따악!


[중견수 뒤로!]


지혁이 손에 묻혔던 그것이 송진 가루가 아니라 화약 가루라도 됐던 걸까?


순식간에 자신의 머리 한참 위로 뻗어 가는 그 타구를 지혁은 그저 넘어가지 않기만을 속으로 기도하며 바라봐야 했다.


‘떨어져라, 떨어져라, 떨어져라!’


날아가는 타구의 아래에는 비가 내림에도 경기장에 그대로 남아있는 많은 관중의 경악에 찬 외침을 배경음으로 삼으며 맹렬히 달리고 있는 야수 한 명이 있었다.


물어볼 것도 없이 타이푼즈의 중견수, 이태화였다.


제법 크게 맞긴 했지만, 타격 당시의 소리와 자신의 그간 경험들은 이것이 절대 넘어가지 않으리란 확신을 그에게 주고 있었다.


‘득점도 못 했는데 이건 잡아줘야지!’


자신의 자존심이 걸리기도 했던 문제였기에, 태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더욱 최선을 다해서 그 타구를 끝까지 좇았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워닝트랙(Warning track).


그곳에 들어서서 이쯤이라고 생각했던 그가 고개를 아주 살짝 돌려 뒤를 돌아보니, 타구가 예상보다는 더 뻗고 있었지만, 기세를 잃기 시작한 모습이 보였다.


“으라차차!”


중견수는 고민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즉시 뛰어올랐다.


와아아아아아!


말 그대로 그림 같은 수비 장면을 만들어내며 태화는 기어코 그 타구를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환호는 날씨의 영향이 있는 것일지 아니면 그저 그의 호수비에 대한 감탄인지 어마어마한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태화 파인 플레이! 이 수비가 바로 타이푼즈가 이 선수를 영입한 이유입니다!]

[이걸 잡네요! 이런 수비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대체 몇이나 있을까요!? 이태화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스카우터들의 표정이 참 재미있는데요!?]

[아쉽지만, 지금 이태화 선수는 이미 품절이죠!]


“뭘 이 정도 다들~ 하하!”


자신의 수비에 감탄하고 칭찬하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그는 별것 아니라며 그렇게 웃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한편 그런 태화의 수비에 겨우 위기를 모면한 지혁은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모자라 허리까지 직각으로 만들 기세로 태화에게 감사를 표하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작가의말

미숙한 점이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상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 불편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보시는 여러분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오타를 수정하고 올려야 하는데 왜 항상 올리고 나서 발견하는지, 그저 민망하고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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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마도로스37
    작성일
    16.01.20 09:44
    No. 1

    투아웃 이후에는 무조건스타트 해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하늘하늘해
    작성일
    16.01.20 10:33
    No. 2

    투아웃에 타격이 이루어졌을 때는 바로 스타트죠.
    첫 줄을 그렇게 표현한 줄 알았는데 잘못 쓴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리드하고 피칭시 조금 벌리고 타격 후 뛰지만, 타구가 워낙 빨라서 홈승부가 되는지 모르는 걸 표현하려고 했는데 엉망이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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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9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3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90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8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5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4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1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9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2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2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1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5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50 12 10쪽
» 수중전 - 7 +2 16.01.19 654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5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3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2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8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2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40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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