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무너진 균형(6)
"너희들이 포기한다 해도 난 절대 포기 안해! 아니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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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이 대통령이 된 지도 어느 덧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대한민국 최초 경제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내 걸며, 먹고 사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하던 대 다수 국민들의 환심을 샀던 신 회장. 77%의 말도 안 되는 지지를 받으며 출발 했던 신정부. 6개월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과거 유신정권에 대항했던 젊은 청년들과 정부의 대결 구조를 다시 끄집어 와 재현하듯, 여기저기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신 회장이 대통령이 되면서 바꾼 법은 국민들로 하여금 혀를 차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제도: 공채, 경력직 무관하게 취업한 직장인은 3년이라는 수습 기간을 거친다.
근무 시간은 기본 10시간으로 하며, 기업에 대응하는 어떠한 형태의 단체도 허용 되지 않는다(노조).
임신이나 질병으로 인해 한 달 이상 자리를 비울경우 자진 퇴사조치.
창업이나 사업을 시작할 때 5억 원 국가에 기부.
기업 매출이나 영업 이익 등의 각종 지표가 안 좋을 시 자체 구조조정.
각 종 고시 철폐. 등등 이 외에도 다수의 법을 개정하며 선 긋기에 나선 그의 정책 때문이었다.
"비켜!!! 안 비키면 무력으로 부수고 들어간다."
로다 그룹본사 앞에 몰려 든 수 만 명의 시민들. 그들은 한 목소리가 되어 외치고 있었다.
"우리는 거짓말쟁이 리더를 원하지 않는다. 하야하라!!! 국민을 농간한 신 차석 대통령은 사죄하라."
대통령이 된 신 회장은 건물 꼭대기 자신의 집무실에서 알몸으로 욕조에 들어가 대형 스크린이 펼쳐진 화면 안, 국민들의 농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크으윽...이거 안주가 따로 필요 없군. 이 깊은 맛을 내는 와인 한 잔에 저 개미 떼 들의 아우성을 듣고 있으니 말이야. 이 술이 너무나 달게 다가와. 안 그런가?"
신 회장의 옆에서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 입으로만 미소를 띠고, 살기가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가 답한다.
"한 마리 개미는 터무니없게 약하지만 저렇게 떼로 몰려들기 시작하면 강한 힘을 발휘 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한 번에 밀어 버리겠습니다."
"오오...이 친구...그건 너무 잔인하지 않나..그래도 내 나라의 국민들인데..크크..그런데 말이야..요새 내가 너무 벅찬 기분이 들어. 국민들도 내 뜻 같지 않고, 마음 같아선 말 잘 듣는 국민들만 남기고 모조리 쓸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일긴 하네. 뭐 좋은 방법 없는가?"
신 회장은 자신의 속내가 잔뜩 묻어나는 진심을 남자에게 흘린다. 그러자 남자는 기다렸다 는 듯 이 신 회장을 향해 미소를 짓는다.
"저 스크린에 보여 지는 국민들은 아마도 이 한반도에서 회장님. 아니 대통령님을 가장 경멸하는 쓰레기들 일 것 입니다. 오늘 한 번 본때를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신 회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흥미롭다는 듯이 외쳤다.
"뭔가 지금 당장 무슨 방법이 있는 건가?"
남자는 갑자기 리모컨을 들고 대형 스크린을 향해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화면이 전환되고 그 속에는 일본 무사갑옷들이 한 공간에 정렬한 채 서 있다.
"더욱 더 확실하게 대통령님을 싫어하는 자들과 찬양 하는 자들을 구분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게다가 이런 형태라면 국민들의 적대 대상을 정부가 아닌 외부 다른 곳으로 돌릴 수도 있는 1석2조의 방법입니다. 지켜봐 보십시오."
남자가 리모컨에 다른 버튼을 누르자 화면 속에 서 있는 수많은 갑옷들의 투구에 붉은 빛이 들어 왔다.
"SHOW TIME!"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신 회장은 어린아이 마냥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형 스크린 안을 쳐다봤다.
“난 이럴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단 말이지...크크”
"대통령은 자진 사퇴하라. 퇴진하라!!!"
농성을 벌이는 시민들의 무리에는 동식의 친구 진호도 포함 되어 있었다. 그는 얼마 전 이직했던 회사로 부터 퇴직을 권고 받았다. 회사의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떨어 졌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니 시발. 매출 떨어진 게 내 잘못도 아니고, 그럼 고객들 NEEDS에 맞게 더 좋은 제품을 내 놓던가!!!"
진호는 이마에 투쟁이라는 띠를 두르고 목이 터지라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음을 느꼈다. 중학교 재학 당시 아이들을 거느리며 리더 자질을 인정받았던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그의 성대에는 더욱 더 강한 힘이 들어가며 권리를 외쳤다.
“퇴진해라. 퇴진해라. 넌 자질도 없어. 이 새끼야!!”
몰려드는 인파 속 로다 그룹의 본사를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과 경찰들. 그들이 차고 있던 무전기로 부터 명령이 하달되기 시작했다.
"이 시간부로 최대한 멀리, 그리고 최대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라."
그들은 무전을 받고 서로를 쳐다보며 의아해 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럼 로비를 내어 주란 소리야?"
"아 몰라 일단 시키는 대로 해야지. 말 안 들으면 대가리 날라 갈 거 아냐.."
그 때였다. 무전을 듣고 대화를 주고받던 동료의 머리통이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그들의 말이 씨가 되는 순간이었다.
"으아아아악!!!"
순간 회사 앞 농성은 아비규환의 상태로 전환 됐다. 여기저기서 갑자기 솟아오르는 사람들의 머리통이 그 원인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조여 오는 정체불명의 차림, 그 것은 조금 전 신 회장의 대형 스크린에 모습을 비췄던 일본 무사 갑옷을 입은 존재들이었다.
"으아아악"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며 질서를 유지했던 대규모 시위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들의 앞을 가로 막는 모든 것을 베기 시작했다. 그 것이 사람이든, 자동차든, 무형의 존재이든 말이다.
비교적 로다 본사 로비와 떨어진 곳에서 농성을 벌이던 진호는 갑작스러운 혼란에 궁금증이 폭발했다. 도대체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 길래 시위균형이 깨졌는지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자신의 신발을 벗어 전봇대 위로 올라서는 진호.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하나 같이 겁에 질려 도망치고 있었다. 그 때 진호가 올라선 전봇대로 축구공만한 무언가가 날아 들었다.
"까..깜짝이야....그런데 지금 방금 내가 본 게...사..사람...머리.."
진호는 자신의 눈을 의심 했다. 하지만 그 물체가 지나가면서 자신의 옷에 튄 액체를 보고 확신했다.
"으아아아악!!!이건 피잖아!"
진호는 급하게 전봇대를 내려서려 했다. 하지만 그의 발은 그대로 그 곳에 멈춰 버렸다. 진호의 발밑엔 일본 무사갑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존재가 그를 쳐다보고는 자신의 손에 들린 칼의 날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것이 꿈꾸는 자의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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