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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특급 공무원 원동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빽티스트
작품등록일 :
2016.03.15 08:08
최근연재일 :
2017.05.02 10:31
연재수 :
75 회
조회수 :
47,095
추천수 :
1,222
글자수 :
313,609

작성
16.04.09 10:59
조회
420
추천
14
글자
8쪽

24화. 계절은 바뀐다(2)

"너희들이 포기한다 해도 난 절대 포기 안해! 아니 못해!!!"




DUMMY

"꼬마야. 정신 차려 이런데서 자면 큰일 나"


박스를 세워 만든 임시거처에서 자신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든 동식을 흔들어 깨우는 중년의 남자. 그는 캔 커피를 하나를 내밀며 다정하게 말한다.


"이걸로 몸 좀 녹이렴....배는 안 고프니? 우리 어디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안면이라고는 전혀 없는 낯선 남자. 그의 친절함에 촉각을 곤두세운 어린 동식이 남자를 위 아래로 살피며 경계한다.


"할머니가 낯선 사람하고는 말 섞지 말라고 했는데...절 아세요?"


남자는 의심하는 동식을 쳐다보다 화통하게 웃어 재낀다.


"하하하 물론이지 잘 알고말고! 이 빌어먹을 집구석...아니...우리 할매가 조카교육을 참 잘 시켰네 그래."


동식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는 손. 다른 한 손으로는 정장 안주머니에 지갑을 열어 명함을 꺼내는 남자였다. 남자가 건넨 명함엔 로다 산업 부장 이 근욱 이라 적혀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동하면서 하자고. 나도 조카를 보니 오랜만에 기분이 너무 좋군.."


동식을 태운 차량이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들판을 지나 도로로 진입한다.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을 어두 깜깜한 도로를 달리다 보니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반짝 거리는 동네가 동식의 눈에 확 들어온다. 자신의 동네와는 사뭇 다른 화려한 풍경에 그의 눈은 한 시도 쉬지 않고 창밖을 살핀다.



"자 이쪽으로 오렴."


남자가 동식을 안내한 곳. 이 곳 번화가 중에서도 가장 웅장하고 화려한 불빛을 자랑하는 건물. 그 꼭대기 층에 자리 잡은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그 화려함에 잔뜩 움츠러든 동식이 쭈뼛거리며 천천히 가게 안으로 발을 들여 놨다. 가게 안은 겉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동식을 주눅 들게 했다. 그리스 신화의 신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한 인테리어와 장식들. 깔끔한 정장 유니폼을 맞춰 입은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그 곳을 채우고 있었다.


"먹고 싶은 건 다 시키렴. 삼촌이 오늘 조카 저녁 책임지마."


메뉴판을 들여다보는 동식. 그의 머릿속은 카오스 급 혼돈에 빠져 어지러움을 느낀다. 살면서 구경한 번 못해 본 각종 요리들과 영어로 쓰여 있는 글씨들이 동식으로 하여금 선택장애를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저....아저씨...이게...뭐에요?"


동식이 메뉴판을 들어 남자에게 내밀자 그는 화통하게 웃어 재낀다.


"하하...녀석. 아저씨라니...삼촌이라니까 삼촌! 그냥 맘 편하게 삼촌이라고 불러. 음....보자...OK 어이 여기!!!"


남자가 손짓하자 근처에 서서 대기 중이던 직원이 다가와 그들의 테이블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이 집 스페셜 코스로 준비해 줘. 아...너무 맵거나 짠 음식은 아이가 못 먹을 수 있으니 최대한 아이 입맛에 잘 맞춰주고 최대한 빨리 음식이 나왔으면 좋겠군!!"


남자는 시종일관 동식에게 미소 지으며 그가 불편하지 않게 편안하게 대해 주었다. 하지만 어린 동식에게 남자에 대한 경계심을 푸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다를 바 없었다. 삼촌이라는 남자의 행동은 둘째 치고 살면서 전혀 겪어 보지 않은 이곳 풍경이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1차적인 이유가 환경 때문이었다면 2차적인 문제는 이 음식들 때문. 할머니와 외식 한 번 해 본적 없을 뿐더러 학교와 집을 오가며 봐오던 노을 지는 풍경만이 그의 눈으로 바라 본 풍경의 전부. 그에 반해 지금 이 곳의 화려한 조명부터가 밤이 찾아오면 지독한 어둠이 깔리는 자신의 생활공간과는 극명하게 비교 되었기에 어린 동식이 마음을 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잠시 후 동식의 테이블로 다가오는 직원들. 순식간에 진수성찬이 펼쳐졌다. 바비큐 요리를 필두로 각종 해산물과 샐러드, 잘 구워진 빵들이 놓이자 허전하기만 했던 큰 테이블이 손 비빌 틈도 없이 가득 찼다.


"마음껏 먹으렴. 모자란 것 있으면 말하고..."


경각심을 풀지 못하는 동식? 그건 조금 전까지 이야기 일뿐. 풍성한 음식물 앞에서 그의 꼭 꼭 잠겨있던 마음의 문이 개방되고 만 것이다. 김치와 찌개 가끔 올라오는 계란프라이 와 지금 테이블 위에 음식을 비교 하자니 어린 동식에게도 가히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먹 거리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고 자신은 그 동안 무엇을 먹고 산 것인가라는 회의감 같은 것이 어린 아이에게 밀려오고 있었으니...어린 동식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밖에 없었다. 몇 분도 채 안 되서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음식 들이 조금씩 줄어드는가 싶더니 어느새 게 눈 감추듯이 테이블에서 사라지자 삼촌이라는 작자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것이 정녕 어린 아이의 식성이란 말인가?


“저....이...이것 좀 더 먹을 수 있나요?"


“하하하...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먹도록 해!!! 이 삼촌이 가진 거라 곤 돈 밖에 없어. 너희 할머니가 해주지 못 하는 건 이 삼촌이 다 해줄 수 있지! 암.”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로 나온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을 먹을 무렵 동식에게 경계심 따위는 어디를 뒤져 봐도 찾을 수 없었다. 이미 자신 앞에 낯설기 짝이 없던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삼촌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동식의 얼굴에 미소가 만개하고, 올챙이처럼 툭 튀어 나온 배가 지금 그가 얼마나 만족한 상황인지 대신 설명해 주고 있다. 꼬마 동식의 상태를 옆에서 계속해서 체크하며 간을 보던 남자가 아이스크림을 먹느라 정신없는 꼬맹이에게 말했다.


"동식아... 맛있지? 삼촌 말만 잘 들으면 우리 동식이 매일 이렇게 맛있는 음식들을 사 줄 수도 있어."


순간 아이스크림을 먹느라 정신 줄을 놓고 있던 동식의 숟가락 쥔 손이 멈췄다.


"매..매일요?"


남자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동식의 입이 양 옆으로 찢어져 귀에 걸렸다.


"네 아저씨...아니 삼촌!!"


"다시 말 하지만 우리 동식이가 삼촌이 시키는 일만 잘 해주면 매일매일 이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어. 잘 할 수 있지 우리 동식이?"


달콤한 디저트 아이스크림에 이성을 잃은 동식. 그는 어느 순간 남자의 말은 듣지도 않고 그저 네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런 동식의 모습에 흐뭇하게 미소 짓는 남자.


"그래그래. 양껏 먹으렴...이제 밥값은 해야지...."


동식의 이야기에 빠져든 지선은 어느 새 동식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휴....제가 멍청했어요....밥에 이성을 잃고...그 땐 너무 어린 나이이긴 했지만...”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마무리 한 동식의 눈에 들어 온 지선의 새빨간 입술. 그 앵두 같은 입술이 자신의 바로 앞에 있다는 사실에 긴장하는 동식이었다.


“저...저기 지선 씨. 괘..괜찮아요? 제 말이 너무 길었나요?”


그제 서야 정신을 차린 지선도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어머 죄송해요. 너무 동식 씨 이야기에 빠져 드는 바람에...그럼 동식 씨 그 삼촌이라고 다가왔던 존재가..."


그 때 요란하게 울려대는 동식의 핸드폰 벨 소리. 분위기 파악 못하고 시끄럽게 울려대는 그의 폰은 어딘 듯 주인과 많이 닮아 있었다.


"네.. 여보세요. 네...네??? 진짜에요?"


전화내용에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동식.


"동식 씨..무슨 일 있어요?"


전화를 끊은 그의 표정이 무척이나 밝아져 있었다.


"상구가 드디어 깨어났어요!!!"


흥분한 동식이 그대로 의자에 걸쳐진 옷을 집어 챙겨 입더니 커피숍에서 나갈 준비를 했다.


"어디 가시려고요?"


"지선 씨 진짜 미안한데 저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인사를 하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리는 동식. 지선은 그런 남자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헐...뭐야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버리고...나 지금 버림받은 거 맞지? 와...신지선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기네...저 남자가..”




"이 것이 꿈꾸는 자의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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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무너진 균형(6) 16.05.17 307 3 7쪽
45 45화.무너진 균형(5) +1 16.05.03 302 11 7쪽
44 44화.무너진 균형(4) 16.05.03 303 8 9쪽
43 43화.무너진 균형(3) 16.05.03 329 9 10쪽
42 42화.무너진 균형(2) 16.05.03 354 8 8쪽
41 41화.무너진 균형(1) 16.04.28 368 14 8쪽
40 40화.지옥 문이 열리다(4) 16.04.28 327 10 7쪽
39 39화.지옥 문이 열리다(3) +2 16.04.26 373 14 12쪽
38 38화.남 다른 놈(4) 회상편 마침 16.04.26 298 12 14쪽
37 37화.남 다른 놈(3) 회상 편 +2 16.04.23 300 12 7쪽
36 36화.남 다른 놈(2) 회상 편 +1 16.04.23 313 11 9쪽
35 35화.남 다른 놈(1) 회상 편 +1 16.04.21 311 18 7쪽
34 34화.지옥 문이 열리다(2) +1 16.04.21 428 12 11쪽
33 33화.지옥 문이 열리다(1) +1 16.04.19 898 15 10쪽
32 32화.미친 개에게는 매가 약 이다(3) +1 16.04.19 348 11 9쪽
31 31화.미친 개에게는 매가 약이다(2) +4 16.04.16 411 17 10쪽
30 30화.미친 개에게는 매가 약이다(1) +1 16.04.16 393 12 10쪽
29 29화. 개는 때로는 주인을 문다(2) +2 16.04.14 505 16 12쪽
28 28화. 개는 때로는 주인을 문다(1) +1 16.04.14 425 15 10쪽
27 27화.계절은 바뀐다(5) +1 16.04.12 405 18 10쪽
26 26화.계절은 바뀐다(4) +1 16.04.12 425 15 9쪽
25 25화.계절은 바뀐다(3) +1 16.04.09 448 16 11쪽
» 24화. 계절은 바뀐다(2) +1 16.04.09 420 14 8쪽
23 23화.계절은 바뀐다(1) +2 16.04.07 551 16 9쪽
22 22화.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몰라. +1 16.04.07 828 19 8쪽
21 21화.당신의 진심이 슬픈 이유(3) +1 16.04.05 934 22 12쪽
20 20화.당신의 진심이 슬픈 이유(2) +1 16.04.05 656 20 10쪽
19 19화.당신의 진심이 슬픈 이유(1) +1 16.04.02 598 19 10쪽
18 18화.시작이 반 이다(5) +1 16.04.02 818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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