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기록장

A Son of The Pitcher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일반소설

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04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1.27 19:34
조회
638
추천
12
글자
8쪽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DUMMY

**


“어디, 가세요?”


이지혁은 다시 유민정을 힐끗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묻고 난 뒤, 결심한 표정으로 작게 심호흡하고 마침내 몸도 시선도 모두 정면으로 마주했다.


지혁의 질문에 민정은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도 오고, 오늘 토요일인 것은 저랑 상관없긴 하지만, 그대로 분명 오늘 쉬기로 했는데 최대한 빨리 나오라네요. 제 직장은 또 기자든 누구든 무조건 정장이고 답답해요. 하도 재촉하는 탓에 스트레스도 제법 생기네요.”

“아~.”

“신문이나 잡지 쪽으로 굉장히 유명한 회사니까 좋다고 면접 보고 합격하고 좋다고 갔는데, 페이랑 회사가 큰 이유는 있었던 거죠.”


그렇게 말하는 동안 그녀의 표정은 점점 침울해졌다. 그런 얼굴의 변화가 단순히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란 사실을 눈치챈 지혁이었으나, 그녀의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려봤다. 정식 기자가 아니었을 때부터 직접 발로 뛰어다니고, 기사로 오르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이용해 야구팬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던 그녀.


자신의 그런 일들에 굉장한 자부심을 품고 있던, 현재의 미라클 스포츠에 정식으로 채용되고 나선 그렇게 기뻐했던 그녀가 고작 갑자기 출근하라는 이유만으로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걸까?


1년 사이에 지친 걸까? 아니면…….


“민정 씨도 힘드시겠어요.”


그러나 그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머리만 복잡해질 테다. 어차피 무슨 일이 되었던 오지랖일 뿐이고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다른 영역의 일이다.


“지혁 씨나 다른 선수분들도 매일 경기하잖아요, 뭘.”

“우린 그게 일인 걸요.”

“저도 이게 일인…… 일이겠죠? ……일이네요, 하하!”


대답하다가 갑자기 자신에게 도로 질문하는 그녀의 그 메마른 웃음소리가 빗소리와 함께 복도 안으로 울려 퍼졌다.




**




‘계속 걸리네…….’


민정이 동료 직원이 데리러 온 차를 타고서 건물을 벗어나는 것을 보고 난 다음 탄 엘리베이터의 안.


지혁은 엘리베이터의 문과 마주하는 쪽 벽에 기댄 채 일정한 규모가 커지는 그 숫자의 증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하지 말자고, 신경 쓰지 말자고 그렇게 결정했는데 마음먹은 대로 되질 않는다.


자신의 머릿속마저 자기가 바라는 대로 움직여주질 않았다. 진짜 제대로 풀리는 일 하나 없는 하루다.


‘한 번 헬렐레했더니 뭐 잘 보이고 싶기라도 한 거냐? 잘 보여서 어쩌게 이 멍청아.’


자기 자신에게 그런 욕을 하며, 약간 자기혐오 비스름한 것에 빠질 뻔했다.


이윽고 목적한 층수에 도달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 안에서 내린 그는 자신의 집을 향해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가 와서 닫힌 복도의 창문들은 빗방울과 부딪히며 생기는 그 특유의 울림소리를 끊임없이 뱉어내고 있었다. 복도 천장의 등들이 아직 켜지지 않았던 탓에 걷는 그 통로는 매우 어두웠다.


그 색이 정말 암울했다.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는 것이 창문을 닫는 것이 늦었다는 걸을 알려주었다. 어쩌다 밟아서 내고 마는 물 튀는 소리가 창문의 그 소리를 뚫고 사방으로 퍼졌다.


‘이분은 지금 친구랑 있으려나?’


옆집을 지나면서야 겨우 그렇게 다른 생각, 아니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이 가능해졌다.


“……?”


얼마 걸리지 않아 도착한 집 앞. 문 앞에 선 지혁은 디지털 도어록에 설정해 둔 비밀번호를 입력하기 위해 그 패널 위로 손가락을 향하다가 잠시 멈추었다.


건물 전체의 방음 설비가 확실했던 만큼 밖으로 새어 나오는 소리는 없었지만, 무언가 문 너머에서 시끌벅적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낀 것이다.


‘하긴 사람 2~3명이 지금 이 안에 있을 테니까 당연히 평소랑은 다르겠지.’


평소 지혁 자신이 집으로 돌아올 때는 동생 이미연 혼자 집에 있거나, 아니면 아무도 없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 집 안에 오늘은 미연 외에도 문아가 있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어머니 지숙도 있을 것이다. 단순히 숫자로만 계산해보면 평소 최대 인원의 2~3배.


그렇다면 지금 느끼는 이 기분이 오히려 타당한 것이리라.


그런 생각을 마치고…… 드디어 생각을 마치고 지혁은 향하고 있었던 잠금장치의 패널을 비밀번호의 순서대로 꾹꾹 누른 다음 그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자 펼쳐진 복도와는 전혀 달리 정말 밝은 빛이 가득한 집안.


“……!”


그렇게 문을 연 그 순간 자기 생각이 틀렸음을 지혁은 깨달아야만 했다.


계산식의 답은 2배도 아니었고 3배 또한 아니었다. 4배였다.


집에는 세 사람이 아닌 네 사람이 있었다.


집에 들어가서 제일 처음 보인 것은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쓰러지듯 무릎 꿇고 있는 자신의 애인. 그 옆에는 자기 동생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그런 문아에게 딱 붙어 있었다.


일어서 있는 지혁의 어머니 지숙은 당황이 가득한 영문 모를 표정을 한 채로 자신의 정면을 향해 눈빛을 보내고 있었고, 그런 지숙의 앞에는 어디서 언제 왔을지 모를 웬 건장한 중년 남성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어머니의 어깨를 잡은 채 흔들고 있었다.


“여보, 여보. 들었어!? 아버님이래, 아버님! 어어어어어어어 어디서 이렇게 착한 아가씨가 그런 놈이랑 사귄다고 불쑥 나온 거지? 천사지!? 걔 뭐 약점 잡고 그런 것 아니야!?”

“……여태 자기 아들이 ‘그런 놈’이고 여자 약점이나 잡는 쓰레기라고 생각하셨어요?”


그런 남성을 향한 지혁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쏘아붙이는 어조가 되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집 안에 있던 평소에 보지 못한 낯선 남성. 그는 바로 야구계에서 ‘The Pitcher'라고 불리는 레전드 투수이자 현재 최강 팀 리더스의 1군 수석 코치. 그리고 지혁의 아버지인 이우진이었다.


지혁을 돌아보는 그의 얼굴에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어……, 아들 왔냐?”

“여기가 누구 집인데, 그 말은 제가 해야죠.”


어딘가 창피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우진과 그런 자신의 아버지를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지혁.


그런 둘 사이에는 쉽사리 숨쉬기 어려운 그런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

“…….”


잠시 그런 우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지혁은 자신이 원래 예상하고 있었던 나머지 인물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바라보는 것 같은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 부자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지금의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자기 연인의 상황을 파악해보려는 얼굴


“하하……!”


그러고 다시 우진을 바라보니 왠지 그런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만다.


‘난 정말 내가 진심으로 그런 결심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겨 먹고 싶었는데, 당신의 그 속이 찢어지게 아플 정도로 그 가슴 속에 불을 지르고 싶었는데. 그런 목표만을 가지고 근 1주일을 준비했는데.


막상 경기가 그렇게 없어지고 몸과 마음이 몇 차례 심란해졌던 그 위기 상황들을 넘기고 나니 지금은 그저……


그저 반가웠다.


‘정말, 미치겠다. 뭐가 기쁘다고…….’


왠지, 정말로 꿈에서조차 보고 싶었던 그 사람들을 이제야 다시 만난 느낌이었다.


사랑하는 연인과 자신의 가족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지금 이곳이, 정말로 자신의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지금 나는 집에 돌아왔다고.


인정받고 싶었고, 어디에 의지하고 싶었다. 아무나 자신을 봐줬으면, 미워하지 않았으면, 버리거나 외면하지 말았으면. 아무나 자신을 좀 알아주었으면 했던 그 모든 감정의 원인이 사실 여기에 있었던 게 아닐까?


“……정말로.”


깨달을 수밖에 없는 그 사실을 마주하기로 했다.


그는 근래 들어서 지었던 것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이렇게 웃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최고로 밝게 웃었다.


“정말로 잘 오셨어요, 아버지……!”


푹 쉬자. 그래, 푹 쉬자. 집에서.


작가의말

예. 저 초록색 좋아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 Son of The Pitch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드문드문 연재하게 될 것 같습니다 16.02.15 371 0 -
공지 각 팀과 소속 선수들, 그 외 인물들 16.01.10 1,057 0 -
66 외나무다리 걷어차기 - 1 16.03.05 564 7 7쪽
6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5 16.02.21 481 13 12쪽
6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4 16.02.16 519 14 8쪽
63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3 +2 16.02.12 533 12 9쪽
6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2 +2 16.02.11 458 13 8쪽
6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1 +8 16.02.05 612 15 6쪽
60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0 +2 16.02.04 558 11 8쪽
59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9 +8 16.02.03 690 12 9쪽
58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8 +6 16.02.02 619 11 7쪽
57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7 +3 16.02.01 778 12 8쪽
56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6 +2 16.01.30 615 12 9쪽
55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5 16.01.29 534 14 7쪽
54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4 +2 16.01.28 581 10 9쪽
»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3 +2 16.01.27 639 12 8쪽
52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2 16.01.26 501 10 9쪽
51 피할 수 없는 그 자리 - 1 16.01.25 812 17 9쪽
50 수중전 - 11 +2 16.01.23 670 14 8쪽
49 수중전 - 10 +2 16.01.22 634 18 9쪽
48 수중전 - 9 +4 16.01.21 560 15 9쪽
47 수중전 - 8 +2 16.01.20 749 12 10쪽
46 수중전 - 7 +2 16.01.19 653 16 10쪽
45 수중전 - 6 +2 16.01.18 715 16 8쪽
44 수중전 - 5 16.01.16 554 17 11쪽
43 수중전 - 4 +2 16.01.15 632 21 9쪽
42 수중전 - 3 +2 16.01.14 691 15 9쪽
41 수중전 - 2 +2 16.01.13 658 17 10쪽
40 수중전 - 1 16.01.12 522 19 14쪽
39 너무나 먼 출발선 - 13 +2 16.01.11 839 1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