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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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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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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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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4,914

작성
16.01.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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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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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9쪽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DUMMY

**


경기가 취소된 이후, 이우진은 구장을 떠나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선수단과 함께 머무는 호텔로 돌아가야 했던 그.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구단과 현장의 감독에게 허가를 구한 그는 급히 타이푼즈를 찾아갔다.


리더스만이 아닌, 타이푼즈에서도 선수 생활을 하였고 심지어 그 팀에서 은퇴까지 했던 우진이었던 만큼 그 시간에 타이푼즈 선수단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당연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엄연히 다른 팀의 수석 코치인 그가 구단의 활동 중에 멋대로 끼어들 수는 없을 테다.


그렇기에 그는 타이푼즈의 감독 김수룡과 휘하 코치진에게 먼저 찾아갔다. 현재 타이푼즈 코치진의 관리 스타일이 어떠한지 또한 잘 알고 있었던 이유도 있다.


타이푼즈의 코칭스태프들의 입장에선 갑자기 자신들을 찾아온 우진이었지만, 그가 어째서 그 자리에 나타났는지에 대한 이유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우진이 그들에게 들은 아들에 대한 소식은 이미 타이푼즈의 수석 코치 신재중과 함께 진단을 받기 위해 병원으로 간 뒤라는 것.


그 이야기에 그는 곧장 그 병원으로 찾아가고 싶었지만, 막상 그럴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이것이 관심으로 보일지 타 팀에 대한 간섭으로 여겨질지 또한 판단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자기 아들을 오늘 당장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던 그. 그랬던 우진은 고심한 끝에 자신의 아내를 먼저 찾아가기로 했다.


못 봤던 딸(미연)도 볼 겸해서 한 번 들러서 아들이 오기 전에 돌아가려 했지만, 그 전에 아들이 자신의 예상보다 일찍 귀가해버린 탓에 마주치고 말았다…… 그런 설정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아들의 집에 아내와 함께 들어서니 그의 딸과 함께 있었던 웬 아가씨 한 명. 사실 있을 거란 말을 듣고 난 다음이긴 했다.


아내를 통해 보았던 사진이나 어쩌다 인터넷과 선수들이 보여준 액정 속의 이미지를 제외하면 실물로는 첫 만남이었다. 서로 당연히 초면이었다.


앞치마를 두른 채 부드러워 보이는 검고 긴 생머리를 끈을 이용해 하나로 묶고서는 조금 서툴지만 진지하게 요리를 하는 그 모습이 참하고도 귀여웠다. 크고 맑은 두 검은 눈동자와 붉은 입술은 유난히 맑고 흰 피부와 대비되는 빛을 보이면서도 상당히 잘 어울렸다.


아무 소식 없이 불쑥 찾아온 자신을 보고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가운 인사로 맞이하는 그 모습이 제법이지 싶었다.


이런 아가씨가 자기 아들과 그렇게 좋아 죽는 사이라니, 솔직히 쉽사리 믿기 어려웠다. 아들이 제법 능력이 있었던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대견하게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아가씨가 뭐가 아쉬워서 자기 아들과 만나고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예의도 바랐다.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그렇게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 것도 그렇고 정말 내면부터 제대로 된 사람이구나 싶었다.


딱 한 가지 아쉬운 건 자신과 아내를 보고 대화할 때마다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로 기민하게 호칭을 쓰지 않는 대답을 찾아냈다는 점.


뭐, 그 정도야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알지 못해서 그러는 중일지도 모르는 일이니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말실수를 하는 것도 아니었고.


우진이 아들이 오기 전 가족, 문아와 함께 나누게 되었던 일련의 대화들은 제법 즐거웠다. 아들이 없다는 점이 정말 많이 허전했지만, 딸이 있고 아내가 있고-아직은 모르지만- 상황상 며느리 같은 아가씨도 있었다.


언젠가는 꼭 이 자리에 아들도 함께 앉아서 이토록 화목한 대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런 미래를 꿈꾸게 되는 우진이었다.


꿈을 꾼다고 해도, 마치 총각 시절 꾸던 야릇한 꿈들처럼 좀 중요한 걸 할 때마다 깨버리고 마는 것과 같이 제대로 감이 안 잡히고 입맛만 다시게 되는 그런 꿈이었지만 말이다. 그런 가정을 겪어보지 못하고 자란 그였던 탓에, 피부에 생생하게 와 닿는 그런 느낌이 없었다.


“아……!”


그렇게 얘기를 계속 나누던 중, 우진과 마주 보며 앉아있던 그 아가씨, 문아가 갑자기 문 쪽을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 그 모습이 마치 주인이 집으로 향하고 있는 발걸음 소리를 멀리서부터 듣고 귀를 쫑긋 세우는 강아지를 닮아 있었다.


주변에서 볼 때는 굉장히 귀엽게 느껴졌고, 그 흔들리는 맑은 두 눈망울과 붉게 상기된 얼굴은 정말 사랑에 빠진 여성 그 자체였다.


마치 남편이 귀가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지고지순한 아내와도 같은 모습. 정말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정말 자기 아들과 이 아가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서 이렇게 사귀고 있는 걸까?


지숙이 뭔가 먹을 것을 놓자고 일어나서 냉장고와 부엌을 살펴보는 사이, 희미하게 들려오던 그 발소리가 점차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문아는 앉아 있던 그 자리에서 재빨리 일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건 귀여운 아내의 모습일까, 순종적인 강아지의 귀여움일까? 어쨌든 굉장히 사랑스러운 모습이란 것만은 확실했다.


괜히 보는 자신이 뿌듯해지는 아버지 우진.


자신을 맞이하러 나간 문아와 같이 아들이 이곳으로 도달했을 때, 제발 자연스럽게 지금 이런 집안의 평화로움에 녹아내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아버지였다.


물론 아들의 그런 모습을 위해서는 자신의 대처와 말, 그리고 행동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되리란 사실은 이미 질리도록 깨닫고 있었다.


‘어쨌든 어쩌다 이렇게 만나게 됐으니 참고 있어라.’ 같은 무책임한 설정 놀음은 그만두기로 했다.


네가 보고 싶어서 왔다.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자고 결심했다.


“아, 앗……!”


우진이 그런 마음가짐으로 다가올 일에 대해 약간은 흥분한 채 기다리고 있으려니, 잘 일어나던 문아가 갑자기 다시 주저앉아 버렸다.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겨우 팔로 버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의 표정은 굉장히 고통에 차 있었다.


“언니 괜찮아요?”


옆에 자리하고 있던 미연이 놀란 얼굴로 그런 문아에게 다가갔고, 우진 또한 그런 그녀가 걱정되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넓지 않은 집에서 4명이 그렇게 각자의 의사를 가지고 한꺼번에 움직이려니 제법 소란스러워졌다.


“괘, 괜찮니……?”


우진은 마치 자기 딸이 다친 것처럼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괘, 괜찮아요, 아버님…… 아, 아파!”

“아…… 쥐났구나, 언니.”


태연하게 갑자기, 정말 자연스럽게 출현한 ‘아버님’이란 단어. 사실 별 게 아닌, 그저 타인의 부모님을 부를 때도 쓸법한 그런 호칭이었지만, 우진은 그 단어가 매우 감미롭게 들렸다.


아버님…… 아버님…… 아버님……


아름다운 선율처럼 끊임없이 귓가에 맴도는 그 단어에, 결국 우진의 속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폭발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조차 듣지 못한 채, 그는 이 아가씨가 너무 기특하고 마음에 들어서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고 외치며, 그러면서 잔뜩 흥분한 얼굴로 자리에 돌아오던 자기 아내의 양어깨를 덥석 잡았다.


그러자 그런 우진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아내. 하지만 그는 그런 아내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잡고 있던 아내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여보, 여보. 들었어!? 아버님이래, 아버님! 어어어어어어어 어디서 이렇게 착한 아가씨가 그런 놈이랑 사귄다고 불쑥 나온 거지? 천사지!? 걔 뭐 약점 잡고 그런 것 아냐!?”


그만 너무 흥분해서 그런 거친 단어들을 내뱉고 말았다.


“……여태 자기 아들이 ‘그런 놈’이고 여자 약점이나 잡는 쓰레기라고 생각하셨어요?”


그러자 갑자기 쏘아붙여 오는 어떤 남자의 익숙한 목소리. 따로 확인해볼 것도 없이 분명 우진 자신의 아들이었다.


이후 사고 쳤다는 생각에 암담한 기분이 된 우진과 그런 우진의 속을 알 리 없는 아들의 대화.


약간은 무거운 분위기가 형성된 그곳에서 아들, 지혁은 주변을 잠시 둘러보더니 갑자기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웃기 시작했다.


뭔가를 깨달았다는 표정. 속이 시원하다는 그 표정.


“……정말로. 정말로 잘 오셨어요, 아버지……!”


그런 말을 하는 아들의 얼굴이 꼭 울 것만 같았다.


작가의말

배가 고픕니다. 설까지 1주일 으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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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5 16.02.21 481 13 12쪽
6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16.02.16 519 14 8쪽
6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2 16.02.12 533 12 9쪽
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8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2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89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8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4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4 14 7쪽
»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1 10 9쪽
5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8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1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1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0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4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49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3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4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2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1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8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2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39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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